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열리는 역사상 첫 메이저리그(MLB) 경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런 가운데 또 한 명 독특한 경험을 하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트레이드되자마자 한국행 비행기를 홀로 탄 딜런 시즈(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다.시즈는 지난 14일(한국시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됐다. 지난 2022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던 그는 화이트삭스 에이스였지만, 팀이 리빌딩 절차에 들어가면서 트레이드 매물이 됐다.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트레드 시장에서 이름이 오르내렸고 결국 샌디에이고가 영입 쟁탈전의 최종 승자가 됐다. 대가는 투수 드류 소프를 중심으로 하이로 이리아르테, 사무엘 자발라 등 유망주들과 MLB 불펜 투수 스티븐 윌슨이다.선발진이 크게 약해진 샌디에이고에는 천군만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시즌 종료 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블레이크 스넬을 필두로 선발진 다수가 자유계약선수(FA)가 돼 팀을 떠났다. 구단주가 돌연 세상을 떠나면서 새 선발 투수를 영입하는 데 어려움도 겪었다.이런 가운데 영입된 시즈는 팀 1선발을 기대할 수 있는 에이스다. 지난해 7승 9패 평균자책점 4.58로 부진하긴 했으나 33경기에 등판할 정도로 건강했고, 탈삼진도 214개로 좋을 때 못지 않다. 겨울 내내 LA 다저스, 뉴욕 양키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등 우승 후보들이 시즈 영입을 노린 이유다.다만 샌디에이고로 영입되면서 시즌 준비에 큰 변화가 생겼다. 다른 28개 구단들과 달리 샌디에이고는 다저스와 함께 오는 20일 개막전을 일찍 맞이한다. MLB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원정 개막 시리즈를 개최하기 때문이다.물론 시즈가 갑자기 개막 2연전을 맡진 않는다. 샌디에이고는 이미 일찌감치 다저스전 선발 투수로 원투 펀치인 다르빗슈 유와 조 머스그로브를 내정했다.팀에 뒤늦게 합류한 시즈는 미국에서 기다릴 수도 있었지만, 샌디에이고는 그의 서울 합류를 결정했다. 한 발 더 나가 18일 LG 트윈스와 친선 경기에 선발로도 나선다. 한국까지 오는 길에 우여곡절도 많았다. MLB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은 17일 시즈의 한국행 일화를 소개했다. 시즈가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을 당시, 샌디에이고 캠프와 화이트삭스 캠프의 거리는 차로 불과 30분 거리였다. 하지만 당시 샌디에이고 선수단은 경기를 마치지마자 곧바로 전세기를 타고 서울로 향했고, 떠날 준비가 안 된 시즈는 그에 합류할 수 없었다.추가로 항공편을 구했지만 시간이 많진 않았다. MLB닷컴은 시즈가 24시간 안에 떠날 준비를 마쳐야 했다고 전했다. 기존 화이트삭스 숙소에서 자기 짐을 정리해야 했고, 한국 방문을 위해 사무국 연락 및 비자도 받아야 했다.더 결정적인 문제도 있었다. 출국을 예상할 수 없었던 지라 시즈가 여권을 찾지 못한 거다. 시즈는 출국 전날 밤까지도 여권을 찾지 못했는데, 다행히 애리조나 화이트삭스 숙소에서 여권을 찾으며 간신히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샌디에이고 선수단 매니저로 시즈의 한국행을 도맡은 T.J. 라시타는 MLB닷컴과 인터뷰를 통해 "그가 오늘 경기장에 무사히 도착한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24시간 동안 그와 함께 전쟁을 치른 느낌"이라고 뿌듯함을 드러냈다.샌디에이고 선수단도 새로운 에이스의 합류를 반겼다.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새로 트레이드됐는데, 새 팀을 서울에서 만난다. 이는 꽤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그와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꽤 흥분한 것 같다. 머스그로브와 나란히 빵을 먹고 있더라. 벌써 친해진 모양"이라고 소개했다.벤치 리더 매니 마차도도 머스그로브의 합류를 환영했다. 마차도는 "트레이드된 후 '내일 너 한국으로 와야 해'라고 듣는다면 정말 힘들텐데, 시즈는 그 어려운 걸 해냈다"며 '새 팀에 대해 알아가기 좋은 상황이다. 그는 그동안 우리와 함께 해보지 못했다. 시즌이 시작할 때까지 친해질 계기가 생겼다"고 반겼다.한편 시즈의 합류로 샌디에이고도 다시 한 번 '짝수 해 가을'을 노릴 동력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후안 소토를 뉴욕 양키스에 내줬지만, 시즈와 마이클 킹을 더한 선발진으로 보다 안정적인 시즌 운용이 가능해졌다. 겨우내 화끈한 전력 보강을 마친 다저스의 존재가 위협적이지만, 2020년과 2022년처럼 와일드카드로 가을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잠재력은 충분하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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