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껏 바꿔보지만”…해마다 널뛰는 작물 가격에 농민도 시름
조해영기자수정2025-08-04 05:00등록2025-08-04 05:00
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element.0:00폭염이 계속된 7월8일 경북 고령군 다산면 한 밭에서 농민이 잡초 뽑는 작업을 하다 땀을 닦아내고 있다. 연합뉴스“작년에는 더워서 감 농사가 잘 안됐죠. 너무 빨리 자라고 병들고… 예전에 양파도 좀 하다가 값이 너무 안 나와서 마늘로 바꿨어요. 그런데 지구온난화다 뭐다 해서 충청도에서도 마늘(남부지방에서 주로 심었던 난지형)을 많이 심으니 점점 제 값을 못 받게 될 것 같아 또 걱정입니다.”경남 창녕군에서 농사를 짓는 윤여암(68)씨가 혼란스러운 날씨에 적응해 보려 해마다 바꿔 온 작물의 목록을 읊었다. 예측 불가 폭염과 폭우 탓에 작황은 매년 불확실했고, 이는 작물 가격의 급등 또는 폭락으로 이어졌다. 농사가 곡예에 가까워진 셈이다. 윤씨는 “나이가 있어 더운 것도 힘들어 이주노동자나 이웃들 도움 받아 농사 짓는데, 눈치껏 작물을 바꾸는 것까지 쉽지 않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불러오는 변동성’을 상수로 두고, 이에 농민들이 미리 적응할 수 있는 농산물 수급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가격이 폭등할 때 쌓아둔 물량(비축분)을 풀거나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폭락할 때 정부가 수매하는 식의 사후 대응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의미다.광고임정빈 서울대 교수(농경제사회학)는 “수급이나 가격 예측이 잘 이뤄져야 농민들이 합리적으로 재배 면적이나 출하 시기를 결정할 수 있는데, 지금은 통계가 부정확하고 기관마다 다를 때도 잦다. 통계와 분석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촌진흥청 등이 기후위기에 대응해 재배 적지 지도나 기후 조기 경보 등을 제공하지만, 파종 전 농민들이 재배 면적, 품종을 결정하는 데 참조할 만큼 구체적이지는 않다.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장도 “농산물 가운데 농촌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물가 영향이 큰 품목을 추려서, 이들만이라도 재배 면적을 적정하게 관리한다면 물가 변동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사전 장치를 잘 갖추면 물량 매입 등 사후 대응에 따른 정부의 부담도 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극한 기후에도 적합한 품종과 재배 방법에 대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뒤따른다.광고광고농민의 건강 상태 또한 비상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2018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낸 ‘농촌현장 폭염피해 현황과 대응방안’ 보고서를 보면, 폭염으로 온열질환과 수면장애를 겪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85.9%에 달했다. 하지만 정작 보건소나 병원을 방문했다는 응답자 비율은 16.5%에 그쳤다. 고령층인 소규모 자영농과 이주민이 농민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일터의 산업 안전 규정이 제대로 적용되지 못한 단면이다.소비에 있어, 널뛰는 농산물 가격에 적응할 수 없는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먹거리 불평등’을 막아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진다. 장 소장은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 다 똑같지 않다. 식비 지출 비중이 커 물가 상승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사회적 약자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농식품바우처 사업을 확대하는 것 등이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국산 채소나 과일을 살 수 있도록 비용(4인 가구 기준 월 10만원)을 지원하는 농식품 바우처는 올해부터 전국에서 확대 시행 됐다. 다만 생계급여 수급 가구, 그 가운데서도 임산부·영유아·아동이 있는 가구만 대상으로 삼아 지원 대상은 여전히 좁다.조해영 기자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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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계속된 7월8일 경북 고령군 다산면 한 밭에서 농민이 잡초 뽑는 작업을 하다 땀을 닦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에는 더워서 감 농사가 잘 안됐죠. 너무 빨리 자라고 병들고… 예전에 양파도 좀 하다가 값이 너무 안 나와서 마늘로 바꿨어요. 그런데 지구온난화다 뭐다 해서 충청도에서도 마늘(남부지방에서 주로 심었던 난지형)을 많이 심으니 점점 제 값을 못 받게 될 것 같아 또 걱정입니다.”
경남 창녕군에서 농사를 짓는 윤여암(68)씨가 혼란스러운 날씨에 적응해 보려 해마다 바꿔 온 작물의 목록을 읊었다. 예측 불가 폭염과 폭우 탓에 작황은 매년 불확실했고, 이는 작물 가격의 급등 또는 폭락으로 이어졌다. 농사가 곡예에 가까워진 셈이다. 윤씨는 “나이가 있어 더운 것도 힘들어 이주노동자나 이웃들 도움 받아 농사 짓는데, 눈치껏 작물을 바꾸는 것까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불러오는 변동성’을 상수로 두고, 이에 농민들이 미리 적응할 수 있는 농산물 수급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가격이 폭등할 때 쌓아둔 물량(비축분)을 풀거나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폭락할 때 정부가 수매하는 식의 사후 대응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의미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농경제사회학)는 “수급이나 가격 예측이 잘 이뤄져야 농민들이 합리적으로 재배 면적이나 출하 시기를 결정할 수 있는데, 지금은 통계가 부정확하고 기관마다 다를 때도 잦다. 통계와 분석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촌진흥청 등이 기후위기에 대응해 재배 적지 지도나 기후 조기 경보 등을 제공하지만, 파종 전 농민들이 재배 면적, 품종을 결정하는 데 참조할 만큼 구체적이지는 않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장도 “농산물 가운데 농촌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물가 영향이 큰 품목을 추려서, 이들만이라도 재배 면적을 적정하게 관리한다면 물가 변동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사전 장치를 잘 갖추면 물량 매입 등 사후 대응에 따른 정부의 부담도 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극한 기후에도 적합한 품종과 재배 방법에 대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뒤따른다.
농민의 건강 상태 또한 비상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2018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낸 ‘농촌현장 폭염피해 현황과 대응방안’ 보고서를 보면, 폭염으로 온열질환과 수면장애를 겪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85.9%에 달했다. 하지만 정작 보건소나 병원을 방문했다는 응답자 비율은 16.5%에 그쳤다. 고령층인 소규모 자영농과 이주민이 농민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일터의 산업 안전 규정이 제대로 적용되지 못한 단면이다.
소비에 있어, 널뛰는 농산물 가격에 적응할 수 없는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먹거리 불평등’을 막아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진다. 장 소장은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 다 똑같지 않다. 식비 지출 비중이 커 물가 상승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사회적 약자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농식품바우처 사업을 확대하는 것 등이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국산 채소나 과일을 살 수 있도록 비용(4인 가구 기준 월 10만원)을 지원하는 농식품 바우처는 올해부터 전국에서 확대 시행 됐다. 다만 생계급여 수급 가구, 그 가운데서도 임산부·영유아·아동이 있는 가구만 대상으로 삼아 지원 대상은 여전히 좁다.
조해영 기자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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