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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는 논리보다 감정…30초 틱톡 통해 글로벌화”

“극우는 논리보다 감정…30초 틱톡 통해 글로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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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관련 이미지 - 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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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준기자수정2025-10-20 05:00등록2025-10-20 05:00

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element.0:00독일 정치학자 토마스 그룸케 교수(왼쪽)와 신진욱 중앙대 교수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한국과 세계의 극우화 경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극우가 세력을 넓히고 있는 이유는 민주주의 정당들이 사회 문제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골대 앞까지 공을 몰고 간 것은 민주주의 정당들인데, 극우가 마지막 순간에 공을 툭 차서 득점한 셈이죠.”극단주의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토마스 그룸케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경찰행정대 교수는 유럽 여러 나라의 극우 정당들이 주요 선거에서 약진하거나 집권까지 넘보게 된 것은 그들의 정책이 뛰어나서라기보다 기존 정당들의 정치적 실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룸케 교수는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와 지난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세계적 극우 부상의 배경과 함의’를 주제로 펼친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그는 “오늘날 극우 정치 세력들은 자신들의 이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스스로 ‘애국자’로 포장하며 ‘좌파가 장악한 나라를 올바른 길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확보하고 그것을 능숙하게 활용한다. 온라인에서 밈과 상징으로 통하는, 완결된 ‘극우 커뮤니케이션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광고그룸케 교수는 “민주주의는 제도가 갖춰졌다고 저절로 작동하는 게 아니다”라며 민주적 문화를 형성하고 유지하려는 시민사회의 적극적 노력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실패 이후 한국 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계엄 직후 수많은 시민이 국회 앞에 모인 것은 한국 사회에 민주주의를 방어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는 증거”라며 한국 민주주의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광고광고그룸케 교수는 신 교수와 진행하는 극단주의 국제비교 공동연구의 일환으로 독일고등교육진흥원(DAAD)의 지원을 받아 방한 중이다. 그는 2004~2012년 독일 헌법수호청의 극단주의 전문위원으로 재직했고, 오랫동안 독일 정부와 유럽연합(EU)에 극단주의 대응 정책을 자문해왔다. 신 교수도 20여년 전 뉴라이트와 반공단체들이 창궐한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한국 사회에서 극우적 담론과 조직, 대중행동을 꾸준히 추적하면서, 학술 연구와 언론 등 다양한 경로로 그 위험성을 경고해왔다.독일 정치학자 토마스 그룸케 교수(왼쪽)와 신진욱 중앙대 교수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한국과 세계의 극우화 경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이와 관련해 두 학자는 90여분간 대담을 펼쳤다. 신 교수가 글로벌 극우화 현상에서 주목할 논점들을 정리해 제시하면, 그룸케 교수가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광고―한국에서도 최근 극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커졌지만, 그것이 왜 큰 위험인지, 우리 사회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어야 하는가?“역사를 돌아보면 무엇을 잃을 수 있는지 알게 된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은 1933년에 우익 극단주의 나치에 전복됐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독재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직접 보았다.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자. 미국은 여전히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권위주의적 통치로 추락할 수 있다. 한국의 관점에서도, 극우의 (국가) 장악 시도에 맞설 회복력이 부족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세계사에서 극우의 역사를 보면 19세기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1세기에 서구 민주주의에서 극우가 ‘주류’의 일부가 되기까지의 과정도 길었다. 당신의 첫 저서는 1999년 박사 논문을 토대로 쓴 ‘미국의 극우’였다. 그 시기와 비교할 때 오늘날 극우가 가장 달라진 점은 뭔가?“당시만 해도 미국의 극우는 큐클럭스클랜(KKK), 민병대, 스킨헤드 같은, 쉽게 식별 가능한 주변부 집단들이었다. 독일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결정적 변화의 계기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다. 그 영향력은 과소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 오늘날 극우는 비슷한 이념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소통하며, 글로벌한 사회운동이 됐다. 오늘날 극우는 상반된 두가지 속성을 동시에 지닌다. 이념 면에서는 매우 민족주의적이지만, 기술적 조건(인터넷) 덕분에 매우 국제적이기도 하다. 그들이 전적으로 합의하는 핵심적 이념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인종주의, 반이민 정서, 외국인 혐오 등이 대표적이다.”광고―학문적으로 극단주의로 분류되는 집단들조차 자신을 애국자, 보수, 혹은 단순히 우파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동시에 ‘극우’, ‘극좌’ 같은 용어가 정치적·이념적 공격의 도구로 남용되기도 한다. 극단주의는 급진주의나 보수주의와 어떻게 구별되는가?“용어의 중요성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현재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은 ‘보수’를 자칭하지만 그들은 결코 보수가 아니라 ‘반동’(reactionaries)이라고 불러야 정확하다. 독일의 첫 민주주의 체제였던 바이마르 공화국(1919~1933)은 매우 현대적인 헌법을 갖고 있었지만 히틀러의 나치에 전복됐다. 나치 패망 이후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당시 서독)의 헌법을 제정한 이들은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길 원했다. 그 핵심 목표의 하나가 ‘민주주의의 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헌법’을 만드는 일이었다. 이른바 ‘전투적 민주주의’(militant democracy)다.우리의 헌법 체계에서는 누가 극단주의자인지 명확하다. 헌법의 스펙트럼 바깥에서 활동하는 이념과 집단이 극단주의다. 반면 ‘급진주의(자)’는 여전히 헌법의 틀 안에 있다. 급진적 개혁 구상은 가능하며 헌법과 충돌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의회 폐지, 선거 부정, 단일 권위자에 의한 통치 등 헌법의 근간을 훼손하려는 이념이나 정치 구상은 극단주의로 간주된다. 독일은 자기방어적 민주주의 기구로 ‘헌법수호청’(Verfassungsschutz)을 만들었다. 극단주의로 분류되는 모든 움직임을 감시하고, 해마다 보고서를 발간한다. 이것이 곧장 금지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공적 감시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2000년대 이후 극우 세력의 전략, 언어, 정책이 크게 변화했다. 민주적 선거를 권력 획득의 수단으로 삼거나, 포퓰리즘적 선전을 채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주류 정치와 사회 제도 안에서의 위상도 달라졌다. 무엇이 극우의 부상을 가능하게 했나?“극단주의자들의 선거 참여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독일 나치당도 1920~1930년대에 선거에 참여했다. 진정 새로운 것은 오늘날 극우 정치 세력들이 더는 자신들의 이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스스로 ‘애국자’로 포장하며 ‘좌파가 장악한 나라를 올바른 길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수사는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 수많은 ‘암호화된 언어’를 사용한다. 여기서도 결정적 변화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연결성이다. 지금은 인스타그램이나 엑스(X, 옛 트위터)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확보하고 그것을 능숙하게 활용한다. 극우 콘텐츠는 자극적이고 흥미를 끈다. 새로운 수사와 상징, 특히 젊은 세대가 잘 알아보는 ‘코드’를 능숙하게 쓰고, 온라인에서 이를 확산시키는 능력이다. 주로 온라인에서 밈과 상징으로 통하는, 완결된 ‘극우 커뮤니케이션 생태계’를 구축했다. 그 안에서는 전통적 저널리즘이나 공적 토론이 필요하지 않고 비판적 질문도 없다.”독일 정치학자 토마스 그룸케 교수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한국과 세계의 극우화 경향’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많은 분석가가 ‘극우의 주류화’ 현상을 말한다. 한때 병리적이거나 주변부 현상으로 여겨졌던 사고방식과 담론, 행동양식이 점점 ‘정상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원인이 뭘까?“극우가 세력을 넓히는 이유는 기존 정당들의 실패, 즉 그들이 사회 문제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흔히 축구 비유를 사용한다. 극우가 골을 넣었다지만, 실제로는 민주주의 정당들이 공을 끝까지 몰고 가다가 마지막에 극우가 툭 차서 득점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극우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이민’이다. 민주 정당들이 이 문제를 다룰 때 시민들이 일상에서 겪는 명백한 문제들을 외면하거나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범죄나 다른 사회 문제들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취약계층이 도움을 요청하면 정부는 ‘예산이 없다’며 방치한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같은 위기가 오자 갑자기 무한정의 재원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묻는다. ‘내가 필요할 때는 돈이 없다고 하더니, 지금은 갑자기 어디서 나온 돈인가?’ 이런 사례가 너무 많다. 극우는 이런 모순을 즉시 선전의 재료로 사용한다.”―요즘 여러 나라에서 젊은 세대의 극우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다. 당신이 말한 것처럼,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는 극우 담론과 하위문화에 그들을 노출시킨다. 어떤 요인이 청년들을 취약하게 만든다고 보는가?“가장 큰 원인은 ‘민주적 역할 모델’의 부재다. 결국 나는 또다시 민주적 제도권의 실패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극우에게 마법 같은 비결은 없다. 그들의 성공은 다른 세력의 실패 덕분이다. 내가 학생이던 시절에는 체제 비판적이고 진보적인 것이 좋아 보였다. 환경과 인권을 말하는 것이 쿨(cool)했다. 지금은 정반대다. 성평등을 옹호하거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것은 ‘촌스럽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청소년에게 ‘쿨함’이란 절대적인 가치이기 때문에, 이것이 가장 위험한 상황이다. 다시 말하지만, 극우의 천재적 전략 때문이 아니라 민주적인 정당들의 실패 때문이다.”―당신은 오래전부터 글로벌 극우와 초국가적 연결을 연구해왔다. 이런 네트워크는 지금 어떻게 진화하고 있으며 얼마나 강력한가?“그들은 ‘글로벌 반세계주의’라는 이름 아래 연대한다. 그들은 자유주의 엘리트와 다문화주의·성평등·이민 수용 등을 추진하는 ‘글로벌리스트’를 적으로 규정한다. ‘세상이 예전 같지 않다. 전통을 되살려야 한다’는 게 전세계 극우의 공통 언어다. 오늘날 극우는 더 이상 주변부의 병리적 현상이 아니라 세계 정치의 중요한 행위자다. 그들은 이성보다 감정에 호소한다. 민주주의자들은 논리와 논증을 중시하지만, 극우는 30초짜리 틱톡 영상으로 분노와 공포를 자극한다. 민주주의에는 감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극우는 상징, 노래, 깃발, 집단 정체성을 통해 감정을 조직하지만, 민주주의는 그렇지 못하다. 민주주의에도 감정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신진욱 중앙대 교수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한국과 세계의 극우화 경향’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경찰, 군, 정보기관, 검찰 같은 기관은 일반적인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들보다 훨씬 강한 강제력을 가진 국가기구들이다. 이런 국가기관이 독재나 억압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첫째, 민주적 감시와 통제다. 통제하는 기관을 다시 통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경찰은 사회를 통제하지만, 의회 같은 기관이 경찰을 감시해야 한다. 둘째, 자유주의자나 민주적 성향의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를 피하는 것이다. ‘경찰이나 군대는 보수적이고 반동적이니 상관하고 싶지 않다’고 무시하면 그 기관은 민주적 가치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반민주적 성향의 사람들로만 채워질 수도 있다.”―나치 체제와 홀로코스트의 교훈에서 출발한 독일의 ‘시민정치교육’이 오늘날 극단주의 대응의 일부로 어떻게 기능하는가?“독일은 연방정부뿐 아니라 16개 모든 주에도 각각의 정치교육청이 있다. 연방정치교육청은 특히 온라인 자료 출판과 제공에서 뛰어나다. 각급 학교에서는 정치 교육을 하되 특정한 정치 성향으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합의가 있다. 다만 헌법에 대해서도 중립이어야 한다는 오해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독일의 공무원은 헌법 수호 선서를 한다. 직무에서 정당이나 운동에 관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헌법적 가치가 공격받을 때는 중립이어선 안 된다.”―이 시대의 시민정치교육은 어떻게 혁신되어야 하는가?“소셜미디어 같은 현대적 도구들을 적극 활용하고 젊은 세대에게 권한을 줘야 한다. 16~18살의 똑똑한 청소년, 청년들이 어떤 메시지에 반응하는지는 그들이 가장 잘 안다. 유튜브·틱톡 같은 플랫폼의 상위 해시태그는 대개 대중문화와 반민주적 이슈가 지배한다. “민주주의”나 “평등” 같은 단어가 상위권에 오르는 일은 거의 없다. 우리는 똑똑한 젊은이들이 민주적 콘텐츠를 만들고 팔로어들을 늘리도록 뒷받침해야 한다.”―한국에선 지난해 우파 정부가 12·3 불법계엄을 시도했다가 실패했지만 그 후폭풍이 지금도 진행 중이다. 어떻게 보는가?“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계엄 직후에 수많은 시민이 국회 앞에 모인 대규모 집회의 광경이다. 이것은 사회 안에 민주주의를 방어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는 증거다. 군을 동원한 쿠데타 시도에 대항해 이렇게 많은 시민이 용감하고 질서 있게 행동에 나선 것은 놀라운 일이다. 제도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위해 행동하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에서 민주주의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 신호라고 생각한다.”조일준 선임기자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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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치학자 토마스 그룸케 교수(왼쪽)와 신진욱 중앙대 교수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한국과 세계의 극우화 경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극우가 세력을 넓히고 있는 이유는 민주주의 정당들이 사회 문제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골대 앞까지 공을 몰고 간 것은 민주주의 정당들인데, 극우가 마지막 순간에 공을 툭 차서 득점한 셈이죠.”

극단주의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토마스 그룸케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경찰행정대 교수는 유럽 여러 나라의 극우 정당들이 주요 선거에서 약진하거나 집권까지 넘보게 된 것은 그들의 정책이 뛰어나서라기보다 기존 정당들의 정치적 실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룸케 교수는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와 지난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세계적 극우 부상의 배경과 함의’를 주제로 펼친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늘날 극우 정치 세력들은 자신들의 이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스스로 ‘애국자’로 포장하며 ‘좌파가 장악한 나라를 올바른 길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확보하고 그것을 능숙하게 활용한다. 온라인에서 밈과 상징으로 통하는, 완결된 ‘극우 커뮤니케이션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그룸케 교수는 “민주주의는 제도가 갖춰졌다고 저절로 작동하는 게 아니다”라며 민주적 문화를 형성하고 유지하려는 시민사회의 적극적 노력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실패 이후 한국 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계엄 직후 수많은 시민이 국회 앞에 모인 것은 한국 사회에 민주주의를 방어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는 증거”라며 한국 민주주의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룸케 교수는 신 교수와 진행하는 극단주의 국제비교 공동연구의 일환으로 독일고등교육진흥원(DAAD)의 지원을 받아 방한 중이다. 그는 2004~2012년 독일 헌법수호청의 극단주의 전문위원으로 재직했고, 오랫동안 독일 정부와 유럽연합(EU)에 극단주의 대응 정책을 자문해왔다. 신 교수도 20여년 전 뉴라이트와 반공단체들이 창궐한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한국 사회에서 극우적 담론과 조직, 대중행동을 꾸준히 추적하면서, 학술 연구와 언론 등 다양한 경로로 그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독일 정치학자 토마스 그룸케 교수(왼쪽)와 신진욱 중앙대 교수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한국과 세계의 극우화 경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이와 관련해 두 학자는 90여분간 대담을 펼쳤다. 신 교수가 글로벌 극우화 현상에서 주목할 논점들을 정리해 제시하면, 그룸케 교수가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극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커졌지만, 그것이 왜 큰 위험인지, 우리 사회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어야 하는가?

“역사를 돌아보면 무엇을 잃을 수 있는지 알게 된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은 1933년에 우익 극단주의 나치에 전복됐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독재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직접 보았다.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자. 미국은 여전히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권위주의적 통치로 추락할 수 있다. 한국의 관점에서도, 극우의 (국가) 장악 시도에 맞설 회복력이 부족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세계사에서 극우의 역사를 보면 19세기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1세기에 서구 민주주의에서 극우가 ‘주류’의 일부가 되기까지의 과정도 길었다. 당신의 첫 저서는 1999년 박사 논문을 토대로 쓴 ‘미국의 극우’였다. 그 시기와 비교할 때 오늘날 극우가 가장 달라진 점은 뭔가?

“당시만 해도 미국의 극우는 큐클럭스클랜(KKK), 민병대, 스킨헤드 같은, 쉽게 식별 가능한 주변부 집단들이었다. 독일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결정적 변화의 계기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다. 그 영향력은 과소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 오늘날 극우는 비슷한 이념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소통하며, 글로벌한 사회운동이 됐다. 오늘날 극우는 상반된 두가지 속성을 동시에 지닌다. 이념 면에서는 매우 민족주의적이지만, 기술적 조건(인터넷) 덕분에 매우 국제적이기도 하다. 그들이 전적으로 합의하는 핵심적 이념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인종주의, 반이민 정서, 외국인 혐오 등이 대표적이다.”

―학문적으로 극단주의로 분류되는 집단들조차 자신을 애국자, 보수, 혹은 단순히 우파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동시에 ‘극우’, ‘극좌’ 같은 용어가 정치적·이념적 공격의 도구로 남용되기도 한다. 극단주의는 급진주의나 보수주의와 어떻게 구별되는가?

“용어의 중요성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현재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은 ‘보수’를 자칭하지만 그들은 결코 보수가 아니라 ‘반동’(reactionaries)이라고 불러야 정확하다. 독일의 첫 민주주의 체제였던 바이마르 공화국(1919~1933)은 매우 현대적인 헌법을 갖고 있었지만 히틀러의 나치에 전복됐다. 나치 패망 이후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당시 서독)의 헌법을 제정한 이들은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길 원했다. 그 핵심 목표의 하나가 ‘민주주의의 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헌법’을 만드는 일이었다. 이른바 ‘전투적 민주주의’(militant democracy)다.

우리의 헌법 체계에서는 누가 극단주의자인지 명확하다. 헌법의 스펙트럼 바깥에서 활동하는 이념과 집단이 극단주의다. 반면 ‘급진주의(자)’는 여전히 헌법의 틀 안에 있다. 급진적 개혁 구상은 가능하며 헌법과 충돌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의회 폐지, 선거 부정, 단일 권위자에 의한 통치 등 헌법의 근간을 훼손하려는 이념이나 정치 구상은 극단주의로 간주된다. 독일은 자기방어적 민주주의 기구로 ‘헌법수호청’(Verfassungsschutz)을 만들었다. 극단주의로 분류되는 모든 움직임을 감시하고, 해마다 보고서를 발간한다. 이것이 곧장 금지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공적 감시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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