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는
행사장이 아니라
도시의 습관이다
오늘 막을 내리는 2026 전국 문화도시 박람회. 밀양강변에 모인 37개 도시를 따라가 보면 문화정책의 중심이 ‘무엇을 공연했는가’에서 ‘누가 공간을 쓰고, 누가 기획하며, 무엇이 일상에 남는가’로 옮겨가고 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밀양강에 펼쳐진 박람회를 제대로 읽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무엇이 남는가.”
2026년 9월 13일, 경남 밀양에서 열린 ‘2026 전국 문화도시 박람회’가 나흘 일정을 마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상남도, 전국문화도시협의회가 함께 마련한 이번 행사는 영남루와 밀양강변 일원을 중심으로 전국 문화도시의 변화와 성과를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문화도시는 지역 고유의 문화자원을 바탕으로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기획자가 함께 지역만의 문화브랜드를 만들고 도시의 활력을 높이는 정책입니다. 2019년 첫 지정 이후 현재까지 지정된 도시는 37곳입니다.
박람회라는 이름 때문에 공연과 체험 부스가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핵심은 도시정책의 실험 결과를 비교하는 데 있습니다. 정책홍보관은 주민 참여, 문화공간 활용, 지역문제 해결 등 일곱 분야에서 각 도시가 만든 변화를 보여주고, 도시별 홍보관은 지역 자원과 사업을 현장 관계자가 직접 설명합니다. 밀양강변의 아트마켓과 지역콘텐츠 부스, 청년 먹거리 부스 역시 ‘문화가 도시 경제와 생활에 어떻게 들어오는가’를 작은 장면으로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따라서 이 글은 ‘오늘 어디서 무엇을 볼까’만 설명하는 행사 안내가 아닙니다. 밀양이 왜 개최지가 되었는지, 방치됐던 공간이 왜 문화거점으로 바뀌는지, 주민 참여가 왜 문화도시의 성패를 가르는지, 그리고 정부가 다음 단계의 문화도시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설계하고 있는지를 차례로 짚습니다. 마지막 날 현장을 찾는 독자라면 눈앞의 공연 뒤에 있는 도시의 구조를 함께 볼 수 있고, 현장을 찾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지역문화 정책 뉴스를 읽을 기준을 얻을 수 있습니다.
37개 도시가 모였다는 것의 진짜 의미
문화도시는 단순한 ‘문화행사가 많은 도시’라는 별칭이 아닙니다. 제도적으로는 지역의 고유한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문화 창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정하는 도시이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관련 절차를 거쳐 지정합니다. 2018년 법정 문화도시 사업을 본격화할 때 정부가 내세운 방향도 분명했습니다. 지역이 스스로 문화에 기반한 발전계획을 만들고 실행하도록 지원해 쇠퇴한 장소와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뒤 문화도시는 여러 차수로 확대됐습니다. 밀양은 제3차 문화도시 6곳 가운데 하나로 포함됐고, 기존 법정 문화도시 흐름에 이어 2024년 말에는 광역형 문화균형발전을 이끌 ‘대한민국 문화도시’ 13곳이 최종 지정됐습니다. 정부는 이 13곳을 2027년까지 지원하고, 장기적으로 도시의 문화창조력을 높이는 차기 문화도시 모델도 설계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즉 지금의 37개 도시는 모두 같은 연차와 같은 사업구조에 놓여 있지는 않지만, ‘문화가 지역의 생활·공간·경제를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공통 질문으로 연결됩니다.
이번 박람회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도시별 홍보관은 ‘우리 도시의 명소’를 자랑하는 관광박람회 부스와 닮아 보일 수 있지만, 실제 비교 포인트는 다릅니다. 어떤 도시는 주민이 동네 문제를 문화적으로 해결하는 구조를 만들었고, 어떤 도시는 빈 건물을 생활문화 거점으로 바꾸었으며, 또 다른 도시는 전통예술을 청년 창업과 관광 콘텐츠로 연결했습니다. 같은 ‘문화’라는 단어를 쓰면서도 작동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한자리에서 비교할 때 정책의 차이가 선명해집니다.
공연 한 편의 흥행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안에서 기획자가 성장하는지, 쓰이지 않던 공간이 다시 열리는지, 주민이 반복해서 참여할 구조가 생기는지입니다. 박람회는 그 구조를 서로 공개하고 비교하는 자리입니다.
밀양강변의 부스는 ‘성과 전시장’이 아니라 도시 실험의 압축판
올해 박람회의 주제는 ‘하나 된 지역(로컬), 함께 만드는 도시의 미래’입니다. 박람회장 초입의 정책홍보관은 문화도시 지정 현황과 추진 과정을 보여주고, 주민 참여와 문화공간 활용, 지역문제 해결 등 일곱 분야의 변화를 도시별 사례로 묶었습니다. 도시마다 정책 언어가 달라 생기는 진입장벽을 ‘주민·공간·문제’라는 생활 언어로 번역한 셈입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도시별 홍보관, 지역 예술인의 아트마켓, 지역콘텐츠 부스, 청년 먹거리 부스가 이어집니다. 특히 청년 먹거리 부스에는 밀양 문화도시 사업의 지역 기획자 양성 과정을 거쳐 창업한 팀들이 참여했습니다. 지역 식재료와 공예가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교육 → 기획 → 창업 → 판매’로 이어지는 경로를 보여준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문화정책이 경제정책과 만나는 지점은 대형 산업단지처럼 거창한 곳만이 아니라, 한 명의 기획자가 지역에서 계속 일할 이유를 만드는 작은 생태계일 수 있습니다.
주민을 관객에서 기획자로
지역문화 사업이 오래가려면 외부 기획사가 빠져나간 뒤에도 프로그램을 이어갈 사람이 남아야 합니다. 시민·청년 기획자 양성은 그래서 ‘부대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속성의 기반입니다.
빈 곳을 생활권의 거점으로
버려진 건물을 한 번 리모델링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후 누가 운영하고, 주민이 얼마나 자주 이용하며, 주변 동네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입니다.
도시 안 성과를 권역으로
최근 대한민국 문화도시는 한 도시의 성공을 넘어 인근 지역과 문화 여건을 함께 개선하는 광역형 모델을 지향합니다. 도시 간 협업이 다음 평가 기준으로 커지는 이유입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박람회를 보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가장 화려한 부스보다 ‘이 사업은 누가 만들었는가’, ‘지난해에도 있었는가’, ‘행사가 끝난 뒤 어디에서 이어지는가’를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 질문에 구체적인 사람과 공간의 이름이 돌아온다면, 문화도시가 단발 이벤트를 넘어 지역의 운영체계로 자리 잡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왜 밀양인가: 강과 영남루, 옛 대학 캠퍼스가 한 정책의 문장이 된다
밀양은 이번 박람회에 단순히 장소를 빌려준 도시가 아닙니다. 제3차 문화도시로 지정된 뒤 5년간 지역 문화자원을 발굴하고 시민 참여 사업을 이어왔고, 최근 평가에서 연속으로 높은 성과를 인정받았습니다. 2026년에는 전국문화도시협의회 의장도시 역할도 맡았습니다. 그래서 개최지 자체가 하나의 사례 발표장처럼 기능합니다.
밀양의 강점은 서로 성격이 다른 장소를 하나의 문화 동선으로 엮을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영남루와 밀양강은 오래된 도시의 상징이고, 전통시장과 생활권은 현재 주민의 일상이며, 햇살문화캠퍼스는 쓰임이 약해졌던 옛 대학 공간을 새로운 문화거점으로 전환하는 재생의 현장입니다. 박람회 기간 로컬 도슨트 투어가 이런 지점을 연결한 것도 ‘문화유산 관람 → 시장 소비 → 재생 공간 체험’을 한 도시 서사로 묶으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새 건물을 짓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오래된 공간에 다시 ‘매일의 이유’를 넣는 것입니다.
공간재생은 준공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창작자 작업실, 시민 수업, 전시, 회의, 청년 프로젝트처럼 반복되는 프로그램과 운영 주체가 붙어야 비로소 도시의 문화 인프라가 됩니다.
문화도시 정책에서 공간재생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인구 감소나 산업 구조 변화로 비어가는 학교·상가·공공시설은 지역 쇠퇴를 눈으로 보여주는 흔적입니다. 이곳을 문화공간으로 전환하면 건물 하나를 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다시 모이는 시간대를 만들고 주변 상권과 이동 동선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유휴공간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운영비가 끊기거나 이용자가 특정 집단에만 머물면 ‘예쁜 빈 건물’로 돌아갈 위험도 큽니다.
문체부가 2025년 문화도시 성과를 점검하며 제시한 수치입니다. 공간을 얼마나 만들었는지보다 그 공간이 지역 생활에 어떻게 쓰이는지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제2~4차 문화도시 17곳과 대한민국 문화도시 13곳, 총 30개 도시의 성과입니다. 정책이 공간을 넘어 실제 이용 경험으로 이어졌는지 보여주는 큰 지표입니다.
이 두 수치를 한꺼번에 읽어야 합니다. 공간 4,060곳만 보면 시설 공급 정책처럼 보이고, 642만 명만 보면 대규모 행사 동원 수치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화도시의 목표는 공간과 사람이 반복해서 만나는 구조입니다. 밀양의 옛 대학 캠퍼스를 볼 때도 ‘리모델링이 얼마나 멋진가’보다 ‘이 공간에서 누가 다음 달에도 일하고 만날 것인가’를 묻는 편이 정책을 정확히 읽는 방법입니다.
주민 참여는 ‘체험객 수’가 아니라 도시 운영권을 나누는 방식
문화정책에서 ‘주민 참여’라는 표현은 너무 자주 쓰여서 때로는 의미가 흐려집니다. 행사 당일 체험 부스에 참여하는 것도 주민 참여지만, 문화도시가 말하는 참여의 핵심은 더 깊습니다. 주민이 의제를 제안하고, 지역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며, 때로는 사업을 통해 직업과 조직을 만드는 과정까지 포함합니다.
이번 밀양 박람회에서 청년 창업팀이 지역 식재료와 공예품을 선보인 장면은 이 차이를 보여줍니다. 완성된 브랜드를 외부에서 초청한 것이 아니라 지역 기획자 양성 과정과 연결된 결과물이 현장 판매로 이어졌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문화도시 사업이 잘 작동하면 문화예술을 ‘무료로 즐기는 복지’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지역에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시장과 관계망을 만듭니다.
이런 구조는 지역소멸 문제와도 맞닿습니다. 문화 하나만으로 인구 감소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주거, 일자리, 교육, 의료, 교통 같은 기반이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다만 문화는 ‘이곳에 계속 살 이유’를 만드는 생활의 질과 관계망에 직접 개입합니다. 동네에서 만날 사람이 있고, 자신의 경험을 표현할 무대가 있으며, 작은 프로젝트를 직업으로 연결할 기회가 생긴다면 지역에 대한 체감은 달라집니다.
그래서 문화도시 사업의 성과를 평가할 때 관광객 수만 보면 부족합니다. 외지인이 얼마나 왔는지와 함께 지역 기획자가 몇 년째 활동하는지, 주민 모임이 사업비 없이도 이어지는지, 공간 운영에 지역 조직이 참여하는지, 청년이 프로젝트를 경력으로 축적할 수 있는지까지 봐야 합니다. 숫자가 크지 않아도 이런 ‘작은 지속성’이 쌓이는 도시가 오히려 장기적으로 강합니다.
아리랑은 ‘보존할 유산’에서 ‘다시 만드는 현재형 콘텐츠’로
밀양은 아리랑이라는 강력한 문화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화도시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유명한 전통을 보유했다는 사실보다, 그 전통을 오늘의 주민과 창작자가 어떻게 다시 쓰는가입니다. 이번 박람회 개막 무대에서는 밀양아리랑에 지게 장단과 농사 동작을 결합한 ‘아리랑동동’이 소개됐고, 박람회 연계 프로그램에는 밀양·정선·진도의 아리랑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교류 프로그램도 마련됐습니다.
지난 11~12일 저녁 밀양강과 영남루를 배경으로 선보인 수상 가무악극 ‘미리미동국’과 ‘밀양강 어화 꽃불놀이’도 같은 맥락입니다. 수상 무대와 지역의 역사 서사, 아리랑의 장단, 주민과 예술인의 참여를 한 장면으로 묶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오늘 13일 일정으로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공식 보도에서 확인되는 대표 야간 공연일은 11일과 12일이므로, 마지막 날 방문객은 현장 당일 프로그램을 별도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사전 소개 자료에서는 1930년대 밀양강을 건너는 데 쓰였던 ‘뱃다리’를 재현하고, 강변과 영남루를 잇는 체험 동선으로 활용하는 구상도 소개됐습니다. 이런 방식은 문화유산을 유리 진열장 안에 고정하지 않고 장소의 기억을 몸으로 경험하게 만듭니다. 다만 재현은 언제나 ‘역사적 사실’과 ‘오늘의 연출’을 구분해야 합니다. 관람객에게 과거를 그대로 복원했다고 오해하게 하기보다, 어떤 기록을 바탕으로 어떤 부분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는지 설명할수록 콘텐츠의 신뢰가 높아집니다.
‘문화로 도시를 살린다’는 말을 검증하는 네 가지 질문
문화도시 정책은 매력적인 언어를 씁니다. 도시의 활력, 지역의 정체성, 주민의 주도성, 공간재생 같은 표현은 누구나 동의하기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검증 질문이 필요합니다. 예산이 투입된 기간에만 화려한 프로그램이 열리고 종료 뒤 흔적이 사라진다면 ‘문화도시’라는 이름은 도시의 체질 변화가 아니라 행사 브랜드에 머물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한 번으로 끝나는가, 다음 계절에도 이어지는가
반복은 단순 재개최가 아닙니다. 참가자가 다음에는 기획자로 돌아오고, 프로그램이 지역 기관의 정규 운영으로 편입되는지를 봐야 합니다.
공간의 열쇠를 실제로 누가 쥐고 있는가
재생 공간이 행정기관 대관시설에 그치는지, 주민 조직과 창작자에게 일정한 운영 권한과 책임이 있는지에 따라 지속성이 달라집니다.
지역 기획자가 프로젝트를 직업으로 이어갈 수 있는가
교육 수료 인원보다 중요한 것은 이후의 유료 프로젝트, 창업, 협동조합, 상점, 콘텐츠 계약처럼 실제 경제활동으로 연결되는 경로입니다.
한 도시의 성공이 주변 지역과 자원을 나누는가
최근 정책은 광역형 협업을 강조합니다. 인접 도시와 프로그램을 공동 기획하고 관객·창작자·공간을 연결할수록 문화 인프라가 행정경계를 넘어 커집니다.
문체부가 2025년 30개 문화도시의 성과를 발표하면서 642만 명의 문화향유와 4,060곳의 문화거점 전환을 강조한 것은 이런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입니다. 같은 자료는 도시별 생활권 문제 해결, 주민 주도 기록과 공간 확대, 인접 지역과의 협력 사례도 함께 보여줍니다. 다만 성과 숫자는 출발점이지 결론이 아닙니다. 몇 명이 참여했는지보다 참여가 어느 정도 깊었는지, 몇 곳을 조성했는지보다 유지 비용과 운영 주체가 안정적인지까지 장기 추적해야 정책 효과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박람회는 ‘성과를 축하하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서로의 약점을 확인하는 자리여야 합니다. 문화도시가 비슷한 디자인의 축제와 공간을 전국에 복제하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지역 고유성을 살린다는 정책 취지가 약해집니다. 반대로 같은 정책 틀 안에서도 각 도시가 전혀 다른 문제를 자기 문화자원으로 풀어낸다면, 중앙정부 지원이 획일화를 만드는 대신 지역의 선택지를 넓히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다음 단계는 ‘잘한 도시’ 한 곳보다 도시끼리 연결되는 힘
2024년 말 최종 지정된 ‘대한민국 문화도시’ 13곳은 기존 문화도시 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권역의 문화 여건을 개선하는 광역형 선도모델을 지향합니다. 세종, 속초, 대구 수성구, 부산 수영구, 순천, 안동, 안성, 전주, 진도, 진주, 충주, 통영, 홍성 등이 각자의 문화자원을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역별로 3년간 지원하는 구조를 마련했고, 2027년까지 이들 도시가 권역의 문화 발전을 이끄는 모델이 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2026년 현재 정부가 내놓은 더 긴 방향에는 이른바 ‘문화도시 3.0’ 설계도 포함돼 있습니다. 핵심은 도시의 문화창조력을 높여 장기적으로 성장시키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아직 ‘설계’ 단계의 방향을 확정된 세부사업처럼 말해서는 안 되지만, 정책의 무게중심이 개별 도시 지정에서 지속적인 권역 연결과 장기 성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는 분명합니다.
도시 간 연결은 문화 접근성의 현실적인 해법이기도 합니다. 모든 시·군이 대형 공연장과 전문 인력을 각각 보유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한 도시의 공연장이 인근 도시의 창작팀과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다른 도시의 기록·교육 프로그램이 권역 전체로 이동하며, 방문객이 여러 지역을 하나의 문화여행 동선으로 경험할 수 있다면 제한된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의할 점은 ‘큰 도시가 작은 도시를 흡수하는 네트워크’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협업은 각 지역의 고유성을 지우는 표준화가 아니라, 서로 다른 자원을 교환하는 구조여야 합니다. 밀양·정선·진도의 아리랑이 한 무대에서 만나는 방식이 의미 있는 것도 세 지역의 아리랑을 하나로 섞어서 차이를 없애기보다, 서로의 결을 비교하고 교류할 기회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문화도시 정책을 볼 때는 각 도시가 무엇을 새로 만들었는지뿐 아니라, 인접 지역과 어떤 프로그램·인력·공간을 실제로 공유하는지도 중요한 관찰 포인트가 됩니다.
오늘 마지막 날, ‘많이 보는 동선’보다 ‘관계를 읽는 동선’
9월 13일은 박람회 마지막 날입니다. 마지막 날 방문에서는 이미 끝난 11~12일 야간 대표공연을 오늘도 한다고 가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일 프로그램과 운영시간은 현장 안내를 우선 확인하고, 일정이 맞지 않더라도 상설 성격의 전시와 도시별 부스에서 충분히 핵심을 읽을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이렇게 질문해 보세요
- 정책홍보관에서는 ‘37개 도시 이름 외우기’보다 주민 참여·문화공간·지역문제 해결 사례 가운데 내 지역과 닮은 문제를 먼저 찾습니다.
- 도시별 홍보관에서는 대표 축제보다 그 축제를 누가 기획하는지, 사업 종료 뒤에도 운영되는 공간이나 조직이 있는지를 묻습니다.
- 아트마켓과 로컬 콘텐츠에서는 상품 디자인만 보지 말고 제작자가 지역에 정착해 일하는 과정과 판로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핍니다.
- 밀양강과 영남루 주변에서는 공연 배경이 되는 장소 자체가 콘텐츠에 어떤 의미를 더하는지 관찰합니다.
- 햇살문화캠퍼스 같은 재생 공간을 접할 기회가 있다면 시설의 새로움보다 현재 입주·활동·시민 이용 방식에 주목합니다.
가족과 함께 간다면 체험의 개수보다 아이가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을 남기는 편이 좋습니다. ‘왜 이 도시는 이런 물건을 만들었을까’, ‘우리 동네의 빈 건물은 무엇으로 바꿀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은 박람회를 지역문화 수업으로 바꿉니다. 반대로 문화기획이나 도시재생에 관심이 있다면 부스 운영자에게 사업의 시작 계기, 예산 종료 뒤 운영 계획, 지역 조직의 역할을 물어보면 전시 패널보다 훨씬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교통·주차·현장 운영은 마지막 날 혼잡과 기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출발 직전 밀양시와 행사 공식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강변 야외행사는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이 글은 정책과 관람의 맥락을 설명하는 기사이며, 당일 변경 가능한 세부 시간표를 고정 정보처럼 제시하지 않습니다.
박람회가 끝난 내일부터 확인해야 할 것
오늘 밤 부스가 철거되고 조명이 꺼지면 문화도시의 진짜 시험이 시작됩니다. 대형 행사는 관심을 한곳으로 모으는 데 유리하지만, 도시의 습관은 행사 이후의 평일에 만들어집니다. 앞으로 밀양과 다른 문화도시를 볼 때는 ‘다음 축제가 언제인가’보다 일상 속 운영 구조를 추적하는 편이 더 중요합니다.
지역 기획자가 계속 남는가
교육과 공모를 거친 청년·시민 기획자가 다음 프로젝트와 일자리로 이어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재생 공간의 평일 이용률은 어떤가
유휴공간이 행사장으로만 쓰이는지, 주민의 수업·모임·창작·소규모 사업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지가 핵심입니다.
로컬 콘텐츠가 실제 판로를 얻는가
박람회 매출보다 이후 상점·온라인 판매·관광·공공구매 등 지속적인 시장과 연결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도시 간 교류가 행사 밖에서도 이어지는가
공동 프로그램과 인력 교류, 권역별 문화여행처럼 행정경계를 넘는 협력이 정례화되는지 봐야 합니다.
정책 차원에서는 성과평가의 질도 중요합니다. 문화향유 인원과 공간 수 같은 정량지표는 비교에 유용하지만, 지역에서 관계가 얼마나 깊어졌는지, 주민이 의사결정에 얼마나 참여했는지, 민간 조직이 얼마나 자립했는지는 숫자만으로 포착하기 어렵습니다. 공개된 성과를 시민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도시별 사업 결과와 이후 계획을 꾸준히 제공하는 것도 신뢰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또 하나는 ‘문화’가 다른 정책과 연결되는 방식입니다. 문화도시는 주거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사업도, 의료 인프라를 확충하는 사업도 아닙니다. 하지만 빈 공간의 재사용은 도시재생과 연결되고, 청년 기획자의 창업은 지역경제와 연결되며, 문화여행은 관광과 교통에 영향을 줍니다. 부처와 지자체가 서로의 사업을 중복하는 대신 연결한다면 문화예산의 효과도 커질 수 있습니다.
밀양의 이번 박람회가 남긴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그래서 화려한 불꽃만이 아닙니다. 오래된 강변의 기억과 전통 누각, 시장, 옛 대학 캠퍼스, 청년 창업팀, 주민 공연자가 한 도시 안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연결된 점입니다. 이 연결이 다음 해에도 유지되고 더 많은 주민에게 열릴 때 ‘문화도시’라는 이름은 행사 현수막이 아니라 도시 운영 방식에 가까워집니다.
문화도시의 성패는 결국 ‘살고 싶은 곳’이라는 감각에 달려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박람회를 알리며 문화가 지역을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핵심 기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문장은 문화도시 정책의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문화는 사람을 당장 이주시키는 단일 처방이 아니지만, 지역에서 느끼는 자부심과 관계, 여가, 창작 기회, 장소의 기억을 바꾸는 힘이 있습니다. 사람은 일자리만으로 도시를 선택하지 않고, 퇴근 뒤의 시간과 아이가 자랄 환경, 내가 참여할 공동체까지 함께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도시를 ‘지역소멸을 해결하는 만능 정책’으로 과장해서도 안 되고, 반대로 ‘축제 예산’ 정도로 축소해서도 안 됩니다. 제대로 설계된 문화정책은 다른 기반정책이 작동할 수 있는 생활의 접착제가 됩니다. 사람들이 서로 만나는 장소가 생기고, 지역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사람이 늘고, 창작과 소규모 사업이 가능해지면 도시를 떠나지 않을 이유가 조금씩 늘어납니다. 그 작은 이유들이 충분히 오래 쌓여야 인구와 경제 같은 큰 지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는 37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숫자의 의미는 도시가 37개나 지정됐다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37개의 해법이 축적됐고, 이제는 성공과 실패를 비교하며 다음 정책을 설계할 데이터가 생겼다는 뜻입니다. ‘올해의 문화도시’ 영월과 충주, 최우수 평가를 받은 밀양·부산 수영구·속초 같은 사례도 순위 자체보다 어떤 조건에서 성과가 났는지 공개하고 다른 지역이 자기 방식으로 번역할 때 더 큰 가치가 생깁니다.
밀양강변의 오늘은 박람회의 마지막 장면이지만 문화도시 정책에는 중간 점검에 가깝습니다. 부스는 사라져도 기획자는 남아야 하고, 조명은 꺼져도 공간은 다시 열려야 하며, 공연은 끝나도 주민의 다음 아이디어가 이어져야 합니다. 우리가 문화도시를 평가할 때도 ‘얼마나 멋진 행사를 했는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도시가 스스로 문화를 생산하는 습관을 얻었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2026 전국 문화도시 박람회 핵심 질문
2026 전국 문화도시 박람회는 언제까지 열리나요?
2026년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경남 밀양 영남루와 밀양강변 일원에서 열립니다. 9월 13일이 마지막 날입니다. 당일 프로그램과 운영시간은 현장 및 공식 안내에서 최종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문화도시는 모두 몇 곳인가요?
문체부 발표 기준으로 2019년 첫 지정 이후 현재까지 37개 도시가 문화도시로 지정됐습니다. 기존 법정 문화도시와 최근의 ‘대한민국 문화도시’가 함께 정책 흐름을 이루고 있습니다.
밀양은 왜 이번 박람회 개최지가 됐나요?
밀양은 제3차 문화도시로 5년간 관련 사업을 추진했고 최근 평가에서 높은 성과를 인정받았습니다. 2026년 전국문화도시협의회 의장도시 역할도 맡아 전국 도시의 성과를 연결하는 개최지로 의미가 큽니다.
햇살문화캠퍼스는 왜 기사에서 중요하게 보나요?
옛 대학 공간을 지역 문화거점으로 다시 쓰는 공간재생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문화도시 정책이 새로운 행사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유휴공간의 용도를 바꾸고 주민의 일상 활동을 연결하려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문화도시가 지역소멸을 직접 해결할 수 있나요?
문화정책만으로 인구 감소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주거·일자리·교육·의료·교통 같은 정책과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다만 지역에서 살고 싶은 이유, 주민 관계망, 청년 기획 일자리, 유휴공간 활용을 강화하는 보완축으로는 의미가 있습니다.
자료 확인
문화체육관광부 · 2026년 9월 11일 보도자료, 문화로 잇는 도시의 미래 ‘2026 전국 문화도시 박람회’ 개최 · 공식 자료 보기
문화체육관광부 · 2026년 2월 11일, 2025년 30개 문화도시 642만 명 문화향유·유휴공간 4,060곳 성과 발표 · 공식 자료 보기
문화체육관광부 · 법정 문화도시 추진계획 및 제3차 문화도시 조성계획, 대한민국 문화도시 관련 정책자료 · 법정 문화도시 정책 보기
연합뉴스 · 2026년 9월 11일, 밀양 2026 문화도시 박람회 현장·정책홍보관·청년 부스 관련 보도 · 기사 보기
행사 일정과 현장 운영은 날씨와 주최 측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 날 방문 전 밀양시와 행사 공식 안내의 최신 공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불이 꺼진 다음 날에도 사람들이 다시 그 공간을 찾을 때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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