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죽여주는’ 가을 전어·대하·꽃게에 ‘좋아 죽겄네’
박미향기자수정2025-10-16 08:00등록2025-10-16 08:00
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element.0:00충남 태안 가을 먹거리 여행어획량 늘어 반값 된 전어상처 난 대하는 30~50% 저렴알 꽉 찬 암꽃게로 만든 게장대표 향토음식 게국지도 별미광고지난해에 견줘 풍년인 전어. 노릇노릇 구운 가을 전어가 군침을 부른다. 박미향 기자“올해는 풍성해. 전어나 대하가 넉넉하지. 풍년이야.” 지난 8일 찾은 충남 태안 ‘백사장어촌계수산시장’에서 만난 이영지(82)씨가 한 말이다. 지난해 폭염으로 어획량이 줄어 천정부지로 뛴 전어 가격이 올해는 지난해에 견줘 대략 반값이다. 바다 온도가 지난해에 견줘 높지 않아 어획량이 늘었다. 이씨는 30년 넘게 이 지역에서 해산물 중매인으로 활동한 이다. 이날 수산시장은 전어나 대하(크기가 큰 새우), 꽃게를 택배 구매하거나 조리용으로 사는 여행객들로 들썩였다. ‘산더미’란 말이 실감 날 정도로 대하, 꽃게 등이 가게마다 수북했다. 흥진수산 맹미숙(52)씨가 소매를 잡아끌었다. “파지도 택배합니다.” 맹씨는 이씨의 딸이다. 이씨가 거들었다. “파지가 맛은 같아.” 맹씨가 말하는 ‘파지’는 잡을 때 주둥이가 부러지거나 수염 등이 잘린 대하다. 온전한 모양의 대하보다 30~50% 싸다. 맹씨가 갑자기 급해졌다. “금방 잡은 거야! 금방! 가장 좋아요!” 그가 수백마리 꽃게가 담긴 플라스틱 박스를 풀었다. 맹씨는 버둥거리는 집게를 집어 신선도를 자랑했다. 전어 바구니는 비어 있었다. 다른 가게도 비슷했다. 전어가 역시 인기다. 이씨는 “전어는 회로 먹어도 구워 먹어도 다 좋지”라고 말했다.가을은 전어의 계절이다. 한자로 전어는 ‘錢(돈 전), 魚(물고기 어)’다. 지폐나 동전 모양이 아닌데도 ‘돈 전’ 자가 들어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예부터 전어는 맛이 좋아 가격을 따지지 않고 사들인다고 했다. 명칭의 유래다. 가을은 대하 철이기도 하다. 대하 주산지는 서해안이고 전어 주산지는 서남해안이다. 자연에 순응하는 일상을 추구하는 이라면 제철 먹거리 여행에 나설 법하다. 가을은 태안이 안성맞춤이다. 전어와 대하, 꽃게 등 가을 3종 세트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 향토음식 게국지의 고향이기도 하다.광고광고알이 꽉 찬 간장게장은 밥도둑이다. ‘딴뚝통나무집식당’의 간장게장. 박미향 기자지난달 25일 점심 ‘딴뚝통나무집식당’. 간장게장과 양념게장, 간장에 절인 대하, 게국지를 맛보기 위해 찾은 이가 그득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노포에 부여하는 ‘백년가게’ 인증 팻말이 붙어 있는 식당이다. 1981년 문 열었다. 주인은 2대째 이곳을 운영하는 이정원(55)씨. 그는 알이 꽉 찬 암꽃게를 급랭해 게장을 담근다. 급랭하지 않은 생물로 간장게장을 담그면 살이 시커메지기만 해 맛이 없다고 했다. 간장게장 하나를 집어 들어 물자 찰지고 신선한 하얀 살이 새초롬하게 삐져나왔다. 짜지 않고 은은한 단맛이 일품이다. 늙은 호박을 이용해 단맛을 낸단다. 고추장이 아닌 고춧가루로 맛을 낸 양념게장은 텁텁하지 않다. 양념과 눈꽃처럼 흰 살이 잘 어우러진다. 이씨는 ‘딴뚝’은 마을 이름이라 이를 상호로 사용한 식당이 많다고 했다. “딴뚝이 붙었다고 다 우리 식당이 아니니, 참고하세요.” 요즘 이씨는 걱정이 하나 있다. 질 좋은 게를 확보하기가 예전보다 어려워졌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게장 맛을 알아버렸는지, 중국 위탁 중매인이 늘었어요. 상급을 경매로 사 바로 중국으로 보내는 거죠. 질 나쁜 꽃게가 역으로 중국에서 수입되는 상황입니다. 기후 위기로 바다 온도가 달라지면서 매년 잡히는 꽃게 양도 주는데 걱정이죠.” 서울을 방문한 중국인 여행객이 유독 간장게장 식당에 긴 줄을 서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태안 딴뚝통나무식당의 한상 차림. 박미향 기자태안 딴뚝통나무식당의 게국지. 박미향 기자간장게장은 한국에만 있는 우리 음식이다. 과거 서해안 주민들만 주로 먹은 간장게장이 전국권 별미로 이름나기 시작한 때는 2002년이다. 그해 태안 안면도에선 ‘2002 충남 꽃박람회’가 열렸다. 국제원예생산자협회가 공인한 국내 최초 꽃 행사였다. 목표 방문객 72만명을 훌쩍 넘은 164만명이 찾았다. 이들 대부분이 간장게장 전도사가 됐다.게장 맛을 즐긴 다음 찾을 곳은 전어회나 전어구이 집이다. 백사장해수욕장 앞에 있는 ‘털보선장횟집’은 수염이 수풀처럼 자란 조동근(60)씨가 주인이다. 부친의 배 ‘풍년호’를 아예 식당으로 개조했다. 지난 8일 만난 그는 “작년보다 올해 전어가 꾸준히 잡히고 풍성하다”고 했다. 지방이 많은 전어는 구울수록 고소한 향이 난다. “구우면 뼈가 약해져서 먹기 더 좋습니다. 10월 구운 전어 맛이 아주 좋죠.” 이날 이 식당에선 12마리 전어구이를 4만원에 판매했다. 이 집 게국지도 별미다. 옛날식이 아니다.광고충남 대표 향토음식 게국지는 통상 두가지 방식으로 조리한다. 하나는 겨울 동안 먹고 남은 칠게 게장을 갈아 김장김치와 함께 넣고 끓여내는 방식이다. 또 다른 하나가 주민 정완규(74)씨가 증언한 방식으로, 본래 이 지역 주민들은 배추 농사를 마치고 배추 겉잎을 씻어 소금에 절였다가 삭힌 뒤 건져 쪄 먹었다고 한다.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게국지는 짠맛을 뽐내며 지역민의 사랑을 받았다. 칠게보다 큰 꽃게가 들어가는 건 요즘 조리법이다. 정씨는 요즘 조리법을 두고 “술국처럼 변했다”고 안타까워했다.태안 안면도수협위판장 풍경. 박미향 기자태안에 있는 식당 '생생왕꽃게'의 게국지. 박미향 기자태안에서 맛 볼 수 있는 꽃게 튀김. 박미향 기자‘털보선장횟집’ 게국지엔 새우가 들어간다. “자연산 새우나 양식 흰다리새우를 씁니다.” 꽃게를 나무 상자에 쪄내는 메뉴가 있는 식당 ‘생생왕꽃게’ 게국지엔 전복이 들어간다. 꽃게를 통째로 튀겨낸 튀김도 관광지 식당 여러곳에서 판다. 백사장해수욕장에 있는 ‘대한횟집’이 유명하다. 튀긴 꽃게 맛은 바삭하면서 짭조름하다.전어나 대하를 잘 알고 먹으면 더 맛나다. 대하는 꼬리 끝에 파란색이 돌고 등이 구부러진 정도가 심할수록 상급이다. 대하는 양식이 없다. 양식 대하로 알려진 건 주로 흰다리새우다. 경매가가 1마리에 10만원 하는 대하도 있다. 크기가 일반 대하의 두배다. 새끼를 낳지 않고 큰 새우다. 전어는 비늘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게 상품이다.대하는 꼬리 끝에 파란색이 돌고 등이 구부러진 정도가 심할수록 상급이다. 박미향 기자태안 안면도수협위판장에서 파는 대하. 제철 맞은 대하가 인기다. 박미향 기자태안 안면도수협위판장 풍경. 박미향 기자태안 안면도수협위판장 풍경. 박미향 기자태안에는 크고 작은 수산시장이 여럿 있다. 신진도어촌계수산물직판매장, 모항항수산물직판장, 몽산포어촌계수산물판매장, 백사장어촌계수산시장, 안면도수산시장, 안면도수협위판장 등이다. 대부분 택배 배송을 한다. 지난 8일 방문한 안면도수협위판장도 전어, 대하 등을 구입하려는 이들로 북적거렸다. 상해수산, 홍일수산, 상록수산, 수미수산, 해운수산 등 대략 10곳이 있다. 대하 1㎏에 1만~3만원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었다. 상해수산 꽃게 상자 앞에 적힌 글이 웃음을 자아냈다. ‘금방 가신 꽃게’라 적혀 있다. 그만큼 신선하다는 얘기다. 지역민들은 ‘맛있다’는 표현을 ‘좋아 죽겄네’ ‘끝내주네’ ‘죽여주네’ 등으로 표현한다. 가을은 ‘죽여주는’ 태안 제철 먹거리가 손짓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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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가을 먹거리 여행
어획량 늘어 반값 된 전어
상처 난 대하는 30~50% 저렴
알 꽉 찬 암꽃게로 만든 게장
대표 향토음식 게국지도 별미
지난해에 견줘 풍년인 전어. 노릇노릇 구운 가을 전어가 군침을 부른다. 박미향 기자
“올해는 풍성해. 전어나 대하가 넉넉하지. 풍년이야.” 지난 8일 찾은 충남 태안 ‘백사장어촌계수산시장’에서 만난 이영지(82)씨가 한 말이다. 지난해 폭염으로 어획량이 줄어 천정부지로 뛴 전어 가격이 올해는 지난해에 견줘 대략 반값이다. 바다 온도가 지난해에 견줘 높지 않아 어획량이 늘었다. 이씨는 30년 넘게 이 지역에서 해산물 중매인으로 활동한 이다. 이날 수산시장은 전어나 대하(크기가 큰 새우), 꽃게를 택배 구매하거나 조리용으로 사는 여행객들로 들썩였다. ‘산더미’란 말이 실감 날 정도로 대하, 꽃게 등이 가게마다 수북했다. 흥진수산 맹미숙(52)씨가 소매를 잡아끌었다. “파지도 택배합니다.” 맹씨는 이씨의 딸이다. 이씨가 거들었다. “파지가 맛은 같아.” 맹씨가 말하는 ‘파지’는 잡을 때 주둥이가 부러지거나 수염 등이 잘린 대하다. 온전한 모양의 대하보다 30~50% 싸다. 맹씨가 갑자기 급해졌다. “금방 잡은 거야! 금방! 가장 좋아요!” 그가 수백마리 꽃게가 담긴 플라스틱 박스를 풀었다. 맹씨는 버둥거리는 집게를 집어 신선도를 자랑했다. 전어 바구니는 비어 있었다. 다른 가게도 비슷했다. 전어가 역시 인기다. 이씨는 “전어는 회로 먹어도 구워 먹어도 다 좋지”라고 말했다.
가을은 전어의 계절이다. 한자로 전어는 ‘錢(돈 전), 魚(물고기 어)’다. 지폐나 동전 모양이 아닌데도 ‘돈 전’ 자가 들어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예부터 전어는 맛이 좋아 가격을 따지지 않고 사들인다고 했다. 명칭의 유래다. 가을은 대하 철이기도 하다. 대하 주산지는 서해안이고 전어 주산지는 서남해안이다. 자연에 순응하는 일상을 추구하는 이라면 제철 먹거리 여행에 나설 법하다. 가을은 태안이 안성맞춤이다. 전어와 대하, 꽃게 등 가을 3종 세트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 향토음식 게국지의 고향이기도 하다.
알이 꽉 찬 간장게장은 밥도둑이다. ‘딴뚝통나무집식당’의 간장게장. 박미향 기자
지난달 25일 점심 ‘딴뚝통나무집식당’. 간장게장과 양념게장, 간장에 절인 대하, 게국지를 맛보기 위해 찾은 이가 그득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노포에 부여하는 ‘백년가게’ 인증 팻말이 붙어 있는 식당이다. 1981년 문 열었다. 주인은 2대째 이곳을 운영하는 이정원(55)씨. 그는 알이 꽉 찬 암꽃게를 급랭해 게장을 담근다. 급랭하지 않은 생물로 간장게장을 담그면 살이 시커메지기만 해 맛이 없다고 했다. 간장게장 하나를 집어 들어 물자 찰지고 신선한 하얀 살이 새초롬하게 삐져나왔다. 짜지 않고 은은한 단맛이 일품이다. 늙은 호박을 이용해 단맛을 낸단다. 고추장이 아닌 고춧가루로 맛을 낸 양념게장은 텁텁하지 않다. 양념과 눈꽃처럼 흰 살이 잘 어우러진다. 이씨는 ‘딴뚝’은 마을 이름이라 이를 상호로 사용한 식당이 많다고 했다. “딴뚝이 붙었다고 다 우리 식당이 아니니, 참고하세요.” 요즘 이씨는 걱정이 하나 있다. 질 좋은 게를 확보하기가 예전보다 어려워졌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게장 맛을 알아버렸는지, 중국 위탁 중매인이 늘었어요. 상급을 경매로 사 바로 중국으로 보내는 거죠. 질 나쁜 꽃게가 역으로 중국에서 수입되는 상황입니다. 기후 위기로 바다 온도가 달라지면서 매년 잡히는 꽃게 양도 주는데 걱정이죠.” 서울을 방문한 중국인 여행객이 유독 간장게장 식당에 긴 줄을 서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태안 딴뚝통나무식당의 한상 차림. 박미향 기자
태안 딴뚝통나무식당의 게국지. 박미향 기자
간장게장은 한국에만 있는 우리 음식이다. 과거 서해안 주민들만 주로 먹은 간장게장이 전국권 별미로 이름나기 시작한 때는 2002년이다. 그해 태안 안면도에선 ‘2002 충남 꽃박람회’가 열렸다. 국제원예생산자협회가 공인한 국내 최초 꽃 행사였다. 목표 방문객 72만명을 훌쩍 넘은 164만명이 찾았다. 이들 대부분이 간장게장 전도사가 됐다.
게장 맛을 즐긴 다음 찾을 곳은 전어회나 전어구이 집이다. 백사장해수욕장 앞에 있는 ‘털보선장횟집’은 수염이 수풀처럼 자란 조동근(60)씨가 주인이다. 부친의 배 ‘풍년호’를 아예 식당으로 개조했다. 지난 8일 만난 그는 “작년보다 올해 전어가 꾸준히 잡히고 풍성하다”고 했다. 지방이 많은 전어는 구울수록 고소한 향이 난다. “구우면 뼈가 약해져서 먹기 더 좋습니다. 10월 구운 전어 맛이 아주 좋죠.” 이날 이 식당에선 12마리 전어구이를 4만원에 판매했다. 이 집 게국지도 별미다. 옛날식이 아니다.
충남 대표 향토음식 게국지는 통상 두가지 방식으로 조리한다. 하나는 겨울 동안 먹고 남은 칠게 게장을 갈아 김장김치와 함께 넣고 끓여내는 방식이다. 또 다른 하나가 주민 정완규(74)씨가 증언한 방식으로, 본래 이 지역 주민들은 배추 농사를 마치고 배추 겉잎을 씻어 소금에 절였다가 삭힌 뒤 건져 쪄 먹었다고 한다.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게국지는 짠맛을 뽐내며 지역민의 사랑을 받았다. 칠게보다 큰 꽃게가 들어가는 건 요즘 조리법이다. 정씨는 요즘 조리법을 두고 “술국처럼 변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태안 안면도수협위판장 풍경.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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