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국회의장 공식 방한|조정식 의장 첫 외빈, 의회외교가 여는 과학기술·투자 협력
POLITICS · PARLIAMENTARY DIPLOMACY · 2026.09.07

베트남 국회의장 공식 방한
의회외교가 여는 다음 협력

쩐 타잉 먼 베트남 국회의장이 9월 6일부터 9일까지 한국을 공식 방문합니다. 조정식 국회의장 취임 후 첫 외빈이라는 상징성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양국 의회가 교역·투자·과학기술·인적교류를 실제 제도와 법률로 얼마나 연결할 수 있느냐입니다.

방문 9.6–9 확정9.7 국회의장 회담 예정포괄적 전략 동반자 2022
서울의 공공건축 사이를 잇는 두 개의 빛나는 다리를 상징한 외교 편집 이미지
9.6–9쩐 타잉 먼 의장의 한국 공식 방문 기간
첫 외빈조정식 국회의장 취임 뒤 맞는 첫 해외 의회 수장
1500억달러양국이 2030년까지 지향하는 교역 확대 목표
TechAI·반도체·바이오 등 새 협력축을 제도화할 의회 역할

이번 방문의 핵심은 사진 한 장의 정상급 의전이 아니라, 이미 커진 경제관계를 법과 제도로 얼마나 안정시키느냐에 있습니다.

쩐 타잉 먼 베트남 국회의장은 2026년 9월 6일 오후 서울에 도착해 공식 방한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베트남 정부 포털은 이번 방문이 먼 의장이 현 직위에서 한국을 찾는 첫 공식 방문이며, 조정식 대한민국 국회의장이 취임 후 맞는 첫 외국 의회 수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양국 관계가 2022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뒤 정부 간 외교뿐 아니라 의회 채널을 더 촘촘하게 만들려는 흐름의 한 장면입니다.

9월 7일 공개 일정에는 오전 11시 조정식 국회의장과의 회담, 정오 오찬이 잡혀 있습니다. 오후에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의 면담이 각각 예정돼 있고, 국무총리 면담 일정도 공개돼 있습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성과처럼 쓰면 안 됩니다. 지금 확인 가능한 것은 ‘누구를 언제 만날 예정인가’까지이며, 합의문이나 공동 발표가 실제로 나올지는 회담 뒤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 방문이 눈에 띄는 이유는 양국 관계의 규모가 이미 ‘친선 방문’이라는 단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커졌기 때문입니다. 베트남 정부가 9월 초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양국 교역은 895억 달러였고, 2026년 1~7월 교역액은 700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외국인 투자국으로 소개되며, 1만 건이 넘는 투자 프로젝트가 누적돼 있습니다. 이런 규모의 관계에서는 투자 허가, 세제, 노동, 데이터, 기술이전, 에너지, 인프라, 체류와 교육 같은 제도 하나가 기업과 시민의 생활을 직접 바꿉니다.

따라서 이번 방문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상급 인사가 왔다’가 아니라 ‘의회가 어떤 병목을 풀 수 있는가’로 질문을 바꾸는 것입니다. 조정식 의장은 베트남 언론과의 사전 인터뷰에서 국회가 양국 합의를 제도화하고 안정적인 법적 기반을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2030년까지 양국 교역을 1500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하려는 목표, 인프라 협력, AI·반도체·바이오 같은 첨단 기술 협력은 정부 발표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예산과 법률, 규제 체계, 상임위원회 간 후속 논의가 뒤따라야 합니다.

두 회의실과 물류 흐름을 하나의 통로로 연결한 의회외교 상징 이미지
의회외교는 친선 교류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미 커진 교역과 투자의 규칙을 더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제도 채널이라는 점이 이번 방문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01

9월 7일, 무엇이 ‘확정’이고 무엇이 ‘예정’인가

STATUS CHECK · SCHEDULE BEFORE OUTCOME

정치 일정 기사에서 가장 자주 생기는 오류는 예정된 회담을 이미 끝난 합의처럼 서술하는 것입니다. 9월 7일 새벽 기준으로 확인되는 사실은 먼 의장이 전날 서울에 도착해 공식 방문을 시작했고, 도착 당일 한국 내 베트남 혁신 네트워크 전문가들과 한국의 민간·학계·경제계 관계자들을 만났다는 점입니다. 7일 회담은 시간과 상대가 공개된 ‘예정 일정’입니다. 따라서 회담 결과를 예단하지 않고, 사전 공개된 의제와 양국이 이미 합의해온 방향을 중심으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11:00 예정
조정식 국회의장 회담

국회 접견실. 양국 의회 간 협력과 기존 합의의 제도적 후속 조치가 핵심 관심사입니다.

12:00 예정
국회의장 오찬

국회 사랑재. 공개 일정에 포함됐지만 구체 의제나 발표 내용은 회담 이후 확인 대상입니다.

16:00 예정
더불어민주당 대표 면담

국회 본관. 여당 지도부와의 접촉이라는 의미는 있으나 구체 성과를 미리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16:40 예정
국민의힘 대표 접견

국회 본관. 야당 지도부까지 만나는 일정은 의회외교가 정파를 넘어 지속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17:30 예정
국무총리 면담

정부서울청사. 의회 채널과 행정부 채널이 같은 날 이어지는 구조이지만 실제 논의 결과는 사후 발표로 확인해야 합니다.

확정: 9.6 서울 도착·공식방문 시작예정: 9.7 회담·면담 일정미확정: 회담 결과·신규 합의·서명 문서

이 구분은 단순한 표현상의 조심성이 아닙니다. 외교 방문에서는 사전 인터뷰에서 ‘논의하고 싶다’고 밝힌 항목과 실제 공동성명에 담긴 항목, 양해각서에 서명된 항목, 국회에서 법률이나 예산으로 처리된 항목이 서로 다른 단계입니다. 독자가 확인해야 할 것은 기대와 실행을 한 문장에 섞지 않는 것입니다. 9일까지 이어지는 방문 동안 새로운 문서가 나오면 그때부터 ‘합의’라고 부를 수 있고, 그 문서가 실제 제도 변화를 일으키는지는 또 별도의 추적이 필요합니다.

빈 의제 폴더와 시계로 예정 일정과 확정 결과의 차이를 표현한 정물 이미지
02

왜 ‘국회 대 국회’가 필요한가

LAW · BUDGET · OVERSIGHT

정부가 양국 관계의 큰 방향을 합의해도 기업과 시민이 체감하는 규칙은 대부분 법률·예산·행정 규정의 형태로 작동합니다. 투자기업은 사업 허가와 조세 체계, 노동 규정, 데이터 이동, 지식재산 보호를 봅니다. 연구기관은 공동 연구비와 인력 이동 규정을 봅니다. 유학생과 가족은 체류·교육·사회보장 제도를 봅니다. 대형 인프라 사업은 조달과 안전 기준, 재정 부담, 환경 규정을 통과해야 합니다. 이런 영역은 정부 부처만의 일이 아니라 양국 의회의 입법과 예산 심사, 국정감사·감독 기능과 맞닿아 있습니다.

2025년 양국 국회가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점도 그래서 중요합니다. 양해각서는 그 자체로 산업 정책을 바꾸는 법률은 아니지만, 의장단과 상임위원회, 의원친선협회가 정기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만드는 장치입니다. 베트남 측 자료는 양국 의회가 국제의회연맹과 아세안의회총회 등 다자 무대에서도 협력을 이어왔다고 설명합니다. 정권이나 정부 인사가 바뀌어도 의회 간 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것은 장기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LEGISLATION

합의를 국내법과 제도로 번역

투자·데이터·산업·에너지·노동 등 협력 분야에서 상충하는 규정과 공백을 줄이는 역할입니다.

BUDGET

공동사업을 지속 가능한 예산으로

연구개발·인력양성·ODA·인프라 같은 사업은 한 번의 선언보다 다년 예산의 안정성이 더 중요합니다.

OVERSIGHT

성과와 부작용을 함께 점검

대규모 투자나 기술협력이 특정 기업에만 유리하지 않은지, 안전·환경·노동 기준을 지키는지 감독할 수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주베트남대사관이 6월 공개한 자료에서도 이런 문제의식이 확인됩니다. 최영삼 대사가 먼 의장을 예방했을 때 국회 간 협력과 경제협력, 인적교류, 베트남 내 한국 국민의 체류 여건 개선을 논의했고, 베트남 국회 측은 투자환경과 외국인 체류 관련 법·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의회외교’라는 추상적인 단어가 실제 생활과 연결되는 지점이 바로 이런 법제도입니다.

입법·예산·감독의 세 기능을 정책 작업대로 시각화한 편집 이미지
03

895억 달러에서 1500억 달러로, 숫자보다 중요한 조건

TRADE SCALE · QUALITY OF GROWTH

베트남 정부 영문 포털이 이번 방문을 앞두고 공개한 자료를 기준으로 2025년 한·베트남 교역액은 895억 달러였고, 2026년 1~7월 교역액은 약 70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습니다.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외국인 투자국으로 소개됐으며, 1만567개의 유효 투자 프로젝트에 1026억 달러가 등록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통계는 발표기관과 집계시점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숫자를 비교할 때는 같은 기준을 써야 합니다.

양국이 이야기하는 2030년 1500억 달러 교역 목표는 현재 관계의 ‘양적 확대’를 상징하지만, 의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규모만이 아닙니다. 베트남 주재 한국 기업은 예측 가능한 규제와 신속한 인허가, 현지 인력 확보, 에너지 공급, 통관과 세무 안정성을 요구합니다. 베트남은 단순 조립 생산을 넘어 기술이전과 현지 공급망 참여, 고부가가치 일자리 확대를 원합니다. 두 요구가 충돌하지 않고 연결되려면 투자 유치 건수보다 제도 설계의 품질이 중요해집니다.

895억달러

베트남 정부 포털이 소개한 2025년 양국 교역 규모

700억달러

2026년 1~7월 교역액으로 소개된 수치

1만567건

한국의 베트남 내 유효 투자 프로젝트로 제시된 규모

1500억달러

2030년까지 양국이 지향하는 균형적·지속 가능한 교역 목표

교역액이 커질수록 중요한 것은 ‘더 많이’가 아니라 더 안정적으로, 더 높은 부가가치로,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하도록 규칙을 만드는 일입니다.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과 베트남 측 사전 인터뷰가 공통으로 언급하는 것도 투자환경의 안정과 공급망의 질입니다. 투자기업이 장기간 사업을 하려면 법률이 자주 바뀌지 않아야 하고, 바뀔 때는 충분한 예고와 이행기간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베트남이 원하는 기술이전이나 현지 기업의 공급망 진입도 구호만으로 늘지 않습니다. 연구개발 협력, 인력양성, 현지 조달, 지식재산권 보호를 동시에 설계해야 합니다. 의회 상임위원회 간 협력은 이런 복합 문제를 한 부처의 관점이 아니라 여러 제도를 묶어 보는 창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항만에서 첨단 제조로 이어지는 한·베트남 가치사슬을 상징한 편집 이미지
04

과학기술이 ‘새 기둥’으로 올라온 이유

AI · SEMICONDUCTOR · BIOTECH · QUANTUM

이번 방문을 앞둔 양국 발표에서 가장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변화는 과학기술의 비중입니다. 조정식 의장은 사전 인터뷰에서 AI, 반도체, 바이오 기술을 미래 협력의 유망 분야로 꼽았습니다. 베트남 측 자료는 2026년 4월 열린 한·베트남 과학기술공동위원회에서 AI, 바이오, 양자기술, 반도체와 고급 인력 양성, 혁신 생태계 연계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소개합니다. 과거의 협력이 공장 건설과 생산기지 확대에 무게가 있었다면, 이제는 연구개발과 기술 상용화, 인재와 데이터까지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변화에서 의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의외로 많습니다. AI 협력에서는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책임, 사이버보안 규칙이 필요합니다. 반도체에서는 연구개발 세제와 인력양성, 전력·용수 인프라, 공급망 보안이 중요합니다. 바이오에서는 연구윤리와 임상·허가 규제가 핵심이 됩니다. 양자기술처럼 국가안보와 민간 산업의 경계가 겹치는 기술은 수출통제와 연구개방의 균형을 따져야 합니다. 기술협력은 연구소 두 곳을 연결하는 문제를 넘어 법률 체계 전체의 호환성을 요구합니다.

AI

데이터와 책임

공동개발을 늘리면서 개인정보·보안·윤리 기준을 어떻게 맞출지가 핵심입니다.

SEMICONDUCTOR

인재와 생태계

기업·대학·연구기관을 연결하고 현지 공급망 참여를 넓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합니다.

BIOTECH

규제와 상용화

연구협력뿐 아니라 인허가, 윤리, 임상, 지식재산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QUANTUM

개방과 보안

신흥 기술의 인력교류를 확대하면서 국가안보와 기술보호 기준을 정교하게 맞춰야 합니다.

베트남 혁신 네트워크와의 9월 6일 면담도 이 방향을 보여줍니다. 먼 의장은 한국의 기술개발·상용화 경험을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고, 과학기술과 혁신이 베트남의 발전모델 전환에 중요한 기반이라는 취지로 강조했습니다. 방문 첫날부터 전문가 네트워크를 만난 것은 과학기술이 의례적 부속 의제가 아니라 이번 방한의 실제 관심축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뒷받침합니다.

AI·반도체·바이오 연구 생태계를 하나의 투명한 다리로 연결한 과학기술 이미지
05

공급망 협력의 다음 단계는 ‘현지화의 질’

INVESTMENT · LOCALISATION · RESILIENCE

한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는 이미 전자·부품·제조업을 중심으로 깊게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질문은 투자액이 계속 증가하느냐만이 아닙니다. 베트남 기업이 더 많은 부품과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지, 현지 인력이 단순 생산뿐 아니라 연구개발과 설계·품질관리 영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 한국 기업이 예측 가능한 에너지와 물류·규제 환경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베트남 대사의 사전 인터뷰가 기술이전과 현지화율, 베트남 기업의 공급망 참여를 함께 언급한 이유입니다.

공급망 안정은 최근 몇 년간 안보 의제와 경제 의제가 겹치는 영역이 됐습니다. 특정 국가나 특정 항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에너지와 핵심 소재의 위험을 분산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생산을 빠르게 복구하는 능력이 기업 경쟁력의 일부가 됐습니다. 한국과 베트남은 제조업에서 이미 서로 깊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쪽의 규제나 인프라 문제가 다른 쪽의 생산 일정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의회는 공급망 정책을 단기 보조금 경쟁으로 만들지 않고 장기적인 인력·기술·에너지 정책과 연결해야 합니다.

물류·현지 제조·연구개발이 층층이 이어지는 공급망 현지화 상징 이미지

투자 ‘양’에서 생태계 ‘질’로

한국 기업의 과제는 안정적 전력·물류·통관·세무와 숙련 인력, 예측 가능한 규제입니다.

베트남의 과제는 기술이전, 현지 부품기업 성장, 연구개발 역량과 더 높은 부가가치 일자리입니다.

의회의 과제는 두 요구를 동시에 충족하도록 법·예산·감독 체계를 설계하고 과도한 특혜나 규제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현지화’는 한국 기업을 밀어내는 개념이 아니라 공급망의 내구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습니다. 현지 협력업체가 기술과 품질을 끌어올리면 한국 대기업은 가까운 곳에서 더 안정적인 부품을 조달할 수 있고, 베트남은 산업 고도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반대로 무리한 의무조달이나 갑작스러운 규제는 투자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의회 간 대화가 필요한 이유는 각국의 정책 목표를 미리 설명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06

고속철·원전·전력망, ‘가능성’과 ‘계약’을 구분해야 한다

INFRASTRUCTURE · ENERGY · PUBLIC RISK

조정식 의장은 사전 인터뷰에서 베트남의 신도시 개발, 고속철도, 원자력에너지, 전력망을 협력 가능성이 큰 인프라 분야로 언급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가능성’입니다. 특정 사업의 계약 체결이나 사업자 선정이 확정됐다는 뜻이 아닙니다.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는 수십 년의 수명과 막대한 비용을 가지며, 타당성 조사와 재원 조달, 기술 기준, 환경·안전 심사, 조달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특히 원전과 전력망은 외교적 기대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원전은 안전규제와 사용후핵연료, 금융, 장기 운영인력까지 함께 봐야 하고, 전력망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단지 수요, 계통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고속철도도 차량과 신호·전력·토목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할지, 현지 산업을 얼마나 참여시킬지에 따라 경제적 효과가 달라집니다. 의회는 이런 사업의 재정 위험과 공공성을 검증하는 기관이기도 합니다.

HIGH-SPEED RAIL

기술보다 조달 구조

차량·신호·토목·금융·현지생산을 어떻게 묶는지에 따라 산업 파급효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NUCLEAR

안전과 장기 책임

건설비뿐 아니라 규제기관 역량, 운영인력, 폐기물과 장기 금융까지 검토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POWER GRID

산업성장의 기반

반도체·데이터센터·첨단 제조가 늘수록 안정적인 전력망과 저탄소 전원의 조합이 중요해집니다.

고속철도·전력망·저탄소 에너지 협력 가능성을 함께 표현한 인프라 이미지

따라서 9월 7일 회담 뒤 ‘협력 확대’라는 표현이 나오더라도 독자는 한 단계 더 확인해야 합니다. 특정 프로젝트 이름이 공동문서에 들어갔는지, 양해각서인지 본계약인지, 정부 간 금융지원이 포함되는지, 법률 개정이 필요한지, 후속 실무협의 일정이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외교의 상징적 문장이 실제 산업 프로젝트로 바뀌는 과정은 길고, 그 과정에서 의회의 심사와 공개 토론이 중요한 안전장치가 됩니다.

07

기업보다 더 오래 남는 의제, 사람의 이동

PEOPLE · EDUCATION · RESIDENCY

한·베트남 관계를 숫자로만 보면 교역과 투자 규모가 먼저 보이지만, 관계의 지속성을 만드는 것은 사람입니다. 한국에는 큰 규모의 베트남 공동체가 있고, 베트남에는 장기간 거주하며 일하는 한국인과 한국 기업 종사자가 많습니다. 유학생, 결혼이주가족, 숙련노동자, 연구자, 기업인, 관광객이 양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이들의 경험은 비자와 체류 허가, 사회보장, 교육, 자격 인정, 노동권, 의료 접근 같은 제도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이 6월 먼 의장과의 면담에서 한국 국민의 체류 여건 개선과 인적교류 확대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 문제가 부수적인 외교 의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베트남 국회 측도 외국인 체류와 투자환경 관련 법제 개선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기업의 투자 결정도 결국 직원과 가족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지에 영향을 받습니다. 첨단산업 협력에서는 연구자와 엔지니어의 이동이 빠를수록 공동 프로젝트가 잘 돌아갑니다.

인적교류를 보는 네 개의 질문

체류 — 장기 근무자와 가족의 비자·거주 제도가 예측 가능한가.

교육 — 유학생과 공동 연구자가 학위·연구경력을 원활히 인정받을 수 있는가.

노동 — 산업 수요와 노동권 보호를 동시에 충족하는 이동 경로가 있는가.

생활 — 의료·사회보장·언어·지역사회 지원이 교류 확대 속도를 따라가는가.

이동·교육·생활을 연결해 한·베트남 인적교류를 상징한 편집 이미지

의회외교가 사람의 이동을 다루는 방식은 거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임위원회가 상대국의 제도 변화를 정기적으로 공유하고, 현지 기업·교민·유학생의 애로사항을 정부에 전달하며, 노동·교육·사회보장 협정의 사각지대를 점검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작은 제도 개선은 정상회담의 큰 구호보다 훨씬 오랫동안 시민의 기억에 남습니다.

08

대표단 구성 자체가 보여주는 의제의 무게

COMMITTEES · CROSS-SECTOR SIGNAL

베트남 정부가 공개한 공식 대표단 명단에는 국회 국방·안보·대외위원회, 과학기술·환경위원회, 경제·재정위원회 수장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과학기술·환경위원회 위원장은 한·베트남 의원친선그룹도 맡고 있습니다. 여기에 외교·국방·공안 관련 고위 인사와 지방정부 관계자도 동행합니다. 단순히 의장단만 움직이는 방문이 아니라 경제·기술·안보·지역협력 의제를 함께 다루려는 구성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대표단 구성을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어떤 상임위가 동행하는지는 후속 논의의 경로를 가늠하게 해줍니다. 예를 들어 AI·반도체 협력은 과학기술위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재정, 교육, 산업, 개인정보·사이버보안과도 연결됩니다. 원전이나 전력망은 에너지와 환경, 재정, 안전 규제의 교차영역입니다. 공급망은 통상과 산업, 국가안보의 경계에 있습니다. 여러 상임위원회가 같이 움직이면 이런 교차 문제를 한 번에 설명하고 후속 협의를 만들기 쉬워집니다.

여러 상임위원회 의제가 한 테이블에서 만나는 모습을 상징한 회의 이미지
SCIENCE

첨단기술 규칙

AI·반도체·바이오·양자기술과 인력양성, 공동연구, 데이터·보안 문제를 다룰 수 있습니다.

ECONOMY

투자와 재정

교역 확대, 투자환경, 인프라 금융, 세제와 현지 공급망 참여를 제도적으로 연결합니다.

SECURITY

기술·공급망 안보

첨단기술 보호와 경제안보를 고려하면서도 민간 협력을 위축시키지 않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09

2025년 국회 MOU에서 2026년 ‘실행’으로

CONTINUITY · INSTITUTIONAL MEMORY

양국 의회 협력에는 이미 전 단계가 있습니다. 2025년 한국 국회의장의 베트남 방문 때 양국 국회가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의장단과 위원회 차원의 교류를 이어왔습니다. 이번 방한은 그 문서를 다시 축하하는 행사가 아니라 실제 작동 여부를 점검할 기회입니다. 정기적 위원회 교류가 열렸는지, 기업과 교민의 제도 애로를 어느 채널에서 다루는지, 정부 간 합의의 이행 상황을 국회가 어떻게 확인할지 같은 실무가 중요합니다.

의회 협력의 장점은 ‘제도 기억’을 남길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대통령이나 총리, 장관이 바뀌어도 국회 위원회와 사무처, 의원친선그룹이 축적한 자료와 네트워크는 다음 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모든 협력이 개인적 친분에만 의존하면 인사 교체 때마다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2025년 MOU가 의미를 가지려면 회담 횟수보다 후속 자료와 공동 과제, 상임위 간 실무 연결이 남아야 합니다.

좋은 의회외교의 성과는 회담 사진의 수가 아니라, 다음 회기에도 이어지는 규칙·예산·실무 채널의 수로 측정해야 합니다.
두 의회의 제도적 기억과 후속 협력을 긴 회랑으로 표현한 건축 이미지

이 점에서 9월 7일의 여야 대표 면담도 흥미롭습니다. 외교·통상 정책이 국내 정치의 변화에 따라 급격히 흔들리지 않으려면 여야가 장기 협력의 기본선에는 공감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각 정당은 노동·산업·안보·환경 규제에서 다른 우선순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 차이를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상대국과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어떤 원칙은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유지할지를 확인하는 것이 의회외교의 역할입니다.

10

9일까지 무엇을 확인해야 ‘성과’를 말할 수 있나

OUTCOME CHECKLIST · NO PREMATURE VERDICT

이번 방한이 끝난 뒤 기사를 평가할 때는 ‘우호를 확인했다’는 표현보다 구체적인 후속 장치를 보는 편이 낫습니다. 첫째, 양국 국회의장 회담에서 기존 MOU 이행이나 상임위원회 간 정례협의에 관한 구체 일정이 나오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AI·반도체·바이오·인프라처럼 사전에 제시된 분야가 단순 관심 표명인지, 공동 연구나 법제 협력의 형태로 구체화되는지 봐야 합니다. 셋째, 투자환경과 체류·인적교류의 제도 개선 과제가 공개적으로 언급되는지도 중요합니다.

넷째, 2030년 1500억 달러 교역 목표를 ‘수출을 무조건 늘린다’는 숫자 경쟁으로만 다루지 않고 무역 불균형과 현지 공급망 참여, 고부가가치 산업 협력까지 함께 언급하는지 살펴야 합니다. 다섯째, 대형 인프라 협력은 구체 사업의 법적·재정적 단계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논의’와 ‘검토’, ‘양해각서’, ‘사업자 선정’, ‘본계약’은 서로 전혀 다른 상태입니다.

방문 종료 뒤 체크할 여섯 가지

  1. 양국 국회의장 회담 결과에 구체적인 후속 협의 일정이 담겼는가.
  2. 2025년 국회 협력 MOU를 실행하기 위한 위원회·사무처 차원의 장치가 제시됐는가.
  3. AI·반도체·바이오·양자기술 협력이 연구개발·인력·데이터 규칙까지 구체화됐는가.
  4. 한국 기업의 투자환경 안정과 베트남 기업의 공급망 참여 확대가 함께 다뤄졌는가.
  5. 고속철·원전·전력망 등 인프라 분야는 ‘협력 의향’인지 실제 사업 단계인지 명확히 구분됐는가.
  6. 교민·유학생·근로자·기업인의 체류와 생활을 개선하는 제도 과제가 후속 의제로 남았는가.

이 여섯 가지 중 일부만 확인되더라도 방문의 의미는 있습니다. 외교 방문 하나가 모든 제도를 바꾸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일정이 다음 실무회의와 입법 논의로 이어지는 ‘연결점’을 남기느냐입니다. 반대로 화려한 수식어가 많아도 후속 일정과 책임 주체, 측정 가능한 목표가 없다면 성과를 과대평가할 이유가 없습니다.

방한 이후의 후속 과제를 여섯 개의 빛과 긴 다리로 상징한 마무리 야경 이미지
9월 9일 방문 종료 시점에 확인해야 할 것은 새로운 수식어보다 후속 일정과 제도적 연결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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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뒤 보도에서 놓치기 쉬운 세 가지 함정

HOW TO READ THE RESULT

첫 번째 함정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문장을 곧바로 새로운 정책의 탄생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외교 회담문에는 관계의 방향을 확인하는 표현과 실제 집행을 약속하는 표현이 함께 들어갑니다. 독자는 발표문에 담당기관, 시한, 후속 회의, 서명 문서, 예산 또는 법률 조치가 있는지를 확인하면 둘을 구분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AI 협력을 강화한다는 문장만 있다면 정치적 의지의 확인에 가깝고, 공동 연구센터의 규모와 재원·참여기관·착수시점까지 제시됐다면 한 단계 더 구체적인 성과로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함정은 숫자 하나로 관계 전체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1500억 달러 교역 목표가 달성되더라도 특정 품목에 교역이 지나치게 집중되거나 한쪽 기업의 현지 조달 비중이 낮고 기술인력 교류가 정체된다면 관계의 질이 충분히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세계 경기 둔화로 교역액 증가가 목표보다 느리더라도 공동 연구개발, 현지 부품기업의 품질 향상, 체류제도 개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같은 기반이 좋아진다면 중장기 협력의 내구성은 오히려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역액·투자액과 함께 산업의 부가가치, 현지 공급망 참여, 연구개발 인력, 제도 안정성을 함께 봐야 합니다.

세 번째 함정은 의회외교를 행정부 외교의 장식으로 보는 것입니다. 국회가 직접 기업 계약을 맺거나 외교협정을 집행하는 기관은 아니지만, 협정과 정책이 지속되려면 법률과 예산, 감독이 필요합니다. 특히 대형 인프라나 첨단기술은 사업 기간이 길고 여러 정부에 걸쳐 진행됩니다. 한 번의 정상회담보다 여러 회기의 국회가 같은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사업자와 연구기관에는 더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상임위원회 간 정례 협의와 실무자료 공유가 눈에 띄지 않더라도 실제로는 장기 협력의 비용을 줄이는 장치가 됩니다.

이번 방문 이후에는 ‘무엇을 새로 약속했는가’와 함께 ‘기존 약속 가운데 무엇을 실행하기로 했는가’를 따로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2025년 국회 협력 MOU가 있었다면 2026년에는 그 아래에 어떤 위원회 교류가 붙었는지, 기업·교민의 제도 애로가 어느 창구에서 다뤄지는지, 과학기술공동위원회에서 논의한 AI·바이오·양자·반도체 과제가 국회 차원의 법제 논의와 연결되는지를 보는 방식입니다. 새 합의가 적더라도 기존 합의의 실행력이 커졌다면 실질적 성과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베트남이 서로에게 갖는 의미가 같지 않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한국 기업은 베트남을 제조·시장·공급망의 중요한 거점으로 보지만, 베트남은 한국의 투자와 기술을 산업 고도화에 연결하려 합니다. 한국은 안정적인 투자환경을 원하고 베트남은 더 많은 현지 가치 창출을 원합니다. 좋은 합의는 어느 한쪽의 요구만 관철하는 문서가 아니라 두 목표가 동시에 작동하도록 규칙을 설계합니다. 9일까지 나오는 회담 결과를 평가할 때 가장 유용한 기준은 바로 이 상호성입니다.

핵심 질문

쩐 타잉 먼 의장의 방한은 언제까지인가요?

한국 공식 방문은 9월 6일부터 9일까지로 발표됐습니다. 이후 대표단은 몽골 방문 일정을 이어갑니다.

왜 조정식 국회의장의 ‘첫 외빈’이라는 표현이 나오나요?

베트남 정부 영문 포털은 먼 의장이 조정식 대한민국 국회의장이 취임 뒤 맞는 첫 외국 의회 수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상징성은 크지만, 실제 성과는 회담 이후 발표와 후속 제도로 따로 평가해야 합니다.

2030년 1500억 달러는 확정된 교역액인가요?

아닙니다. 양국이 지향하는 중장기 교역 목표입니다. 실제 달성 여부는 세계 경기, 공급망, 투자와 산업정책 등 여러 변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고속철이나 원전 사업 계약이 이번에 체결된 건가요?

9월 7일 새벽 기준으로 그런 계약 체결이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조정식 의장이 사전 인터뷰에서 향후 협력 가능성이 있는 인프라 분야로 언급한 수준이므로 실제 사업 단계는 회담 이후 공식 발표를 확인해야 합니다.

AI와 반도체 협력에서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연구개발 예산과 세제, 인력 이동, 데이터 보호, 사이버보안, 기술보호와 수출통제, 지식재산권 같은 법제도를 조정하고 정부 정책의 이행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이번 방문을 한 문장으로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미 큰 교역·투자 관계를 ‘더 많은 거래’에서 ‘더 안정적인 제도와 고부가가치 협력’으로 바꾸기 위해 양국 의회가 어떤 법적·정책적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는지 시험하는 방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방한의 진짜 성적표는 9월 9일 이후에도 남아 있을
법·예산·상임위 협력과 사람들의 이동 편의에서 확인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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