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평창에 전국의 ‘마을 소리’가 모인다
제67회 한국민속예술제가 18일부터 20일까지 평창 진부면민체육공원에서 열린다. 일반부 21개 단체와 청소년부 12개 단체가 한 무대에 오르는 3일. 이 축제를 단순한 ‘전통공연 모음’이 아니라, 68년 가까이 지역의 생활기억을 찾아내고 다음 세대로 넘겨온 거대한 현장 아카이브로 읽어야 하는 이유를 짚었다.
9월 18일 아침, 평창 진부면민체육공원의 잔디는 공연장이면서 동시에 전국 각지의 생활문화가 만나는 거대한 장이 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강원특별자치도·평창군이 주최하고 평창군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주관하는 제67회 한국민속예술제는 20일까지 사흘간 이어진다. 공식 발표 기준으로 일반부 21개 단체, 청소년부 12개 단체 등 33개 단체, 1,300여 명이 참가한다. 현장 관람객과 관계자를 포함하면 5,000여 명 규모가 찾을 것으로 평창군 측은 전망했다.
이 숫자만 보면 전국 규모의 전통예술 경연대회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국민속예술제의 핵심은 ‘누가 잘했나’를 가르는 데만 있지 않다. 농사와 어업, 마을 제의, 세시풍속, 노동과 놀이, 공동체의 축하와 애도의 장면에서 태어난 소리와 몸짓이 무대 위로 옮겨오고, 다시 기록과 전승의 대상이 되는 과정 자체가 이 행사의 역사다. 현장을 보는 관객에게도 그래서 관람의 초점이 달라진다. 의상의 화려함만 보는 대신, 장단이 어떻게 사람을 모으는지, 행렬이 왜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노래가 어떤 노동 동작과 붙어 있는지를 따라가면 공연은 훨씬 입체적으로 읽힌다.
특히 올해 행사는 개막 당일인 18일에 일반부 경연이 시작되고, 19일까지 이틀간 이어진 뒤 20일 청소년부가 무대를 맡는다. 같은 종목이라도 세대에 따라 호흡과 대형, 표현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저녁에는 축하공연도 마련돼 있지만, 낮 시간 경연장이 이 축제의 본령에 가깝다. 평창의 가을 관광 일정에 ‘공연 한 편’을 끼워 넣는 방식보다, 몇 시간을 내어 여러 지역의 무대를 연속으로 보는 편이 이 축제의 성격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1958년 시작된 경연, ‘사라질 뻔한 것’을 공공의 기억으로 바꾸다
한국민속예술제의 출발점은 1958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기록 아카이브 ‘민속곳간’과 올해 보도자료를 보면, 이 행사는 전국을 순회하며 지역의 민속예술을 발굴하고 기록하는 장치로 기능해 왔다. 1994년에는 청소년부 경연이 시작됐고, 1999년에는 경연 중심의 형식을 축제 성격으로 넓히며 ‘한국민속예술축제’라는 이름을 썼다. 2020년부터는 일반부와 청소년부를 아우르는 현재의 ‘한국민속예술제’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주최 측이 집계한 성과는 규모가 크다. 지금까지 경연을 통해 700여 개 민속예술 종목이 발굴됐고, 그 가운데 국가무형유산 44개, 시·도 무형유산 148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과 관련된 12개 종목이 등재됐다고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밝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축제에 나왔기 때문에 자동으로 유산이 됐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연을 통해 지역의 전승 종목이 널리 알려지고 기록되며, 보존 가치가 공론화되는 통로로 작동했다는 의미에 가깝다.
민속예술은 무대 작품처럼 한 명의 창작자에게 귀속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어느 마을에서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단일한 기원을 밝히기보다, 여러 세대가 생활 속에서 다듬고 바꿔 온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록은 특히 중요하다. 구전으로만 이어지던 가락, 동작, 진행 순서, 도구 사용법, 공간 배치가 문서와 영상으로 남으면 ‘지금 이 순간의 형태’를 다음 세대가 확인할 수 있다. 민속곳간이 회차별·종목별 자료를 디지털화해 공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첫 경연
대한민국 정부 수립 10주년을 기념해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가 시작됐다.
청소년부 출범
전승의 주체를 다음 세대로 넓히기 위해 청소년 민속예술 경연이 별도로 시작됐다.
현재 명칭
일반부와 청소년부를 함께 묶어 ‘한국민속예술제’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금요일 일반부에서 일요일 청소년부까지, 사흘의 흐름은 이렇게 읽는다
18일 오전 9시 개막식은 일반부 참가 21개 팀의 입장식과 함께 시작된다. 평창아라리보존회의 식전공연도 예정돼 있다. 일반부 경연은 18일과 19일 이틀간 천연잔디축구장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각 지역 대표단은 민속놀이, 농악, 민요, 민속무용 등 서로 다른 장르와 규모의 종목을 선보인다. 같은 ‘농악’이라도 악기 편성, 장단, 치배의 움직임, 상모와 소고의 쓰임, 판을 여는 방식이 지역마다 달라 한두 팀만 보고 떠나기보다 연속 관람의 재미가 크다.
18일 저녁 7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는 특설무대에서 축하공연이 예정돼 있다. 평창군 공지에 따르면 박지현, 홍지윤, 신승태, 김기태, 윤나와 퓨전국악밴드 나비 등이 출연한다. 낮 경연이 지역 공동체의 전통을 보여주는 시간이라면, 저녁 프로그램은 보다 대중적인 축제의 얼굴에 가깝다. 두 프로그램의 성격이 다른 만큼, ‘전통을 깊게 보고 싶은 관객’과 ‘가족 단위로 축제 분위기를 즐기려는 관객’이 각자 시간을 선택하기 좋다.
마지막 날인 20일은 청소년부 12개 팀의 개막과 경연이 중심이다. 경연 뒤에는 심사평과 시상, 폐막이 이어진다. 올해도 대통령상을 비롯한 주요 상을 두고 경쟁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결과 발표보다 각 팀이 어떤 지역의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무대화했는지 살피는 쪽이 더 흥미롭다. 주최 측은 전년도 일반부 대통령상 수상단체인 울산쇠부리소리보존회와 청소년부 대통령상 수상단체인 강릉농악보존회의 기념공연도 예고했다. 전년도 최고 평가를 받은 무대와 올해 참가작을 나란히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개막 + 일반부 경연
오전 9시 일반부 개막식. 전국 시·도와 이북5도 대표가 차례로 무대에 오르며 저녁에는 축하공연이 이어진다.
일반부 경연의 밀도
지역마다 다른 농악·민요·민속놀이·민속무용을 집중해 비교하기 좋은 날이다. 긴 호흡으로 여러 팀을 보는 관람법을 권할 만하다.
청소년부 + 시상·폐막
12개 청소년팀의 무대가 이어지고, 경연 종료 후 시상식과 폐막식이 진행된다.
잘 추고 잘 치는가보다 먼저, ‘왜 이런 모양인가’를 보면 재미가 달라진다
민속예술은 콘서트처럼 정면의 무대만 바라보면 일부를 놓치기 쉽다. 본래 마을 길이나 논, 마당, 공동작업 공간에서 벌어지던 종목이 많아 관객과 연희자 사이의 경계가 유연하고, 원형·행렬·대각선처럼 공간 전체를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 번째 관람 포인트는 대형이다. 사람이 한곳에 모였다가 흩어지는 순간, 앞과 뒤가 바뀌는 순간, 관객 쪽으로 판이 열리는 순간을 살펴보면 그 종목이 공동체 안에서 어떤 기능을 했는지 단서가 보인다.
두 번째는 ‘소리의 역할’이다. 노동요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일을 맞추는 시간표였고, 농악의 장단은 집단의 움직임을 조직하는 신호가 되기도 했다. 선창과 후창이 오가는 민요에서는 누가 먼저 소리를 내고 누가 받아주는지, 반복 구절이 어느 시점에 나타나는지 들어보면 공연의 구조가 보인다. 북과 장구, 꽹과리의 음색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더라도 괜찮다. 장단이 빨라질 때 사람들의 이동이 어떻게 바뀌는지만 따라가도 충분하다.
세 번째는 도구와 복식이다. 상모, 소고, 북, 장구 같은 익숙한 악기뿐 아니라 지역의 생업과 제의를 반영한 다양한 도구가 등장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옛날 물건’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동작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로 보는 것이다. 어떤 도구는 소리를 만들고, 어떤 도구는 행렬의 선두를 표시하며, 어떤 복식은 움직임의 크기를 강조한다. 무대 장식처럼 보이던 요소가 공연의 문법으로 바뀌는 순간, 민속예술은 훨씬 현대적인 퍼포먼스로 다가온다.
대형
원형·행렬·마주보기처럼 사람들이 서는 방식이 공동체의 관계를 드러낸다. 중앙의 주인공보다 전체의 이동을 한 번 보자.
장단
속도가 달라질 때 동작과 분위기가 어떻게 변하는지 들으면 장단의 기능이 쉽게 잡힌다.
주고받기
선창과 후창, 연희자와 관객의 응답은 민속예술이 혼자 하는 예술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생활의 흔적
농사·어업·공동작업·세시풍속에서 나온 동작이 어떻게 무대 언어로 정리됐는지 찾아보면 좋다.
‘전국 대표팀’이라는 말 뒤에는 지역 예선과 보존회의 긴 준비가 있다
올해 일반부 21개 단체라는 숫자는 전국 16개 시·도와 이북5도 대표가 함께한다는 구조와 맞닿아 있다. 각 지역에서 누가 출전할지는 중앙이 일괄 지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별 공모와 선정 절차를 거친다. 충청남도의 경우 4월에 일반부와 청소년부 대표 참가작품 신청을 받아 지역 대표를 선정하는 계획을 공고했다. 이런 절차는 참가팀이 단순히 행사에 신청한 동호회가 아니라, 적어도 해당 연도에는 지역을 대표해 전국 경연에 서는 팀이라는 의미를 만든다.
다만 ‘지역 대표’라는 이름이 각 종목의 유일한 정통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한 지역 안에도 서로 다른 계보와 보존회, 마을 전승이 공존할 수 있고, 같은 이름의 농악이나 민요도 마을에 따라 세부가 달라질 수 있다. 경연은 그중 한 팀이 특정 시점에 지역 대표로 선택돼 선보이는 장이다. 관객에게는 그래서 ‘이것이 그 지역 전체의 전통’이라고 단정하기보다, ‘올해 이 지역이 어떤 종목과 방식으로 자신을 보여주는가’라고 보는 편이 맞다.
경연이라는 형식은 장점과 긴장을 동시에 갖는다. 심사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에 참가팀은 제한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완성도 높은 구성을 보여주려 준비한다. 그 과정에서 느슨하고 반복적이던 마을 놀이가 압축될 수도 있고, 관객이 이해하기 쉽도록 동작이 커지거나 구성이 명확해질 수도 있다. 반대로 경연 덕분에 흩어지기 쉬운 전승자들이 한 팀으로 연습하고, 지역의 이름으로 기록을 남길 계기가 생긴다. ‘보존’과 ‘무대화’가 충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살리는 지점도 있는 셈이다.
전통은 박제된 정답이 아니라, 누군가 다시 해내야만 계속 존재하는 기술에 가깝다.
청소년부가 ‘부대 경연’이 아닌 이유, 전승은 결국 사람의 몸을 건너간다
한국민속예술제에서 청소년부는 상징적인 부속 프로그램이 아니다. 1994년 시작된 청소년 경연은 지역 민속예술의 다음 연주자와 연희자를 실제로 길러내는 구조다. 악기의 이름이나 유래를 교실에서 배우는 것과, 수십 명이 함께 장단을 맞추며 대형을 만들고 무대에 서는 경험은 전혀 다르다. 후자는 호흡과 시선, 신호, 힘 조절 같은 비언어적 지식을 몸으로 익히게 한다. 이 지식은 영상만으로 전부 전달하기 어렵다.
올해 강원특별자치도 청소년부 대표로 출전하는 평창둔전평농악보존회 청소년부 사례는 이 구조를 잘 보여준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초등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43명이 팀을 이루며, 문화예술체험 교실을 통해 농악을 접한 학생들이 전국 무대까지 올라왔다. 개최지 청소년들이 ‘지역 대표’이자 ‘전승의 당사자’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올해 평창 대회는 개최도시와 경연이 더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청소년 무대에서 눈여겨볼 것은 성인부와의 ‘기량 차이’가 아니다. 연습을 통해 어떤 부분이 이미 몸에 들어왔고, 어떤 부분에서 세대 특유의 에너지와 해석이 드러나는지 보는 것이 더 흥미롭다. 전통의 미래는 원형을 완벽하게 복제하는 데만 있지 않다. 왜 이 장단을 이어가야 하는지, 또래와 함께하는 것이 왜 재미있는지를 다음 세대가 스스로 발견해야 전승이 지속된다. 청소년부는 그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확인하는 자리다.
평창이라는 장소가 더하는 것, 지역 민속과 전국 민속이 한 공간에서 겹친다
올해 개최지 평창은 대회를 담는 그릇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18일 개막식 식전공연에 평창아라리보존회가 참여하고, 행사 기간 평창군 민속공연과 지역 예술인 버스킹, 전통공예·민속놀이 체험, 특별전시관 등이 운영될 예정이다. 메밀전 같은 평창의 향토음식도 현장에서 만날 수 있다고 평창군은 안내했다. 전국 각지에서 온 공연을 보다가 개최지의 소리와 음식, 지역 예술을 다시 접하게 되는 구조다.
민속예술제는 오랫동안 전국을 순회해 개최돼 왔다. 특정 도시의 고정 축제가 아니라 지역을 이동하면서 열리는 방식은 불편함도 있지만 상징성이 있다. 전통문화가 중앙의 한 공연장에 모여 ‘전국 문화’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매년 다른 지역의 생활환경과 관객을 만나기 때문이다. 평창에서 농악이나 민요를 볼 때 산과 들, 초가을의 야외 공기, 개최지 주민의 참여는 공연장 내부에서 느끼기 어려운 감각을 만든다.
다만 야외 축제라는 점은 관람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경연은 공연장 좌석에 고정된 콘서트가 아니라 잔디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날씨와 현장 동선, 햇빛과 일교차에 대비하는 편이 좋다. 특정 프로그램의 정확한 시작 시각이나 현장 운영 방식은 변동될 수 있으므로 방문 직전 공식 누리집과 평창군 공지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저녁 축하공연과 낮 경연은 분위기와 관람 수요가 크게 다를 수 있다.
대통령상은 끝이 아니라 기록의 시작, 수상 이력보다 긴 생명력을 본다
한국민속예술제의 상징 가운데 하나는 대통령상이다. 올해도 일반부와 청소년부 참가단체가 최고상을 두고 경연한다. 전년도 수상팀이 올해 기념공연에 초대되는 구조는 수상이 일회성 결과로 끝나지 않고 다음 해 무대와 연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2025년 일반부 대통령상 수상단체인 울산쇠부리소리보존회와 청소년부 대통령상 수상단체인 강릉농악보존회가 올해 평창 무대에 다시 서는 것이 그 사례다.
그렇다고 상을 받은 종목만 ‘중요한 전통’이라고 볼 수는 없다. 경연은 특정한 심사 기준과 무대 조건 안에서 이뤄지고, 지역 민속의 가치는 경연 점수로 모두 환산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축제의 장기적 가치는 참가 자체가 남기는 기록에 있다. 어떤 종목이 어느 지역에서 누가 전승했는지, 어떤 구성으로 공연했는지, 어떤 도구와 복식을 사용했는지 데이터가 축적되면 훗날 연구와 복원, 교육의 자료가 된다.
민속곳간 아카이브를 보면 과거 대회 참가작 가운데 지금은 널리 알려진 국가·시도 무형유산 종목이 적지 않다. 동시에 오늘날에는 기록을 찾기 어려운 지역 종목의 흔적도 남아 있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어떤 전통은 제도적 보호 속에서 강해지고, 어떤 전통은 전승자가 줄면서 희미해진다. 축제의 과거 자료는 성공 사례만 모아놓은 목록이 아니라, 사라짐과 생존이 함께 기록된 문화 지형도에 가깝다.
민속예술은 과거의 복제품이 아니라, 공동체가 계속 고쳐 쓰는 ‘사용 중인 문화’다
‘전통’이라는 단어는 오래된 것을 그대로 보존한다는 이미지를 준다. 하지만 민속예술의 실제 전승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사람의 몸과 입으로 전해지는 문화는 세대가 바뀔 때마다 미세하게 달라진다. 악기의 재료가 달라질 수 있고, 공연 장소가 마을 공터에서 체육공원으로 바뀌며, 한 시간 넘게 이어지던 놀이가 경연 시간에 맞게 압축되기도 한다. 오늘날 관객의 시선을 고려해 동선을 조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 변화가 곧 ‘훼손’을 뜻하지는 않는다. 어떤 요소를 유지해야 그 종목의 정체성이 살아남는지, 어떤 부분은 지금의 환경에 맞게 바꿔도 되는지를 공동체가 선택하는 과정 자체가 전승이기 때문이다. 물론 상업적 연출이나 과도한 단순화가 원래의 맥락을 지울 위험도 있다. 그래서 기록과 연구, 보존회 내부의 학습, 지역 주민의 기억이 함께 필요하다. 무대의 화려함과 전승의 진정성은 자동으로 일치하지 않는다.
한국민속예술제는 이 긴장을 공개된 자리에서 보여준다. 지역마다 준비한 공연을 같은 공간에서 연속으로 보면, 전통을 ‘재현’하는 방식이 얼마나 다른지 드러난다. 어떤 팀은 큰 집단 대형과 역동성을 강조하고, 어떤 팀은 소리의 미세한 결이나 서사를 살린다. 관객은 그 차이를 통해 전통이 하나의 고정된 스타일이 아니라, 각 지역의 기억과 현재 조건이 교차해 만들어지는 살아 있는 형식이라는 사실을 체감하게 된다.
‘원형 보존’과 ‘오늘의 공연’을 동시에 보는 시선
전통문화 기사에서 흔히 생기는 오해는 현재의 무대를 과거의 생활현장과 그대로 동일시하는 것이다. 경연용 공연에는 시간 제한, 관객 시선, 음향, 무대 크기 같은 오늘의 조건이 들어간다. 그렇다고 현재의 공연을 ‘가짜’로 볼 이유도 없다. 오히려 어떤 요소를 남기고 어떤 부분을 조정했는지를 묻는 순간, 전통이 현재형 문화라는 사실이 보인다.
경연 사이의 빈칸도 축제다, 체험·버스킹·향토음식이 만드는 다른 층위
올해 행사에는 본 경연 외에도 지역 예술인과 전문예술인의 버스킹, 전통공예와 민속놀이 체험, 특별전시관 등이 운영될 예정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경연 집중도를 낮추는 ‘곁가지’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는 오히려 중요한 연결 장치다. 무대에서 본 장단을 체험 공간에서 악기로 만지고, 공연에서 보던 공예 요소를 가까이서 살피며, 지역 음식까지 경험하면 ‘보는 축제’가 ‘참여하는 축제’로 확장된다.
특히 어린이와 함께 방문한다면 모든 경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려 하기보다, 한두 종목을 충분히 보고 체험 프로그램을 섞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민속예술은 맥락을 알수록 재미가 커지지만, 낯선 장단과 긴 서사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에게는 집중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투호나 전통공예 같은 손으로 하는 경험은 다음 공연을 이해하는 연결고리가 된다. ‘저 악기를 아까 봤다’는 작은 발견이 관람의 밀도를 바꾼다.
향토음식 역시 단순한 먹거리 부스 이상으로 볼 수 있다. 민속문화는 공연과 음식, 계절, 노동이 분리돼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창군은 행사장에서 메밀전 등 지역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다고 안내했다. 다만 판매 품목과 운영시간은 현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특정 메뉴를 목적으로 방문하기보다는 축제의 한 요소로 생각하는 편이 안전하다.
처음 가는 관람객을 위한 실전 포인트, ‘많이 보기’보다 ‘맥락 있게 보기’
행사장은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진부면민체육공원이다. 공식 자료에서 관람료는 무료로 안내됐다. 메인 경연은 야외 잔디 공간에서 진행되므로, 낮과 저녁을 모두 볼 계획이라면 햇빛과 일교차, 장시간 서 있거나 이동하는 상황을 고려한 복장이 유용하다. 현장 좌석과 이동 동선, 주차·교통 안내는 당일 운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출발 전에 한국민속예술제 또는 평창군 공식 공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관람 순서는 ‘유명한 종목부터’보다 ‘서로 다른 장르를 섞어서’ 잡아보자. 농악 한 팀을 본 뒤 민요나 민속놀이를 보고, 다시 규모가 큰 집단 연희를 보는 식이다. 그러면 소리, 움직임, 서사, 대형이 어떻게 다른지 선명해진다. 같은 장르를 연속으로 보고 싶다면 오히려 비교 관람에 집중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팀 이름과 지역만 기억해 두면 이후 민속곳간에서 관련 기록을 찾아보며 현장 경험을 확장할 수 있다.
사진을 찍을 때도 전체 대형 한 장, 악기와 손의 디테일 한 장, 관객과 연희자가 함께 들어오는 장면 한 장처럼 시선을 나누면 기록의 질이 높아진다. 다만 공연을 방해할 정도로 무대 가까이 이동하거나 플래시를 반복 사용하는 행동은 피하는 편이 좋다. 공식 촬영 규정이 별도로 안내될 경우 현장 안내가 우선이다. 어린이와 동행한다면 귀가 예민한 경우 큰 타악기 소리에 놀랄 수 있으므로 소리의 크기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두 팀만 보지 말고 장르가 다른 세 팀 이상을 이어서 보면 지역 차이가 훨씬 잘 보인다.
경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번갈아 배치하면 긴 야외 일정의 피로를 줄이기 쉽다.
18일 축하공연은 낮의 민속경연과 성격이 다르다. 원하는 분위기에 맞춰 시간을 고르면 된다.
세부 시간표와 현장 운영 변경 가능성이 있으므로 공식 누리집·평창군 공지를 최종 확인한다.
짧은 영상의 시대에 긴 호흡의 민속예술이 주는 역설적인 새로움
지금의 문화 소비는 짧고 빠르다. 몇 초 안에 시선을 붙잡고, 곧바로 다음 콘텐츠로 넘기는 방식이 일상화됐다. 그런 시대에 수십 명이 함께 장단을 맞추고, 한 동작을 위해 긴 준비를 하고, 관객이 서사를 따라가야 이해되는 민속예술은 효율이 낮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 비효율이 오히려 새롭다. 혼자 화면을 넘기는 대신 여러 사람이 같은 박자를 기다리고, 서로의 실수를 받아주고, 몸을 맞춰 판을 완성하는 경험은 디지털 환경에서 드물어진 감각이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농악을 배우는 장면이 주목받는 이유도 비슷하다. 전통이어서 무조건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연습해야만 성립하는 예술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공동체 교육과 연결된다. 한 사람이 빨리 잘한다고 전체가 완성되지 않는다. 꽹과리와 장구, 북, 소고가 서로 들려야 하고, 대형에서 다른 사람의 위치를 읽어야 한다. 이는 개인 기량 중심의 문화와 다른 종류의 성취감을 만든다.
동시에 민속예술을 ‘힐링’이나 ‘공동체의 아름다움’만으로 낭만화해서도 안 된다. 과거의 마을사회에는 위계와 성별 역할, 고된 노동이 있었고, 모든 전통이 오늘의 가치와 자동으로 조화로운 것도 아니다. 현재의 전승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재해석할지 끊임없이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민속예술제는 과거를 찬양하는 장이라기보다, 과거와 현재가 협상하는 공개적인 무대에 더 가깝다.
올해 평창에서 관객이 보게 될 것은 완결된 박물관 유물이 아니다. 지금도 누군가 배우고, 잊고, 다시 익히고, 무대에 맞게 다듬는 문화다. 대통령상을 받은 한 팀의 순간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전국 각 지역에서 사람을 모아 연습하고 다음 세대에게 악기를 건네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67회를 맞은 한국민속예술제가 여전히 ‘지금 갈 이유’다.
현장에서 끝내지 않는 법, 공연 하나를 골라 다시 찾아보면 ‘지역의 역사’가 열린다
민속예술제를 가장 오래 즐기는 방법은 현장에서 마음에 남은 종목 하나를 정해 집에 돌아온 뒤 다시 찾아보는 것이다. 공연 중에는 장단과 움직임이 빠르게 지나가 종목의 배경을 충분히 읽기 어렵다. 지역명, 종목명, 인상적인 도구나 소리 한두 가지만 기억해 두면 민속곳간 같은 아카이브에서 과거 출전 기록과 관련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종목이 과거 다른 회차에서 어떤 모습으로 기록됐는지 비교하면, ‘전통은 늘 같아야 한다’는 선입견보다 실제 변화의 결이 먼저 보인다.
이 과정에서 종목의 이름이 비슷하다고 같은 전통으로 단정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농악, 들노래, 지신밟기, 상여놀이처럼 큰 범주의 명칭이 겹쳐도 세부 장단과 사설, 연행 순서, 지역 공동체의 기억은 다를 수 있다. 반대로 이름이 달라도 노동을 맞추거나 마을의 안녕을 비는 기능처럼 공통된 구조가 발견되기도 한다. 하나의 공연을 ‘정답’으로 외우는 대신 여러 기록을 나란히 놓으면 민속문화가 지역 환경과 생업, 사람의 이동에 따라 어떻게 갈라지고 섞였는지 이해하기 쉬워진다.
관객이 남기는 기억도 전승의 바깥에 있지 않다. 누군가는 축제에서 처음 본 장단 때문에 지역 공연을 다시 찾고, 누군가는 아이에게 악기를 배우게 하며, 누군가는 사진과 메모를 통해 사라지기 쉬운 장면을 기록한다. 물론 개인 촬영물이 공식 기록을 대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화가 살아남으려면 전문 보존자와 연구자뿐 아니라 ‘다시 보고 싶다’고 느끼는 관객도 필요하다. 한국민속예술제가 매년 다른 지역에서 관객을 만나는 이유는 결국 그 접점을 넓히는 데 있다.
올해 평창 무대에서 가장 화려한 팀이 무엇이었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세대가 다른 사람들이 같은 장단에 맞춰 움직이고, 전국의 지역명이 한 경기장 안에서 차례로 호명되는 장면은 이 축제만의 감각에 가깝다. 전통은 과거에 남겨진 유물이 아니라 현재 누군가의 시간을 요구하는 문화다. 연습하는 사람, 기록하는 사람, 보는 사람이 연결될 때 비로소 다음 회차가 가능해진다.
관람 전 빠르게 확인할 것
언제 열리나?
2026년 9월 18일 금요일부터 20일 일요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일반부 경연은 18~19일, 청소년부 경연은 20일에 진행된다.
어디에서 열리나?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진부면민체육공원이다. 야외 잔디 공간을 중심으로 경연과 부대행사가 진행된다.
관람료가 있나?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공식 보도자료는 한국민속예술제를 무료 관람 행사로 안내하고 있다.
18일 저녁 공연은 무엇인가?
평창군 공지 기준으로 18일 오후 7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특설무대에서 대중가수와 퓨전국악팀이 참여하는 축하공연이 예정돼 있다. 낮 민속경연과는 성격이 다른 부대 프로그램이다.
왜 청소년부를 따로 봐야 하나?
청소년부는 1994년부터 이어진 전승 구조의 핵심이다. 성인 보존회의 완성된 무대와 달리, 다음 세대가 실제로 장단과 동작을 몸에 익히는 현장을 볼 수 있다.
자료 출처
-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제67회 한국민속예술제 개최」 보도자료, 2026-09-03
- 평창군, 「제67회 한국민속예술제가 9월 18일~20일 평창에서 개최 됩니다」, 2026-06-10
- 민속곳간, 한국민속예술제 아카이브 소개 및 연혁
- 민속곳간, 제60회 한국민속예술축제 기록
- 연합뉴스, 「전국 민속예술 한자리에…18∼20일 평창서 67회 한국민속예술제」, 2026-09-17
- 연합뉴스, 「쇼츠보다 신나요…평창 청소년 43명, 농악으로 전국무대 올라」, 2026-09-13
- 공주시, 「2026년 제67회 한국민속예술제 충청남도 대표참가팀 신청서 접수안내」, 2026-04-08
- 전통문화포털, 「전국 민속예술이 모여 벌이는 신명 나는 겨루기 한판」,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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