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한도 1억→600억…가업상속 뒤틀린 역사
정남구기자수정2025-12-18 06:00등록2025-12-18 06:00
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element.0:00클립아트코리아광고일본에는 2008년 도입한 ‘사업승계’ 지원 제도가 있다. 경영자가 고령이 되어 은퇴할 때가 되었는데도 사업을 이어받을 사람이 없어 결국 폐업하는 일을 줄이기 위해, 승계자에게 증여세나 상속세의 납부를 유예해주는 제도다. 일정 기간 고용 유지 등 지원 조건을 지키면 납부 유예한 세금을 면제해준다. 비상장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가 지원 대상이다.우리나라의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일본에 앞서 1997년 비슷한 취지로 도입됐다. 일본의 ‘사업승계’와 달리 애초 ‘가업상속’이었던 이유는 ‘대대로 내려오는 집안의 생업’을 가족이 승계하지 않으면 사업이 단절될 정도로 규모가 작거나 사업 특수성이 있는 경우 지원하는 제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제 한도가 1억원에 그쳤다. 한도는 2007년까지 유지됐다.2007년 노무현 정부(참여정부)는 공제 한도를 조금 늘렸다. 2008년부터 15년 이상 운영한 가업을 상속할 때 공제액을 ‘2억원 또는 상속재산의 20%(30억원 한도)’로 늘리고, 음식점업을 공제 대상에 추가했다.광고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의 세법 개정으로 2010년부터는 공제 한도가 피상속인의 사업 영위 기간에 따라 60억원(10∼14년)에서 100억원(20년 이상)으로 커졌다. 공제 대상 기업 범위가 ‘중소기업’에서 ‘연간 매출액 1천억원 미만인 중견기업’까지 확대되면서, 제도는 사실상 자산가들의 부의 대물림을 지원하는 길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공제액 한도는 2012년부터 100억∼300억원으로 늘어났다. 딱히 지원해야 할 이유가 없는 이들에게 거액의 세 감면이 본격화됐다.한번 선을 넘자 특혜 시비가 붙을 만큼 발걸음이 과감해졌다. 박근혜 정부 시절 2013년 세제 개편(2014년부터 적용)에서는 대상 기업을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 3천억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공제 한도도 ‘상속재산 가액의 100%, 200억∼500억원’으로 키웠다. 이때 피상속인의 최대주주 요건을 ‘특수관계인 지분 포함 50%(상장사는 30%)’에서 ‘1인 지분이 25% 이상’인 경우도 적용하도록 고쳐, 박근혜 대통령 동생 지만씨가 경영하는 이지(EG)가 최대 수혜 대상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광고광고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의 세법 개정에서는 공제 후 10년간 업종·자산·고용 등을 유지해야 하는 사후관리기간을 7년으로 단축했다. 사후관리기간 중 업종 변경 가능 폭도 넓혔다. 일본 중소기업청이 2017년 7월 사업승계 5개년 계획을 공표하고, 특례 조항을 담아 세법을 개정한 이듬해여서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 나섰고, 시장의 관심도 매우 컸다.윤석열 정부는 2022년 세법 개정을 통해, 2023년부터 공제 대상을 ‘매출액 5천억원’으로 넓히고, 최대 공제 한도는 600억원으로 키웠다. 사후관리 의무 기간은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했다.광고윤석열 정부가 2024년 마련한 세제 개편안에서는 공제 대상을 상호출자제한기업을 제외한 모든 중소·중견기업과 밸류업 우수 기업으로 확대하고, 공제 한도를 600억∼1200억원까지 또 갑절로 늘리려고 했다. 이 안은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현재 국회에는 상속공제 한도를 최대 1200억원으로 늘리는 안, 상장사도 공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안 등 여러 건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상속공제와 별개로 가업승계를 지원하는 ‘증여세 과세 특례’도 있다. 사전에 주식을 증여할 때 10억원 공제 뒤 최대 600억원까지 10∼20% 단일 세율을 적용한다. 나중에 상속 때 합산해 정산한다. 국세통계포털을 보면 지난해 가업상속공제가 216건 6029억원이었는데, 증여세 과세 특례가 508건 9729억원으로 그보다 더 많았다.제도 변화 과정을 추적해온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가업 보호가 아니라 상속세를 우회해 가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비사업용 자산의 공제 배제, 공제 한도의 대폭 축소, 공제 가치 심사제도 도입 등으로 제도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업상속공제를 폐지하고 차라리 일괄공제를 상향하는 것도 고려해볼 일”이라고 덧붙였다.정남구 이주빈 기자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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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2008년 도입한 ‘사업승계’ 지원 제도가 있다. 경영자가 고령이 되어 은퇴할 때가 되었는데도 사업을 이어받을 사람이 없어 결국 폐업하는 일을 줄이기 위해, 승계자에게 증여세나 상속세의 납부를 유예해주는 제도다. 일정 기간 고용 유지 등 지원 조건을 지키면 납부 유예한 세금을 면제해준다. 비상장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가 지원 대상이다.
우리나라의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일본에 앞서 1997년 비슷한 취지로 도입됐다. 일본의 ‘사업승계’와 달리 애초 ‘가업상속’이었던 이유는 ‘대대로 내려오는 집안의 생업’을 가족이 승계하지 않으면 사업이 단절될 정도로 규모가 작거나 사업 특수성이 있는 경우 지원하는 제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제 한도가 1억원에 그쳤다. 한도는 2007년까지 유지됐다.
2007년 노무현 정부(참여정부)는 공제 한도를 조금 늘렸다. 2008년부터 15년 이상 운영한 가업을 상속할 때 공제액을 ‘2억원 또는 상속재산의 20%(30억원 한도)’로 늘리고, 음식점업을 공제 대상에 추가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의 세법 개정으로 2010년부터는 공제 한도가 피상속인의 사업 영위 기간에 따라 60억원(10∼14년)에서 100억원(20년 이상)으로 커졌다. 공제 대상 기업 범위가 ‘중소기업’에서 ‘연간 매출액 1천억원 미만인 중견기업’까지 확대되면서, 제도는 사실상 자산가들의 부의 대물림을 지원하는 길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공제액 한도는 2012년부터 100억∼300억원으로 늘어났다. 딱히 지원해야 할 이유가 없는 이들에게 거액의 세 감면이 본격화됐다.
한번 선을 넘자 특혜 시비가 붙을 만큼 발걸음이 과감해졌다. 박근혜 정부 시절 2013년 세제 개편(2014년부터 적용)에서는 대상 기업을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 3천억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공제 한도도 ‘상속재산 가액의 100%, 200억∼500억원’으로 키웠다. 이때 피상속인의 최대주주 요건을 ‘특수관계인 지분 포함 50%(상장사는 30%)’에서 ‘1인 지분이 25% 이상’인 경우도 적용하도록 고쳐, 박근혜 대통령 동생 지만씨가 경영하는 이지(EG)가 최대 수혜 대상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의 세법 개정에서는 공제 후 10년간 업종·자산·고용 등을 유지해야 하는 사후관리기간을 7년으로 단축했다. 사후관리기간 중 업종 변경 가능 폭도 넓혔다. 일본 중소기업청이 2017년 7월 사업승계 5개년 계획을 공표하고, 특례 조항을 담아 세법을 개정한 이듬해여서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 나섰고, 시장의 관심도 매우 컸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세법 개정을 통해, 2023년부터 공제 대상을 ‘매출액 5천억원’으로 넓히고, 최대 공제 한도는 600억원으로 키웠다. 사후관리 의무 기간은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했다.
윤석열 정부가 2024년 마련한 세제 개편안에서는 공제 대상을 상호출자제한기업을 제외한 모든 중소·중견기업과 밸류업 우수 기업으로 확대하고, 공제 한도를 600억∼1200억원까지 또 갑절로 늘리려고 했다. 이 안은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현재 국회에는 상속공제 한도를 최대 1200억원으로 늘리는 안, 상장사도 공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안 등 여러 건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상속공제와 별개로 가업승계를 지원하는 ‘증여세 과세 특례’도 있다. 사전에 주식을 증여할 때 10억원 공제 뒤 최대 600억원까지 10∼20% 단일 세율을 적용한다. 나중에 상속 때 합산해 정산한다. 국세통계포털을 보면 지난해 가업상속공제가 216건 6029억원이었는데, 증여세 과세 특례가 508건 9729억원으로 그보다 더 많았다.
제도 변화 과정을 추적해온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가업 보호가 아니라 상속세를 우회해 가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비사업용 자산의 공제 배제, 공제 한도의 대폭 축소, 공제 가치 심사제도 도입 등으로 제도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업상속공제를 폐지하고 차라리 일괄공제를 상향하는 것도 고려해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남구 이주빈 기자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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