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응답 2.9% 역대 최고|초등 5.7%·집단따돌림 17.1%, 신종 폭력 대응 과제
SOCIETY · SCHOOL SAFETY SIGNAL

학교폭력 피해응답 2.9% 역대 최고
초등 5.7%, 무엇이 달라졌나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피해응답률이 2.9%로 올라 현행 방식 통계가 이어진 2013년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초등학생은 5.7%, 피해 유형 가운데 집단따돌림은 17.1%였습니다. 그러나 이 숫자는 곧바로 ‘확정된 사건률’로 읽을 수 없습니다. 무엇이 늘었고, 무엇을 조심해 해석해야 하며, 학교와 가정은 어디를 먼저 바꿔야 하는지 차분히 짚었습니다.

2026년 1차 조사피해응답 2.9%초등 5.7%집단따돌림 17.1%
학교 복도에 여러 안전 신호의 빛이 교차하는 장면
2.9%전체 피해응답률
전년보다 0.4%포인트 상승
5.7%초등학생 피해응답률
학교급 가운데 가장 높음
17.1%피해 유형 응답 중
집단따돌림 비중
81.9%조사 참여율
약 319만 명 참여
학교폭력 통계는 겁을 주기 위한 숫자가 아니라, 아이들이 어떤 관계에서 불편과 두려움을 느끼는지 보여주는 경보판이어야 합니다.

교육부와 16개 시도교육청이 2026년 9월 9일 공개한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는 한눈에 강한 숫자를 던집니다. 피해응답률 2.9%. 지난해 2.5%보다 0.4%포인트 높고, 현행 방식으로 비교 가능한 통계가 이어진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조사 대상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약 390만 명이었고, 4월 14일부터 5월 13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된 조사에는 약 319만 명, 81.9%가 참여했습니다.

응답 규모로 보면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한 학생은 약 9만1천600명입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5.7%, 중학교 2.3%, 고등학교 0.8%였습니다. 특히 초등학교의 피해응답률이 지난해 5.0%에서 0.7%포인트 상승해 전체 수치를 끌어올린 축으로 보입니다. 피해 유형 응답에서는 언어폭력이 37.8%로 가장 많았고 집단따돌림 17.1%, 신체폭력 15.7%, 사이버폭력 7.0%가 뒤를 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응답률’이라는 명칭입니다. 이 조사는 학생이 일정 기간 자신이 겪은 일을 학교폭력 피해로 인식해 답한 자기응답 조사입니다. 수사기관이나 학교폭력대책 절차를 거쳐 법적·행정적으로 확정된 사건 건수를 전체 학생 수로 나눈 비율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피해응답이 늘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곧바로 “학교폭력 사건이 정확히 2.9% 발생했다”라고 바꿔 말하면 통계가 가진 의미와 한계를 동시에 놓치게 됩니다.

01

2.9%는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가

READ THE SURVEY BEFORE THE HEADLINE

이번 결과를 제대로 읽는 첫 번째 방법은 조사 구조부터 확인하는 것입니다. 학생이 자신의 경험을 온라인 설문에서 직접 답하기 때문에 실제 피해 경험뿐 아니라 “이 행동을 폭력으로 볼 것인가”라는 인식의 변화도 수치에 영향을 줍니다. 교육 당국 역시 피해응답률 상승 배경으로 또래 갈등이 학교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와 함께 학생·보호자의 학교폭력 민감도가 높아진 점을 언급했습니다. 즉 숫자가 오르면 대응을 강화해야 하지만, 상승폭 전체를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이 점은 가해응답률과 함께 볼 때 더 분명해집니다. 올해 가해응답률은 0.8%로 전년 1.1%보다 낮아진 반면 피해응답률은 올랐습니다. 같은 학교생활 안에서 “나는 괴롭힘을 당했다”고 느끼는 학생은 늘었는데 “나는 가해 행동을 했다”고 인식하는 학생은 줄어든 셈입니다. 조사 오차와 응답 성향을 떠나 이 간극 자체가 교육 현장에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장난으로 여긴 말이나 행동이 상대에게는 반복적 모욕, 배제, 위협으로 경험될 수 있고, 관계의 힘 차이가 클수록 그 인식 격차가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교실 책상 위 익명 응답을 상징하는 빛이 놓인 장면
실태조사는 학생의 경험 인식을 직접 묻는 조사입니다. 행정적으로 확정된 사건 통계와 동일한 지표로 바꿔 읽지 않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통계 해석의 세 가지 안전장치

첫째, 증가를 축소하지 않습니다.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한 학생이 늘었다는 사실은 보호와 예방을 더 촘촘히 해야 할 근거입니다.

둘째, 응답률을 확정 사건률로 바꾸지 않습니다. 학생의 인식, 신고 의향, 교육 효과, 문항 이해 등도 응답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셋째, 한 해의 수치만으로 원인을 단정하지 않습니다. 학교급·폭력 유형·가해·목격 응답을 함께 봐야 정책의 방향을 더 정확히 잡을 수 있습니다.

목격응답률도 6.7%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 학생이 폭력을 인지하는 빈도 역시 학교 안전을 평가하는 중요한 축이라는 뜻입니다. 학교폭력은 두 사람 사이에서만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목격자가 침묵하게 만드는 교실 분위기, 도움을 요청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기대, 온라인에서 영상이나 메시지가 순식간에 퍼지는 구조가 결합하면 피해의 범위가 넓어집니다. 따라서 예방정책은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만으로 닫히지 않고, 목격자가 안전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문화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02

0.9%에서 2.9%까지, 6년 상승선을 어떻게 볼까

A TREND IS A WARNING, NOT A SINGLE CAUSE

피해응답률은 2020년 0.9%에서 2021년 1.1%, 2022년 1.7%, 2023년 1.9%, 2024년 2.1%, 2025년 2.5%, 올해 2.9%로 올라왔습니다. 코로나19 시기 대면 접촉이 줄었던 특수한 환경과 이후 학교생활 정상화가 섞여 있기 때문에 단순히 2020년과 올해만 떼어 “세 배가 됐다”고 강조하는 것보다는, 대면활동이 회복된 뒤에도 상승세가 이어졌다는 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0.9%2020
1.1%2021
1.7%2022
1.9%2023
2.1%2024
2.5%2025
2.9%2026

연속 상승은 최소한 두 가지를 요구합니다. 하나는 학생이 실제로 겪는 관계 갈등과 폭력의 양상을 더 일찍 포착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신고가 늘어서 숫자가 올랐으니 괜찮다’거나 ‘숫자가 올랐으니 학교가 전부 더 위험해졌다’처럼 한 방향으로만 해석하지 않는 일입니다. 예방교육이 효과를 내면 학생이 과거에는 참았던 행동을 피해로 인식해 응답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반복되는 언어폭력이나 배제가 실제로 확대돼도 같은 수치 상승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정책은 두 가능성을 동시에 견딜 수 있어야 합니다.

시간 변화와 함께 학교생활 환경의 변화를 상징한 운동장과 복도
연도별 흐름은 대면활동, 인식 변화, 또래관계 등 여러 조건이 겹친 결과로 읽어야 합니다. 한 개의 원인으로 환원하면 현장 대응이 오히려 거칠어집니다.

중요한 것은 다음 조사에서 전체 수치가 조금 내려가느냐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초등·중등·고등의 격차가 줄어드는지, 집단따돌림과 신체폭력 비중이 다시 낮아지는지, 피해·가해·목격 응답의 간극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사이버 공간에서 촬영·유포가 결합된 피해를 학교가 얼마나 빠르게 차단하는지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숫자 하나를 목표로 삼으면 신고가 위축되는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좋은 정책의 목표는 ‘응답률을 낮게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피해를 줄이고, 피해가 생겼을 때 더 빨리 발견하고 회복시키는 것입니다.

03

초등 5.7%, 가장 높은 학교급이 던지는 질문

THE EARLIER THE RELATIONSHIP, THE EARLIER THE SUPPORT

올해 학교급별 피해응답률은 초등 5.7%, 중등 2.3%, 고등 0.8%였습니다. 초등학교가 가장 높다는 현상은 최근 조사에서도 반복돼 왔지만, 올해는 전년보다 0.7%포인트 더 올라 격차가 눈에 띕니다. 단순히 “어린 학생이 더 폭력적이다”라고 해석할 근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초등 시기에는 또래관계 기술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말다툼과 장난, 배제, 힘겨루기가 빠르게 변하고, 학생이 느끼는 불안이나 위협을 성인이 세심하게 번역해 주어야 한다는 과제가 더 크게 드러납니다.

5.7%

초등학교

전년 5.0%에서 상승. 피해응답률이 가장 높은 학교급으로 초기 관계교육과 신속한 개입의 중요성이 큽니다.

2.3%

중학교

또래집단의 영향이 커지는 시기인 만큼 배제·언어·온라인 관계가 연결되는 양상을 함께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0.8%

고등학교

상대적으로 낮지만 낮은 응답률이 피해가 가볍다는 뜻은 아닙니다. 숨은 피해와 신고 접근성을 계속 점검해야 합니다.

초등 교실 모둠 책상에서 협력 활동을 하는 학생들의 손
초등 시기의 핵심은 갈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갈등이 모욕·배제·위협으로 번지기 전에 말하고 멈추고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익히게 하는 것입니다.

초등학교에서 필요한 대응은 ‘모든 다툼을 곧바로 중대한 학교폭력 사건으로 취급하라’는 뜻도, 반대로 ‘어리니까 장난으로 넘기라’는 뜻도 아닙니다. 반복성, 힘의 불균형, 상대가 중단을 요청했는지,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거나 집단에서 배제했는지, 온라인으로 이어졌는지 같은 맥락을 성인이 빠르게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어린 학생은 자신의 감정을 사건의 시간순서대로 설명하기 어렵거나, 친구를 잃을까 걱정해 핵심 사실을 뒤늦게 말할 수 있습니다. 첫 대화에서 결론을 몰아붙이는 방식보다 안전을 먼저 확인하고 여러 차례 차분히 듣는 접근이 중요합니다.

가정에서도 “왜 그때 바로 말하지 않았니”, “너도 뭔가 했으니까 그런 것 아니니” 같은 질문은 사실 확인에 도움이 되기보다 아이를 다시 침묵시키기 쉽습니다. 학교에서도 피해를 호소한 학생에게 관계회복을 서둘러 요구하면 보호보다 화해가 먼저라는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초기 개입의 핵심은 누가 더 말이 빠른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분리, 사실 확인, 보호자와 학교의 일관된 소통, 필요하면 전문 지원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04

언어폭력은 여전히 1위, 하지만 따돌림·신체폭력이 올라왔다

THE MIX OF HARM IS CHANGING

피해 유형 응답에서 언어폭력은 37.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다만 전년보다 비중은 1.2%포인트 낮아졌습니다. 반면 집단따돌림은 17.1%로 0.7%포인트, 신체폭력은 15.7%로 1.1%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사이버폭력은 7.0%로 0.8%포인트 낮아졌습니다. 여기서 ‘사이버폭력이 줄었으니 온라인 문제는 끝났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온라인은 독립된 폭력 유형이기도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벌어진 모욕·위협·신체행위가 촬영과 공유를 통해 다시 확대되는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7.8%

언어폭력

여전히 가장 큰 비중. 비중은 전년보다 1.2%포인트 낮아졌지만 일상적 언어문화 개선은 계속 핵심 과제입니다.

17.1%

집단따돌림

전년보다 0.7%포인트 상승. 한 사람을 관계망 밖으로 밀어내는 행동은 눈에 보이는 상처 없이도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15.7%

신체폭력

전년보다 1.1%포인트 상승. ‘놀이’나 ‘내기’라는 이름이 붙어도 강요와 힘의 차이가 있다면 안전 문제로 봐야 합니다.

7.0%

사이버폭력

비중은 낮아졌지만 촬영·전송·재유포가 결합하면 피해가 시간과 장소를 넘어 반복될 수 있어 신속한 차단이 중요합니다.

말과 관계의 거리감이 학생을 둘러싼 모습을 상징한 장면
말, 배제, 몸의 위협, 온라인 확산은 각각 따로 일어날 수도 있지만 한 사건 안에서 겹쳐 피해를 키우기도 합니다.

집단따돌림은 특히 숫자로 포착하기 어려운 유형입니다. 공개적인 욕설이나 물리적 접촉 없이도 단체대화방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하거나, 자리를 계속 피하거나, 여러 명이 한 학생과 말을 섞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하는 방식은 피해 당사자에게 분명한 고립감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친구관계의 변화와 서먹함을 학교폭력으로 자동 분류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반복성, 의도, 힘의 차이, 주변 학생의 동조 여부, 피해 학생이 겪는 두려움과 생활 변화 등을 세밀하게 살피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쉬는 시간 학생 흐름 속 한 갈래가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위에서 본 장면
집단따돌림의 핵심은 단순히 ‘친하지 않음’이 아니라 관계의 힘이 한쪽으로 쏠리고 배제가 반복되며 일상생활의 안전감이 무너지는지에 있습니다.

신체폭력 비중이 오른 점도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최근 교육 당국이 대응 필요성을 강조한 이른바 ‘야차룰’처럼 학생 사이에서 싸움을 강요하거나 이를 촬영·유포하는 새로운 양상은 신체적 위험과 온라인 확산을 동시에 품습니다. 이런 현상을 유행어 자체로 소비하면 오히려 모방과 흥미를 부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누군가 거부하기 어려운 힘의 관계를 이용해 위험한 행동에 참여시키고, 주변이 이를 관전하거나 기록하며, 영상이 다시 유포된다면 피해는 한 번의 충돌로 끝나지 않습니다.

05

피해 2.9%·가해 0.8%의 간극, ‘장난’이라는 말 뒤를 봐야 한다

PERCEPTION GAP IS A SAFETY ISSUE
같은 행동을 한쪽은 “장난”이라고 부르고 다른 쪽은 “괴롭힘”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인식의 차이는 면죄부가 아니라 더 일찍 대화하고 멈춰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피해응답과 가해응답 사이의 간극은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초점을 바꿉니다. “때리면 안 된다”, “욕하면 안 된다”는 규칙만 전달해서는 부족합니다. 상대가 불편하다고 표현했는데도 계속하는 행동, 여럿이 한 사람을 향해 반복하는 농담, 온라인에서 당사자의 동의 없이 사진이나 영상을 돌리는 행동, 힘이 센 학생이 약한 학생에게 ‘선택’처럼 보이는 강요를 하는 상황처럼 경계가 흐릿한 장면을 구체적인 관계교육 속에서 다뤄야 합니다.

LENS 01

의도보다 결과와 반복을 함께 본다

“웃기려고 했다”는 의도만으로 피해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상대가 멈춰 달라고 했는지, 반복됐는지, 이후 학교생활이 달라졌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LENS 02

친구관계의 힘 차이를 본다

겉으로 모두가 웃고 있어도 거절하기 어려운 위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동의가 자유롭게 철회될 수 있었는지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LENS 03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끊어 보지 않는다

교실에서 시작된 사건이 단체대화방, 영상 공유, 댓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장소가 바뀌어도 하나의 피해 흐름으로 연결해 봐야 합니다.

LENS 04

관계회복은 보호 이후에 온다

대화와 관계회복은 의미가 있지만 피해 학생이 안전하다고 느끼고 참여 의사가 있을 때 작동합니다. 화해를 서두르는 방식은 피해야 합니다.

교실의 빈자리와 서로 다른 방향의 의자로 관계의 단절을 상징한 장면
겉으로 드러나는 큰 사건 이전에 결석, 자리 회피, 단체활동 기피, 스마트폰 사용 후 불안처럼 생활의 작은 변화가 먼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학교 구성원이 인식 격차를 줄이려면 ‘가해자 낙인’과 ‘피해자 의심’이라는 두 극단을 모두 피해야 합니다.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에는 정확한 절차가 필요하고, 동시에 피해를 호소한 학생의 즉각적인 안전은 기다릴 수 없습니다. 보호와 사실 확인은 서로 경쟁하는 일이 아닙니다. 분리와 지원으로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당사자 진술, 주변 정황, 온라인 기록 등 필요한 정보를 차분하게 확인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또한 가해응답률이 낮아졌다는 이유만으로 가해 행동이 줄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듯, 피해응답률 상승을 ‘민감한 학생이 늘어서’라고 축소해서도 안 됩니다. 인식이 더 예민해졌다면 그것은 교육이 작동한 결과일 수 있고, 실제 관계갈등이 커졌다면 더 강한 예방과 보호가 필요합니다. 어느 쪽이든 학생이 위험 신호를 말했을 때 성인이 “그 정도는 누구나 겪는다”고 닫아버릴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06

‘야차룰’ 같은 신종 폭력, 유행어보다 강요·촬영·유포의 구조를 본다

DON'T AMPLIFY THE TREND — BREAK THE HARM CHAIN

교육 당국은 2학기 대응 방향에서 이른바 ‘야차룰’처럼 강한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싸움을 강요하고 이를 촬영·유포하는 양상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용어 자체는 자극적이지만 기사와 학교가 이를 자세한 놀이 규칙처럼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학생에게 기억시켜야 할 것은 간단합니다. 거절하기 어려운 강요, 신체적 위험, 촬영을 통한 관전, 영상의 재유포가 결합하면 피해가 여러 단계로 증폭된다는 점입니다.

신종 폭력 대응에서 놓치면 안 되는 네 단계

  • 강요를 먼저 멈춥니다. ‘동의했다’는 말이 있어도 거절하기 어려운 힘의 관계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신체 안전을 확보합니다. 놀이·내기·벌칙이라는 이름보다 다칠 가능성과 공포가 우선입니다.
  • 촬영과 공유를 별도 피해로 봅니다. 영상이 존재하면 사건이 끝난 뒤에도 반복 노출과 조롱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재유포를 최소화합니다. 증거를 남긴다는 이유로 주변 학생이 영상을 다시 전달하면 피해 범위가 커질 수 있으므로 성인·학교·수사기관 등 적절한 창구로 제한해 전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스마트폰 뒤로 겹쳐 퍼지는 빛으로 촬영과 재유포를 상징한 장면
사이버 공간의 피해는 ‘온라인에서만 생긴 폭력’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오프라인 사건을 촬영·유포해 반복시키는 연결고리도 함께 끊어야 합니다.
체육관 원형 조명으로 강요된 대치와 관전 구조를 상징한 장면
폭력의 세부 규칙을 재현하는 대신 ‘강요하는 사람–거절하기 어려운 사람–관전하는 집단’이라는 구조를 끊는 것이 예방의 핵심입니다.

영상이 이미 퍼진 경우에는 피해 학생에게 직접 삭제를 찾아다니게 해서는 안 됩니다. 교육부는 2026년 학교폭력 예방·대책 시행계획에서 사이버폭력 대응과 유해 콘텐츠 삭제 지원을 포함한 ‘Digital SAFE’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 발표에서도 영상물의 신속한 대응과 삭제 지원을 관계기관과 함께 개선하겠다는 방침이 제시됐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플랫폼 신고, 학교·교육청 지원, 필요하면 경찰 등 관계기관 연계를 통해 피해 학생의 부담을 줄이는 체계가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관전하지 않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폭력을 직접 시작하지 않은 학생도 영상을 찍거나 단체대화방에서 조롱을 확산시키면 피해 구조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안전한 곳에서 성인에게 알리고, 피해 학생을 혼자 두지 않으며, 재유포를 멈추는 행동은 목격자를 보호자 역할로 바꿀 수 있습니다. 목격응답률 6.7%라는 숫자를 학교가 적극적으로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07

2학기 대응의 핵심: 예방교육·관계회복·디지털 차단을 한 줄로 잇기

FROM POLICY PILLARS TO THE CLASSROOM

교육부는 이번 결과와 함께 2학기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체험·실천 중심으로 강화하고 ‘어울림 더하기 선도학교’를 활용하겠다는 방향을 밝혔습니다. 올해 학교폭력 예방 시행계획의 큰 틀도 학교·가정·지역사회의 예방 역량, 안전한 디지털 환경, 사안 처리의 교육적 기능, 피해·가해학생 맞춤형 지원, 지역 단위 대응을 함께 묶는 구조입니다. 정책 이름이 많아 보이지만 현장에서 필요한 질문은 단순합니다. ‘학생이 위험을 더 빨리 말할 수 있는가, 말한 뒤 더 안전해지는가,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는가’입니다.

STEP 01예방을 생활 장면으로

규정 암기보다 실제 교실·온라인 관계에서 경계를 알아차리고 거절·도움요청·목격자 행동을 연습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STEP 02보호와 사실 확인을 빠르게

피해 호소 직후 안전을 확보하고 사안 처리 절차를 진행하되, 학생이 반복해서 같은 설명을 하느라 지치지 않도록 지원을 연결해야 합니다.

STEP 03회복과 재발 방지를 길게

사안 종결이 곧 회복 완료는 아닙니다. 심리·학습·관계 지원과 가해학생의 행동 변화 교육, 학급 분위기 회복을 지속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둥글게 놓인 의자에서 안전한 대화와 관계회복을 준비하는 장면
관계회복은 ‘사과 한마디로 사건을 덮는 절차’가 아니라 안전이 확보된 뒤 학생이 학교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교육 당국이 관계회복을 사안 처리의 핵심 절차로 강화하려는 방향은 갈등이 장기화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관계회복은 피해 학생에게 대면이나 용서를 강요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심각한 폭력, 반복 피해, 보복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는 분리와 공식 절차가 우선되어야 하고, 회복적 접근은 당사자의 안전과 참여 의사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교육적 해결’은 엄정한 보호 조치를 대신하는 말이 아니라 재발 방지를 더 오래 책임지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사이버 대응도 같은 원칙이 필요합니다. 앱 하나를 차단하거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방식으로는 관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학생이 온라인 공간에서 무엇을 공유하면 안 되는지, 동의 없는 촬영과 유포가 왜 피해를 키우는지, 단체대화방에서 배제·조롱이 시작될 때 어떻게 멈출지, 플랫폼 신고와 성인 도움 요청을 어떻게 연결할지까지 실제 상황을 기반으로 연습해야 합니다. 기술환경이 바뀔수록 교육은 특정 앱 이름보다 지속 가능한 행동 원칙을 가르쳐야 합니다.

열린 문과 의자로 도움 요청의 접근성을 상징한 학교 상담 공간
신고창구가 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이 “말하면 더 안전해진다”고 믿을 수 있는 경험을 만드는 것입니다.
08

학생·보호자·교사가 오늘부터 볼 수 있는 신호

PRACTICAL SIGNALS WITHOUT PANIC

학교폭력은 항상 눈에 띄는 상처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등교를 자주 망설이거나, 특정 요일·수업·쉬는 시간을 유난히 두려워하거나, 단체활동을 피하고, 휴대전화를 본 뒤 감정이 크게 흔들리는 변화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물건이 자주 없어지거나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지출이 생기거나, 친구 이야기를 갑자기 끊는 모습도 대화를 시작해 볼 신호입니다. 다만 이런 변화 하나만으로 학교폭력을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학업, 건강, 가족관계 등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으므로 판단보다 질문이 먼저입니다.

학생에게

혼자 해결해야 한다고 버티지 않아도 됩니다. 위험한 상황에서는 먼저 거리를 두고, 믿을 수 있는 교직원·보호자·상담 인력 등 성인에게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친구의 피해를 봤다면 관전·촬영·재전송 대신 안전하게 도움을 요청하십시오.

보호자에게

첫 반응은 조사보다 경청에 가깝게 하는 편이 좋습니다. “네 말을 듣고 있다”, “안전부터 확인하자”고 말한 뒤 날짜·장소·상황을 차분히 정리하고 학교와 소통하십시오. 아이에게 직접 상대 학생을 만나 해결하라고 요구하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교사·학교에

피해 호소와 동시에 생활 안전을 확인하고, 같은 설명을 여러 사람에게 반복하게 하지 않도록 내부 소통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목격학생이 보복 걱정 없이 말할 수 있는 통로와 온라인 피해 확산을 막을 신속한 대응 절차도 중요합니다.

보호자가 증거를 확보하려는 과정에서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단체대화방이나 게시물처럼 사라질 수 있는 정보는 필요한 범위에서 기록해 학교나 관계기관에 전달할 수 있지만, 피해 영상을 여러 사람에게 재전송하거나 공개적으로 가해자로 지목하는 방식은 추가 피해와 분쟁을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영상은 호기심으로 저장·공유하지 않는 원칙이 필요합니다. 증거 보존과 재유포는 다른 행동입니다.

학교는 피해 학생만 상담실로 보내는 것으로 끝내기보다 학급과 또래집단의 분위기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한 학생이 반복적으로 배제됐다면 주변 학생이 왜 침묵했는지, 도움을 요청할 경로가 실제로 작동했는지, 교실 규칙이 ‘문제 일으키지 않기’에만 집중돼 있지는 않은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가해 행동이 확인된 학생에게도 처분만 전달하고 끝내면 행동의 원인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책임을 분명히 하되 감정조절·공감·관계 기술과 재발 방지 계획을 교육적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학교와 가정·상담·지역의 안전망이 빛의 선으로 연결되는 장면
학교폭력 예방은 한 명의 교사나 한 번의 캠페인이 아니라 학교·가정·지역사회가 위험 신호를 공유하고 끊김 없이 지원하는 체계에 가까워야 합니다.

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메시지는 “참아라”도 “당장 맞서라”도 아닙니다. 위험하면 벗어나고, 혼자 감당하지 말고, 믿을 수 있는 성인에게 알릴 수 있다는 확신입니다. 보호자에게는 자녀가 말한 순간 즉시 결론을 내리기보다 안전을 먼저 확보하고 학교와 사실을 정리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학교에는 신고 이후 피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분리·상담·온라인 차단·학습권 보호를 연결하는 실행력이 필요합니다. 세 주체가 같은 방향을 볼 때 실태조사의 숫자는 단순한 충격 통계에서 실제 개선의 출발점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EDITORIAL LENS

목표는 ‘피해응답률을 낮게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가 생기지 않고 생겼다면 더 빨리 안전해지는 학교입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정책의 성적표이면서 동시에 학생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응답률이 올랐다고 신고를 부담스럽게 만들면 통계는 낮아져도 학교는 안전해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모든 갈등을 같은 강도로 처리하면 교육적 개입의 공간이 사라지고 학생과 교사가 절차에 지칠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사안의 위험도와 반복성, 힘의 차이, 온라인 확산 여부를 세밀하게 구분하되 피해 호소에 대한 초기 보호는 빠르게 작동하는 체계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눈여겨볼 변화는 초등 5.7%와 집단따돌림·신체폭력 비중 상승, 그리고 피해응답과 가해응답 사이의 간극입니다. 이것은 학교가 ‘폭력 사건이 생긴 뒤 판정하는 곳’에 머물러서는 부족하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관계의 경계를 배우는 수업, 목격자가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문화, 촬영·유포를 빠르게 끊는 디지털 대응, 피해 학생이 학교생활로 돌아오는 회복 지원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다음 숫자를 기다리는 동안 평가해야 할 것도 분명합니다. 어울림 더하기 선도학교와 체험형 예방교육이 실제 교실의 행동 변화를 만드는지, 관계회복 절차가 피해자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되지 않는지, 영상 삭제와 사이버 피해 지원이 얼마나 신속하게 연결되는지, 학교급별 격차가 줄어드는지 살펴야 합니다. ‘2.9%’는 결론이 아니라 올해 학교 안전정책이 어디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 가리키는 출발선입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 핵심 FAQ

피해응답률 2.9%는 학생 100명 중 2.9명의 학교폭력이 공식 확인됐다는 뜻인가요?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실태조사는 학생이 자신의 피해 경험을 직접 응답하는 조사입니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나 수사 절차를 거쳐 확정된 사건률과는 다른 지표입니다. 다만 약 9만1천600명의 학생이 피해 경험을 응답했다는 사실 자체는 예방과 보호를 강화해야 할 중요한 신호입니다.

왜 초등학교 피해응답률이 가장 높나요?

이번 조사만으로 단일 원인을 확정할 수 없습니다. 또래관계 기술이 형성되는 시기, 갈등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방식, 학교폭력에 대한 학생·보호자 민감도 등이 함께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원인을 단정하기보다 초등 단계에서 관계교육과 조기 발견, 보호체계를 촘촘히 하는 것입니다.

사이버폭력 비중이 7.0%로 낮아졌다면 온라인 대응을 줄여도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프라인에서 벌어진 폭력이 촬영·유포되면 온라인에서 피해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교육 당국도 올해 디지털 안전과 삭제 지원, 신종 유형 대응을 주요 과제로 두고 있습니다. 특정 유형의 비중이 한 해 낮아졌다고 대응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친구 사이 장난과 학교폭력은 어떻게 구분해야 하나요?

한 가지 기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상대가 중단을 요청했는지, 행동이 반복됐는지, 힘의 차이 때문에 거절하기 어려웠는지, 공개적 망신·배제·위협이 있었는지, 학교생활에 두려움이나 회피가 생겼는지 등을 함께 봐야 합니다. 의도만이 아니라 상대가 실제로 겪은 영향도 중요합니다.

관계회복을 하면 공식 절차를 하지 않아도 되나요?

관계회복은 모든 사안을 대신하는 만능 절차가 아닙니다. 피해 학생의 안전과 자발적 참여가 전제되어야 하며, 심각하거나 반복적인 폭력·보복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필요한 보호조치와 공식 사안 처리 절차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아이가 피해를 말했다면 보호자는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나요?

우선 안전을 확인하고 아이의 말을 끊지 않고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시 상대 학생이나 보호자를 직접 찾아가 해결하려 하기보다, 사실을 차분히 정리해 학교와 소통하고 필요한 보호·상담·신고 절차를 안내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온라인 영상이나 게시물이 있다면 불필요한 재전송을 피해야 합니다.

자료와 확인 근거

2.9%라는 숫자를 낮추는 가장 확실한 길은
아이들이 위험을 더 빨리 말하고, 말한 뒤 더 안전해지는 학교를 만드는 것입니다.

댓글

많이 본 기사

호르무즈 해협 6개월째 불안|미·이란 재충돌과 세계 에너지·해운의 다음 고비

이태원 참사 특조위 1년 연장|오늘 본회의 쟁점과 2027년 조사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