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재 10년,
숨비소리의 다음 10년
9월 19~20일 제19회 제주해녀축제가 해녀박물관 일대에서 열립니다. 2016년 유네스코 등재의 환희를 돌아보는 자리인 동시에, 현직 해녀 2,371명과 고령화라는 현실 앞에서 ‘살아 있는 유산’을 어떻게 다음 세대로 넘길지 묻는 주말입니다.
2026년 9월 9일 제주도가 공개한 제19회 제주해녀축제의 표어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0년의 발자취, 숨비소리에 실어 보낸 고백’입니다. 행사는 19일과 20일 제주시 구좌읍 해녀박물관 일대에서 열리고, 그보다 하루 앞선 18일에는 제주시 메종글래드 제주에서 등재 10주년 기념 포럼이 예정돼 있습니다. 축하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전면에 보이지만 올해의 의미는 단순한 기념행사보다 넓습니다.
10년 전 유네스코가 제주해녀문화를 대표목록에 올리며 주목한 것은 산소 장비 없이 바다에 드는 기술만이 아니었습니다. 해녀들이 바다와 해양생물을 읽는 지식, 숙련도에 따른 역할과 상호 교육, 잠수 전 안전과 풍요를 비는 의례, 가족과 어촌계·해녀회·학교·박물관을 통한 전승, 공동체가 어장을 관리하는 방식,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을 키워 온 역사까지 하나의 문화 체계로 봤습니다. 그러므로 ‘등재 10년’의 성적표 역시 행사 관람객 수만으로는 읽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현장은 빠르게 늙고 있습니다. 제주도가 2025년 말 실시한 전수조사에서 현직 해녀는 2,371명으로 집계됐습니다. 2015년의 4,377명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2,006명, 45.8%가 줄었습니다. 같은 10년 동안 문화의 국제적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그 문화를 매일 몸으로 수행하는 사람의 수는 거의 절반이 된 셈입니다. 그래서 올해 축제는 기념과 위기, 관광과 노동, 기억과 미래가 한 자리에서 겹치는 독특한 장면이 됩니다.
유네스코가 등재한 것은 ‘해녀 이미지’가 아니라 하나의 생활 체계였다
유네스코의 2016년 등재 설명을 다시 읽으면 관광 포스터 속 익숙한 장면과 실제 무형유산 사이의 간격이 보입니다. 제주해녀는 산소 마스크의 도움 없이 바다에 들어가 전복과 성게 같은 해산물을 채취합니다. 유네스코는 일부 해녀가 80대에도 활동하며, 약 10m 수심까지 잠수하고, 한 번의 잠수에서 약 1분간 숨을 참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루 최대 7시간, 연간 약 90일이라는 노동의 시간도 기록했습니다. 수면으로 올라오며 내는 독특한 소리, 즉 숨비소리도 이 설명의 일부입니다.
하지만 기술 목록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해녀는 경험 수준에 따라 하군·중군·상군으로 나뉘고 상군은 다른 해녀에게 지식을 나누며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잠수 전 바다의 안전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례가 있고, 지식은 가정과 학교, 어업권을 가진 지역 수협·어촌계, 해녀회, 해녀학교와 해녀박물관을 통해 이어집니다. 이것은 개인의 묘기라기보다 공동체 안에서 학습되고 조정되는 지식 네트워크에 가깝습니다.
유네스코는 이 문화가 제주 사람의 정체성과 회복력에 중요한 차원을 제공하고, 지역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를 높이는 데 기여했으며, 친환경적 채취 방식과 공동체의 어업 관리 참여를 통해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촉진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따라서 등재 10주년을 ‘세계가 인정한 해녀’라는 한 문장으로만 기념하면 핵심을 놓칩니다. 세계가 본 것은 해녀의 복장이나 잠수 장면만이 아니라 노동과 지식, 의례와 협력, 어장과 생태가 결합된 살아 있는 구조였습니다.
몸으로 익히는 기술
호흡, 수압, 물때, 조류와 수심을 읽는 판단은 문서만으로 전승되기 어렵습니다. 반복된 현장 경험과 선배의 관찰이 필요합니다.
혼자 하지 않는 노동
숙련도 구분과 상호 지도, 어장 질서, 불턱의 대화는 안전과 생계를 동시에 지탱하는 공동체 장치입니다.
바다와 함께 사는 규칙
채취 대상과 시기, 공동체의 관리 관행은 ‘많이 잡는 기술’보다 오래 채취할 수 있는 바다를 만드는 문제와 연결됩니다.
숨비소리는 1분의 끝이 아니라 수십 년 경험의 압축된 신호다
해녀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얼마나 깊이 잠수하는가’에 시선을 빼앗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잠수의 깊이는 결과에 불과합니다. 실제 핵심은 언제 들어가고 언제 나와야 하는지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날씨와 너울, 물때, 해저 지형, 채취물의 상태, 자신의 컨디션을 종합해 매번 위험을 계산해야 합니다. 같은 바다라도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다른 바다가 되고, 같은 해녀라도 그날의 몸 상태가 다릅니다. 숙련은 이런 변화에 맞춰 욕심을 조절하는 능력까지 포함합니다.
숨비소리 역시 낭만적 효과음이 아닙니다. 긴 잠수 뒤 수면에 올라온 해녀가 호흡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나는 생리적 소리이자, 바다 위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게 하는 소리입니다. 관광객에게는 제주를 상징하는 음향이지만 해녀에게는 노동의 리듬과 생존의 감각에 가깝습니다. 올해 축제 표어가 ‘숨비소리에 실어 보낸 고백’이라고 이름 붙인 까닭도 이 소리가 이미지보다 더 직접적으로 해녀의 몸과 시간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상군·중군·하군의 구분 또한 단순한 서열이 아닙니다. 경험 많은 상군이 다른 해녀를 살피고, 각자의 능력에 맞는 바다와 채취를 판단하는 구조는 안전의 장치입니다. 신규 해녀를 늘리는 정책만으로 전승이 완성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교육기관에서 기본 기술을 배운 뒤에도 실제 마을 어장에 들어가 선배와 함께 일하고, 공동체의 규칙을 이해하며,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아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문화의 전승 속도는 모집 인원보다 훨씬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행사는 19일이 아니라 18일부터 읽어야 한다
제19회 제주해녀축제 자체는 9월 19~20일 이틀이지만, 등재 10주년의 메시지는 18일 오후 2시 메종글래드 제주에서 열리는 기념 포럼부터 시작합니다. ‘살아있는 문화유산, 지속가능한 미래를 그리다’를 주제로 국내외 전문가, 유관기관 관계자, 제주해녀와 전국해녀협회 소속 해녀 등 약 150명이 참여할 예정입니다. 박상미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와 가네코 타다시 세계관광기구 아시아태평양 지역소장이 기조연설을 맡고, ‘세계는 제주 해녀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다음 10년, 제주 해녀의 미래를 묻다’를 주제로 토론이 이어집니다.
먼저 묻는다
등재 10주년 기념 포럼. 국제적 가치, 현장 해녀가 느끼는 보존·전승 과제, 다음 세대에 무엇을 넘길지 논의하는 날입니다.
공동체가 문을 연다
해녀굿과 거리행진으로 축제의 문을 열고 제9회 해녀의 날 기념식, 어린이 창작뮤지컬, 해녀 헌장 낭독, 해녀와 어린이 합창, 10주년 특별공연 등이 이어집니다.
경험과 기록을 잇는다
축제 프로그램과 함께 해녀박물관의 10주년 기념 사진전 연계 행사도 예정돼 있어, 현장의 축제와 기록의 공간을 한 동선에서 연결해 볼 수 있습니다.
19~20일 해녀박물관 일대의 본행사는 공연·경연·체험·전시 등 5개 부문 33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됩니다. 시작은 해녀의 무사안녕과 풍요로운 바다를 기원하는 해녀굿과 거리행진입니다. 기념식에서는 어린이 창작뮤지컬, 제주해녀 헌장 낭독, 해녀와 어린이의 합창, 유네스코 등재 10주년 특별공연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숨비가요제’처럼 해녀가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과 현직 해녀의 삶을 듣는 ‘불턱토크쇼’도 마련됩니다.
불턱토크쇼
설명판보다 한 사람의 경험을 통해 문화의 무게를 듣는 프로그램입니다. ‘해녀’라는 집단명 뒤 서로 다른 삶을 만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물질 체험
잠수 자체를 흉내 내는 데서 끝내지 말고 안전, 호흡, 장비, 바다 읽기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입문 경험으로 보는 편이 좋습니다.
숨비스냅
어린이와 가족 관람객이 전통 해녀복을 경험하고 해녀와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복장 체험 뒤 실제 문화의 맥락까지 함께 살펴보면 더 깊습니다.
새 야간 프로그램
노을 해안길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쓰담 달리기’와 음악·조명이 결합된 디제이 공연이 새로 추가됐습니다. 축제 시간을 저녁까지 확장하는 시도입니다.
여기에 10~11월에는 해녀의 밥상, 해녀 스테이, 물질 체험, 전시 등을 묶은 ‘해녀주간’ 프로그램이 총 16회 운영될 계획입니다. 이는 9월의 이틀짜리 축제를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보다 작은 규모의 경험으로 시간을 늘리려는 시도입니다. 다만 체험의 횟수가 곧 전승의 깊이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방문객이 소비하는 프로그램과 실제 해녀 공동체가 유지되는 조건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두 층위를 구분해서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축제를 ‘공연표’가 아니라 하루의 흐름으로 보면 더 많은 것이 보인다
제주해녀축제를 처음 찾는다면 모든 프로그램을 다 보려는 계획보다 세 가지 층을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첫째는 의례와 공동체의 층입니다. 해녀굿과 거리행진, 해녀의 날 기념식은 해녀문화가 개인 취미가 아니라 마을과 공동체의 역사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둘째는 목소리의 층입니다. 불턱토크쇼나 해녀가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설명문에 나오지 않는 생활의 언어를 들을 수 있습니다. 셋째는 기록의 층입니다. 해녀박물관 상설·기획 전시를 함께 보면 오늘의 축제가 과거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 훨씬 선명해집니다.
가족 단위 방문이라면 복장 체험이나 사진 촬영 같은 가벼운 프로그램으로 입구를 만들고, 이후 박물관과 토크 프로그램으로 이동하는 동선이 좋습니다. 어린이에게도 ‘옛날 제주 사람의 신기한 직업’으로 설명하기보다, 왜 산소통 없이 잠수했는지, 누가 누구에게 기술을 가르쳤는지, 바다에서 너무 많이 채취하면 다음 해에는 어떤 일이 생기는지 질문을 던지는 편이 살아 있는 문화유산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9월 18~20일 대중교통은 한 번 더 확인해야 합니다
- 제주버스정보시스템은 행사 기간 해녀박물관 인근 교통통제로 260번과 711-1번의 기·종점이 ‘해녀박물관’에서 ‘해녀박물관 입구’ 정류소로 변경된다고 안내했습니다.
- 711-2번도 우회 운행 예정이므로 평소 노선 기억만 믿지 말고 출발 직전 공식 버스정보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프로그램별 세부 시간과 체험 참가 방식은 변동될 수 있으므로 축제·관광 공식 안내를 당일 기준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박물관에서는 ‘어머니 세대’의 시간이 흑백으로 이어지고 있다
축제 장소 자체가 해녀박물관이라는 점은 올해 특히 중요합니다. 제주도는 등재 10주년을 기념해 현을생 작가의 흑백사진전 ‘아득한 흑백의 얼굴들-나의 어머니 제주해녀’를 9월 8일부터 12월 6일까지 열고 있습니다. 전시는 ‘제주바다는 해녀들의 밭’, ‘제주해녀들의 공동체’, ‘목숨 건 물질, 그리고 숨’이라는 세 주제로 어머니 세대 해녀의 일상과 노동, 불턱과 배 위에서 서로 의지하던 공동체의 모습을 다룹니다.
축제 둘째 날인 20일에는 현 작가가 참여하는 사진전 연계 토크가 예정돼 있고, 10월 14일에는 시집 ‘해녀들’을 쓴 허영선 시인과 함께 제주해녀의 삶을 시로 읽는 행사도 마련됩니다. 9~11월 둘째·넷째 수요일에는 작가가 촬영 당시 상황과 사진 속 이야기를 설명하는 해설이 총 여섯 차례 진행될 예정입니다. 즉 9월 20일 하루의 방문을 넘어 가을 내내 해녀의 기록을 따라갈 수 있는 시간축이 생긴 셈입니다.
사진 기록의 가치가 커지는 이유는 해녀 수가 줄어들수록 ‘기억의 공백’도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의 숙련은 통계표의 한 칸으로 환원되지 않습니다. 어느 여밭에서 어떤 조류를 피했는지, 어느 계절에 어떤 생물을 남겨둬야 하는지, 누구에게 어떤 말을 듣고 처음 물에 들었는지 같은 미세한 지식은 개인의 생애와 함께 사라질 수 있습니다. 기록은 전승을 대신할 수 없지만, 전승이 끊길 때 무엇을 잃는지 보여주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됩니다.
2,371명이라는 숫자: 국제적 명성은 커졌지만 사람은 빠르게 줄었다
제주도가 2025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실시한 전수조사에서 도내 현직 해녀는 2,371명이었습니다. 전년 2,623명보다 252명, 9.6% 줄었습니다. 2015년 4,377명과 비교하면 10년간 2,006명, 45.8% 감소했습니다. 등재 10년의 시간과 해녀 인구 감소 10년이 정확히 겹치면서 올해 기념행사에 묵직한 배경을 만듭니다.
70세 이상 해녀가 1,500명
연령별로는 50세 미만 105명, 50~69세 766명, 70~79세 1,077명, 80세 이상 423명입니다. 고령층이 문화의 핵심 수행자이면서 동시에 안전·건강 위험을 가장 크게 안고 있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신규 해녀 몇 명을 양성했다’는 성과만으로 감소 추세를 뒤집기 어렵습니다. 은퇴 속도가 신규 진입 속도보다 빠르고, 초보자가 실제 어장에서 안정적으로 소득을 얻을 정도의 숙련도를 쌓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해녀 일은 바다 상태에 따라 소득이 흔들리고, 신체 부담과 위험도 큽니다. 젊은 세대에게 문화적 자긍심만 강조한다고 직업 선택의 경제적·안전적 장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은퇴의 속도
70세 이상이 전체의 63%인 구조에서는 건강과 안전을 위한 은퇴가 늘어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문화 보존이 고령자의 무리한 노동 연장을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진입의 속도
교육을 마쳤다고 곧바로 숙련 해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어장 적응, 수협·어촌계와의 관계, 소득 안정까지 여러 문턱을 통과해야 합니다.
바다의 속도
기후변화와 해양환경 변화, 자원 감소는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바다가 생산성을 잃으면 직업으로서의 지속가능성도 함께 약해집니다.
기록의 속도
고령 해녀의 구술과 어장 지식, 작업 노래와 의례, 마을별 차이를 기록하는 일은 시간이 지나면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시급합니다.
정책의 목표도 ‘계속 잠수하게 하기’가 아니라 안전하게 이어지게 하는 쪽이어야 한다
고령화가 심해질수록 문화 보존과 노동 안전 사이에 긴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유산의 가치를 지킨다는 명분이 고령 해녀에게 더 오래 바다에 들어가라고 압박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충분한 의료 지원과 안전 장비, 무리한 조업을 줄일 수 있는 소득 안전망, 존엄한 은퇴 이후에도 지식 전승에 참여할 수 있는 역할을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현역 숫자를 유지하는 것’과 ‘문화를 지속시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2026년 제주도의 대응에서 읽을 수 있는 방향
제주도는 2026년 해녀 지원사업 29개에 총 235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복권기금 87억원을 활용한 진료비 지원, 고령 해녀 수당, 잠수 안전장비 지원 등이 포함됩니다.
70세 이상 현직 고령 해녀에게 월 10만원, 80세 이상에게 월 20만원의 수당을 지원해 무리한 조업을 줄이고 생계 안정을 돕는 방향이 제시됐습니다.
현장 적응 중심 교육을 내실화하고 신규 해녀가 실제 공동체와 어장에서 적응하도록 돕는 정책이 추진됩니다. 교육 인원보다 정착률과 활동 지속기간을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해녀의 역사와 가치를 기록하고 알리는 사업도 계속됩니다. 향후에는 기록이 전시 자료에 머물지 않고 교육과 멘토링, 마을별 지식 아카이브에 연결되는지가 중요합니다.
유네스코도 최근 제주해녀 보전 사례에서 고령화와 기후변화·환경오염에 따른 해양생태계 악화를 지속가능성의 위협으로 짚으면서, 두 해녀학교의 신규 해녀 교육과 해녀박물관의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직업 과정과 입문 과정은 이론과 실습, 일대일 멘토링을 결합하고 역사·잠수 기술·호흡법·해양생태계 이해를 다룹니다. 이 구성은 해녀 전승이 ‘수영을 잘하는 사람을 뽑는 일’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앞으로 정책 평가도 숫자를 조금 바꿔야 합니다. 신규 교육생 수만 집계하기보다 교육 1년·3년 뒤 실제 활동 여부, 마을 어장에 정착한 비율, 사고율과 건강 상태, 생계 소득의 안정성, 선배 해녀가 멘토로 참여한 시간, 지역 주민과 신규 진입자 사이의 갈등 해결 과정까지 추적해야 전승의 실제 성과가 보입니다. 문화정책과 수산정책, 복지정책이 따로 움직이면 해녀 개인이 그 틈을 모두 감당하게 됩니다.
다음 10년의 가장 큰 변수는 사람만이 아니라 바다다
해녀문화는 바다가 생산성을 잃으면 존속하기 어렵습니다. 해녀가 아무리 숙련돼도 채취할 자원이 없으면 생계가 무너지고, 생계가 무너지면 젊은 세대가 진입할 유인이 줄어듭니다. 제주도의 2023년 어가실태조사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해녀 응답자의 70.5%가 ‘해양환경 변화에 따른 자원 고갈’을 가장 큰 작업 애로로 꼽았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해녀 어업의 연평균 소득은 791만원으로 나타났고 숙련도에 따른 격차도 컸습니다. 문화의 위기를 환경과 경제의 위기에서 분리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유네스코가 등재 당시 공동체의 어업 관리와 친환경적 방법을 중요한 가치로 본 이유도 이 맥락에서 다시 읽힙니다. 해녀의 생태 지식은 추상적 환경 캠페인이 아니라 생계 경험에서 나온 관찰입니다. 어느 바위에 무엇이 붙는지, 어느 시기에 무엇을 남겨둬야 하는지, 바다가 예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몸으로 비교해 온 사람들의 장기 관측 자료이기도 합니다. 이 지식이 과학적 해양 모니터링과 만나면 문화 보전과 생태 복원을 동시에 설계할 수 있습니다.
관광객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존중하는 관람자’가 되는 것이다
유명한 문화가 될수록 상징 몇 개로 납작해질 위험도 커집니다. 검은 잠수복, 둥근 태왁, 숨비소리, 바닷속 장면만 반복되면 해녀는 ‘제주에서 꼭 찍어야 할 사진’의 배경으로 소비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해녀는 노동자이자 공동체 구성원이고, 바다는 관광 세트가 아니라 생계의 공간입니다. 축제는 이 간격을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체험을 하더라도 안전 지시를 우선하고, 작업 중인 해녀에게 무리한 촬영을 요구하지 않으며, 사적 대화를 콘텐츠처럼 채집하지 않는 기본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전통 해녀복을 입어보는 ‘숨비스냅’ 같은 프로그램도 같은 원칙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복장은 문화에 입문하는 친근한 장치이지만, 사진 한 장을 찍은 뒤 왜 복장이 변해 왔는지, 실제 작업복과 전통 복장의 차이는 무엇인지, 물안경과 태왁 같은 도구가 어떤 방식으로 노동을 바꿨는지 박물관에서 이어서 살펴보면 경험의 밀도가 달라집니다. ‘재미있는 체험’과 ‘맥락을 이해하는 관람’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순서의 문제입니다.
관광의 소비가 지역의 보전에 기여하려면 돈의 흐름도 중요합니다. 해녀 공동체와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는 프로그램, 지역에서 운영되는 교육과 전시, 해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말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 방식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문화유산이 유명해질수록 외부 사업자가 이미지를 가져가 부가가치를 만들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누가 해녀문화를 설명하고, 누가 수익을 얻으며, 누가 보전 비용을 부담하는가’는 다음 10년의 문화경제 문제입니다.
다음 10년의 성패를 가를 다섯 가지 질문
올해 포럼과 축제가 끝난 뒤에도 확인해야 할 지표는 분명합니다. 첫째, 신규 해녀 양성 정책이 실제 정착으로 이어지는가. 둘째, 고령 해녀가 안전과 생계를 해치지 않고 존엄하게 활동하거나 은퇴할 수 있는가. 셋째, 기후변화와 자원 감소에 맞춘 연안 생태 관리가 해녀 정책과 통합되는가. 넷째, 마을별 지식과 구술 기록이 교육 가능한 형태로 축적되는가. 다섯째, 관광과 문화상품의 수익이 해녀 공동체와 보전 활동에 돌아가는 구조가 만들어지는가입니다.
특히 ‘해녀 수’라는 단일 지표에 모든 성공과 실패를 걸면 문제가 생깁니다. 인구 고령화로 당분간 숫자가 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현직 인원만 목표로 삼으면 무리한 활동 연장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대신 활동 연령별 사고율, 건강 지표, 신규 진입자의 3년 정착률, 멘토링 참여, 어장 생태 상태, 해녀 공동체 소득, 구술·영상 아카이브의 축적, 학교 교육 참여 같은 복합 지표가 필요합니다. 살아 있는 유산은 사람 수 하나가 아니라 관계의 밀도로 유지됩니다.
등재는 끝이 아니라 국제사회에 한 약속에 가깝습니다. 유네스코 대표목록은 해당 문화를 박물관 속 과거로 지정하는 제도가 아니라, 공동체가 현재 수행하고 다음 세대에 전할 가치가 있는 무형유산임을 드러내는 장치입니다. 등재 10년 뒤 제주가 보여줘야 할 것은 ‘세계유산급 관광상품’이 아니라 해녀가 안전하게 일하고, 후배가 실제로 배우며, 마을이 어장을 관리하고, 바다가 회복되는 연결 구조일 것입니다.
여섯째 질문도 덧붙여야 합니다. 해녀를 ‘하나의 제주 이미지’로만 묶지 않고 마을마다 다른 생활문화의 결을 얼마나 남길 수 있는가입니다. 같은 섬 안에서도 어장 환경, 물질 방식, 공동체 규칙, 의례와 언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전승 정책이 표준화된 교육 콘텐츠만 확대하면 배우기 쉬워지는 대신 지역별 차이가 지워질 위험이 있습니다. 기본 안전교육과 공통 역사 교육은 체계화하되, 실제 현장에서는 마을의 선배 해녀와 어촌계가 가진 지식을 함께 배우는 이중 구조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제주해녀’라는 큰 이름과 각각의 마을에서 살아 온 구체적인 문화가 동시에 남습니다.
일곱째는 해녀가 정책과 관광의 대상이 아니라 결정 과정의 주체로 얼마나 참여하는가입니다. 포럼에 현직 해녀가 참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전문가가 해녀를 대신해 미래를 정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기록을 남길지, 체험 프로그램에서 무엇을 공개할지, 관광객이 어디까지 작업 공간에 접근할지, 신규 진입자 교육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같은 문제는 당사자의 경험 없이는 설계하기 어렵습니다. 등재 10년 이후의 거버넌스는 ‘해녀를 위한 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해녀와 함께 결정하는 정책’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덟째는 축제와 교육의 연결입니다. 축제에서 숨비소리를 듣고, 전통 복장을 입고, 박물관 사진을 본 어린이가 다음 달 학교나 지역 프로그램에서 다시 해녀문화를 만날 수 있다면 한 번의 방문은 학습의 시작이 됩니다. 반대로 축제가 매년 새로운 공연과 이벤트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일상적인 교육과 기록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관심은 주말 이후 빠르게 사라질 수 있습니다. 올해 10~11월 해녀주간과 박물관 연계 프로그램이 주목되는 것도 기념일 이후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점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이런 후속 경험이 학교·가족·지역 교육과 얼마나 연결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홉째는 데이터를 공개적으로 축적하는 일입니다. 현직 해녀 수와 연령만이 아니라 신규 교육생의 정착, 안전사고, 조업일수와 소득, 연안 자원 변화, 해녀 공동체가 참여한 생태관리, 기록 자료의 축적 정도를 같은 시간축에서 보면 정책 효과를 더 정직하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숫자는 문화를 대신하지 못하지만 변화의 방향을 감추지 않게 합니다. 등재 20주년을 맞는 2036년에 다시 돌아봤을 때 “행사가 커졌다”보다 “사람과 바다와 지식의 연결이 얼마나 유지됐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자료가 남아 있어야 합니다.
축하해야 할 10년이지만, 자랑만으로는 다음 10년이 오지 않습니다
제주해녀문화는 이미 세계적인 이름을 얻었습니다. 이제 더 어려운 단계는 그 이름과 실제 삶의 거리를 줄이는 일입니다. 고령 해녀가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존중받고, 새로 배우는 사람이 공동체 안에서 생계를 꾸릴 수 있으며, 바다가 계속 생산성을 유지하고, 관광객은 문화의 주인이 아니라 손님으로 머무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9월 19~20일 해녀축제는 그 구조를 한 번에 완성하는 행사가 아닙니다. 다만 10년 전 등재의 의미를 다시 읽고, 2,371명이라는 현재의 숫자를 직시하고, 무엇을 다음 세대에 넘겨야 하는지 함께 묻는 공개된 장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을 볼거리의 목록보다 ‘질문의 목록’으로 기억한다면 등재 10주년의 의미는 훨씬 오래 남습니다.
제주해녀축제·등재 10주년 FAQ
제19회 제주해녀축제는 언제 어디서 열리나요?
2026년 9월 19일과 20일, 제주시 구좌읍 제주해녀박물관 일대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행사 직전 세부 프로그램 시간이나 운영 방식은 공식 안내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8일 포럼은 축제와 어떤 관계인가요?
등재 10주년을 맞아 ‘살아있는 문화유산, 지속가능한 미래를 그리다’를 주제로 보존·전승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축제가 문화의 경험을 넓힌다면 포럼은 다음 10년의 정책과 현장 과제를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올해 축제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제주도 발표 기준 공연·경연·체험·전시 등 5개 부문 33개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습니다. 해녀굿과 거리행진, 해녀의 날 기념식, 숨비가요제, 불턱토크쇼, 물질 체험, 가족 체험과 새 야간 프로그램 등이 포함됩니다.
유네스코에는 정확히 무엇이 등재됐나요?
‘제주해녀문화(Culture of Jeju Haenyeo)’가 2016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됐습니다. 잠수 기술뿐 아니라 바다 지식, 공동체 전승, 의례, 여성의 역할, 환경적 지속가능성 등이 문화의 구성 요소로 함께 평가됐습니다.
현재 제주 해녀는 몇 명인가요?
2025년 12월 31일 기준 제주도 전수조사에서 현직 해녀는 2,371명입니다. 이 가운데 70세 이상이 1,500명으로 전체의 63%를 차지합니다.
축제 기간 버스를 타고 해녀박물관에 갈 때 주의할 점이 있나요?
제주버스정보시스템은 9월 18~20일 교통통제로 일부 노선의 기·종점 변경과 우회 운행을 공지했습니다. 특히 260번·711-1번은 해녀박물관 대신 해녀박물관 입구 정류소를 이용하게 되므로 당일 공식 버스정보를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자료 출처
- UNESCO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 Culture of Jeju Haenyeo (women divers), Representative List, 2016
- UNESCO — Decision of the Intergovernmental Committee 11.COM 10.B.24
- UNESCO — 제주해녀학교·해녀박물관 교육을 통한 보전 인식 제고 사례
- 연합뉴스, 2026년 9월 9일 — 제주해녀 유네스코 등재 10년…19~20일 해녀축제
- 뉴시스, 2026년 9월 9일 — 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 등재 10년…포럼부터 축제까지
- 연합뉴스, 2026년 9월 7일 — ‘나의 어머니 제주해녀’ 흑백사진전
- 경향신문, 2026년 1월 20일 — 2025년 말 제주해녀 전수조사와 10년 감소 추이
- 서울신문, 2026년 1월 20일 — 고령화 대응 의료·안전지원 및 2026년 지원사업
- 제주버스정보시스템 — 제19회 제주해녀축제 개최에 따른 9월 18~20일 대중교통 우회 운행 안내
다음 10년은 그 호흡이 계속 돌아올 수 있는 바다와 공동체를 만드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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