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애도로 보내는 안식월 [세상읽기]
수정2026-03-18 19:02등록2026-03-18 19:02
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element.0:00미국이 이란 공격을 개시한 2월2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서 시민들이 “중동에서 새로운 전쟁은 안 돼”, “이란과의 전쟁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돈이 필요해” 등의 주장을 적은 손팻말을 들고 반전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광고전수경 | 노동건강연대 활동가광고3월도 반이 지나갔다. 이 글이 신문에 실릴 때는 남은 날이 더 짧을 것이다. 3월은 나의 안식월, 수년 동안 특별한 휴식 없이 일을 하다가 아주 오랜만에 쉬고 있다. 처음 일주일은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내려 마시고 빵이나 과일을 사러 나갔다. 평일 낮에 식료품을 사러 가는 게 어색해서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시간을 낯설게 사용하지 않으면 휴가의 의미가 퇴색될까 봐 용기를 냈다. 오랫동안 소설을 읽지 않고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너무 메마른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았기 때문에 드라마 몰아보기를 했다. 한번 본 드라마가 너무 좋아서 한번을 더 보았고, 나온 지 좀 된 일본 애니메이션들도 보았다. 한동안 흥미를 잃은 영화 보기도 힘을 내서 다시 했다. 좋아하는 가수의 리스트가 너무 적었는데 ‘23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을 유튜브로 우연히 보고 나한테 맞는 두 사람 정도의 음악가를 찾아서 열심히 들었다.중간에 업무 관련 연락이 오거나 소통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었는데 단 10분의 통화나 문자라도 일과 관련된 걸 처리하고 나면 피곤했다. 외부의 개입이 없는 온전한 쉼을 보장받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 여하튼 머릿속은 원래 갖은 생각으로 어지러운 게 당연하고 보통 한국인의 걱정거리를 나도 차고 넘치게 갖고 있기 때문에 그 고단함을 인정하면서 당장은 주어진 여유를 만끽하자 했다.광고광고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곳곳에 폭탄을 떨어뜨렸다는 속보가 떴다. 안식월 내내 화염에 휩싸인 도시가 티브이 화면을 채웠다. 전쟁 첫날 미국의 오폭으로 여자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가 파괴됐다. 170여명의 이란 어린이들이 사망했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생명을 파괴한 저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지속돼선 안 되니까 나는 막연하면서도 강력하게 전쟁이 바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런 생각을 전쟁을 일으킨 자들이 했다면 애초에 전쟁 같은 건 없었겠지.나는 날마다 전쟁 뉴스를 본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비싸고 정밀한 무기가 공중을 나는 것과 이란의 드론이 끝도 없이 저장되어 있는 지하터널을 본다. 하늘에서 내리는 검은 비, 살과 뼈가 녹는 폭탄, 사람을 죽이는 방법에 대한 잔인하고 무서운 어휘들이 가득 찬 뉴스를 본다. 그러다가 방위산업 기업 주가가 급등해 기업과 주주들이 ‘표정 관리’ 중이라는 경제면 기사들도 알게 되었다. 전쟁 뉴스에서 우리나라가 수출한 무기의 성능에 대한 정보가 왜 그렇게 상세한가 싶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이런 기사는 너무 많아서 전쟁을 이렇게 다루어도 되는가 하는 회의가 들기도 전에 전쟁을 투자의 기회로 볼 줄 모르는 늦된 인간이 될 것인지 나무라는 듯하다. 투자자의 마음을 가지라고 떠민다.광고전쟁이 시작되자 석유 값이 바로 올라서 농민과 어민, 영세 자영업자들, 화물과 배달 노동자들의 수입이 앉은자리에서 줄어들고 있고 기름보일러를 때는 사람들이 난방을 아끼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들의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3월은 안식월이라 정해놓고도 전쟁의 비극에 무감할 수 없는(무감해서는 안 되는) 세계시민으로서의 갈등과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어쩌지 못하는 관심으로 혼돈의 시간을 겪으며 가고 있다.결국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 열어보지 않던 단체 채팅방을 열었다. 이주노동자의 장례식 소식이 와 있었다. 지난 10일 경기도 이천 자갈 공장에서 스물세살 베트남 청년 뚜안이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했다.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는 안전장치가 없었다. 고향의 가족에게 월급 전부를 보내고 한달 15만원으로 생활하던 뚜안은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라는 지시를 받고 새벽에 혼자 기계 안으로 들어갔다가 숨졌다. ‘2인1조’ 작업이 가능해야 노동자가 죽지 않을 수 있다고 외쳐왔던 시간이 부끄럽다. 더 많이 말했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면 기업들이 노동자의 생명에 대해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직 멀었나 보다. 더 많이 행동했어야 한다. 남은 3월은 4·28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일에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겠다.그리고 전쟁이 어서 끝나길 기도한다. 지난 2월28일부터 현재까지 수천명의 이란 어린이와 민간인, 군인들이 숨졌고, 이스라엘이 공습한 레바논의 사람들과 미국 군인들이 사망했다. 그들의 죽음을 애도한다.
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element.0:00
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element.
미국이 이란 공격을 개시한 2월2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서 시민들이 “중동에서 새로운 전쟁은 안 돼”, “이란과의 전쟁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돈이 필요해” 등의 주장을 적은 손팻말을 들고 반전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전수경 |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3월도 반이 지나갔다. 이 글이 신문에 실릴 때는 남은 날이 더 짧을 것이다. 3월은 나의 안식월, 수년 동안 특별한 휴식 없이 일을 하다가 아주 오랜만에 쉬고 있다. 처음 일주일은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내려 마시고 빵이나 과일을 사러 나갔다. 평일 낮에 식료품을 사러 가는 게 어색해서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시간을 낯설게 사용하지 않으면 휴가의 의미가 퇴색될까 봐 용기를 냈다. 오랫동안 소설을 읽지 않고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너무 메마른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았기 때문에 드라마 몰아보기를 했다. 한번 본 드라마가 너무 좋아서 한번을 더 보았고, 나온 지 좀 된 일본 애니메이션들도 보았다. 한동안 흥미를 잃은 영화 보기도 힘을 내서 다시 했다. 좋아하는 가수의 리스트가 너무 적었는데 ‘23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을 유튜브로 우연히 보고 나한테 맞는 두 사람 정도의 음악가를 찾아서 열심히 들었다.
중간에 업무 관련 연락이 오거나 소통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었는데 단 10분의 통화나 문자라도 일과 관련된 걸 처리하고 나면 피곤했다. 외부의 개입이 없는 온전한 쉼을 보장받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 여하튼 머릿속은 원래 갖은 생각으로 어지러운 게 당연하고 보통 한국인의 걱정거리를 나도 차고 넘치게 갖고 있기 때문에 그 고단함을 인정하면서 당장은 주어진 여유를 만끽하자 했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곳곳에 폭탄을 떨어뜨렸다는 속보가 떴다. 안식월 내내 화염에 휩싸인 도시가 티브이 화면을 채웠다. 전쟁 첫날 미국의 오폭으로 여자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가 파괴됐다. 170여명의 이란 어린이들이 사망했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생명을 파괴한 저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지속돼선 안 되니까 나는 막연하면서도 강력하게 전쟁이 바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런 생각을 전쟁을 일으킨 자들이 했다면 애초에 전쟁 같은 건 없었겠지.
나는 날마다 전쟁 뉴스를 본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비싸고 정밀한 무기가 공중을 나는 것과 이란의 드론이 끝도 없이 저장되어 있는 지하터널을 본다. 하늘에서 내리는 검은 비, 살과 뼈가 녹는 폭탄, 사람을 죽이는 방법에 대한 잔인하고 무서운 어휘들이 가득 찬 뉴스를 본다. 그러다가 방위산업 기업 주가가 급등해 기업과 주주들이 ‘표정 관리’ 중이라는 경제면 기사들도 알게 되었다. 전쟁 뉴스에서 우리나라가 수출한 무기의 성능에 대한 정보가 왜 그렇게 상세한가 싶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이런 기사는 너무 많아서 전쟁을 이렇게 다루어도 되는가 하는 회의가 들기도 전에 전쟁을 투자의 기회로 볼 줄 모르는 늦된 인간이 될 것인지 나무라는 듯하다. 투자자의 마음을 가지라고 떠민다.
전쟁이 시작되자 석유 값이 바로 올라서 농민과 어민, 영세 자영업자들, 화물과 배달 노동자들의 수입이 앉은자리에서 줄어들고 있고 기름보일러를 때는 사람들이 난방을 아끼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들의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3월은 안식월이라 정해놓고도 전쟁의 비극에 무감할 수 없는(무감해서는 안 되는) 세계시민으로서의 갈등과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어쩌지 못하는 관심으로 혼돈의 시간을 겪으며 가고 있다.
결국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 열어보지 않던 단체 채팅방을 열었다. 이주노동자의 장례식 소식이 와 있었다. 지난 10일 경기도 이천 자갈 공장에서 스물세살 베트남 청년 뚜안이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했다.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는 안전장치가 없었다. 고향의 가족에게 월급 전부를 보내고 한달 15만원으로 생활하던 뚜안은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라는 지시를 받고 새벽에 혼자 기계 안으로 들어갔다가 숨졌다. ‘2인1조’ 작업이 가능해야 노동자가 죽지 않을 수 있다고 외쳐왔던 시간이 부끄럽다. 더 많이 말했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면 기업들이 노동자의 생명에 대해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직 멀었나 보다. 더 많이 행동했어야 한다. 남은 3월은 4·28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일에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겠다.
그리고 전쟁이 어서 끝나길 기도한다. 지난 2월28일부터 현재까지 수천명의 이란 어린이와 민간인, 군인들이 숨졌고, 이스라엘이 공습한 레바논의 사람들과 미국 군인들이 사망했다. 그들의 죽음을 애도한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