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공부해 합격했는데 실업자?…회계사 수습 ‘확 좁아진 바늘구멍’
장종우기자수정2025-09-16 21:11등록2025-09-16 20:49
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element.0:00클립아트코리아강인준(26)씨는 지난한 수험생활 끝에 지난 3일 공인회계사 시험에 최종 합격하고도 마냥 웃지 못했다. 시험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통상 7~9월 이뤄지는 주요 회계법인 수습 회계사 채용에 번번이 낙방한 탓이다. 회계사는 시험에 합격해도 회계 법인 등에서 2년간 실무 수습을 받아야 정식 자격이 주어진다. 지난 10일 치른 삼일회계법인 최종면접이 강씨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이다. 강씨는 “군 복무하며 공부를 병행한 시간까지 더하면 4년을 투자했다. 합격의 기쁨보다 실업자가 될 것 같은 상황에 불안이 더 크다”고 하소연했다.회계사 수습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남게 되는 ‘미지정 회계사’ 문제로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들의 고민이 깊다. 시험 합격이 회계사 생활의 시작을 의미했던 시절은 옛말, 여느 취직처럼 곧장 치열한 수습 입사 경쟁이 이어지는 것이다.회계 법인들 설명을 16일 들어보면, 합격자 대부분을 채용하는 삼일·한영·삼정·안진 등 이른바 ‘빅4’ 회계 법인의 올해 예상 채용 인원은 약 700명이다. 올해 시험 합격자가 1200명이고 소규모 법인이 100명가량 채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약 400명이 미지정 회계사로 남을 전망이다. 지난해 발생한 미지정 회계사 200여명 중 상당수도 올해 재차 수습 채용에 뛰어들어 이들과 경쟁한다.광고공인회계사 시험은 3년 전까지만 해도 취업난에 지친 청년들 사이에 도전할 만한 기회로 여겨졌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2018년 11월 ‘신외부감사법’(신외감법)이 도입돼 회계 인력 수요가 급증했다. 2022년만 해도 빅4 채용 인원은 1275명으로 같은 해 합격자 1237명을 웃돌았다.분위기는 2023년 무렵 반전했다. 윤석열 정부가 기업들 요구에 따라 신외감법을 완화한 것이 첫 충격이었다고 한다. 제도 완화로 감사 투입 시간을 법률로 정하는 ‘표준 감사 시간제’를 무력화했는데, 이는 감사 업무를 맡는 회계사 수요 감소로 귀결됐다. 경기 침체도 이를 부추겼다. 대규모 회계 인력이 필요한 인수합병 등 큰 일거리가 줄어든 탓이다.광고광고업계가 얼어붙자 기존 회계사들의 이직 기피 현상이 도드라지면서 신규 채용문을 좁혔다. 회계 법인에서 경력을 쌓고 일반 기업 등으로 이직한 이들의 빈자리를 다시 수습 회계사가 채우는 순환 구조가 막힌 것이다. 한 대형 회계 법인 임원은 “매년 20% 수준이었던 이직률이 최근 5%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전망도 밝지는 않다. 인공지능이 조만간 수습 회계사 업무 정도는 대체하리라는 평가가 많다. 4년차 회계사 이아무개(34)씨는 “저연차 때는 대부분 자료를 수기로 검토하는 일을 하는데,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광고수습 회계사 채용 문턱이 높아지자 합격자들 사이에서는 ‘채용 공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특히 자격증에 바탕을 둔 전문 영역인 회계사 채용 과정까지 ‘학벌’이 영향을 미칠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올해 시험에 합격한 권아무개(26)씨는 “채용 설명회 강사를 맡아 학교에 방문한 대형 회계 법인 선배가 ‘우리 학교는 6명만 뽑는다’고 귀띔했다”며 “자격증이 있는데도 학벌을 따지는 게 맞느냐”고 호소했다.장종우 기자whddn387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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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준(26)씨는 지난한 수험생활 끝에 지난 3일 공인회계사 시험에 최종 합격하고도 마냥 웃지 못했다. 시험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통상 7~9월 이뤄지는 주요 회계법인 수습 회계사 채용에 번번이 낙방한 탓이다. 회계사는 시험에 합격해도 회계 법인 등에서 2년간 실무 수습을 받아야 정식 자격이 주어진다. 지난 10일 치른 삼일회계법인 최종면접이 강씨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이다. 강씨는 “군 복무하며 공부를 병행한 시간까지 더하면 4년을 투자했다. 합격의 기쁨보다 실업자가 될 것 같은 상황에 불안이 더 크다”고 하소연했다.
회계사 수습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남게 되는 ‘미지정 회계사’ 문제로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들의 고민이 깊다. 시험 합격이 회계사 생활의 시작을 의미했던 시절은 옛말, 여느 취직처럼 곧장 치열한 수습 입사 경쟁이 이어지는 것이다.
회계 법인들 설명을 16일 들어보면, 합격자 대부분을 채용하는 삼일·한영·삼정·안진 등 이른바 ‘빅4’ 회계 법인의 올해 예상 채용 인원은 약 700명이다. 올해 시험 합격자가 1200명이고 소규모 법인이 100명가량 채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약 400명이 미지정 회계사로 남을 전망이다. 지난해 발생한 미지정 회계사 200여명 중 상당수도 올해 재차 수습 채용에 뛰어들어 이들과 경쟁한다.
공인회계사 시험은 3년 전까지만 해도 취업난에 지친 청년들 사이에 도전할 만한 기회로 여겨졌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2018년 11월 ‘신외부감사법’(신외감법)이 도입돼 회계 인력 수요가 급증했다. 2022년만 해도 빅4 채용 인원은 1275명으로 같은 해 합격자 1237명을 웃돌았다.
분위기는 2023년 무렵 반전했다. 윤석열 정부가 기업들 요구에 따라 신외감법을 완화한 것이 첫 충격이었다고 한다. 제도 완화로 감사 투입 시간을 법률로 정하는 ‘표준 감사 시간제’를 무력화했는데, 이는 감사 업무를 맡는 회계사 수요 감소로 귀결됐다. 경기 침체도 이를 부추겼다. 대규모 회계 인력이 필요한 인수합병 등 큰 일거리가 줄어든 탓이다.
업계가 얼어붙자 기존 회계사들의 이직 기피 현상이 도드라지면서 신규 채용문을 좁혔다. 회계 법인에서 경력을 쌓고 일반 기업 등으로 이직한 이들의 빈자리를 다시 수습 회계사가 채우는 순환 구조가 막힌 것이다. 한 대형 회계 법인 임원은 “매년 20% 수준이었던 이직률이 최근 5%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전망도 밝지는 않다. 인공지능이 조만간 수습 회계사 업무 정도는 대체하리라는 평가가 많다. 4년차 회계사 이아무개(34)씨는 “저연차 때는 대부분 자료를 수기로 검토하는 일을 하는데,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습 회계사 채용 문턱이 높아지자 합격자들 사이에서는 ‘채용 공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특히 자격증에 바탕을 둔 전문 영역인 회계사 채용 과정까지 ‘학벌’이 영향을 미칠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올해 시험에 합격한 권아무개(26)씨는 “채용 설명회 강사를 맡아 학교에 방문한 대형 회계 법인 선배가 ‘우리 학교는 6명만 뽑는다’고 귀띔했다”며 “자격증이 있는데도 학벌을 따지는 게 맞느냐”고 호소했다.
장종우 기자whddn387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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