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위아람 기자=은둔형 외톨이, 일본말로는 '히키코모리'라고 불리는 청년들, 영어로는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들은 경제 활동을 하지 않고 집밖에 가끔 나가며 어떠한 교육도 훈련도 받지 않는다. 최근 미국의 CNN은 아시아의 은둔형 외톨이에 대해 한국에는 24만명, 일본에는 150만명, 홍콩에는 5만명 정도가 있다고 보도했다.
ㅜ(그림=연합뉴스) 국무조정실이 주관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를 보면 은둔형 외톨이는 전체 인구의 4.7%, 그 중 청년(19세~34세)은 최대 54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22년 조사에서 청년 인구 중 2.4%, 24만명 정도를 은둔형 외톨이로 집계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전국 단위로는 처음 실태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국내 고립·은둔 청년이 54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급속한 노령화로 인해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은둔형 외톨이는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대상들이다. 이들은 ‘그냥 쉬었음’이라고 표현되는 고용 상태에 있어서 실업률에 잡히지도 않는다. 대략 40만명에 해당하는 '그냥 쉬었음' 청년(15세~29세)들은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 없이 그대로 나이를 먹으며 사회와 멀어져가고 있다.
(그림=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고립·은둔 청년들을 도우려는 민간의 움직임이 활발해 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니트컴퍼니'로 회사 생활을 흉내내서 고립·은둔 청년들을 가상으로 채용하고 넷플릭스 보기, 고양이 돌보기 같은 일정한 업무를 부여해 사회와의 접점을 늘린다. '니트컴퍼니'는 '사단법인 니트생활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그동안 여러 매체에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된 적이 있는 '니트컴퍼니'는 시즌 16까지 진행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서울 용산과 서대문, 광주, 부산, 화성 등에 지점을 개설해 지자체와의 접촉 면적을 넓히고 있다. 월별 걷기 모임, 취업이 아닌 다른 업(業)의 가능성 찾기, 무업(無業) 생활 커뮤니티 플랫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은둔형 외톨이 문제에 대처한다. '사단법인 씨즈'에서 운영하는 '두더지땅굴'도 고립·은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사단법인 씨즈'는 '두더집'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해 음식을 같이 조리해 먹거나 상담을 받는 식으로 고립·은둔 청년들의 재활에 힘쓴다. 최근에는 서울만이 아니라 제주에도 '두더집' 공간을 개설해 지역 사회에서의 은둔형 외톨이 문제 해결에도 나섰다. 고립·은둔 청년만이 아니라 보육시설을 나와 사회에서 홀로 서게 된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는 '푸른고래 리커버리 센터'도 주목할만하다. 2003년부터 고립 청년들과 함께 지내왔던 한 부부의 활동이 청년그룹홈을 거쳐 내적인 회복을 중시하는 '푸른고래 리커버리 센터'로 탈바꿈했다. 요리나 미술치료, 야구 등의 활동을 통해 고립·은둔 청년들의 마음을 위안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단법인 파이나다운청년'들도 고립·은둔 청년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소모임룸이나 아트센터 공간을 활용해 고립·은둔 청년들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 오랜 경력을 가진 상담사를 연결해 온라인, 오프라인에 구애받지 않고 고립·은둔 청년들의 부모를 돌본다.
(사진=연합뉴스) '사람을 세우는 사람들 더 유스'는 서울시에 등록된 비영리 민간단체다. 은둔과 고립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스스로 잘하는 것을 찾아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한다. 협력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인턴십이나 일자리 연계를 제공해 고립·은둔 청년들이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한다. '일하는 학교'는 2013년부터 고립·은둔 청년들의 사회 진입과 자립을 위해 활동해온 비영리 민간 단체다.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전담 상담사를 배정해 현직자 멘토링, 진로교육, 심리 상담 등 자립과정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길찾기학교'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바리스타 교육, 사회복지 이론 교육, 영상촬영 및 편집 실습, 어린이집 실습, 디자인 및 기초사무 분야 진로 체험을 통해 청년들의 자기 탐색 과정을 촉진한다. 일본에서 시작된 고립·은둔 청년 지원기관이었던 'K2 인터내셔널'이 코로나로 인해 폐업한 이후 K2의 직원 등 4명은 고립·은둔 청년 지원기관 '안무서운회사'를 창립했다. 셰어하우스 운영, 은둔고수 프로그램, 콘텐츠 제작 등 이전 단체에서의 노하우를 그대로 계승했다. 지원 조례 제정, 국소단위의 실태조사 등 고립·은둔 청년 관련 연구 참여에도 적극적이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움직임도 있다. 광주광역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는 조례에 따라 당사자, 가족 상담 교육, 치유 프로그램, 관련 연구 수행과 같은 활동을 하고 있다. 사람에 따라 방문이나 내방, 온라인 상담을 병행하며 은둔성향 단계별 치유프로그램을 통해 개인의 성향에 맞는 지원대책을 수립한다. 부모교육 및 자조모임을 지원하고 있어 고립·은둔 청년의 문제가 단지 개인만의 고민이 아니라 가족, 나아가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게 한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그러나 2024년도 예산안에서 고립·은둔 청년 지원 시범사업에 13억900만원만을 편성했다. 여성가족부의 경우 10억8900만원을 투입해 '고립·은둔 청소년 원스톱 패키지 지원 사업'을 실시한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은둔·사회적 단절 위기의 정서적 취약계층을 위한 사업에 19억원을 배정하는 등 정부 지원은 빈약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립·은둔 청년으로 발전하기 전의 청소년 시기부터 고립·은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아직 정부 차원에서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정확한 통계도 없고 관련 예산도 상대적으로 미비한 상황에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그냥 쉬었음’ 인구에 고립·은둔 청년들이 숨어있다. 우리 사회, 나아가 국가의 더 많은 관심과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지 못한 한국의 상황과 달리 외국에서는 발빠르게 고립·은둔 청년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일본은 은둔형 외톨이 관련 사업을 5개 부처에서 다루고 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안은 2115억원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영국을 본따 내각관방에 ‘고독·고립대책담당실’을 신설하고 담당 장관을 뒀다. 영국은 '고독부 장관'을 두고 국민의 고독에 관한 전략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기업, 공공기관과 '외로움 대처 네트워크'를 만들어 고립·은둔 청년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핀란드 정부는 은둔형 외톨이를 ‘사회적으로 배제된 청년’에 포함하고 지방정부의 청년 대상 사업에 예산을 집중한다. 독일은 니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소년이 조기에 체계적으로 직업탐색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사회적 연결 위원회'를 설립해 각국 정부가 기준점으로 삼을 수 있는 '사회적 연결 글로벌 지수'를 만들고 있다.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한 국가 차원이 아니라 세계적인 차원에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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