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맛은 쫀득, 끝맛은 고소…‘두쫀쿠’ 저리 가라 하는 영화 2편
김은형기자수정2026-01-27 02:00등록2026-01-27 02:00
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element.0:00영화 ‘직장상사 길들이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광고첫맛은 쫀득하고, 끝맛은 고소하다. ‘두쫀쿠’ 이야기가 아니다. 28일 나란히 개봉하는 영화 두편의 맛이다. 김빠진 사이다 같았던 근래의 속편 대작들이 주지 못했던, 그 옛날 할리우드 장르 영화의 참맛을 꾹꾹 눌러 담은 영화 ‘직장상사 길들이기’와 ‘하우스메이드’다.‘구조 요청’(Send Help)이라는 원제목과 사뭇 다른 느낌으로 바뀐 ‘직장상사 길들이기’는 샘 레이미 감독의 신작이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레이미를 알고 있는 팬이라면 ‘그에게 이런 면이?’ 싶을 테지만, 1980~1990년대 대표작 ‘이블 데드’ 시리즈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샘 레이미의 귀환’이라고 환호할 만하다. 예측불허에 엉뚱하고 통쾌하며 무섭고 웃기는 에피소드들이 숨 가쁘게 이어지면서 잘빠진 팝콘무비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고강도 노동과 인사 저평가에 치여 사는 회사원 린다(레이철 매캐덤스)는 기다리던 승진을 눈앞에 두고 또 물먹는다. 임원 승진을 약속했던 사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낙하산으로 온 젊은 사장 브래들리(딜런 오브라이언)는 대놓고 린다의 성과를 가로채는 자신의 동창을 중용하려고 한다. 린다는 폭발 직전의 분노를 안고 사장, 다른 동료들과 방콕행 출장을 떠난다. 린다를 향한 일행의 조롱이 임계점을 넘기는 순간 비행기는 바다 한가운데로 추락하고, 어딘지 모를 섬에 린다와 브래들리만이 살아남는다.광고영화 ‘직장상사 길들이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사랑스러움의 대명사와 같은 ‘노트북’ ‘어바웃 타임’의 매캐덤스가 피칠갑을 한 포스터부터 범상치 않은 이 영화를 끌고 나가는 힘은 역시 주연배우 매캐덤스다. 업무 능력은 뛰어나지만 허름한 옷차림과 눈치 없는 상냥함으로 동료들에게 외면당하는 직장 내 ‘은따’부터, 서바이벌 프로그램 덕후로 무인도에서 보여주는 엄청난 생존력, 린다에게 의존하면서도 “다정함을 약함으로 알고 있는” 상사의 갑질에 마침내 폭발했을 때의 가공할 공격성까지 변화무쌍하게 보여주는 캐릭터를 찰지게 소화한다.26일 오전(한국시각) 열린 화상간담회에서 레이미 감독은 “린다 캐릭터가 주인공이고 남성이 악역 같지만 (둘의 역학관계가 계속 바뀌면서) 관객은 외줄타기 하는 것 같은 심정으로 누구를 응원해야 할지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매캐덤스는 “이전에는 해본 적 없는 역할이라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결국 관객들이 린다라는 복잡한 인물에게 공감하고 감정적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레이미와 매캐덤스의 협업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2022) 이후 4년 만이다. 매캐덤스는 “지난 작품에서는 (내 역할이) 거대한 기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부품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촬영 무대인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며 감독님의 시간을 독점할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광고광고캐릭터의 매력이 극에서 극으로 잘 구현된 이유는 무엇보다 간을 보지 않고 거침없이 내달리는 레이미 특유의 연출력에 있다. 수시로 뒤통수를 치고, 이에 대한 응징이 벌어지며 육탄전이 벌어질 때 머리카락 한움쿰이 아니라 두피까지 벗겨내는 잔인함 속에서도 빵빵 웃음이 터져나오게 하는 유쾌함이 미적지근한 요즘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고자극의 쾌감을 선사한다.영화 ‘하우스메이드’. 누리픽쳐스 제공같은 날 개봉하는 ‘하우스메이드’(폴 피그 감독) 역시 여성의 다정함을 약함으로 받아들이는 남성에 대한 복수극이다. 여성 캐릭터가 다정함뿐 아니라 내면의 어둠과 폭발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단순히 선량한 피해자나 용기 있는 히로인이 아니라 빛과 그늘이 공존하는 캐릭터들이라 매력적이다. ‘직장상사 길들이기’에서 무인도라는 야생의 배경이 영화의 분방한 매력을 극대화시킨다면, ‘하우스메이드’는 완벽하게 꾸며진 저택과 가장 화려한 장식품처럼 보이는 선남선녀 사이의 에로틱한 긴장이 할리퀸 로맨스처럼 뻔뻔하고 노골적인 매혹을 담아낸다.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지난 12월 북미를 시작으로 개봉 한달 만에 제작비의 5배 가까이 벌어들였다.광고밀리(시드니 스위니)는 청소년 시절의 잘못으로 교도소에서 지낸 과거를 숨긴 채 부잣집 가사도우미로 들어간다. 그의 가짜 이력서를 확인도 안 하고 따뜻하게 맞아준 여자 주인 니나(어맨다 사이프리드)는 밀리가 입주한 직후 돌변한다. 그만두고 싶어도 오갈 데 없는 밀리는 아내를 따뜻하게 달래며 반듯한 외모와 성정을 가진 앤드루(브랜던 스클레너)에게 심리적으로 의지하게 된다. 이심전심으로 가까워지던 두 사람은 선을 넘게 되고, 앤드루는 니나에게 집을 떠날 것을 통보한다.영화 ‘하우스메이드’. 누리픽쳐스 제공‘하우스메이드’는 일종의 아는 맛의 재미를 준다. 우선 적당한 복선과 적당한 반전이 적당한 위치에 잘 배치되어 있다. 뻔한 재미조차 찾기 힘든 요즘 작품들 사이에서 오랜만에 누리는 안전한 즐거움이다. 여기에 사이프리드의 강렬한 연기력, 요즘 대세 스위니가 흘리는 알 듯 말 듯 모호한 긴장감, 스릴러물의 전형적인 미남 캐릭터에 이입할 수 있는 감정이 살뜰한 삼각편대를 이룬다. 이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최근 속편 제작이 확정됐다.김은형 선임기자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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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직장상사 길들이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첫맛은 쫀득하고, 끝맛은 고소하다. ‘두쫀쿠’ 이야기가 아니다. 28일 나란히 개봉하는 영화 두편의 맛이다. 김빠진 사이다 같았던 근래의 속편 대작들이 주지 못했던, 그 옛날 할리우드 장르 영화의 참맛을 꾹꾹 눌러 담은 영화 ‘직장상사 길들이기’와 ‘하우스메이드’다.
‘구조 요청’(Send Help)이라는 원제목과 사뭇 다른 느낌으로 바뀐 ‘직장상사 길들이기’는 샘 레이미 감독의 신작이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레이미를 알고 있는 팬이라면 ‘그에게 이런 면이?’ 싶을 테지만, 1980~1990년대 대표작 ‘이블 데드’ 시리즈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샘 레이미의 귀환’이라고 환호할 만하다. 예측불허에 엉뚱하고 통쾌하며 무섭고 웃기는 에피소드들이 숨 가쁘게 이어지면서 잘빠진 팝콘무비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고강도 노동과 인사 저평가에 치여 사는 회사원 린다(레이철 매캐덤스)는 기다리던 승진을 눈앞에 두고 또 물먹는다. 임원 승진을 약속했던 사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낙하산으로 온 젊은 사장 브래들리(딜런 오브라이언)는 대놓고 린다의 성과를 가로채는 자신의 동창을 중용하려고 한다. 린다는 폭발 직전의 분노를 안고 사장, 다른 동료들과 방콕행 출장을 떠난다. 린다를 향한 일행의 조롱이 임계점을 넘기는 순간 비행기는 바다 한가운데로 추락하고, 어딘지 모를 섬에 린다와 브래들리만이 살아남는다.
영화 ‘직장상사 길들이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사랑스러움의 대명사와 같은 ‘노트북’ ‘어바웃 타임’의 매캐덤스가 피칠갑을 한 포스터부터 범상치 않은 이 영화를 끌고 나가는 힘은 역시 주연배우 매캐덤스다. 업무 능력은 뛰어나지만 허름한 옷차림과 눈치 없는 상냥함으로 동료들에게 외면당하는 직장 내 ‘은따’부터, 서바이벌 프로그램 덕후로 무인도에서 보여주는 엄청난 생존력, 린다에게 의존하면서도 “다정함을 약함으로 알고 있는” 상사의 갑질에 마침내 폭발했을 때의 가공할 공격성까지 변화무쌍하게 보여주는 캐릭터를 찰지게 소화한다.
26일 오전(한국시각) 열린 화상간담회에서 레이미 감독은 “린다 캐릭터가 주인공이고 남성이 악역 같지만 (둘의 역학관계가 계속 바뀌면서) 관객은 외줄타기 하는 것 같은 심정으로 누구를 응원해야 할지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매캐덤스는 “이전에는 해본 적 없는 역할이라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결국 관객들이 린다라는 복잡한 인물에게 공감하고 감정적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레이미와 매캐덤스의 협업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2022) 이후 4년 만이다. 매캐덤스는 “지난 작품에서는 (내 역할이) 거대한 기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부품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촬영 무대인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며 감독님의 시간을 독점할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캐릭터의 매력이 극에서 극으로 잘 구현된 이유는 무엇보다 간을 보지 않고 거침없이 내달리는 레이미 특유의 연출력에 있다. 수시로 뒤통수를 치고, 이에 대한 응징이 벌어지며 육탄전이 벌어질 때 머리카락 한움쿰이 아니라 두피까지 벗겨내는 잔인함 속에서도 빵빵 웃음이 터져나오게 하는 유쾌함이 미적지근한 요즘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고자극의 쾌감을 선사한다.
영화 ‘하우스메이드’. 누리픽쳐스 제공
같은 날 개봉하는 ‘하우스메이드’(폴 피그 감독) 역시 여성의 다정함을 약함으로 받아들이는 남성에 대한 복수극이다. 여성 캐릭터가 다정함뿐 아니라 내면의 어둠과 폭발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단순히 선량한 피해자나 용기 있는 히로인이 아니라 빛과 그늘이 공존하는 캐릭터들이라 매력적이다. ‘직장상사 길들이기’에서 무인도라는 야생의 배경이 영화의 분방한 매력을 극대화시킨다면, ‘하우스메이드’는 완벽하게 꾸며진 저택과 가장 화려한 장식품처럼 보이는 선남선녀 사이의 에로틱한 긴장이 할리퀸 로맨스처럼 뻔뻔하고 노골적인 매혹을 담아낸다.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지난 12월 북미를 시작으로 개봉 한달 만에 제작비의 5배 가까이 벌어들였다.
밀리(시드니 스위니)는 청소년 시절의 잘못으로 교도소에서 지낸 과거를 숨긴 채 부잣집 가사도우미로 들어간다. 그의 가짜 이력서를 확인도 안 하고 따뜻하게 맞아준 여자 주인 니나(어맨다 사이프리드)는 밀리가 입주한 직후 돌변한다. 그만두고 싶어도 오갈 데 없는 밀리는 아내를 따뜻하게 달래며 반듯한 외모와 성정을 가진 앤드루(브랜던 스클레너)에게 심리적으로 의지하게 된다. 이심전심으로 가까워지던 두 사람은 선을 넘게 되고, 앤드루는 니나에게 집을 떠날 것을 통보한다.
영화 ‘하우스메이드’. 누리픽쳐스 제공
‘하우스메이드’는 일종의 아는 맛의 재미를 준다. 우선 적당한 복선과 적당한 반전이 적당한 위치에 잘 배치되어 있다. 뻔한 재미조차 찾기 힘든 요즘 작품들 사이에서 오랜만에 누리는 안전한 즐거움이다. 여기에 사이프리드의 강렬한 연기력, 요즘 대세 스위니가 흘리는 알 듯 말 듯 모호한 긴장감, 스릴러물의 전형적인 미남 캐릭터에 이입할 수 있는 감정이 살뜰한 삼각편대를 이룬다. 이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최근 속편 제작이 확정됐다.
김은형 선임기자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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