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KBO 재활용 플라스틱 굿즈, 야구 응원이 자원순환이 되려면
야구 굿즈가 다시 태어났다,
응원은 정말 자원순환이 될까
2026 KBO × 노플라스틱선데이 신제품을 ‘예쁜 키링’ 너머로 읽는다. 공식 확인된 사실과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구분하고, 팬이 구매 전에 물어야 할 기준까지 정리했다.
먼저, 무엇이 사실로 확인됐나
KBO는 2026년 8월 19일 친환경 업사이클링 브랜드 노플라스틱선데이와 협업한 새 굿즈를 출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발표문에 명시된 제품은 야구장 키링, LED 전광판 키링 3종, 유선 이어폰 세트다. 앞서 6월 사전 출시된 ‘태그미 럭키 야구 키링 시즌3’와 ‘짝짝이 클리커 키링’의 뒤를 잇는 제품군이다. 판매는 발표 당일부터 브랜드 자사몰에서 시작되고, 향후 29CM와 카카오선물하기로 유통 채널을 넓힐 예정이라고 안내됐다.
디자인 설명도 구체적이다. 야구장 키링은 그라운드와 경기장 구조물을 떠올리게 만들었고, LED 전광판 키링은 실제 구장의 전광판을 모티브로 삼아 후면 버튼으로 불을 켜고 끄는 기능을 넣었다. 스코어보드 버전에는 새로 정비된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로고가 반영됐다. 유선 이어폰은 야구공 실밥을 디자인 언어로 사용하고 장식 참과 전용 케이스 키링을 함께 구성했다.
여기서 중요한 선을 하나 그어야 한다. 공식 발표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했다’고 밝히지만, 각 제품의 재생 원료 함량, 원료가 경기장에서 회수됐는지 여부, 제품 한 개당 탄소 감축량, 폐기 뒤 재재활용 가능성까지 수치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폐페트병 몇 개가 키링 하나가 됐다’거나 ‘탄소가 몇 퍼센트 줄었다’는 식의 숫자를 임의로 붙여서는 안 된다. 확인된 의미는 분명하지만, 환경 성과의 크기는 별도 자료가 있어야 판단할 수 있다.
‘재활용’과 ‘업사이클링’은 같은 말이 아니다
재활용은 버려진 자원을 다시 원료나 제품으로 돌리는 넓은 개념이다. 업사이클링은 그 가운데서도 쓰임이나 디자인 가치를 높여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접근을 가리킨다. 플라스틱을 분류하고 세척한 뒤 잘게 부수어 플레이크나 펠릿으로 만들고, 열과 압력을 이용해 사출 성형하는 과정은 대표적인 물질 재활용 방식이다. 하지만 투입된 원료의 출처와 혼합 비율, 첨가제, 제품 수명, 포장과 운송까지 살펴야 전체 환경효과를 말할 수 있다.
굿즈는 이 논의를 더 까다롭게 만든다. 꼭 필요해서 사는 생활필수품이 아니라 팬의 기억과 소속감을 담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재생 소재로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불필요한 대량 생산과 단기 소비가 자동으로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반대로 오래 간직하고 자주 쓰는 굿즈라면 팬 문화 속에서 소재 전환을 자연스럽게 학습시키는 작은 매개가 될 수 있다. 친환경성은 소재 한 단어가 아니라 ‘어디에서 와서, 얼마나 오래 쓰이고, 고장 났을 때 어떻게 처리되는가’라는 생애주기 전체에서 결정된다.
‘재활용 소재 사용’은 좋은 출발점이다. 그러나 원료 함량·내구성·수리 가능성·회수 경로가 함께 설명될 때 비로소 자원순환의 닫힌 고리에 가까워진다.
왜 하필 야구장과 전광판일까
팬은 경기 결과만 소비하지 않는다. 입장 게이트를 통과하고, 좌석을 찾고, 전광판을 바라보고, 응원 도구를 흔드는 전 과정을 기억한다. 야구장과 전광판을 손바닥만 한 물건으로 축소한 디자인은 이 공간 기억을 일상으로 옮긴다. 팀 로고를 크게 붙이는 전통적인 굿즈와 달리 경기 관람 경험 자체를 기념품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LED가 켜지는 전광판 키링은 관람객을 수동적인 소유자에서 작은 작동의 참여자로 바꾼다. 버튼을 누르는 행위는 경기장에서 스코어가 바뀌던 순간을 환기한다. 다만 전자 부품과 배터리가 들어간 제품은 단일 플라스틱 장식보다 폐기 구조가 복잡할 수 있다. 배터리 교체 여부, 전자부 분리 가능성, 고장 시 A/S가 친환경 평가의 중요한 항목이 되는 이유다. 기능이 재미를 더했다면, 제조사는 그 기능이 수명을 단축시키지 않도록 설계 정보를 충분히 안내할 책임도 갖는다.
유선 이어폰의 귀환이 던지는 질문
무선 이어폰이 대세인 시대에 유선 이어폰을 야구 굿즈로 내놓은 선택은 의외로 실용적이다. 충전을 기다릴 필요가 없고, 배터리 열화 때문에 본체 전체를 교체하는 문제도 상대적으로 적다. 분실 위험을 낮추고 가방에 장식처럼 걸 수 있도록 전용 케이스 키링을 더한 구성은 팬 상품과 생활용품의 경계를 잇는다. 야구공 실밥을 케이블과 장식의 시각 언어로 바꿨다는 점도 일관된 콘셉트다.
그렇다고 유선이라는 이유만으로 환경우위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단자 규격이 자신의 기기와 맞는지, 마이크와 리모컨이 지원되는지, 케이블 단선 시 수리할 수 있는지, 케이스만 재생 소재인지 다른 부품에도 재생 소재가 쓰였는지 확인해야 한다. 오래 쓸 수 있는 호환성과 내구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충전 배터리가 없다는 장점도 금세 사라진다. 구매자는 ‘예쁘다’ 다음 질문으로 실제 사용 시나리오를 떠올려야 한다.
경기장의 플라스틱 문제와 연결하려면
프로스포츠 경기장은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이 모이고 음료 컵, 페트병, 포장 용기, 응원 물품이 한꺼번에 배출되는 장소다. 여기서 자원순환은 굿즈 판매대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반입 단계에서 일회용품을 줄이고, 관중이 헷갈리지 않게 분리배출 지점을 설계하고, 수거 뒤 선별과 재활용 결과를 공개하는 운영 체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재생 소재 굿즈는 그 체계를 팬에게 설명하는 입구가 될 수 있다.
KBO와 노플라스틱선데이의 협업은 2024년 울산 KBO Fall League에서 AI 투명 페트병 수거함과 재생 플라스틱 사출 체험을 운영한 이력이 있다. 2025년에는 NFC 기능을 넣은 ‘태그미 럭키 야구 키링 시즌2’와 구단별 헬멧 미니어처를 선보였다. 2026년 제품군 확대는 일회성 이벤트를 반복 가능한 팬 경험으로 발전시키려는 흐름으로 읽을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얼마나 팔렸는가’뿐 아니라 ‘얼마나 회수했고 어떤 소재가 얼마나 순환했는가’를 공개하는 일이다.
구매 전 7분 체크리스트
가격표보다 A/S 문구를 먼저 보자
현재 브랜드 공식몰에서 확인되는 ‘짝짝이 클리커 키링’은 1만3천 원이며, 상품 페이지는 구매일로부터 6개월 이내 A/S 정책과 제품 특성에 따른 유·무상 조건을 안내한다. 이 가격은 이번 8월 19일 신제품 전체의 가격을 뜻하지 않는다. 야구장 키링, LED 전광판 키링, 유선 이어폰 세트는 각 상세 페이지에서 최신 가격과 재고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서로 다른 제품의 가격을 하나로 묶어 소개하면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
A/S 안내가 있다는 것은 물건을 버리기 전에 고칠 가능성을 열어 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동시에 ‘품질보증’이 모든 파손의 무상 수리를 뜻하지는 않는다. 영수증이나 구매 내역이 필요할 수 있고, 사용 중 손상은 유상 비용과 배송비가 발생할 수 있으며, 구조상 수리가 어려운 부위도 있다. 구매 전 약관을 읽고 주문 기록을 보관하는 것이 좋다. 진정한 친환경 소비는 구매 순간의 만족보다 물건을 오래 유지하는 습관에 가깝다.
그린워싱을 피하는 다섯 가지 질문
1. 재생 원료 함량을 공개했는가
‘재활용 플라스틱 활용’과 ‘제품 중량의 100% 재생 원료’는 전혀 다른 주장이다. 함량이 공개되지 않았다면 함량을 추정하지 말고, 공개된 범위까지만 받아들이는 태도가 정확하다.
2. 원료의 출처를 추적할 수 있는가
소비 후 폐기물인지 생산 공정에서 나온 부산물인지, 경기장 수거물인지 외부 공급 원료인지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느 한쪽이 무조건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투명하게 구분해야 환경 메시지를 검증할 수 있다는 뜻이다.
3. 오래 쓰도록 설계했는가
키링은 가방 밖에서 충격과 마찰을 자주 받는다. 고리 강도, 표면 도색의 내마모성, LED 버튼의 반복 작동, 이어폰 케이블의 꺾임 내구성이 실제 수명을 좌우한다. 수명이 짧다면 재생 원료의 이점이 충분히 발휘되기 어렵다.
4. 회수와 분해가 가능한가
플라스틱 본체와 금속 고리, 전자부품, 접착제가 강하게 결합되면 일반 소비자가 분리하기 어렵다. 제조사가 회수 프로그램이나 분해 방법을 제공한다면 순환 구조는 한 단계 선명해진다.
5. 성과를 다음 해에 보고하는가
캠페인의 신뢰는 출시 보도자료보다 사후 데이터에서 생긴다. 재생 원료 사용량, 불량률, 수리 건수, 회수량, 포장 절감량을 공개하면 팬은 자신의 구매가 어떤 변화와 연결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팬 문화는 ‘소유’에서 ‘돌봄’으로 갈 수 있다
스포츠 굿즈의 힘은 물성보다 서사에 있다. 특정 시즌, 역전의 순간, 가족과 처음 찾은 경기장 같은 기억이 작은 물건에 달라붙는다. 그래서 팬 굿즈는 오래 보관될 가능성이 있는 동시에 새 시즌마다 빠르게 늘어날 위험도 있다. 팬이 한정판 경쟁에만 끌려가기보다 자신에게 정말 의미 있는 하나를 고르고, 교환하고, 수리하고, 다음 세대 팬에게 건네는 문화가 생긴다면 소장품은 폐기물이 아니라 기억의 보관함이 된다.
구단과 리그도 판매량 외의 참여 방식을 설계할 수 있다. 오래된 굿즈를 가져오면 수리 상담을 제공하거나, 파손 제품을 회수해 새 원료로 쓰고, 리세일·교환 장터를 정례화하는 방법이 있다. 경기장 분리배출로 모인 소재가 어느 제품으로 돌아왔는지 공개하는 ‘소재 여권’도 팬의 몰입을 높일 수 있다. NFC나 QR을 활용한다면 운세나 일정뿐 아니라 원료와 생산, 수리와 회수 정보를 연결하는 디지털 기록으로 확장할 수 있다.
친환경 굿즈의 가장 좋은 결말은 ‘샀다’가 아니라 ‘오래 함께했고, 끝까지 책임졌다’다.
이번 협업을 균형 있게 평가하면
긍정적인 점은 세 가지다. 첫째, 재생 소재를 팬이 매일 접하는 작은 물건에 적용해 자원순환을 거창한 구호가 아닌 일상 경험으로 옮겼다. 둘째, 2024년 현장 수거 체험, 2025년 NFC 키링과 헬멧 키링, 2026년 제품군 확대처럼 협업이 이어지고 있다. 셋째, 야구장·전광판·실밥이라는 스포츠 고유의 기억을 디자인에 녹여 단순한 친환경 기념품보다 소장 동기를 높였다.
보완할 점도 있다. 공식 보도자료만으로는 신제품별 재생 원료 함량, 정확한 원료 출처, 탄소·폐기물 절감 수치, 제품 말기의 회수 방식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LED와 이어폰처럼 복합 소재·전자 부품이 포함된 품목은 분리배출과 수리 정보를 더 구체적으로 안내할 필요가 있다. 친환경 주장은 화려한 수사보다 측정 가능한 정보에서 강해진다.
따라서 현재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완성된 순환 모델’이 아니라 ‘팬 문화에 자원순환의 질문을 심은 의미 있는 실험’이다. 팬은 디자인과 기능을 즐기되 과장된 환경효과를 대신 상상하지 않아야 한다. KBO와 제작사는 다음 발표에서 원료, 내구성, 회수 성과를 더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이 실험을 산업 표준으로 키울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번 굿즈는 언제부터 살 수 있나?
KBO 공식 발표 기준 2026년 8월 19일부터 노플라스틱선데이 자사몰에서 판매가 시작됐다. 향후 29CM와 카카오선물하기에서도 선보일 예정이지만, 실제 입점 시점과 재고는 각 판매처의 최신 공지를 확인해야 한다.
Q. 전 제품이 100% 재활용 플라스틱인가?
공식 발표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제품별 재생 원료 함량이나 모든 구성품의 소재 비율은 보도자료에 제시되지 않았다. 금속 고리, LED, 전선 같은 부품까지 재생 소재라는 뜻으로 확대 해석하면 안 된다.
Q. 어떤 제품이 출시됐나?
야구장 키링, LED 전광판 키링 3종, 야구공 실밥을 모티브로 한 유선 이어폰 세트가 공식 발표에 포함됐다. 6월에 먼저 나온 시즌3 럭키 야구 키링과 클리커 키링은 이번 발표에서 ‘앞서 출시된 제품’으로 구분된다.
Q. 친환경 굿즈라면 많이 사도 괜찮나?
그렇지 않다. 재생 소재도 생산·포장·운송에 자원이 든다. 실제로 오래 사용할 제품을 필요한 만큼 고르고, 포장을 줄이며, 고장 시 수리하고, 마지막에 소재별로 분리하는 편이 환경 취지에 더 가깝다.
확인한 공식 자료
이 글은 2026년 8월 23일 기준 공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제품 가격·재고·판매처는 바뀔 수 있으므로 구매 직전 공식 페이지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① KBO 보도자료 — 2026 KBO × 노플라스틱선데이 굿즈 출시
② KBO 보도자료 — 2025 태그미 럭키 야구 키링 시즌2
③ 노플라스틱선데이 공식몰 — 짝짝이 클리커 키링 상품·A/S 안내
경기장 운영과 제조사가 함께 공개할 열 가지
첫째, 분리배출함의 색과 투입구를 구장마다 제각각 만들지 말고 관중이 직관적으로 이해하도록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플라스틱’이라는 큰 이름 하나만 붙이면 투명 페트병, 유색 용기, 비닐, 음식물이 뒤섞인다. 실제 재활용 공정이 요구하는 분류와 현장 안내가 일치해야 한다.
둘째, 매점 판매 용기와 수거 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재활용이 어려운 복합 재질 용기를 계속 판매하면서 관중에게 올바른 분리배출만 요구하는 것은 책임을 소비자에게 넘기는 방식이다. 납품 단계에서 단일 재질과 재사용 용기를 우선하면 수거 뒤 품질도 좋아진다.
셋째, 보증금형 다회용 컵이나 회수 인센티브를 경기 동선에 맞춰 운영할 수 있다. 반납 창구가 출구 반대편에 있거나 줄이 지나치게 길면 참여율은 낮아진다. 관중이 좌석에서 나와 귀가하는 길에 자연스럽게 반납하도록 배치해야 한다.
넷째, 전광판과 장내 방송은 추상적인 구호보다 구체적인 한 동작을 알려야 한다. 내용물을 비우고, 뚜껑과 라벨을 어떻게 처리하며, 어느 투입구에 넣는지 경기 중 짧게 반복하면 행동으로 연결되기 쉽다. 외국인 관중을 위한 그림과 다국어 표기도 필요하다.
다섯째, 경기별 폐기물 발생량과 실제 재활용률을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관중 수가 다른 경기를 비교할 때는 총량과 함께 관중 1인당 발생량을 보여 주는 편이 정확하다. 오염 때문에 선별 단계에서 탈락한 비율도 숨기지 않아야 캠페인의 개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여섯째, 구단·리그·식음료 업체·청소 용역·재활용 업체의 책임을 계약서에 명확히 넣어야 한다. 현장 직원 개인의 노력에만 기대면 시즌이 바뀔 때 운영 품질도 흔들린다. 분류 기준, 수거 시간, 계량 방법, 오염 대응, 데이터 보고를 공급망 전체의 업무로 만들어야 한다.
일곱째, 굿즈 포장은 온라인 배송과 현장 판매를 구분해 최적화할 수 있다. 현장 구매품에 충격 방지 포장을 과도하게 더할 필요는 없다. 온라인 배송은 파손을 막되 재활용하기 쉬운 단일 재질 포장을 우선하고 장식용 상자는 꼭 필요한 제품에만 써야 한다.
여덟째, 시즌 종료 후 회수 주간을 운영할 수 있다. 파손된 응원 도구와 키링을 가져오면 소재별로 회수하고, 수리 가능한 제품은 고쳐 주며, 새 제품 할인보다 수리 혜택을 우선 제공하는 방식이다. 회수된 소재가 실제 어디로 이동했는지도 다음 시즌에 보고해야 한다.
아홉째, 친환경 굿즈를 별도 코너에 고립시키지 말고 일반 굿즈의 기본 설계 원칙으로 확장해야 한다. 한두 개만 재생 소재로 만들고 나머지는 과대 포장과 단명 설계를 유지한다면 변화의 폭은 제한된다. 인기 품목부터 소재와 포장을 전환해야 전체 효과가 커진다.
열째, 팬을 홍보 대상이 아니라 공동 설계자로 대해야 한다. 실제 사용자에게 고리 파손, 버튼 오작동, 케이블 단선, 보관 불편을 묻고 다음 제품에 반영하면 내구성이 좋아진다. 팬 커뮤니티의 사용 후기는 판매 첫날의 화제성보다 긴 수명에 더 유용한 데이터다.
숫자로 증명해야 할 다음 단계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제품별 총중량과 재생 원료 중량이다.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넘어 플라스틱 부품 가운데 어느 정도가 재생 원료인지 보여 주면 소비자는 제품끼리 공정하게 비교할 수 있다. 금속, 전자부품, 케이블, 도료와 접착제는 별도 항목으로 구분하는 편이 좋다.
두 번째는 원료의 출처와 선별 손실률이다. 수거한 플라스틱 전부가 새 제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염물과 다른 재질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탈락하는 양이 생긴다. 투입량만 강조하지 않고 실제 제품에 들어간 양과 공정 중 손실을 함께 밝히면 순환 구조를 과장하지 않게 된다.
세 번째는 품질 시험 결과다. 키링 고리의 반복 인장 횟수, 일정 높이에서 떨어뜨렸을 때 파손 여부, 버튼의 반복 작동 수명, 이어폰 케이블의 굽힘 시험처럼 제품 특성에 맞는 지표가 필요하다. 재생 소재는 약할 것이라는 편견도, 무조건 새 소재와 같다는 낙관도 시험 데이터로 넘어설 수 있다.
네 번째는 포장의 재질과 무게다. 작은 키링을 큰 상자와 여러 겹의 비닐로 감싸면 제품 소재 전환의 메시지가 흐려진다. 제품 한 개당 포장 중량, 재생지 사용률, 테이프와 완충재의 분리 방법을 공개하면 소비자는 배송 뒤 제대로 처리할 수 있다.
다섯 번째는 수리와 반품 데이터다. 어떤 부위가 가장 자주 고장 나는지, 평균 수리 기간은 얼마인지, 수리 뒤 다시 사용된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알려 주면 다음 제품 설계도 개선된다. 높은 수리 건수를 단순히 품질 실패로 볼 필요는 없다. 버리지 않고 되살린 제품이 많다는 의미일 수도 있으므로 고장률과 수리 성공률을 함께 봐야 한다.
여섯 번째는 회수 결과다. 판매량 대비 회수량, 회수품 가운데 재사용·수리·재활용·폐기된 비율을 다음 시즌에 공개하면 캠페인이 선형 소비에서 실제 순환으로 이동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숫자는 완벽해야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지점을 발견하고 해마다 개선하기 위해 공개하는 것이다.
팬의 하루로 그려 본 책임 있는 소비
경기 전날, 팬은 새 굿즈 알림을 보고 바로 결제하는 대신 집에 있는 키링과 이어폰을 먼저 확인한다. 비슷한 물건이 충분하다면 구매를 미룬다. 정말 필요한 경우에는 제품 크기, 소재 표기, 단자 규격, 배송비, A/S 조건을 읽는다. 친구와 주문을 묶을 수 있는지도 살핀다. 이 짧은 멈춤이 충동 구매와 반품을 동시에 줄인다.
경기 당일, 팬은 제품을 가방 안쪽의 튼튼한 고리에 연결해 분실과 충격을 줄인다. 매점에서는 필요한 만큼만 주문하고, 내용물을 비운 용기는 안내에 맞춰 분리한다. 재활용 굿즈를 들고 있다고 해서 일회용품을 더 사용해도 상쇄되는 것은 아니다. 상징과 행동이 같은 방향을 향할 때 메시지는 설득력을 얻는다.
시즌 중에는 표면을 부드러운 천으로 닦고 물과 열에 약한 전자부품을 보호한다. 고리가 느슨해졌다면 완전히 빠지기 전에 교체하고, 케이블은 단자 바로 아래를 심하게 꺾지 않는다. 작은 관리가 제품 수명을 크게 늘린다. 사용법과 보관법을 팬끼리 공유하는 것도 굿즈 문화를 소유 경쟁에서 돌봄의 문화로 바꾸는 방법이다.
고장이 생기면 구매 내역을 찾아 공식 A/S 가능 여부를 먼저 문의한다. 임의로 강한 접착제를 쓰면 소재 분리와 정식 수리가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구조를 확인한 뒤 대응한다. 수리가 불가능하다면 금속 고리와 전자부품, 플라스틱 본체를 가능한 범위에서 분리하고 지역의 폐기 기준을 따른다. 제조사 회수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 경로를 우선한다.
마지막으로 사용 경험을 기록한다. 디자인 만족도뿐 아니라 실제 내구성, 수리 응답, 포장량, 분리 난이도를 구체적으로 남기면 다른 팬의 과소비를 줄이고 제조사의 개선을 촉진할 수 있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비판은 캠페인을 공격하는 일이 아니다. 좋은 시도를 더 정확하고 오래 지속시키는 팬의 참여다.
다음 시즌에 다시 확인할 것
첫째, 2026년 제품이 일회성 판매로 끝났는지, 회수와 수리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제품별 재생 원료 함량과 원료 출처가 더 구체적으로 공개됐는지 봐야 한다. 셋째, LED·이어폰 같은 복합 제품의 배터리·전자부품 분리 안내가 제공됐는지 살펴야 한다.
넷째, 경기장 수거 캠페인과 굿즈 생산이 실제 물질 흐름으로 연결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경기장에서 모은 투명 페트병이 어떤 공정을 거쳐 어떤 품목으로 돌아왔는지 추적할 수 있다면 팬의 행동은 훨씬 선명한 결과를 얻는다. 다섯째, 구단별 굿즈 전반에서 과대 포장과 단명 디자인이 줄었는지도 비교해야 한다.
여섯째, 판매 성과만이 아니라 폐기물 절감과 수리 성과가 정례 보고서에 포함됐는지 살펴야 한다. 숫자가 전년보다 나빠졌더라도 원인과 개선 계획을 함께 밝히는 조직이 더 신뢰할 만하다. 지속가능성은 한 번의 완벽한 제품이 아니라 측정하고 수정하는 긴 시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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