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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주류 초대석? 즐거우면 됐지 [한경록의 캡틴락 항해일지]

B주류 초대석? 즐거우면 됐지 [한경록의 캡틴락 항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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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관련 이미지 - 크라잉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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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6-04-12 19:14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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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넛’ 기타리스트 이상면이 먼저 읽고 그리다.광고한경록 | 밴드 ‘크라잉넛’ 베이시스트김간지. 첫인상은 별로 좋지 않았다. 잘 안 씻을 것 같이 생겼고, 팔뚝에 ‘캡틴 코만도’라는 타투도 영 엉성해 보였으며, 버르장머리라곤 없어 보였다. 홍대가 뜨니까 음악 하겠다고 깝죽거리며 기웃대는 양아치쯤으로 생각했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바른 청년이었냐 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2000년대 중후반, 나도 거친 야인의 생활을 하고 있던 시기였다. 굳이 거리를 둔 건 아니지만, 친해지려고 먼저 다가가지도 않았다.갑자기 궁금해져서 김간지에게 전화를 했다. 혹시 내 첫인상이 어땠냐고 물었더니, 내가 무슨 회식자리에서 보자마자 전속력으로 달려와서 자기네 테이블 위로 야구선수 2루로 도루하듯 슬라이딩을 했단다. 우당탕탕 아수라장이 됐다고.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다행히 깨진 물건은 없었던 것 같다. 그걸 보고 김간지는 ‘아무리 로큰롤이라고 해도 이건 아니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마도 서로를 이상하게 봤나 보다. 어느샌가 우리는 꽤나 자주 어울려 다녔다.​광고김간지는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이라는 밴드의 드러머로, 전에 크라잉넛 15주년 콘서트의 게스트로 나와서 축하한다고 크라잉넛 노래를 메들리로 들려주었다. 고맙고 감동적인 순간이었는데, 메들리 사이에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를 슬쩍 끼워 넣어 편곡해왔다. 안 그래도 헷갈리는 두 팀인데, 굳이 15주년 콘서트에서까지 이렇게 성의껏 준비해서 놀려 먹는다. 누구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땐 김간지가 유독 얄밉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밉지는 않다. 얄밉지만 밉지 않은 그 사이 어딘가가 비주류들의 공간이 아닐까?​얼마 전 유튜브의 알고리즘으로 뜬 ‘B주류 초대석’을 보았다. 섬네일에 여전히 뚱한 모습의 김간지를 비롯해 허키 시바세키와 김민경 편집자가 있었다. 폼롤러 위에서 몸을 굴리며 킥킥대고 보다가 주말이 갔다. 자기계발이니 주식이니 인문학이니, 각 잡은 콘텐츠 사이에서 ‘B주류 초대석’은 팽팽한 탱탱볼을 바늘로 찔러 피휴우~ 방귀 소리가 나는 것 같이 어이없는 웃음을 주며 긴장감을 풀어주는 매력이 있었다.​광고광고세 캐릭터들의 조합도 참 신박했다. 두명의 사파 악당들이, 방심하는 사이 치사하게 비기를 던지듯 조롱을 던지면, 사회생활 5년 차의 정파 무림고수 김민경 편집자가 의연하게 받아치는 모습이 마치 비(B)급 무협지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다. 주제가 ‘명작 영화 월드컵’인데, 영화 이야기는 기억이 잘 안 나고 꺼드럭거리고 낄낄대는 모습만 기억난다. 조롱과 막말이 넘치는 콘텐츠인데, 아무도 긁히지 않는다. 심지어는 악플도 읽으며 낄낄댄다.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 인생 뭐 그렇게 심각할 거 있나?’ 싶기도 하다. 허키가 한 말이 인상적이다. “저는 큰 기대가 없어요, 어떤 자리에 가든, 어디서 뭘 하든 특별히 뭘 하려고 하지 않아요. 어떤 존재가 되려고 하지 않아요. 저의 개인적인 즐거움만 채워 준다면 그 정도로 만족해요. 어디에서 인정받든 받지 않든 중요하지 않아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는 것. 뻔한 말인데도 울림이 있다.요즘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읽고 있다. 지금이야 고전이 되었지만, 그전까지 세르반테스의 인생은 역경 그 자체였다. 전쟁에 나가 왼팔에 장애를 입고, 해적에 납치되어 노예 생활을 하고, 근무하던 은행이 망해 덩달아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감옥에서 도대체 내 인생은 왜 이럴까 하며 글을 쓰게 되는데, 그 소설이 돈키호테다. 억울하다면 억울한 인생이었을 텐데, 글에는 분노나 화가 없다.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낭만적이며 유머와 해학이 있다. 역시 최고의 반항은 웃음일까? 그는 모진 감옥 생활에서 적어도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고통을 잊고 몰입하며 즐거웠으리라, 감히 생각한다.광고얼마 전 김창완 형님께서 이런 문자를 보내주셨다. “꿈을 이루고 못 이루고는 문제가 아닙니다. 내 하늘에 별이 있느냐 없느냐와 같은 말입니다.” 꿈이 인정받고, 직업이 되고, 돈이 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꿈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즐거운가 하는 것이다.​주류니, 비주류니 하는 기준은 잘 모르겠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소소하게 즐기며, 나의 길을 휘파람 불며 묵묵히 걸어가면 되는 거 아닐까? 내가 초대된 이 삶을 마치 ‘B주류 초대석’에 온 것처럼 즐겁게 살고 싶다.10년 전쯤 김간지와 기분 좋게 한잔하고 일어나려는데, 한 여성이 다가와 김간지에게 팬이라며 전화번호를 물어봤다. 카운터에 있는 메모지에 번호를 적어 건네주는 그를 보며, 속으로 ‘이 자식, 좀 쉬운 남자네’라고 생각하곤, 평소에 자주 이렇게 전화번호 알려주냐고 물었더니 “형, 그거 내 계좌번호야!”라고 말했다. 미친놈.

크라잉넛’ 기타리스트 이상면이 먼저 읽고 그리다.

한경록 | 밴드 ‘크라잉넛’ 베이시스트

김간지. 첫인상은 별로 좋지 않았다. 잘 안 씻을 것 같이 생겼고, 팔뚝에 ‘캡틴 코만도’라는 타투도 영 엉성해 보였으며, 버르장머리라곤 없어 보였다. 홍대가 뜨니까 음악 하겠다고 깝죽거리며 기웃대는 양아치쯤으로 생각했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바른 청년이었냐 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2000년대 중후반, 나도 거친 야인의 생활을 하고 있던 시기였다. 굳이 거리를 둔 건 아니지만, 친해지려고 먼저 다가가지도 않았다.

갑자기 궁금해져서 김간지에게 전화를 했다. 혹시 내 첫인상이 어땠냐고 물었더니, 내가 무슨 회식자리에서 보자마자 전속력으로 달려와서 자기네 테이블 위로 야구선수 2루로 도루하듯 슬라이딩을 했단다. 우당탕탕 아수라장이 됐다고.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다행히 깨진 물건은 없었던 것 같다. 그걸 보고 김간지는 ‘아무리 로큰롤이라고 해도 이건 아니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마도 서로를 이상하게 봤나 보다. 어느샌가 우리는 꽤나 자주 어울려 다녔다.​

김간지는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이라는 밴드의 드러머로, 전에 크라잉넛 15주년 콘서트의 게스트로 나와서 축하한다고 크라잉넛 노래를 메들리로 들려주었다. 고맙고 감동적인 순간이었는데, 메들리 사이에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를 슬쩍 끼워 넣어 편곡해왔다. 안 그래도 헷갈리는 두 팀인데, 굳이 15주년 콘서트에서까지 이렇게 성의껏 준비해서 놀려 먹는다. 누구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땐 김간지가 유독 얄밉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밉지는 않다. 얄밉지만 밉지 않은 그 사이 어딘가가 비주류들의 공간이 아닐까?​

얼마 전 유튜브의 알고리즘으로 뜬 ‘B주류 초대석’을 보았다. 섬네일에 여전히 뚱한 모습의 김간지를 비롯해 허키 시바세키와 김민경 편집자가 있었다. 폼롤러 위에서 몸을 굴리며 킥킥대고 보다가 주말이 갔다. 자기계발이니 주식이니 인문학이니, 각 잡은 콘텐츠 사이에서 ‘B주류 초대석’은 팽팽한 탱탱볼을 바늘로 찔러 피휴우~ 방귀 소리가 나는 것 같이 어이없는 웃음을 주며 긴장감을 풀어주는 매력이 있었다.​

세 캐릭터들의 조합도 참 신박했다. 두명의 사파 악당들이, 방심하는 사이 치사하게 비기를 던지듯 조롱을 던지면, 사회생활 5년 차의 정파 무림고수 김민경 편집자가 의연하게 받아치는 모습이 마치 비(B)급 무협지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다. 주제가 ‘명작 영화 월드컵’인데, 영화 이야기는 기억이 잘 안 나고 꺼드럭거리고 낄낄대는 모습만 기억난다. 조롱과 막말이 넘치는 콘텐츠인데, 아무도 긁히지 않는다. 심지어는 악플도 읽으며 낄낄댄다.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 인생 뭐 그렇게 심각할 거 있나?’ 싶기도 하다. 허키가 한 말이 인상적이다. “저는 큰 기대가 없어요, 어떤 자리에 가든, 어디서 뭘 하든 특별히 뭘 하려고 하지 않아요. 어떤 존재가 되려고 하지 않아요. 저의 개인적인 즐거움만 채워 준다면 그 정도로 만족해요. 어디에서 인정받든 받지 않든 중요하지 않아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는 것. 뻔한 말인데도 울림이 있다.

요즘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읽고 있다. 지금이야 고전이 되었지만, 그전까지 세르반테스의 인생은 역경 그 자체였다. 전쟁에 나가 왼팔에 장애를 입고, 해적에 납치되어 노예 생활을 하고, 근무하던 은행이 망해 덩달아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감옥에서 도대체 내 인생은 왜 이럴까 하며 글을 쓰게 되는데, 그 소설이 돈키호테다. 억울하다면 억울한 인생이었을 텐데, 글에는 분노나 화가 없다.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낭만적이며 유머와 해학이 있다. 역시 최고의 반항은 웃음일까? 그는 모진 감옥 생활에서 적어도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고통을 잊고 몰입하며 즐거웠으리라, 감히 생각한다.

얼마 전 김창완 형님께서 이런 문자를 보내주셨다. “꿈을 이루고 못 이루고는 문제가 아닙니다. 내 하늘에 별이 있느냐 없느냐와 같은 말입니다.” 꿈이 인정받고, 직업이 되고, 돈이 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꿈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즐거운가 하는 것이다.​

주류니, 비주류니 하는 기준은 잘 모르겠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소소하게 즐기며, 나의 길을 휘파람 불며 묵묵히 걸어가면 되는 거 아닐까? 내가 초대된 이 삶을 마치 ‘B주류 초대석’에 온 것처럼 즐겁게 살고 싶다.

10년 전쯤 김간지와 기분 좋게 한잔하고 일어나려는데, 한 여성이 다가와 김간지에게 팬이라며 전화번호를 물어봤다. 카운터에 있는 메모지에 번호를 적어 건네주는 그를 보며, 속으로 ‘이 자식, 좀 쉬운 남자네’라고 생각하곤, 평소에 자주 이렇게 전화번호 알려주냐고 물었더니 “형, 그거 내 계좌번호야!”라고 말했다. 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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