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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이 지나도…안전한 임신중지는커녕 ‘위험한 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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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관련 이미지 - 임신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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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민기자수정2026-04-10 05:02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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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후기 임신중지를 이유로 살인죄로 재판받는 권아무개씨에 대한 무죄 선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광고ㄱ씨는 ㄴ씨와 교제 중 2020년과 2021년 두차례 임신중지를 겪었다. 합의하에 결정한 임신중지였다. 이별 후 돌변한 ㄴ씨는 ㄱ씨의 직장을 찾아가 ‘아이 2명 죽인 살인자’라는 전단지를 붙이는 등 횡포를 부렸다. ㄷ씨는 2022년 1월 임신중지 수술 이후 연인 ㄹ씨와의 성관계를 거부한 뒤 ㄹ씨로부터 가족과 학교에 임신중지 사실을 알리겠다는 협박을 당했다. ㅁ씨는 2022년 4월 회사 동료인 ㅂ씨와 교제하다 임신중지 뒤 이별을 통보했다. ㅂ씨는 임신중지 사실을 회사 등에 알리겠다고 협박하고 ㅁ씨를 스토킹했다. ㅂ씨는 한달 뒤 회사 단톡방 등에 ㅁ씨의 임신중지 사실을 올리기까지 했다.11일이 되면 형법상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지 7년이 된다. 그러나 2020년 12월31일까지 대체입법 마련을 하라는 헌법재판소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체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사이 임신중지 경험 여성은 ‘임신중지=범죄’라는 여전한 낙인·편견과 그로 인한 협박,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한겨레는 지난 7년간 ‘임신중지 여성’이 경험하는 일들을 살펴보기 위한 방법으로 판결문을 분석했다. 지난달 4일 후기 임신중지 여성에 대해 살인죄 집행유예 유죄 판결이 나는 등 임신중지 여성이 경험하는 현실이 여전히 ‘불법의 영역’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대체입법 시한이 지난 2021년 1월1일부터 2026년 4월5일까지 ‘임신중절’이란 단어가 포함된 판결문 264건 가운데 2019년 4월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여성이 임신중지하게 된 전후 사정이 포함된 61건의 사건 판결문을 살펴보니, 그 가운데 16건의 판결문에서 임신중지를 겪었다는 이유만으로 연인 등에게 협박을 경험했다. 임신중지 뒤 폭행을 경험한 경우도 9건이었다. 여성폭력 사건을 주로 변호해온 서혜진 변호사는 “임신중지 제도 공백이 계속되면서 임신중지가 ‘의료행위의 일환’이라는 인식이 없고, 임신중지로 여성을 ‘낙인찍는’ 인식이 만연해 임신중지 사실 자체가 협박의 요소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광고2025년 9월2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모든 사람들의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위한 유산 유도제 도입 국회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남인순 의원실 제공임신중지 수술 비용을 마련하려다 범죄 피해를 겪는 일도 벌어졌다. 임신중지를 알아보는 여성에게 접근해 수술 비용을 벌게 해주겠다며 성매매를 시키거나, 먹는 임신중지약 ‘미프진’을 사줄 테니 돈을 보내라고 한 뒤 잠적하는 경우도 있었다. 수술 비용을 전 연인에게 요구했다가 범죄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경북 구미에 사는 ㅅ씨는 전 연인을 찾아가 임신 사실을 알리며 임신중지 수술 비용을 요구했으나, 그는 같이 상의해보자며 자신의 집으로 ㅅ씨를 데려간 뒤 지갑과 휴대전화를 빼앗고 감금·폭행했다.끝내 임신중지에 실패한 여성들은 영아살해의 피고인으로 판결문에 등장했다. 2023년 7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ㅇ씨는 10월 병원에 찾아가 임신중지 수술을 받으려 했다. 이미 임신 29주이므로 수술이 어렵단 말을 들은 그는 인터넷으로 미프진을 구입해 먹었다. 그러다 갑자기 진통을 느껴 화장실에서 30주 만에 아이를 출산했다. 임신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두렵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아이를 키울 수 없었던 ㅇ씨는 태어난 아이를 방치했고 아이가 사망해 재판에 넘겨졌다.광고광고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에도 법과 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사이 임신중지를 경험하는 여성들은 판결문에서 피해자로, 또 가해자로 등장했다. 임신중지 이전에는 수술 비용을 마련하려다 범죄 피해를 보고, 절차를 제대로 몰라 발을 동동 굴렀으며, 임신중지 이후에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협박과 폭행, 명예훼손 등을 겪었다. 이는 고소·신고가 이뤄져 재판까지 받은 일부로, 드러나지 않은 어려움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2021년)’를 보면, 임신을 경험한 여성의 17.2%가 임신중지를 경험했다. 적지 않은 여성이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각자도생해온 셈이다.전문가들은 임신중지를 양성화하고, 공식적인 의료행위로 포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임신중지가 음성화돼 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법률상으로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공식적인 의료행위 영역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부정적 이미지가 크게 남아 있어 협박이 가능하다. 건강보험 적용도 되지 않아 비용 문제도 큰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정 변호사는 “어떤 특성의 사람들이 (임신중지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파악해야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임신중지 여성의 경험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손지민 고나린 기자sjm@hani.co.kr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후기 임신중지를 이유로 살인죄로 재판받는 권아무개씨에 대한 무죄 선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ㄱ씨는 ㄴ씨와 교제 중 2020년과 2021년 두차례 임신중지를 겪었다. 합의하에 결정한 임신중지였다. 이별 후 돌변한 ㄴ씨는 ㄱ씨의 직장을 찾아가 ‘아이 2명 죽인 살인자’라는 전단지를 붙이는 등 횡포를 부렸다. ㄷ씨는 2022년 1월 임신중지 수술 이후 연인 ㄹ씨와의 성관계를 거부한 뒤 ㄹ씨로부터 가족과 학교에 임신중지 사실을 알리겠다는 협박을 당했다. ㅁ씨는 2022년 4월 회사 동료인 ㅂ씨와 교제하다 임신중지 뒤 이별을 통보했다. ㅂ씨는 임신중지 사실을 회사 등에 알리겠다고 협박하고 ㅁ씨를 스토킹했다. ㅂ씨는 한달 뒤 회사 단톡방 등에 ㅁ씨의 임신중지 사실을 올리기까지 했다.

11일이 되면 형법상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지 7년이 된다. 그러나 2020년 12월31일까지 대체입법 마련을 하라는 헌법재판소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체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사이 임신중지 경험 여성은 ‘임신중지=범죄’라는 여전한 낙인·편견과 그로 인한 협박,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겨레는 지난 7년간 ‘임신중지 여성’이 경험하는 일들을 살펴보기 위한 방법으로 판결문을 분석했다. 지난달 4일 후기 임신중지 여성에 대해 살인죄 집행유예 유죄 판결이 나는 등 임신중지 여성이 경험하는 현실이 여전히 ‘불법의 영역’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대체입법 시한이 지난 2021년 1월1일부터 2026년 4월5일까지 ‘임신중절’이란 단어가 포함된 판결문 264건 가운데 2019년 4월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여성이 임신중지하게 된 전후 사정이 포함된 61건의 사건 판결문을 살펴보니, 그 가운데 16건의 판결문에서 임신중지를 겪었다는 이유만으로 연인 등에게 협박을 경험했다. 임신중지 뒤 폭행을 경험한 경우도 9건이었다. 여성폭력 사건을 주로 변호해온 서혜진 변호사는 “임신중지 제도 공백이 계속되면서 임신중지가 ‘의료행위의 일환’이라는 인식이 없고, 임신중지로 여성을 ‘낙인찍는’ 인식이 만연해 임신중지 사실 자체가 협박의 요소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2025년 9월2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모든 사람들의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위한 유산 유도제 도입 국회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남인순 의원실 제공

임신중지 수술 비용을 마련하려다 범죄 피해를 겪는 일도 벌어졌다. 임신중지를 알아보는 여성에게 접근해 수술 비용을 벌게 해주겠다며 성매매를 시키거나, 먹는 임신중지약 ‘미프진’을 사줄 테니 돈을 보내라고 한 뒤 잠적하는 경우도 있었다. 수술 비용을 전 연인에게 요구했다가 범죄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경북 구미에 사는 ㅅ씨는 전 연인을 찾아가 임신 사실을 알리며 임신중지 수술 비용을 요구했으나, 그는 같이 상의해보자며 자신의 집으로 ㅅ씨를 데려간 뒤 지갑과 휴대전화를 빼앗고 감금·폭행했다.

끝내 임신중지에 실패한 여성들은 영아살해의 피고인으로 판결문에 등장했다. 2023년 7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ㅇ씨는 10월 병원에 찾아가 임신중지 수술을 받으려 했다. 이미 임신 29주이므로 수술이 어렵단 말을 들은 그는 인터넷으로 미프진을 구입해 먹었다. 그러다 갑자기 진통을 느껴 화장실에서 30주 만에 아이를 출산했다. 임신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두렵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아이를 키울 수 없었던 ㅇ씨는 태어난 아이를 방치했고 아이가 사망해 재판에 넘겨졌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에도 법과 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사이 임신중지를 경험하는 여성들은 판결문에서 피해자로, 또 가해자로 등장했다. 임신중지 이전에는 수술 비용을 마련하려다 범죄 피해를 보고, 절차를 제대로 몰라 발을 동동 굴렀으며, 임신중지 이후에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협박과 폭행, 명예훼손 등을 겪었다. 이는 고소·신고가 이뤄져 재판까지 받은 일부로, 드러나지 않은 어려움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2021년)’를 보면, 임신을 경험한 여성의 17.2%가 임신중지를 경험했다. 적지 않은 여성이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각자도생해온 셈이다.

전문가들은 임신중지를 양성화하고, 공식적인 의료행위로 포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임신중지가 음성화돼 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법률상으로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공식적인 의료행위 영역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부정적 이미지가 크게 남아 있어 협박이 가능하다. 건강보험 적용도 되지 않아 비용 문제도 큰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정 변호사는 “어떤 특성의 사람들이 (임신중지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파악해야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임신중지 여성의 경험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손지민 고나린 기자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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