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대강대강은 금세 들키기 마련 [양희은의 어떤 날]
수정2025-11-30 18:42등록2025-11-30 18:42
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element.0:00이십대 청년이 먼저 읽고 그리다. 김예원광고양희은 | 가수광고날이 쌀랑해지면서 다락에 올라가 차마 열어보지 못한 엄마의 트렁크에 손을 댔다. 세상에나, 어쩜 그리도 새 내복들이 깍듯이 개켜져 있는지 놀라웠다. 몽골에서, 중국에서, 일본에서 사다 드린 양모, 실크 등 소재 좋은 내복들이 줄줄이 나왔다. 난 엄마 소지품을 한번에 정리하지 못했다. 아니 안 했다. 엄마의 작품들을 전시한 부여 카페(이만총총31)에 철 따라 그림 바꾸어 걸듯 생각나는 대로 두고두고 천천히 할 생각이었다. 막내에게 전화로 “엄마 내복 새것들 많은데 어째? 싫어? 안 입을 거야? 너네 집 강변이라 강바람이 장난 아니라며? 소포 부친다. 그리 알아.”아메리카 원주민들은 12월을 무소유의 달, 침묵하는 달이라 하던데, 나는 12월24~25일 이틀 동안 오랜만에 ‘당신에게 건네는 노래’라는 콘서트를 수원에서 연다.광고광고왠지 마음이 싱숭생숭하여 남대문 시장을 찾았다. 동네마트에서 과일을 사서 싣고 강변북로로 나가는데 여기저기 찌그러지고 뒤창조차 안 보이게 짐을 마구 쑤셔 넣은 듯한 차가 눈에 들어왔다. 무슨 사연이길래 앞유리창에도 온통 아기 장난감이 저리 쌓였을까? 이불이 꾀죄죄하다. 급히 짐을 쌌나?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겠지. 운전 중에도 나는 소설을 쓰고 있었다. 함부로 남의 일 이래저래 상상할 건 없겠지만 딱해 보이네. 왠지 사고 흔적 많은 회색 차가 안쓰러웠다.시장 도착, 주차장 입차 오후 3시20분, 단골 아저씨들과 인사를 나누고 슬렁슬렁 걸어 내려갔다. 주말 오후 노점들은 장사 준비 중인데 이상하게 문 닫은 가게도 많았다. 주말 장사를 접었나? 그럴 리가!!! 의류 사업하는 후배가 제품 만들려고 미국에서 나왔는데 6개월 사이에 남대문, 동대문 시장에 문 닫은 가게들이 눈에 띈다고 걱정을 하더니만 그래서일까? 가게에서 파는 물건 종류도 많이 바뀌었다. 자잘한 소품들이 보인다. 배낭에 달고 다니는 인형 키링, 휴대폰 장식 고리, 모자, 양말, 장갑, 여행용 트렁크, 트렁크 손잡이에 끼는 홑나일론 가벼운 가방, 시골 할머니 조끼, 일바지 등등….광고외국인들도 눈에 많이 띈다. 이민 가방 가득히 배낭용 인형 키링을 계속 집어넣는 사람도 있다. 오늘 나의 쇼핑목록은 말표 털고무신, 쫄쫄이 버선, 제일로 센 비누거품 타월, 목욕용 (타월로 만든) 모자였다. 여하튼 흔들림 없이 사려던 것들 빠짐없이 샀고 골목 끝에 두 모녀가 파는 군고구마와 옥수수도 샀는데 품에 안으니 따뜻해서 왠지 고마웠다.주차 출차 시간을 보니 4시. 딱 40분 만에 장보기를 마쳤다. 자유로가 막혀서 보니 차 한대가 멈춰 서 있었다. 새 차인 듯한데 열어 놓은 트렁크 안에는 빨간 여행용 가방 하나와 흐드러진 꽃다발이 보였다. 누구를 위한 꽃다발일까? 곱다…. 아까 시장 갈 때 봤던 짠해 보이는 찌그러진 회색 차와 너무 대조적이었다. 5시께 되니 김포 저편으로 지는 해가 고왔다. 그래그래, 뜨는 해보다는 낙조가 더 울컥한다니까.일요일 점심, 강화 나들이. 동막해수욕장을 거쳐 마니산 밑 마니산방을 찾아갔다. 궁금했던 건 단 하나, 어떤 오븐을 사야 고장도 안나고 두고두고 쓸 만한가를 전문가들께 여쭤보고 싶어서였다. 장인들의 모임에 해당 사항이 없지만 노래는 55년, 방송 역시 45년이 넘으니까 생뚱맞지는 않겠지? 빵 굽고 커피 내리고 요리하고 술을 빚고 두부를 만들고 칼을 만드는 분들이셨다. 공통점은 마음에서 기술도 비롯된다는 얘기. 우리는 무엇으로 행복한가? 무엇이 우리를 버티게 하는가?노래 심사 프로그램들이 많은데 요즈음 두루 즐겨보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기술에 연습의 시간을 들여 갈고 닦아 뛰어난데 마음이 그만 기술에 가려져 듣는 이들 가슴으로 전달되지 못하는 듯하다. 어떤 이는 자기 목소리에 취해 있기도 하고, 가끔 음치의 노래가 진정 마음을 울리는 게 놀랍다. 그건 노랫말이 그대로 들어오기 때문인데, 음정 박자를 놓쳐도 말이 살아나기 때문이다.오랜 동안 작업을 하면서 실수 속에서 많이 배울 것이다. 무엇으로 어떻게 마음이 전해질까? ‘생활의 달인’ 더빙(내레이션)을 만 10년 동안 하면서 느낀 것은 그네들의 집중력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쉽게 못하는 철저함, 대충 마무리 짓지 않는 투철함 등이다. 그런 마음은 화면을 뚫고 전달된다. 대강대강은 금세 들키기 마련이다. 세상 사람들이 결코 호락호락하거나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장인들의 세월이 한데 모인 그날 오후는 마니산방의 기운은 마니산 아래에서 묵직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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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 청년이 먼저 읽고 그리다. 김예원
날이 쌀랑해지면서 다락에 올라가 차마 열어보지 못한 엄마의 트렁크에 손을 댔다. 세상에나, 어쩜 그리도 새 내복들이 깍듯이 개켜져 있는지 놀라웠다. 몽골에서, 중국에서, 일본에서 사다 드린 양모, 실크 등 소재 좋은 내복들이 줄줄이 나왔다. 난 엄마 소지품을 한번에 정리하지 못했다. 아니 안 했다. 엄마의 작품들을 전시한 부여 카페(이만총총31)에 철 따라 그림 바꾸어 걸듯 생각나는 대로 두고두고 천천히 할 생각이었다. 막내에게 전화로 “엄마 내복 새것들 많은데 어째? 싫어? 안 입을 거야? 너네 집 강변이라 강바람이 장난 아니라며? 소포 부친다. 그리 알아.”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12월을 무소유의 달, 침묵하는 달이라 하던데, 나는 12월24~25일 이틀 동안 오랜만에 ‘당신에게 건네는 노래’라는 콘서트를 수원에서 연다.
왠지 마음이 싱숭생숭하여 남대문 시장을 찾았다. 동네마트에서 과일을 사서 싣고 강변북로로 나가는데 여기저기 찌그러지고 뒤창조차 안 보이게 짐을 마구 쑤셔 넣은 듯한 차가 눈에 들어왔다. 무슨 사연이길래 앞유리창에도 온통 아기 장난감이 저리 쌓였을까? 이불이 꾀죄죄하다. 급히 짐을 쌌나?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겠지. 운전 중에도 나는 소설을 쓰고 있었다. 함부로 남의 일 이래저래 상상할 건 없겠지만 딱해 보이네. 왠지 사고 흔적 많은 회색 차가 안쓰러웠다.
시장 도착, 주차장 입차 오후 3시20분, 단골 아저씨들과 인사를 나누고 슬렁슬렁 걸어 내려갔다. 주말 오후 노점들은 장사 준비 중인데 이상하게 문 닫은 가게도 많았다. 주말 장사를 접었나? 그럴 리가!!! 의류 사업하는 후배가 제품 만들려고 미국에서 나왔는데 6개월 사이에 남대문, 동대문 시장에 문 닫은 가게들이 눈에 띈다고 걱정을 하더니만 그래서일까? 가게에서 파는 물건 종류도 많이 바뀌었다. 자잘한 소품들이 보인다. 배낭에 달고 다니는 인형 키링, 휴대폰 장식 고리, 모자, 양말, 장갑, 여행용 트렁크, 트렁크 손잡이에 끼는 홑나일론 가벼운 가방, 시골 할머니 조끼, 일바지 등등….
외국인들도 눈에 많이 띈다. 이민 가방 가득히 배낭용 인형 키링을 계속 집어넣는 사람도 있다. 오늘 나의 쇼핑목록은 말표 털고무신, 쫄쫄이 버선, 제일로 센 비누거품 타월, 목욕용 (타월로 만든) 모자였다. 여하튼 흔들림 없이 사려던 것들 빠짐없이 샀고 골목 끝에 두 모녀가 파는 군고구마와 옥수수도 샀는데 품에 안으니 따뜻해서 왠지 고마웠다.
주차 출차 시간을 보니 4시. 딱 40분 만에 장보기를 마쳤다. 자유로가 막혀서 보니 차 한대가 멈춰 서 있었다. 새 차인 듯한데 열어 놓은 트렁크 안에는 빨간 여행용 가방 하나와 흐드러진 꽃다발이 보였다. 누구를 위한 꽃다발일까? 곱다…. 아까 시장 갈 때 봤던 짠해 보이는 찌그러진 회색 차와 너무 대조적이었다. 5시께 되니 김포 저편으로 지는 해가 고왔다. 그래그래, 뜨는 해보다는 낙조가 더 울컥한다니까.
일요일 점심, 강화 나들이. 동막해수욕장을 거쳐 마니산 밑 마니산방을 찾아갔다. 궁금했던 건 단 하나, 어떤 오븐을 사야 고장도 안나고 두고두고 쓸 만한가를 전문가들께 여쭤보고 싶어서였다. 장인들의 모임에 해당 사항이 없지만 노래는 55년, 방송 역시 45년이 넘으니까 생뚱맞지는 않겠지? 빵 굽고 커피 내리고 요리하고 술을 빚고 두부를 만들고 칼을 만드는 분들이셨다. 공통점은 마음에서 기술도 비롯된다는 얘기. 우리는 무엇으로 행복한가? 무엇이 우리를 버티게 하는가?
노래 심사 프로그램들이 많은데 요즈음 두루 즐겨보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기술에 연습의 시간을 들여 갈고 닦아 뛰어난데 마음이 그만 기술에 가려져 듣는 이들 가슴으로 전달되지 못하는 듯하다. 어떤 이는 자기 목소리에 취해 있기도 하고, 가끔 음치의 노래가 진정 마음을 울리는 게 놀랍다. 그건 노랫말이 그대로 들어오기 때문인데, 음정 박자를 놓쳐도 말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오랜 동안 작업을 하면서 실수 속에서 많이 배울 것이다. 무엇으로 어떻게 마음이 전해질까? ‘생활의 달인’ 더빙(내레이션)을 만 10년 동안 하면서 느낀 것은 그네들의 집중력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쉽게 못하는 철저함, 대충 마무리 짓지 않는 투철함 등이다. 그런 마음은 화면을 뚫고 전달된다. 대강대강은 금세 들키기 마련이다. 세상 사람들이 결코 호락호락하거나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장인들의 세월이 한데 모인 그날 오후는 마니산방의 기운은 마니산 아래에서 묵직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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