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이재규 "AI로 검증해 보니…진화만으로 생명체 기원 설명 못해"

송영찬기자 구독하기입력2025.11.28 18:07수정2025.11.28 23:42지면A20글자크기 조절기사 스크랩기사 스크랩공유공유댓글0댓글클린뷰클린뷰프린트프린트이재규 KAIST 명예교수'조상'없는 고아 유전자 연구기존 이론으로 다양성 입증 못해“현재 생명과학은 모든 것을 진화론적으로만 보기 때문에 ‘고아 유전자’도 진화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만 보고 있습니다.”이재규 KAIST 명예교수(사진)는 28일 경기 수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열린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 추계학술대회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서로 역할이 다른 것을 일방적으로 해석하면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진화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각각의 종(種)의 유전적 차이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규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김우주 연세대 AI기술연구센터장, 정대균 경희대 생명과학대학 학장, 유혁 고려대 교수, 박태성 서울대 교수 등과 함께 그동안 종(種)간 공통유전자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유전자의 진화적 기원을 설명해온 비교유전체학에 대비되는 ‘생성형 유전체학’의 개념을 세웠다.연구의 핵심은 고아 유전자에 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간 연구한 결과 거의 모든 종에서 공통된 유전적 특성이 없고 유전자의 조상 격인 최초 상동유전자를 찾을 수 없는 고아 유전자가 1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가 ‘조상 유전자’로부터 진화한 것이라면 그 조상 유전자는 어디서 왔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며 “현재의 진화론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를 돌연변이로 규정하지만 모든 생명체의 10분의 1이 넘는 유전자는 고아 유전자라는 점은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했다.그는 고아 유전자가 진화의 산물이 아니란 것을 증명하기 위해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론하는 AI 기반 시뮬레이션을 활용했다. 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초파리, 꿀벌, 꼬마선충을 대상으로 초기 실험을 한 결과 고아 유전자가 진화로 생성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예를 들어 로열젤리를 만드는 ‘에피시민’이라는 유전자는 파리에는 없고 꿀벌에만 있기 때문에 여왕벌은 있고 ‘여왕 파리’가 없는 것”이라며 “시뮬레이션 결과 진화를 거듭한다고 이 유전자가 파리에서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그렇다고 생성형 유전체학이 모든 유전자의 생성 기원론을 주장하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생성 기원과 진화 기원이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관계라고 설명한다. 이 교수는 “모든 유전자는 진화를 통해 생겨났다는 걸 전제하고 역방향 추론만 하는 ‘무한 진화론’은 발생 원인을 다 설명하지 못한다”며 “생성 기원론과 진화 기원론이 같이 있는 ‘유한 진화론’을 받아들여야만 다양한 생명체의 출현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 교수는 생성형 유전체학이 생명공학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인간은 인간 고유의 유전자가 인간 특질을 결정짓는 질병과 관련성이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학적 연구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도 바라봤다. 이 교수는 “그동안 생명의 기원은 창조론과 진화론을 둘러싼 ‘종교 대 과학’의 대결이 돼왔다”며 “이젠 무한 진화론과 유한 진화론을 사이에 둔 과학적인 토론과 ‘진화의 경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수원=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좋아요싫어요후속기사 원해요ⓒ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한국경제 구독신청모바일한경 보기송영찬 기자구독하기바이오헬스부에서 제약과 바이오업체를 담당합니다.ADVERTISEMENT관련 뉴스1[책마을] K컬처 DNA는 존재할까세계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 무대를 뜨겁게 달군 블랙핑크의 제니, 수천만 명의 전 세계 팬덤을 거느린 방탄소년단(BTS), 뉴욕 한복판에 자리 잡은 한국식 기사식당까지. 세계인을 매료시킨 K컬처를 보면 어쩌면 한국인...2교육부에 칼 뺀 트럼프 "교육정책 권한, 각 州에 돌려줄 것"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교육부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 후 “교육부를 폐쇄하기 위한 모든 합법적인 조치를 할 것”이며 “가능한 한 ...3[책마을] 아이 지능 결정하는 건 조기교육 아니라 유전자조기 교육에 대한 한국 학부모들의 열기는 ‘광적’이라고 할 만하다. 어릴 때부터 학원을 보내 선행학습을 시키면 공부를 잘하게 될 것이란 믿음이 그 바탕에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40여 년 동...ADVERTIS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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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규 KAIST 명예교수'조상'없는 고아 유전자 연구기존 이론으로 다양성 입증 못해“현재 생명과학은 모든 것을 진화론적으로만 보기 때문에 ‘고아 유전자’도 진화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만 보고 있습니다.”이재규 KAIST 명예교수(사진)는 28일 경기 수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열린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 추계학술대회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서로 역할이 다른 것을 일방적으로 해석하면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진화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각각의 종(種)의 유전적 차이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규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김우주 연세대 AI기술연구센터장, 정대균 경희대 생명과학대학 학장, 유혁 고려대 교수, 박태성 서울대 교수 등과 함께 그동안 종(種)간 공통유전자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유전자의 진화적 기원을 설명해온 비교유전체학에 대비되는 ‘생성형 유전체학’의 개념을 세웠다.연구의 핵심은 고아 유전자에 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간 연구한 결과 거의 모든 종에서 공통된 유전적 특성이 없고 유전자의 조상 격인 최초 상동유전자를 찾을 수 없는 고아 유전자가 1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가 ‘조상 유전자’로부터 진화한 것이라면 그 조상 유전자는 어디서 왔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며 “현재의 진화론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를 돌연변이로 규정하지만 모든 생명체의 10분의 1이 넘는 유전자는 고아 유전자라는 점은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했다.그는 고아 유전자가 진화의 산물이 아니란 것을 증명하기 위해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론하는 AI 기반 시뮬레이션을 활용했다. 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초파리, 꿀벌, 꼬마선충을 대상으로 초기 실험을 한 결과 고아 유전자가 진화로 생성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예를 들어 로열젤리를 만드는 ‘에피시민’이라는 유전자는 파리에는 없고 꿀벌에만 있기 때문에 여왕벌은 있고 ‘여왕 파리’가 없는 것”이라며 “시뮬레이션 결과 진화를 거듭한다고 이 유전자가 파리에서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그렇다고 생성형 유전체학이 모든 유전자의 생성 기원론을 주장하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생성 기원과 진화 기원이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관계라고 설명한다. 이 교수는 “모든 유전자는 진화를 통해 생겨났다는 걸 전제하고 역방향 추론만 하는 ‘무한 진화론’은 발생 원인을 다 설명하지 못한다”며 “생성 기원론과 진화 기원론이 같이 있는 ‘유한 진화론’을 받아들여야만 다양한 생명체의 출현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 교수는 생성형 유전체학이 생명공학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인간은 인간 고유의 유전자가 인간 특질을 결정짓는 질병과 관련성이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학적 연구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도 바라봤다. 이 교수는 “그동안 생명의 기원은 창조론과 진화론을 둘러싼 ‘종교 대 과학’의 대결이 돼왔다”며 “이젠 무한 진화론과 유한 진화론을 사이에 둔 과학적인 토론과 ‘진화의 경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수원=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이재규 KAIST 명예교수'조상'없는 고아 유전자 연구기존 이론으로 다양성 입증 못해
“현재 생명과학은 모든 것을 진화론적으로만 보기 때문에 ‘고아 유전자’도 진화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만 보고 있습니다.”이재규 KAIST 명예교수(사진)는 28일 경기 수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열린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 추계학술대회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서로 역할이 다른 것을 일방적으로 해석하면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진화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각각의 종(種)의 유전적 차이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규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김우주 연세대 AI기술연구센터장, 정대균 경희대 생명과학대학 학장, 유혁 고려대 교수, 박태성 서울대 교수 등과 함께 그동안 종(種)간 공통유전자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유전자의 진화적 기원을 설명해온 비교유전체학에 대비되는 ‘생성형 유전체학’의 개념을 세웠다.연구의 핵심은 고아 유전자에 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간 연구한 결과 거의 모든 종에서 공통된 유전적 특성이 없고 유전자의 조상 격인 최초 상동유전자를 찾을 수 없는 고아 유전자가 1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가 ‘조상 유전자’로부터 진화한 것이라면 그 조상 유전자는 어디서 왔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며 “현재의 진화론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를 돌연변이로 규정하지만 모든 생명체의 10분의 1이 넘는 유전자는 고아 유전자라는 점은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했다.그는 고아 유전자가 진화의 산물이 아니란 것을 증명하기 위해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론하는 AI 기반 시뮬레이션을 활용했다. 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초파리, 꿀벌, 꼬마선충을 대상으로 초기 실험을 한 결과 고아 유전자가 진화로 생성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예를 들어 로열젤리를 만드는 ‘에피시민’이라는 유전자는 파리에는 없고 꿀벌에만 있기 때문에 여왕벌은 있고 ‘여왕 파리’가 없는 것”이라며 “시뮬레이션 결과 진화를 거듭한다고 이 유전자가 파리에서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그렇다고 생성형 유전체학이 모든 유전자의 생성 기원론을 주장하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생성 기원과 진화 기원이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관계라고 설명한다. 이 교수는 “모든 유전자는 진화를 통해 생겨났다는 걸 전제하고 역방향 추론만 하는 ‘무한 진화론’은 발생 원인을 다 설명하지 못한다”며 “생성 기원론과 진화 기원론이 같이 있는 ‘유한 진화론’을 받아들여야만 다양한 생명체의 출현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 교수는 생성형 유전체학이 생명공학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인간은 인간 고유의 유전자가 인간 특질을 결정짓는 질병과 관련성이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학적 연구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도 바라봤다. 이 교수는 “그동안 생명의 기원은 창조론과 진화론을 둘러싼 ‘종교 대 과학’의 대결이 돼왔다”며 “이젠 무한 진화론과 유한 진화론을 사이에 둔 과학적인 토론과 ‘진화의 경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수원=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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