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한 싸움’의 함정 490건 이 드러낸 신종 학폭의 빈틈
수업이 끝난 뒤 학생들이 오가는 학교 복도
2026 학교폭력 데이터 리포트 · 10월 12일

‘합의한 싸움’의 함정
490건이 드러낸 신종 학폭의 빈틈

‘야차룰’이라는 이름 아래 격투를 붙이고, 구경하고, 촬영하고, 유포하는 변종 학교폭력이 심의 테이블에 올라오고 있다. 2026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와 이날 공개된 교육부 제출자료를 겹쳐 읽으면, 문제는 단순히 처분이 약하냐 강하냐에 그치지 않는다. ‘합의’처럼 보이는 강요를 어떻게 가려내고, 분산된 가담을 어떻게 책임의 언어로 번역하며,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를 어떻게 동시에 설계할지가 핵심이다.

기준일 2026.10.12학교폭력신종 폭력피해 회복
490건2024학년도부터 2026년 8월 말까지 심의된 신종 학교폭력 사안
1,232명해당 사안에 연루돼 심의된 가해학생 수
77.7%전체 가해학생 조치 1,961건 중 1~3호 조치가 차지한 비중
2.9%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전체 피해응답률

숫자의 첫인상은 강하다. 그러나 ‘10명 중 8명’이라는 문장만으로는 지금 벌어지는 일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10월 12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한병도 의원이 교육부 제출자료를 분석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2024학년도부터 2026학년도 8월 말까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다룬 신종 학교폭력 사안은 490건이었다. 피해학생은 684명, 가해학생은 1,232명이었다. 한 사건에 여러 폭력 유형이 함께 나타날 수 있는 중복 집계에서 신체폭력이 포함된 비율은 88.8%로 가장 높았고, 언어폭력 42.7%, 강요 28.8%, 사이버폭력 18.6%가 뒤를 이었다.

같은 자료에서 가해학생에게 내려진 조치는 총 1,961건이었다. 이 가운데 서면사과인 1호,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인 2호, 학교봉사인 3호가 1,523건으로 77.7%를 차지했다. 출석정지·학급교체·전학 등 6호 이상 조치는 193건, 9.8%였다. 2024학년도 가해학생 100명당 20.6건이었던 출석정지 이상 조치는 2025학년도 15.7건, 2026학년도 3~8월 12.6건으로 집계됐다. 반면 피해학생 100명당 치료·요양 보호조치는 같은 흐름에서 10.8건, 18.8건, 19.3건으로 높아졌다.

이 대비는 묵직하지만, 곧바로 “폭력은 세졌는데 처벌은 느슨해졌다”는 단정으로 건너가면 안 된다. 조치 건수와 학생 수는 분모가 다르고, 한 학생에게 여러 조치가 동시에 내려질 수 있다. 2026학년도 수치는 3월부터 8월까지의 부분 집계다. 무엇보다 학교폭력 조치는 형사처벌의 등급표가 아니라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 선도·교육을 함께 목적으로 둔 교육행정상 조치다. 따라서 필요한 질문은 ‘무조건 더 무겁게’가 아니라, 지금의 기준이 신종 폭력의 구조를 제대로 읽고 있는가이다.

방과 후 비어 있는 학교 체육관
신종 학교폭력의 핵심은 격투 장면 자체만이 아니다. 누가 제안했고, 거절하기 어려운 압력이 있었는지, 누가 촬영·유포했는지까지 사건의 구조를 함께 봐야 한다.
첫 번째 빈틈

“서로 동의했다”는 한마디로 끝낼 수 없는 이유

‘야차룰’은 당사자들이 서로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고 싸운다는 식의 은어로 유통된다. 하지만 학교 안팎의 실제 관계에서는 ‘동의’의 외형과 자유로운 선택이 같은 뜻이 아닐 수 있다. 무리에서 빠질까 두렵거나, 선배·인기 집단의 압박을 느끼거나, 이미 여러 명이 둘러싼 상황에서 거절하기 어려웠다면 겉으로 “그래”라고 답했다고 해서 그 맥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보도와 교육당국의 대응이 ‘합의를 가장한 강요’를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신종 폭력은 전통적인 가해자·피해자 2인 구도로도 잘 설명되지 않는다. 싸움을 제안한 학생, 대진을 붙인 학생, 주변에서 분위기를 띄운 학생, 카메라를 든 학생, 영상을 단체대화방이나 플랫폼에 올린 학생이 서로 다를 수 있다. 물리적 타격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주선·관전·촬영·유포의 영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단순히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동일한 책임을 물어도 안 된다. 역할과 강제성, 반복성, 피해 확대에 미친 영향 등을 세분해서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건의 사건,
여러 개의 역할

신종 학교폭력 심의에서는 신체폭력·언어폭력·강요·사이버폭력 등이 동시에 잡힌다. 한 사건에서 평균적으로 여러 유형이 중첩됐다는 사실은, 폭력의 시작과 확산이 한 사람의 한 행동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는 뜻에 가깝다.

강요 판단

거절 가능성이 실제로 있었는지, 집단 내 서열과 반복 압력이 작동했는지 살펴야 한다.

가담 구분

주선·관전·촬영·유포를 한 덩어리로 보지 말고 피해 확대에 미친 기여를 따져야 한다.

2차 피해

영상이 남으면 사건이 끝난 뒤에도 조롱·재유포·검색 가능성 때문에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

학생 무리의 시선과 압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학교 운동장
‘합의’ 여부를 판단할 때는 말 한마디보다 관계의 힘, 주변 인원, 거절 뒤 불이익 우려 등 실제 선택의 조건을 살펴야 한다.
질문 1

거절은 가능했나

거절했을 때 놀림·배제·추가 위협을 예상했다면 형식적 동의만으로 자발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질문 2

누가 판을 만들었나

직접 때린 학생뿐 아니라 싸움을 기획·주선하고 참여를 압박한 역할을 사건 흐름 속에서 확인해야 한다.

질문 3

영상은 어디까지 갔나

촬영 뒤 공유·재전송이 있었는지, 피해학생이 삭제를 요청했는지, 사후 조롱이 이어졌는지 확인이 중요하다.

‘동의한 싸움’이라는 표면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이 실제로 빠져나올 수 있었는지, 그리고 주변의 주선·촬영·유포가 피해를 얼마나 키웠는지를 복원하는 일이다. 신종 학교폭력을 읽을 때 필요한 핵심 관점
숫자를 읽는 법

77.7%를 정확히 읽는 법: ‘학생 10명 중 8명’과 ‘조치 10건 중 8건’은 다르다

이번 공개자료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숫자는 77.7%다. 그러나 이 수치는 가해학생 1,232명 중 77.7%가 1~3호만 받았다는 뜻이 아니다. 전체 가해학생 조치 1,961건 가운데 1~3호가 1,523건이었다는 뜻이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는 심의위원회가 여러 조치를 동시에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학생에게 접촉금지와 학교봉사, 특별교육이 함께 내려질 수도 있다. 따라서 ‘조치의 구성비’와 ‘학생별 최종 조치 수준’을 구분해야 한다.

연합뉴스 보도는 같은 자료를 토대로 가해학생 1,232명 가운데 최소 794명, 즉 64.4% 이상이 학생부에 기록되는 4호 이상 조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 역시 ‘최소’라는 표현이 중요하다. 공개된 집계 방식 안에서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하한선을 제시한 것이지, 모든 학생의 조치 조합을 공개한 개인 단위 데이터는 아니다. 수치를 비판적으로 읽는 태도는 문제를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책이 손봐야 할 지점을 정확히 찾기 위해 필요하다.

또 하나의 오해는 1~3호를 ‘아무 기록도 남지 않는 솜방망이’로 단순화하는 것이다. 교육부 학교생활기록부 안내에 따르면 1호 서면사과, 2호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3호 학교봉사는 이행 기간 내 이행한 경우에 한해, 2020년 3월 1일 이후 신고된 최초의 학교폭력 사안에서 조건부로 학생부 입력이 유보된다. 같은 학교급 재학 중 다른 학교폭력 사건으로 새로운 조치를 받으면 앞서 입력이 유보됐던 조치도 함께 기재된다. 즉 ‘유보’는 ‘사라짐’과 같은 말이 아니다.

1~3호서면사과 · 접촉금지 · 학교봉사

최초 사안이고 정해진 기간 안에 이행하는 등 조건을 충족하면 학생부 입력이 유보될 수 있다.

4~5호사회봉사 · 특별교육·심리치료

행동교정과 교육적 개입의 강도를 높이는 단계다. 사건의 성격에 따라 다른 조치와 병과될 수 있다.

6~9호출석정지 · 학급교체 · 전학 · 퇴학

학교생활의 물리적 분리까지 수반할 수 있는 조치다. 의무교육과정 학생에게는 퇴학처분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엄벌 vs 교육’이라는 이분법만으로는 부족하다

학교폭력 조치는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 선도·교육을 함께 목적으로 한다. 피해 안전을 위해 즉시 분리가 필요한 사안과, 초기 갈등 단계에서 관계회복이 효과적인 사안을 같은 틀로 다루면 어느 쪽도 제대로 보호하기 어렵다.

핵심은 신종 폭력의 강요성·집단성·영상 확산성을 심의기준에 더 정교하게 반영하고, 조치 수위와 별개로 피해 영상 삭제·심리치유·재발방지 교육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학교 공간에서 스마트폰으로 장면을 촬영하는 손
촬영은 사건을 ‘구경거리’로 바꾸고, 유포는 피해의 시간을 사건 이후까지 늘릴 수 있다.
내용이 흐릿하게 처리된 학생 단체대화 화면을 바라보는 손
사이버폭력 비중 자체가 전체 조사에서 줄었다고 해도, 특정 신종 사안에서 촬영·유포가 결합하는 문제는 별도로 볼 필요가 있다.
더 넓은 배경

학교폭력 피해응답률 2.9%: ‘야차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더 큰 배경

신종 폭력 490건만 떼어 보면 자극적인 장면에 시선이 쏠리기 쉽다. 그러나 9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더 넓은 배경을 보여준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약 39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에 319만 명이 참여했고, 전체 피해응답률은 2.9%였다. 2025년 1차 조사보다 0.4%포인트 높았다. 학교급별로는 초등 5.7%, 중학교 2.3%, 고등학교 0.8%였다.

피해 유형은 언어폭력 37.8%가 가장 컸고, 집단 따돌림 17.1%, 신체폭력 15.7%, 사이버폭력 7.0% 순이었다. 전년보다 언어폭력과 사이버폭력의 비중은 각각 1.2%포인트, 0.8%포인트 줄었지만 집단 따돌림은 0.7%포인트, 신체폭력은 1.1%포인트 늘었다. ‘온라인 폭력만 커지는 시대’라는 단순한 그림과는 다르다. 오히려 대면 관계의 갈등과 집단 분위기, 물리적 충돌이 다시 중요한 경고 신호로 떠오르고 있다.

피해 장소를 보면 학교 안이 69.6%, 학교 밖이 28.0%였다. 시간으로는 쉬는 시간이 29.8%, 점심시간이 21.2%로 높았다. 피해사실을 알린 대상은 보호자·친척 36.6%, 학교 선생님 29.5%였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는 응답도 8.1%였다. 이 수치는 ‘문제 학생을 잡는 장치’만 강화해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말해준다. 학생이 일상 속에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관계, 교사가 작은 변화를 감지할 여지, 보호자가 신고와 회복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정보가 함께 필요하다.

가해응답률은 0.8%로 전년보다 0.3%포인트 낮아졌고, 목격응답률은 6.7%로 0.6%포인트 높아졌다. 피해응답과 가해응답의 방향이 엇갈리는 현상을 놓고 섣불리 어느 한쪽을 ‘과장’이라고 결론낼 수는 없다. 자기보고식 조사에서 피해·가해 인식 기준이 다를 수 있고, 한 가해행동이 여러 피해자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으며, 목격과 신고 민감도 변화도 작용할 수 있다. 교육부 역시 디지털기기 사용 증가, 대면 관계 경험 부족, 공감 역량 저하 가능성, 학생·학부모의 민감도 상승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쉬는 시간 학생들의 움직임을 살피는 교사가 있는 학교 복도
2026년 실태조사에서 피해 시간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의 비중이 높았다. ‘수업 밖의 짧은 시간’을 안전망 설계에 넣어야 하는 이유다.
피해2.9%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 초등 5.7%로 가장 높았다.

가해0.8%

가해 경험 응답률. 피해응답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목격6.7%

목격응답률은 상승했다. 목격 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응답도 31.0%였다.

알리지 않음8.1%

피해를 겪고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는 학생이 남아 있다.

목격자라는 안전망

목격자 214,500명이라는 또 하나의 숫자: ‘봤지만 못 움직인’ 학생을 안전망으로 바꾸려면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목격응답률은 6.7%, 약 21만4,500명으로 집계됐다. 학교급별로는 초등 11.0%, 중학교 6.8%, 고등학교 2.6%였다. 피해응답률보다 목격응답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은 학교폭력이 당사자 둘만의 비밀스러운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신종 폭력처럼 주선·관전·촬영이 결합하면 주변 학생은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사건을 멈추거나 키울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그렇다고 목격 학생에게 영웅적 개입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실태조사에서 목격 후 피해학생을 위로하거나 도왔다고 답한 비율은 33.1%였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응답도 31.0%였다. 위험한 상황에서 직접 가로막거나 가해학생과 대치하라고 가르치면 또 다른 피해가 생길 수 있다. 현실적인 방어자 교육은 ‘맞서 싸우기’가 아니라 안전한 거리에서 성인에게 알리기, 영상 촬영과 재전송에 참여하지 않기, 피해학생을 혼자 두지 않기, 위급하면 즉시 도움을 요청하기처럼 구체적인 선택지를 반복해서 연습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영상 문화가 중요해진다. 싸움이 벌어졌을 때 휴대전화를 드는 행동이 ‘증거를 남기는 것’인지 ‘구경거리를 만드는 것’인지 학생 스스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필요할 때 안전 확보를 위해 기록하는 경우와, 재미·과시·조롱을 위해 촬영하고 공유하는 경우는 목적과 이후 행동이 다르다. 학교는 촬영 자체를 무조건 같은 행위로 취급하기보다, 왜 촬영했는지, 누구에게 보냈는지, 삭제 요청 뒤 어떻게 행동했는지까지 디지털 시민교육과 연결해 다룰 필요가 있다.

목격자 교육이 작동하려면 신고 이후의 경험도 중요하다. 학생이 교사에게 알린 뒤 친구들 앞에서 신고 사실이 드러나거나, ‘왜 일을 키웠느냐’는 반응을 경험하면 다음번 목격자는 침묵을 학습한다. 반대로 알린 학생의 신원을 불필요하게 노출하지 않고, 교사가 신속하게 상황을 확인하며, 피해학생 보호가 실제로 이루어지는 경험이 쌓이면 신고는 개인의 용기가 아니라 학교문화의 표준 행동이 될 수 있다. 6.7%라는 숫자는 단순한 관찰자 수가 아니라 예방정책이 움직일 수 있는 잠재적 안전망의 크기다.

심의가 많아지는 것과 보호가 강해지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교육부가 현장 의견과 함께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학년도 교육지원청에 접수된 학교폭력 사안은 56,880건으로 전년보다 줄었지만, 접수 건 가운데 심의로 진행된 비중은 51.7%로 높아졌고 심의 결과 ‘학교폭력 아님’ 비중도 22.1%로 증가했다.

이 숫자는 신고를 줄여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초기 갈등을 안전하게 조정할 사건과 즉시 분리·전문 심의가 필요한 고위험 사건을 더 빨리 구분할 수 있는 선별 역량이 필요하다는 신호에 가깝다. 절차가 정교해져야 피해자는 덜 기다리고, 학교는 교육적으로 풀 수 있는 갈등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

현장 메모

예방교육의 목표를 ‘신고 번호 외우기’에서 ‘갈등을 끊는 행동’으로 바꾸는 중

교육부는 2026년 실태조사 발표 뒤 예방교육을 단순한 정보 제공에서 벗어나 갈등 상황 대처, 방어자로서 행동하는 방법, 건강한 감정·의사표현을 익히는 방향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학기부터 ‘학교폭력 예방 어울림 더하기 선도학교’를 운영하고, 학부모 대상 교육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2026년 3월 도입된 초등학교 1~2학년 대상 ‘관계회복 숙려제도’의 적용 대상을 넓히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피해학생 전문교육기관도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관계회복은 피해자가 원치 않는 화해를 강요하는 절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안전 확보와 자발성이 전제되어야 교육적 해결도 의미가 있다.

지금 바뀌는 것

교육부가 이미 꺼낸 카드, 그리고 아직 비어 있는 칸

교육부와 경찰청은 8월 ‘야차룰’을 신종 유형 발생경보 제11호로 발령·전파했다. 경찰청은 학교전담경찰관을 통한 학교 단위 예방교육을 집중 실시하고, 교육부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협력해 사이버공간에서 학교폭력 영상이 유포될 때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신종 폭력의 특징이 ‘싸움’과 ‘콘텐츠화’가 결합한다는 점이라면 교육기관과 경찰, 플랫폼 정책이 따로 움직여서는 대응 속도가 따라가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은 경보를 발령한 다음이다. 첫째, 학생이 “서로 합의했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교사와 조사자는 어떤 질문으로 강요성을 확인할 것인가. 둘째, 직접 타격 없이 촬영·유포만 한 학생의 행위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가. 셋째, 영상이 여러 플랫폼과 단체대화방을 오가며 복제될 때 누가 어느 단계에서 삭제·차단을 지원할 것인가. 넷째, 심의가 끝난 뒤 피해학생의 등교·수업·친구관계가 실제로 회복되는지 누가 장기적으로 점검할 것인가. 제도는 ‘처분 번호’를 결정하는 순간보다 전후 과정이 더 길다.

한병도 의원은 가담 형태별 심의 가이드라인을 세분화하고, 촬영 영상 유포 차단과 피해학생 보호·치유 체계를 구축하며, 가해학생에게도 신종 학교폭력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교육·행동교정 프로그램을 내실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은 처분 강화만을 말하지 않는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사건에 기여했는지 더 정교하게 구분하고, 피해의 확산을 막는 기술적·행정적 조치와 재발방지 교육을 묶어야 한다는 취지다.

2026년 2월

사안처리 가이드북 안내

교육부가 2026학년도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을 공개했다. 현장 심의와 처리의 기본 절차는 이 틀을 따른다.

2026년 3월

관계회복 숙려제도 도입

초등 1~2학년 일부 사안에서 심의 이전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제도가 시작됐다.

2026년 8월

‘야차룰’ 신종 유형 발생경보

교육부와 경찰청이 신종 폭력 유형에 대한 경보를 발령·전파하고 학교전담경찰관 예방교육을 강화했다.

2026년 9월

피해응답률 2.9% 발표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피해응답률이 전년보다 높아지고 집단 따돌림과 신체폭력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 10월 12일

신종 학폭 490건·조치 구성 공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국면에서 신종 학폭 심의와 조치 수위, 피해학생 치료·요양 지표가 함께 공개되며 심의기준 정교화 문제가 다시 부상했다.

교사와 상담자가 학생들과 마주 앉은 학교 조정 공간
관계회복은 모든 사안의 만능 해법이 아니다. 피해자의 안전과 자발성을 먼저 확보한 뒤, 적용 가능한 사건에서 교육적 해결의 기회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 보호를 먼저

피해학생 관점에서 다시 보면: 사건 종료와 피해 종료는 같은 날이 아니다

학교폭력 대응 논쟁은 가해학생 조치 수위를 중심으로 흘러가기 쉽다. 하지만 이번 자료에서 더 눈여겨볼 숫자는 피해학생 100명당 치료·요양 보호조치가 2024학년도 10.8건에서 2025학년도 18.8건, 2026학년도 3~8월 19.3건으로 높아졌다는 대목이다. 이 수치만으로 피해가 ‘두 배 심각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치료와 요양이 필요한 피해에 대한 보호조치 수요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상이 남는 신종 폭력에서는 회복의 조건도 달라진다. 신체 상처가 나아도 영상이 재전송될 수 있다는 불안이 남고, 누가 영상을 봤는지 알 수 없다는 감각이 등교와 친구관계를 흔들 수 있다. 피해학생이 학교에 돌아왔을 때 가해학생과 동선이 겹치는지, 같은 단체대화방에 계속 묶여 있는지, 주변 학생들이 영상을 소재로 농담을 이어가는지 같은 생활 조건이 중요하다. 학교의 지원이 상담 횟수나 공문 처리로만 끝나면 ‘안전하게 돌아온 일상’이라는 목표와 거리가 생긴다.

교육부는 서울·인천에 학교폭력 피해학생 전문교육기관 신설을 2028년 3월 목표로 추진하고, 충북에서는 2026년 9월 민간 위탁 운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역별 격차를 줄이려면 전문기관 숫자뿐 아니라 접근성, 대기기간, 학업 연계, 보호자 지원, 온라인 유포 대응 같은 서비스의 실제 사용성을 함께 봐야 한다. 피해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사건이 접수되었다’는 확인서보다, 더 이상 쫓기지 않고 공부하고 쉬고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이기 때문이다.

창가 상담실에서 상담을 받는 학생의 뒷모습
치유지원은 심의 종료 뒤에도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조용한 교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는 학생
‘회복’은 학교생활에 안전하게 복귀할 수 있는가로 판단해야 한다.
학교와 가정에서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보다 빠른 초기 신호 읽기

교육부가 학생·교원, 심의위원, 학교폭력 제로센터 담당자 의견을 들은 결과 현장에서는 “장난으로 시작한 일이 과격해져 학교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체감이 제기됐다. 같은 행위를 두고 한 학생은 장난이었다고 말하고, 다른 학생은 공포와 강요로 느끼는 인식 차이도 문제로 지목됐다. 이 간극을 줄이려면 폭력이 발생한 뒤 사실관계를 가리는 능력뿐 아니라, 장난이 위험한 방향으로 변하는 초기 신호를 알아차리는 능력이 필요하다.

가정에서는 자녀가 갑자기 휴대전화를 숨기거나 단체대화방 알림에 과도하게 긴장하는 변화, 특정 친구나 장소를 반복적으로 피하는 모습, 체육복·소지품이 자주 훼손되는 변화 등을 ‘증거’로 단정하기보다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는 편이 낫다. “누가 그랬어?”부터 몰아붙이면 학생이 관계 파탄이나 보복을 걱정해 말을 닫을 수 있다. “최근 학교에서 불편하거나 무서운 일이 있었는지”, “누군가 싫다고 하기 어려운 부탁을 한 적이 있는지”, “촬영되거나 공유된 영상 때문에 걱정되는 게 있는지”처럼 선택권을 열어두는 질문이 도움이 된다.

학교에서는 사건 신고 여부를 학생 개인의 용기만으로 떠넘기지 않는 구조가 중요하다. 목격응답률이 6.7%였고, 목격 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학생이 31.0%였다. 반면 피해학생을 위로하거나 도왔다고 답한 비율은 33.1%였다. 방어자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학생에게 ‘친구를 위해 맞서 싸우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거리를 두고 교사에게 알리기, 영상 재전송을 멈추기, 피해학생을 혼자 두지 않기, 위험 상황에서 성인 도움을 요청하기처럼 실행 가능한 행동을 가르쳐야 한다.

보호자가 기억할 다섯 가지 확인 포인트

  • ‘합의했다’는 말만 듣고 끝내지 않기: 거절했을 때 불이익이나 배제가 두려웠는지 차분히 묻는다.
  • 영상의 존재를 확인하기: 촬영·공유·재전송 여부는 신체 피해와 별개의 2차 피해 경로가 될 수 있다.
  • 피해학생의 원하는 보호부터 확인하기: 분리, 동선 조정, 상담, 삭제 지원 등 무엇이 가장 급한지 우선순위를 정한다.
  • 모든 갈등을 곧바로 ‘쌍방’으로 묶지 않기: 힘의 차이, 반복성, 다수의 압박, 강요가 있었는지 맥락을 본다.
  • 회복을 장기적으로 보기: 심의 결과가 나온 뒤 등교·수면·친구관계·온라인 불안이 나아지는지 계속 살핀다.
학교 상담실에서 차분히 대화하는 보호자와 교사
보호자와 학교가 ‘누가 이겼나’보다 ‘어떻게 안전을 회복할 것인가’를 같은 언어로 논의할 때 초기 대응의 질이 달라진다.
정책이 답해야 할 것

다음 국면의 기준: 더 센 번호가 아니라 더 정확한 판단

이번 국감자료가 던지는 질문을 ‘1~3호가 너무 많다’로만 좁히면 제도 개선은 처분 상향 경쟁으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신종 학교폭력의 구조는 처분 번호를 한 칸 올리는 것보다 복잡하다. 강요성 판단을 정교화하고, 촬영·유포의 독립적 피해를 평가하고, 사건 기획자와 직접 행위자, 확산 가담자의 역할을 구분하며, 피해학생의 삭제·치유·학습권을 즉시 연결해야 한다. 그 위에 가해학생에게는 폭력의 결과를 이해하고 행동을 바꾸게 하는 교육이 붙어야 한다.

교원단체들은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한다. 2026년 1차 실태조사와 관련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지원청 심의로 간 사안 중 ‘학교폭력 아님’ 판단 비중이 22.1%까지 높아졌다며, 초기 갈등을 모두 준사법적 절차로 보내는 구조의 부담을 지적했다. 반면 피해학생 보호 관점에서는 학교가 ‘교육적으로 풀자’는 이유로 심각한 폭력을 축소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두 요구는 서로 반대처럼 보이지만 공통의 해법이 있다. 가벼운 갈등은 빠르게 조정하고, 강요·반복·집단·촬영·유포가 결합된 고위험 사안은 더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분리·심의하는 이중 트랙이다.

정책 성과도 조치 건수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앞으로는 피해영상 삭제까지 걸린 시간, 피해학생의 치료·상담 접근 시간, 재발률, 같은 학교급에서의 반복 가해 여부, 보호조치 후 등교 지속률, 목격학생의 안전한 신고 경험 같은 지표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처분의 숫자가 실제 안전으로 이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490건이라는 숫자는 경고등이지 결론이 아니다. 그 숫자 뒤에 있는 사건의 역할 구조와 회복 과정을 얼마나 정밀하게 읽느냐가 다음 단계의 정책 품질을 결정한다.

영상 확산 차단을 상징하는 디지털 안전 운영 공간
신종 학폭이 촬영과 유포를 동반한다면 교육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삭제·차단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기관 간 연결이 피해 확산을 줄이는 핵심이 된다.

핵심 쟁점 문답

‘야차룰’처럼 서로 싸우기로 했으면 학교폭력이 아닌가?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 없다. 교육현장에서는 합의의 외형보다 실제로 거절할 수 있었는지, 집단의 압박이나 강요가 있었는지, 촬영·유포로 피해가 확대됐는지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합의했다’는 말 하나가 사안을 자동으로 제외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1~3호 조치는 모두 학생부에 기록되지 않나?

조건부다. 교육부 안내상 1~3호는 2020년 3월 1일 이후 신고된 최초 사안에서 정해진 기간 안에 조치를 이행한 경우 입력이 유보될 수 있다. 같은 학교급에서 다른 학교폭력 사건으로 새 조치를 받으면 과거 유보 조치도 함께 기재될 수 있다.

77.7%는 가해학생의 77.7%가 경한 조치만 받았다는 뜻인가?

아니다. 공개된 77.7%는 전체 조치 1,961건 가운데 1~3호 조치 1,523건의 비중이다. 한 학생에게 여러 조치가 병과될 수 있기 때문에 학생 수와 조치 수를 같은 분모처럼 읽으면 안 된다.

2026년 학교폭력은 사이버폭력이 가장 큰 문제인가?

전체 실태조사에서 가장 큰 비중은 언어폭력 37.8%였다. 집단 따돌림 17.1%, 신체폭력 15.7%, 사이버폭력 7.0% 순이었다. 다만 신종 학폭에서는 촬영·유포가 피해를 장기화하는 별도 위험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학교가 관계회복을 하면 심각한 폭력도 덮는 것 아닌가?

관계회복은 안전과 자발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중대한 강요·반복·집단폭력이나 즉시 분리가 필요한 사안까지 화해 중심으로 처리하자는 뜻이 아니다. 초기 갈등과 고위험 폭력을 더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료와 근거

  1. 교육부,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발표」, 2026년 9월 9일.
  2. 교육부, 「2026년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2026년 2월 27일.
  3. 국가법령정보센터,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 2026년 6월 2일 시행본.
  4.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지원포털, 학교폭력 조치 1~3호 조건부 기재유보 안내, 2026년 3월 11일 답변.
  5. 연합뉴스, 「변종 학폭 ‘야차룰’ 격투 벌여도…가해 학생 78%는 경조치」, 2026년 10월 12일.
  6. 이데일리, 「‘야차룰’ 등 신종 학폭 가해학생 조치 10건 중 8건 ‘사과·봉사’ 그쳐」, 2026년 10월 12일.
  7.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입장」, 2026년 9월 9일.
아침 햇빛 속 학교로 들어가는 학생들
학교폭력 대응의 다음 단계는 더 큰 숫자가 아니라, 더 빠른 보호와 더 정확한 맥락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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