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cker

6/recent/ticker-posts

Header Ads Widget

최신 ‘공천이 당선’ 선거의 씁쓸함 [전국 프리즘]

최신 ‘공천이 당선’ 선거의 씁쓸함 [전국 프리즘]

📂 정치
정치 관련 이미지 - 전북이
정치 관련 이미지 - 전북이

천경석기자수정2026-04-20 05:00펼침

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element.0:00

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element.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이원택(왼쪽부터) 전북특별자치도 지사 출마 예정자가 지난 6일 전주문화방송(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본경선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광고천경석 | 전국팀 기자광고“전북에 무슨 일 있어?” 고향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요즘 전북과 관련해 언론 보도가 많이 나오면서 궁금함에 걸려온 전화다. 뭐라고 답해야 할까. 짧게 설명하기엔 복잡하고, 모른 척 넘기기엔 상황이 가볍지 않다.전북은 오랫동안 ‘3중 소외’를 말해왔다. 수도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호남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호남 안에서도 광주·전남에 밀린다는 이유로. 예산도, 사회 기반 시설도, 기업도 전북을 비껴갔다. 중앙 언론에서 전북이 주요하게 다뤄지는 날은 다시 떠올리기 싫은 ‘잼버리 사태’를 제외하곤 손에 꼽을 정도였다. 도민들은 그것이 서러웠고, 억울했다. 제발 좀 봐달라고, 우리도 여기 있다고.광고광고그런데 요즘 전북이 보인다. 전국 뉴스에 오른다. 다만 그 이유가 문제다.4월 들어 현직 전북특별자치도 지사 김관영의 이름이 전국 뉴스를 장식했다. 지난해 11월 전주의 한 식당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담긴 장면이 세상에 공개되면서다. 영상에는 김 지사가 5만원권 등 지폐를 청년들에게 일일이 건네는 모습이 담겼다. 김 지사는 대리비 명목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만장일치로 그를 제명했다. 재선 도전에 나선 현직 도지사가 하룻밤 새 당에서 쫓겨나는 초유의 사태였다.광고논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유력 후보였던 김 지사의 낙마로 민주당 전북지사 경선은 안호영·이원택 의원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그런데 경선 상대인 이 의원도 의혹에서 벗어나 있지 않았다. 이 의원은 지난해 11월 정읍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모임의 식사비 72만7천원을 3자를 통해 대납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민주당은 감찰에 나섰지만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리고 경선을 강행했고, 이 의원이 후보로 확정됐다.이번엔 경선에서 진 안 의원이 강하게 치고 나왔다. 안 의원은 국회 본청 앞에서 이 후보의 식사비 대납 의혹에 대한 재감찰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김 지사는 8시간 만에 제명, 이 후보는 전화 몇통짜리 감찰”이라며 형평성을 따졌다.현직 도지사와 유력 후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경선 탈락자의 단식까지. 전국의 시선이 전북으로 쏠렸다. 그러나 이것은 전북이 원하던 관심이 아니다.도민들이 원했던 관심은 예산이었고 기반 시설이었고 일자리였다. 수십년간 감소하는 인구를 막아줄 정책이었고, 수도권과 벌어지는 격차를 줄여줄 국가적 의지였다. 그런데 돌아온 스포트라이트는 시시티브이 속 돈봉투와 식당 영수증, 그리고 국회 앞 천막이다. 전북이 마침내 화제가 됐지만, 정작 도민들은 고개를 들기가 민망하다.광고이 사태를 단순히 몇몇 정치인의 일탈로 보기는 어렵다. 한 정당이 수십년째 독식하는 지역에서 공천은 곧 당선이다. 전북은 이런 구조가 극단으로 수렴된 지역이다. 경선은 있지만, 본선은 사실상 없다. 이기지 않아도 이기는 선거가 반복되면, 후보는 유권자가 아니라 당을 본다. 당만 보는 사람이 도민을 보기란 쉽지 않다. 금품 의혹의 당사자들이 하필 같은 해 같은 달, 비슷한 자리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의혹을 샀다는 것은 그저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더 씁쓸한 것은 이 소란의 무게를 고스란히 떠안는 건 결국 도민이라는 사실이다. 정치인들은 의혹을 해명하고, 단식하고, 수사를 받는 동안에도 권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도민들은 지사 후보도, 수사 결과도, 선거 결과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구조 안에 놓여 있다.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에서 도민의 선택권은 얼마나 실질적인가.6·3 지방선거가 두달도 채 남지 않았다. 전북 도민들은 이 선거가 끝난 뒤에도 계속 살아가야 한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소란이 가라앉은 자리에 누가 남느냐가 아니라, 이런 일이 왜 반복되는가다. 친구의 전화에 제대로 답하려면, 우리 스스로 먼저 물어야 한다. 전북이 마침내 주목받는다면, 그 이유만큼은 달라야 하지 않을까.1000press@hani.co.kr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이원택(왼쪽부터) 전북특별자치도 지사 출마 예정자가 지난 6일 전주문화방송(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본경선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천경석 | 전국팀 기자

“전북에 무슨 일 있어?” 고향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요즘 전북과 관련해 언론 보도가 많이 나오면서 궁금함에 걸려온 전화다. 뭐라고 답해야 할까. 짧게 설명하기엔 복잡하고, 모른 척 넘기기엔 상황이 가볍지 않다.

전북은 오랫동안 ‘3중 소외’를 말해왔다. 수도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호남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호남 안에서도 광주·전남에 밀린다는 이유로. 예산도, 사회 기반 시설도, 기업도 전북을 비껴갔다. 중앙 언론에서 전북이 주요하게 다뤄지는 날은 다시 떠올리기 싫은 ‘잼버리 사태’를 제외하곤 손에 꼽을 정도였다. 도민들은 그것이 서러웠고, 억울했다. 제발 좀 봐달라고, 우리도 여기 있다고.

그런데 요즘 전북이 보인다. 전국 뉴스에 오른다. 다만 그 이유가 문제다.

4월 들어 현직 전북특별자치도 지사 김관영의 이름이 전국 뉴스를 장식했다. 지난해 11월 전주의 한 식당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담긴 장면이 세상에 공개되면서다. 영상에는 김 지사가 5만원권 등 지폐를 청년들에게 일일이 건네는 모습이 담겼다. 김 지사는 대리비 명목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만장일치로 그를 제명했다. 재선 도전에 나선 현직 도지사가 하룻밤 새 당에서 쫓겨나는 초유의 사태였다.

논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유력 후보였던 김 지사의 낙마로 민주당 전북지사 경선은 안호영·이원택 의원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그런데 경선 상대인 이 의원도 의혹에서 벗어나 있지 않았다. 이 의원은 지난해 11월 정읍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모임의 식사비 72만7천원을 3자를 통해 대납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민주당은 감찰에 나섰지만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리고 경선을 강행했고, 이 의원이 후보로 확정됐다.

이번엔 경선에서 진 안 의원이 강하게 치고 나왔다. 안 의원은 국회 본청 앞에서 이 후보의 식사비 대납 의혹에 대한 재감찰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김 지사는 8시간 만에 제명, 이 후보는 전화 몇통짜리 감찰”이라며 형평성을 따졌다.

현직 도지사와 유력 후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경선 탈락자의 단식까지. 전국의 시선이 전북으로 쏠렸다. 그러나 이것은 전북이 원하던 관심이 아니다.

도민들이 원했던 관심은 예산이었고 기반 시설이었고 일자리였다. 수십년간 감소하는 인구를 막아줄 정책이었고, 수도권과 벌어지는 격차를 줄여줄 국가적 의지였다. 그런데 돌아온 스포트라이트는 시시티브이 속 돈봉투와 식당 영수증, 그리고 국회 앞 천막이다. 전북이 마침내 화제가 됐지만, 정작 도민들은 고개를 들기가 민망하다.

이 사태를 단순히 몇몇 정치인의 일탈로 보기는 어렵다. 한 정당이 수십년째 독식하는 지역에서 공천은 곧 당선이다. 전북은 이런 구조가 극단으로 수렴된 지역이다. 경선은 있지만, 본선은 사실상 없다. 이기지 않아도 이기는 선거가 반복되면, 후보는 유권자가 아니라 당을 본다. 당만 보는 사람이 도민을 보기란 쉽지 않다. 금품 의혹의 당사자들이 하필 같은 해 같은 달, 비슷한 자리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의혹을 샀다는 것은 그저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 씁쓸한 것은 이 소란의 무게를 고스란히 떠안는 건 결국 도민이라는 사실이다. 정치인들은 의혹을 해명하고, 단식하고, 수사를 받는 동안에도 권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도민들은 지사 후보도, 수사 결과도, 선거 결과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구조 안에 놓여 있다.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에서 도민의 선택권은 얼마나 실질적인가.

6·3 지방선거가 두달도 채 남지 않았다. 전북 도민들은 이 선거가 끝난 뒤에도 계속 살아가야 한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소란이 가라앉은 자리에 누가 남느냐가 아니라, 이런 일이 왜 반복되는가다. 친구의 전화에 제대로 답하려면, 우리 스스로 먼저 물어야 한다. 전북이 마침내 주목받는다면, 그 이유만큼은 달라야 하지 않을까.

1000press@hani.co.kr

🔍 주요 키워드

#전북이#도민들은#지사#이유로#현직#않았다#것은#전국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