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대림동 아이들 겨눈 ‘혐오의 화살’ [한겨레 프리즘]
이유진기자수정2025-09-22 08:00등록2025-09-22 08:00
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element.0:00유튜버 ‘리버튜브’를 비롯한 보수 성향 시민들이 지난 7월11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역 인근에서 중국 출신 이주민 추방, 윤석열 대통령 복권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이유진 | 오픈데스크팀장광고“우리 학생들은 자신이 부정당하는 비난과 혐오가 담긴 표현을 매일 보고 들으며 등교하고 있습니다.”지난 18일 한미라 서울남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일부다. 서울남부교육지원청은 명동에서 열리던 ‘반중 집회’가 옮겨 간 대림동이 있는 영등포구와 구로구, 금천구 유·초·중·고를 관할한다.광고광고한 교육장은 “오늘도 중국 배경 이주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서남권 지역 학교 주변에서 중국 혐오 집회가 열렸고, 특정 국가를 혐오하는 플래카드가 상시적으로 걸려 있다”며 “혐오에 노출된 우리 학생들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한 교육장에 앞서 대림동 인근 한 중학교 교장도 “학생들에게 직접적이고 심각한 심리적 상처를 줄 수 있”다며 ‘반중 집회’를 막아달라고 관할 구청과 경찰서에 요청한 바 있다.이들의 글에선 혐오의 화살에 맞아 상처 입은 제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어떻게든 아이들을 지키고 싶은 간절함이 읽힌다. 당연한 일 아닌가. 어느 교육자가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를 향해 “짱×냐, 집에 가라”, “대한민국에서 빨리 꺼져라” 같은 어처구니없는 비난이 쏟아지는 현실을 그대로 두고 보겠나.광고지난해 12·3 내란사태 이후 한국 사회에서 ‘혐중’ 정서는 더 가시화되고 본격화한 모양새다. 극우 세력들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음모론과 중국 배후설이 혐오의 땔감이 됐다.땔감이 계속 타는 건 정치권 탓이 크다. 지난 4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대학교 ‘시진핑 자료실’ 폐쇄를 촉구했고 같은 달 열린 서울 구로구청장 보궐선거에선 이강산 자유통일당 후보가 “구로의 주인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중국인 밀집 지역인 개봉역을 ‘을지문덕역’으로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월 국회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선 “반중과 부정선거 이슈로 싸우는 것이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유일한 길”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대림동 아이들을 겨눈 혐오의 화살이 어디서부터 날아왔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이유다.이젠 인간애, 희생정신과 같은 숭고한 가치마저 혐오에 지는 게 아닌지 우려할 지경에 이르렀다. 고 이재석 경사 관련 기사에 달린 일부 누리꾼들의 댓글 때문이다. 이 경사는 지난 11일 새벽 인천 영흥도 인근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인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구명조끼를 건네준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왜 2인1조 출동 원칙이 준수되지 못했는지 등에 대한 진상조사가 남아 있지만, 타인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건 이 경사의 행동은 분명 영웅의 모습이었다.그런 이 경사가 “짱× 구하려다 숨진 해경 불쌍하다”, “괜히 구해줬어”, “구명조끼 뺏은 거 아닌가” 같은 댓글을 본다면 어떨까. 한 누리꾼의 일침을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이 경사는 이런 더러운 댓글을 쓰는 당신들도 사명감으로 구해줬을 것”이라고.광고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정부의 움직임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서울 명동 반중 집회를 언급하며 “표현의 자유가 아닌 ‘깽판’”이라고 지적했고 지난 19일엔 김민석 국무총리가 “필요시 강력하게 조치하라”고 긴급 지시했다.정부는 지난 5월 나온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권고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는 “(한국에서) 이주민, 난민 신청자, 중국계 등에 대해 온·오프라인에서 인종차별적 증오 발언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다. 특히 “정치인과 공인이 하는 혐오 표현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혐오 표현을 단호히 규탄하고 적절히 조사·처벌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한 점이 눈에 띈다. 다만 지난 대선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명시적으로 내건 대선 주자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뿐이었다.“혐오와 비난은 무서운 전염병과도 같습니다.” 한 교육장은 대림동 반중집회 대책 마련을 호소하며 이렇게 말했다.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대림동에서 멈춰야 한다.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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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리버튜브’를 비롯한 보수 성향 시민들이 지난 7월11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역 인근에서 중국 출신 이주민 추방, 윤석열 대통령 복권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이유진 | 오픈데스크팀장
“우리 학생들은 자신이 부정당하는 비난과 혐오가 담긴 표현을 매일 보고 들으며 등교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한미라 서울남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일부다. 서울남부교육지원청은 명동에서 열리던 ‘반중 집회’가 옮겨 간 대림동이 있는 영등포구와 구로구, 금천구 유·초·중·고를 관할한다.
한 교육장은 “오늘도 중국 배경 이주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서남권 지역 학교 주변에서 중국 혐오 집회가 열렸고, 특정 국가를 혐오하는 플래카드가 상시적으로 걸려 있다”며 “혐오에 노출된 우리 학생들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한 교육장에 앞서 대림동 인근 한 중학교 교장도 “학생들에게 직접적이고 심각한 심리적 상처를 줄 수 있”다며 ‘반중 집회’를 막아달라고 관할 구청과 경찰서에 요청한 바 있다.
이들의 글에선 혐오의 화살에 맞아 상처 입은 제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어떻게든 아이들을 지키고 싶은 간절함이 읽힌다. 당연한 일 아닌가. 어느 교육자가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를 향해 “짱×냐, 집에 가라”, “대한민국에서 빨리 꺼져라” 같은 어처구니없는 비난이 쏟아지는 현실을 그대로 두고 보겠나.
지난해 12·3 내란사태 이후 한국 사회에서 ‘혐중’ 정서는 더 가시화되고 본격화한 모양새다. 극우 세력들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음모론과 중국 배후설이 혐오의 땔감이 됐다.
땔감이 계속 타는 건 정치권 탓이 크다. 지난 4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대학교 ‘시진핑 자료실’ 폐쇄를 촉구했고 같은 달 열린 서울 구로구청장 보궐선거에선 이강산 자유통일당 후보가 “구로의 주인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중국인 밀집 지역인 개봉역을 ‘을지문덕역’으로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월 국회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선 “반중과 부정선거 이슈로 싸우는 것이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유일한 길”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대림동 아이들을 겨눈 혐오의 화살이 어디서부터 날아왔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이유다.
이젠 인간애, 희생정신과 같은 숭고한 가치마저 혐오에 지는 게 아닌지 우려할 지경에 이르렀다. 고 이재석 경사 관련 기사에 달린 일부 누리꾼들의 댓글 때문이다. 이 경사는 지난 11일 새벽 인천 영흥도 인근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인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구명조끼를 건네준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왜 2인1조 출동 원칙이 준수되지 못했는지 등에 대한 진상조사가 남아 있지만, 타인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건 이 경사의 행동은 분명 영웅의 모습이었다.
그런 이 경사가 “짱× 구하려다 숨진 해경 불쌍하다”, “괜히 구해줬어”, “구명조끼 뺏은 거 아닌가” 같은 댓글을 본다면 어떨까. 한 누리꾼의 일침을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이 경사는 이런 더러운 댓글을 쓰는 당신들도 사명감으로 구해줬을 것”이라고.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정부의 움직임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서울 명동 반중 집회를 언급하며 “표현의 자유가 아닌 ‘깽판’”이라고 지적했고 지난 19일엔 김민석 국무총리가 “필요시 강력하게 조치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정부는 지난 5월 나온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권고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는 “(한국에서) 이주민, 난민 신청자, 중국계 등에 대해 온·오프라인에서 인종차별적 증오 발언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다. 특히 “정치인과 공인이 하는 혐오 표현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혐오 표현을 단호히 규탄하고 적절히 조사·처벌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한 점이 눈에 띈다. 다만 지난 대선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명시적으로 내건 대선 주자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뿐이었다.
“혐오와 비난은 무서운 전염병과도 같습니다.” 한 교육장은 대림동 반중집회 대책 마련을 호소하며 이렇게 말했다.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대림동에서 멈춰야 한다.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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