허미미(22·경북체육회)가 은빛 업어치기로 한국 유도 간판의 자격을 증명했다.허미미는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유도 57㎏급 결승에서 세계 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에 연장 접전 끝에 반칙패했다.허미미는 경기 초바부터 선제공격으로 흐름을 가져오려 했다. 주 무기 업어치기를 끝없이 시도했다. 하지만 데구치가 매번 노련하게 대응했다. 설상가상 위장 공격 판정으로 두 번째 지도를 당하면서 위기에 놓였다. 지도 3개를 받으면 반칙패로 진다. 허미미는 정규시간 30여 초 남겨놓고 굳히기 시도했지만, 데구치가 노련하게 대처하면서 성공하지 못했다.정규시간 내 승패를 정하지 못한 허미미는 연장전에서도 업어치기에 계속 도전했지만, 데구치가 중심을 잃지 않고 방어해냈다. 결국 쌓인 지도가 발목을 잡았다. 연장 승부 끝에 심판은 허미미가 위장공격을 했다고 판단, 세 번째 지도를 내렸다. 반칙패.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허미미는 재일교포 출신이다. 2002년 일본에서 태어난 그는 이중국적자라 한국에서 청소년 대표를 지낸 적은 있지만, 2022년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뽑혔다.‘한국 선수로 뛰길 바란다’는 할머니의 유언이 그를 한국으로 이끌었다. 유도로 이름값 높은 와세다대학을 다니던 허미미는 이중 국적으로 있다가 2021년 한국 국적을 택했다. 이듬해 2월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을 통과하며 성인 대표팀에 뽑혔고, 그해 6월 첫 출전한 국제대회 조지아 트빌리시 그랜드슬램 여자 57㎏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눈길을 끌었다.특이한 이력을 가진 허미미는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1857∼1920)의 5대손이다. 한국에 와서야 알았다. 허미미는 실업팀(경북체육회) 입단 과정에서야 자신이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허석 선생의 내손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허미미는 이번 대회 활약으로 한국 여자 유도의 에이스라는 걸 확인시켰다. 세계랭킹 3위로 올림픽에 나선 그는 지난 지난 5월 세계유도선수권대회 여자 57㎏급 결승에서 이미 데구치를 꺾었다. 연장 끝에 반칙승으로 그를 제압하며 우승했다. 한국 여자 선수의 세계선수권대회 제패는 29년 만의 쾌거였다.결승까지 가는 과정이 쉽진 않았으나 모두 넘어섰다. 16강에서 베테랑 팀나 넬슨 레비(이스라엘)을 반칙승으로 잡은 허미미는 8강에서 '난적' 엥흐릴렌 라그바토구(몽골)까지 잡았다. 라그바토구는 앞서 허미미와 맞대결 세 차례를 모두 가져간 '천적'이었다.이날은 달랐다. 허미미는 초반부터 주 무기 업어치기를 시도하며 라그바토구를 압박했고, 복부에 발을 맞고도 버티는 근성을 보였다. 결국 겨기 종료 15초를 남겨놓고 안다리로 넘어뜨려 절반승을 따냈다. 이어 준결승에선 2016 리우 올림픽 챔피언 라파엘라 실바(브라질)마저 꺾으며 결승으로 순항했다.그리고 다시 만난 데구치. 세계 랭킹 1위답게 데구치는 만만치 않았다. 업어치기 시도는 결국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웃은 건 데구치였다.비록 반칙패로 마무리됐다 해도 은메달의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허미미는 여자 유도 희망다운 경기력으로 자신을 증명하며 파리 시상대에 올라섰다.파리(프랑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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