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이들의 이름을 눕혔다 [신영전 칼럼]
수정2025-07-07 07:00등록2025-07-07 07:00
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element.02023년 10월7일 이후 올해 3월23일까지 가자지구에서 숨진 5살 이하 어린이만 4986명. 지면의 한계 탓에 그들의 이름조차 제대로 새겨볼 수가 없다.신영전 | 한양대 의대 교수·어린이 평화와 건강연구소 소장‘지난해 10월 북한은 평양 상공에서 전단지를 뿌린 무인기가 남한에서 보낸 것이라며 “군사적 수단의 침범 행위가 또다시 발견, 확정될 때에는 선전포고로 간주될 것이며 즉시적인 보복공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마터면 남북 간 군사적 충돌로 비화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니 어느 나라 대통령이고 장관이었는지 말문이 막힌다.’(2025년 7월3일치 한겨레 사설)광고그들의 불장난이 남북 간 미사일 발사로 이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끔찍한 비극이 상상이 안 된다면, 지금 이 시간에도 그 비극이 끝없이 반복되는 곳을 보면 된다. 지난 6월, 기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동료 11명과 함께 마들린호로 영유아용 분유와 식품, 의료품 등 구호물자를 싣고 출항했지만, 이스라엘군에 나포 구금되어 끝내 도착하지 못한 가자지구가 바로 그곳이다.가자지구 보건부가 배포한 1516쪽의 서류에는 2023년 10월7일 이후 올해 3월23일까지 사망이 ‘확인된’ 총 5만20명의 명단이 들어 있다. 명단을 엑셀 프로그램으로 전환한 뒤 연령별로 정렬했다. 사망자가 너무 많아 5살 이하 어린이들의 이름만 정리해도 4986명. 아이들의 이름을 한 화면에 보이게 하고 싶었다. 글자 크기를 가장 작게 만든 뒤, 1열에 200명씩 끌어안아 ‘나란히 눕히듯’ 정렬했다. 죽은 아이들의 이름을 200명씩 복사해서 옮기는 데 걸리는 시간이 2~3초. 고작 그 시간밖에 안 되는 것이 미안해 한번 옮길 때마다 잠시 동작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하지만 내일 아침이면, 여기에 추가할 아이들의 이름이 또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리고 이 전쟁의 광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그 아이들의 이름 뒤에 우리 아이들의 이름도 새겨질 것이다.광고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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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7일 이후 올해 3월23일까지 가자지구에서 숨진 5살 이하 어린이만 4986명. 지면의 한계 탓에 그들의 이름조차 제대로 새겨볼 수가 없다.
신영전 | 한양대 의대 교수·어린이 평화와 건강연구소 소장
‘지난해 10월 북한은 평양 상공에서 전단지를 뿌린 무인기가 남한에서 보낸 것이라며 “군사적 수단의 침범 행위가 또다시 발견, 확정될 때에는 선전포고로 간주될 것이며 즉시적인 보복공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마터면 남북 간 군사적 충돌로 비화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니 어느 나라 대통령이고 장관이었는지 말문이 막힌다.’(2025년 7월3일치 한겨레 사설)
그들의 불장난이 남북 간 미사일 발사로 이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끔찍한 비극이 상상이 안 된다면, 지금 이 시간에도 그 비극이 끝없이 반복되는 곳을 보면 된다. 지난 6월, 기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동료 11명과 함께 마들린호로 영유아용 분유와 식품, 의료품 등 구호물자를 싣고 출항했지만, 이스라엘군에 나포 구금되어 끝내 도착하지 못한 가자지구가 바로 그곳이다.
가자지구 보건부가 배포한 1516쪽의 서류에는 2023년 10월7일 이후 올해 3월23일까지 사망이 ‘확인된’ 총 5만20명의 명단이 들어 있다. 명단을 엑셀 프로그램으로 전환한 뒤 연령별로 정렬했다. 사망자가 너무 많아 5살 이하 어린이들의 이름만 정리해도 4986명. 아이들의 이름을 한 화면에 보이게 하고 싶었다. 글자 크기를 가장 작게 만든 뒤, 1열에 200명씩 끌어안아 ‘나란히 눕히듯’ 정렬했다. 죽은 아이들의 이름을 200명씩 복사해서 옮기는 데 걸리는 시간이 2~3초. 고작 그 시간밖에 안 되는 것이 미안해 한번 옮길 때마다 잠시 동작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하지만 내일 아침이면, 여기에 추가할 아이들의 이름이 또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리고 이 전쟁의 광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그 아이들의 이름 뒤에 우리 아이들의 이름도 새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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