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의 손은 매 경기 아프다. 본인도 배구 선수 출신이지만, 현역 선수가 작정하고 작렬하는 하이파이브를 맞는다는 건 쉽지 않다. 선수들의 진심 어린 하이파이브를 받는 강성형 감독의 표정에서 그의 고통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하이파이브는 현대건설의 ‘청신호’다. 경기가 잘 풀리고 있다는 뜻이고, 선수와 감독과의 격의 없는 ‘케미’가 남다르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의 미들블로커 이다현도 감독과의 관계가 상승세의 원동력이라고 전했다. 강성형 감독보다 31살이나 어린 이다현이지만, 강 감독의 손바닥을 저리게 하는 공범 중 한 명이다. 붙임성 넘치는 이다현의 성격과 강성형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맞물려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다현은 “감독님이 권위적으로 선수들의 의견을 자르면 우리가 말을 못 할 텐데, 의견을 많이 물어보신다. 나이도 상관없다. 친구 같으면서도 아빠 같은 감독님이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현대건설은 고공행진 중이다. 14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4 V-리그 4라운드 정관장전에서 세트 스코어 3-0(25-21, 25-21, 25-17) 셧아웃 승리를 거둔 현대건설은 5연승 행진과 함께 승점 55점(18승 5패)을 기록, 2위 흥국생명(승점 50)과 격차를 벌렸다. 3,831명 만원 관중 앞에서 홈 8연승 행진을 달렸다. 신바람 연승의 원동력은 감독의 리더십 및 선수들과의 케미였다. 하지만 경기를 뛰고 직접 승리를 따내는 것은 선수들이다. 선수들 ‘간의’ 호흡도 빼놓을 수 없다. 이다현은 “정관장의 기세가 좋다 보니까 선수들끼리도 초반부터 기세에 밀리지 말자고, 우리 플레이 하자고 다짐했다. 지아와 이소영, 메가의 공격 패턴을 (양)효진 언니와 신경 쓰고 복기하면서 블로킹 전략을 짰다. 상대 공격수별로 수비수와 콤비로 미리 위치를 조정했다”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이런 준비들을 선수들끼리 대화를 통해 준비했다는 점이다. 현대건설은 신구조화가 뚜렷한 팀이다. 황연주, 양효진 등 베테랑 선수들도 있는 반면, 이다현과 정지윤 등 젊은 선수들도 포진돼 있다. 하지만 이들의 소통에 나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다현은 “경기에서 뛰는 선수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어린 선수들인데, 언니들이 친구처럼 수평적 관계에서 의견을 낼 수 있게 물어봐 주신다. 이런 시스템이 우리 상승세의 원동력이고, 이런 팀의 일원이라는 게 행운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다현은 지금의 팀 분위기가 입단 후 최고로 좋다고 말했다. 이다현은 “처음 현대건설에 들어왔을 때도 분위기가 좋긴 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좋아지는 분위기다. 예전에는 듣기만 하고 언니들이 시키는 부분만 하기 바빴는데, 서로 소통하고 언니들도 경청하시면서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현대건설은 올 시즌 꼭 ‘우승’ 타이틀을 얻고자 한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9~20시즌과 2021~22시즌 압도적인 페이스로 정규시즌 1위를 질주하고 있었으나, 두 시즌 모두 코로나19 영향으로 리그가 조기 종료되면서 순위표가 그대로 멈췄다. 현대건설은 정식 ‘우승팀’ 대신 ‘정규리그 1위’ 타이틀을 얻는 데 그쳤다. 올해는 반드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다현은 “사실 그것 때문에 지난 시즌엔 연승이 끊기면 불안했다. 순위가 떨어지고 연승이 끊어지면 불안했다”라면서도 “그래서인지 지금은 1위를 하고 있어도 감흥이 없고 지금 순위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느껴진다”라며 여유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순위표에 쫓기면 마음도 쫓긴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지금으로선 이 좋은 경기력을 봄배구에서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유지하고 노력하려고 한다”라며 좋은 페이스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수원=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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