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심장이 전자에서 원자핵 으로 옮겨갔다
IT과학2026년 10월 9일

시간의 심장이 전자에서 원자핵으로 옮겨갔다

비엔나와 베이징의 독립 연구팀이 토륨-229 원자핵을 기준으로 실제 작동하는 핵시계를 구현했다. 아직 세계 최고 원자시계를 이긴 것은 아니지만, 수십 년간 ‘가능성’으로 남아 있던 핵시계가 스스로 레이저를 붙잡아 시간을 재는 장치로 바뀌었다.

토륨-229148.4nm 진공자외선고체상태 시계정밀계측
진공자외선 레이저와 정밀 광학 장비가 놓인 차세대 핵시계 연구실 개념 장면
148.4 nm토륨-229 핵전이에 접근하는 진공자외선 영역
2개 팀오스트리아 비엔나와 중국 베이징의 독립 구현
24시간+비엔나 장치가 개입 없이 자기 안정화를 유지한 시간
10⁻¹⁵급첫 프로토타입이 하루 규모에서 보인 분수 주파수 성능

원자시계가 전자의 ‘박자’를 세어 왔다면, 핵시계는 더 작고 단단한 원자핵의 박자를 직접 시간의 기준으로 삼는다.

2026년 10월 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는 서로 독립적으로 진행된 두 연구가 나란히 공개됐다. 오스트리아 빈공과대학교(TU Wien)·독일 연방물리기술연구소(PTB) 협력팀은 토륨-229가 들어 있는 불화칼슘 결정과 148나노미터대 레이저를 이용해 피드백 루프를 닫은 핵시계를 구현했다. 중국 칭화대·베이징양자정보과학원 등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협력팀도 별도의 레이저 발생 방식과 결정 제작 기술을 결합해 토륨-229 핵전이에 레이저를 고정하고 안정적으로 시계를 운전했다.

이 발표의 의미는 단순히 ‘더 정확한 시계 하나가 나왔다’는 데 있지 않다. 지금까지 핵시계 연구의 가장 큰 난관은 원자핵의 전이를 실제 레이저로 읽고, 그 신호를 다시 레이저에 되먹임해 장시간 안정적으로 운전하는 일이었다. 2024년에는 토륨-229의 핵전이를 레이저로 직접 들뜨게 하고 주파수를 정밀 측정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독립적인 시계가 완성됐다고 보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는 그 핵전이를 ‘주파수 기준’으로 삼아 레이저를 지속적으로 바로잡는 폐루프 운전까지 끌고 갔다는 점에서 단계가 다르다.

다만 과장도 경계해야 한다. 현재의 핵시계는 세계 최고 광학 원자시계보다 정확하거나 안정적인 기록을 세우지 못했다. 비엔나 팀도 첫 시제품의 하루 규모 성능을 약 10의 마이너스 15승 수준으로 설명하며, 세계 최고 광학 원자시계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핵시계가 중요한 이유는 현재 기록이 아니라 원자핵을 기준으로 하는 전혀 다른 시간 측정 플랫폼이 실제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있다.

What changed

‘핵전이를 봤다’에서 ‘핵전이로 시계를 돌린다’로

정밀시계의 본질은 흔들리지 않는 자연의 주기를 찾아 그 주기를 세는 데 있다. 기계식 시계는 진자의 왕복, 수정시계는 석영 결정의 진동을 기준으로 삼는다. 원자시계는 원자 속 전자가 특정 에너지 상태 사이를 오갈 때 필요한 전자기파의 주파수를 기준으로 삼는다. 전자가 정확히 공명할 때만 원자가 강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이용해, 발진기의 주파수가 기준점에서 벗어나면 다시 공명 중심으로 끌어오는 방식이다.

핵시계 역시 논리는 같다. 차이는 ‘무엇을 공명 기준으로 삼느냐’다. 원자시계가 전자껍질의 전이를 이용한다면 핵시계는 원자핵 내부의 에너지 전이를 이용한다. 원자핵은 전자껍질보다 훨씬 작고, 외부 전기장이나 자기장 같은 환경 교란에 덜 민감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외부 환경에 덜 흔들리는 기준을 만들 수 있고, 그만큼 더 정밀한 시간·주파수 측정으로 갈 가능성이 열린다.

전자 전이 기반 원자시계와 원자핵 전이 기반 핵시계를 대비한 과학 개념 이미지
핵시계는 핵분열이나 핵융합으로 동작하는 장치가 아니다. ‘핵’이라는 이름은 시간의 기준이 원자핵 내부 전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원자핵 전이가 너무 높은 에너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전자 전이는 레이저나 마이크로파로 정밀하게 조작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핵전이는 훨씬 높은 에너지의 감마선 영역에 있어 오늘날의 정밀 레이저 기술로 직접 다루기 어렵다. 토륨-229가 특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동위원소에는 다른 원자핵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낮은 에너지의 장수명 들뜬 상태, 즉 핵 이성질체 상태가 있다. 이 전이는 약 148.4나노미터의 진공자외선 레이저로 접근할 수 있는 범위에 놓인다.

토륨-229 핵시계 아이디어 자체는 수십 년 전부터 제안됐지만, 정확한 전이 에너지를 찾아 레이저로 직접 겨냥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다. NIST는 1970년대 이 특이한 낮은 에너지 전이가 발견된 뒤 2003년 무렵 핵시계 구상이 구체적으로 제안됐고, 2016년 방사성 붕괴를 통해 관련 신호가 직접 관측됐다고 정리한다. 2024년에는 TU Wien·PTB를 포함한 연구진과 미국 JILA·NIST 협력진 등이 독립적인 경로로 레이저를 이용해 토륨-229 핵전이를 직접 들뜨게 하고 정밀 분광을 수행했다. 이 단계가 ‘핵시계가 가능하다’는 문을 열었다면, 2026년 연구는 그 문을 지나 실제 운전 체계로 들어간 셈이다.

Inside the clock

결정 안 수많은 토륨 핵과 레이저가 서로의 흔들림을 잡는다

이번 핵시계의 핵심 소재는 토륨-229가 들어 있는 불화칼슘(CaF₂) 결정이다. 이 구조는 단일 원자나 단일 이온을 전자기 트랩에 띄워 놓는 일부 광학 원자시계와 다른 접근이다. 결정 속에는 매우 많은 토륨 핵이 고체 격자 안에 자리 잡는다. 따라서 하나의 작은 고체 시료 안에서 거대한 수의 핵을 동시에 읽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장치를 더 작고 견고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진공 장치 안에 장착된 토륨-229 도핑 불화칼슘 결정의 과학적 개념 장면
SOLID-STATE REFERENCE

결정이 핵을 한곳에 모은다

고체 결정은 많은 토륨 핵을 작은 부피에 담을 수 있어 신호를 키우고 장치 소형화의 길을 연다. 대신 결정의 온도·격자 환경이 전이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거울과 비선형 광학 부품을 지나 진공자외선으로 변환되는 정밀 레이저 장치 개념 장면
VUV LASER

148.4나노미터 빛을 만든다

핵전이를 건드리려면 일반 가시광 레이저보다 훨씬 짧은 파장의 진공자외선이 필요하다. 두 팀은 서로 다른 광원·주파수 변환 기술로 연속파 VUV 레이저를 만들었다.

운전 원리는 ‘공명 중심을 추적하는 자동 조종’에 가깝다. 레이저 주파수가 토륨-229의 정확한 핵전이 주파수와 맞으면 결정 속 핵이 특정 방식으로 빛을 흡수하거나 이후 형광을 낸다. 주파수가 중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흡수 신호가 달라진다. 장치는 이 차이를 오차 신호로 읽어 레이저 주파수를 다시 조정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레이저는 핵전이 중심에 잠기고, 레이저의 진동수 자체가 시계의 ‘진동자’ 역할을 한다.

결정의 흡수 신호를 읽어 레이저 주파수를 자동 보정하는 핵시계 피드백 루프 개념 장면
레이저가 기준에서 벗어나면 검출 신호가 변하고, 제어계가 다시 핵전이 중심으로 레이저를 끌어오는 구조가 ‘작동하는 시계’를 만든다.

Two paths, same destination

비엔나와 베이징, 다른 장비로 같은 원리를 증명했다

과학적으로 이번 발표가 더 강한 이유는 두 팀이 한 장비를 나눠 쓴 공동 실험이 아니라, 서로 독립적인 구현을 거의 동시에 내놓았다는 점이다. 로이터 인터뷰에서 칭화대의 딩스첸(Shiqian Ding) 교수는 서로 다른 실험 접근으로 토륨-229 핵시계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개념의 견고함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TU Wien의 토르스텐 슘(Thorsten Schumm) 교수도 두 팀의 강점이 서로 달라 결합하면 훨씬 나은 시계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밀 광학 테이블과 진공 장치 주변에서 핵시계를 실험하는 비엔나 연구팀을 연상시키는 익명 연구실 장면
비엔나 접근은 결정의 광학 품질과 자기 안정화 운전, 장시간 피드백 제어에서 강점을 보였다.
강력한 진공자외선 레이저와 정밀 광학 장비를 운용하는 베이징 연구실을 연상시키는 익명 과학자 장면
베이징 접근은 강한 연속파 VUV 광원과 자체 제작 결정, 고신호대잡음 흡수 검출을 결합했다.

중국팀의 네이처 논문은 148.4나노미터 연속파 VUV 레이저를 토륨-229:불화칼슘 결정의 분해된 핵전이에 고정했다. 논문에 따르면 카드뮴 증기에서의 사파 혼합을 통해 약 10마이크로와트의 VUV 광원을 만들고, 핵전이의 흡수 신호를 빠른 주파수 판별기로 사용했다. 최적화된 구성에서 분수 주파수 불안정도는 5×10⁻¹³/√τ 수준을 보였고, 두 개의 독립 제작 결정에서 측정한 전이 주파수가 10⁻¹³ 수준에서 일치했다. 이는 고체 결정이 장치마다 제각각인 불안정한 기준이 아니라, 재현 가능한 주파수 기준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비엔나 팀의 논문은 역시 148나노미터대 연속파 레이저를 토륨-229 핵전이에 고정하고, 흡수분광을 이용한 빠른 피드백으로 장치를 안정화했다. 논문 초록은 1초 평균에서 대략 3×10⁻¹²/√τ의 샷노이즈 제한형 불안정도를 보이고, 하루 운전에서 10⁻¹⁵ 수준에 접근했다고 보고한다. TU Wien은 이를 직관적으로 약 3천만 년에 1초 정도의 오차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숫자는 놀랍지만, 세계 최고 광학 원자시계는 이미 그보다 훨씬 높은 성능을 보이므로 ‘핵시계가 원자시계를 추월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아직 틀리다.

공통 기준토륨-229 핵전이와 약 148.4nm 진공자외선 레이저, 토륨이 들어 있는 불화칼슘 고체 결정
비엔나 팀 특징자기 안정화 피드백 루프, 24시간 이상 개입 없는 운전, 상대적으로 좋은 결정의 농도와 광학 특성
베이징 팀 특징강한 VUV 레이저, 높은 신호대잡음 흡수 검출, 서로 독립 제작한 결정 사이 주파수 재현성 검증
현재 한계최고 성능 광학 원자시계보다 아직 불안정도가 크며, 광원·결정·환경 제어를 더 개선해야 함
공동 의미서로 다른 기술 경로에서도 핵전이를 실제 운전 가능한 주파수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독립 검증

Accuracy is not one number

“몇 년에 1초”만 보면 놓치는 것: 정확도·안정도·재현성은 다르다

정밀시계 기사를 읽을 때 가장 흔한 함정은 모든 성능을 ‘몇 억 년에 1초 틀린다’는 한 문장으로 압축하는 것이다. 실제 연구에서는 최소한 정확도, 안정도, 재현성을 구분해야 한다. 정확도는 시계가 이상적인 기준값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에 가깝고, 안정도는 시간이 지나도 주파수가 얼마나 조용하게 유지되는지를 뜻한다. 재현성은 다른 장치나 다른 시료를 만들었을 때 같은 기준 주파수를 얻을 수 있는지를 본다.

STABILITY흔들림의 크기

짧은 시간과 긴 시간에서 주파수 변동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본다. 이번 두 연구가 핵시계 ‘운전’을 입증한 핵심 지표다.

ACCURACY기준값과의 차이

온도, 자기장, 결정 격자, 레이저 체계 등 체계적 이동을 모두 평가해 보정해야 세계 기록을 논할 수 있다.

REPRODUCIBILITY다시 만들어도 같은가

고체상태 핵시계가 실험실 장난감을 넘어 기술 플랫폼이 되려면 결정마다 같은 전이 주파수를 재현해야 한다.

여러 정밀 주파수 신호가 하나의 안정된 기준 박자로 모이는 초정밀 시간 측정 개념 이미지
핵시계가 세계 최고 기록에 도달하려면 ‘작동한다’는 것을 넘어 장기 안정도와 체계오차, 결정 간 재현성을 동시에 끌어올려야 한다.

특히 고체 결정 방식은 양날의 검이다. 많은 핵을 담아 신호를 얻기 쉽고 장치가 견고해질 수 있지만, 결정 격자 안의 전기장 기울기와 온도 변화, 국소 환경이 핵전이 선폭과 중심 주파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팀은 온도 민감도가 낮은 분해된 전이선을 선택하고 결정 두 개를 비교해 재현성을 확인했다. 비엔나 팀은 결정 품질과 피드백 제어를 바탕으로 하루 넘는 운전을 보여줬다. 앞으로 성능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는 더 강하고 깨끗한 VUV 레이저, 더 균일한 결정, 온도·자기장 제어, 검출 효율 개선이 모두 필요하다.

반대로 이런 약점이 해결된다면 고체상태 플랫폼은 큰 장점으로 바뀔 수 있다. 전자기 트랩에 소수의 이온을 정교하게 가두는 장치와 달리, 작은 결정에 막대한 수의 핵을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이 ‘소형화’와 ‘현장 배치 가능성’을 자주 언급하는 이유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스마트폰이나 위성에 바로 들어갈 장치가 나왔다는 뜻은 아니다. 148.4나노미터의 연속파 VUV 광원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일부터 진공·광학·주파수빗·정밀 온도 제어까지 여전히 복잡한 실험 장치가 필요하다.

Why it matters

더 정확한 시간은 위치·통신·측량에서 ‘보이지 않는 인프라’가 된다

정밀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거리와 위치, 데이터 동기화, 물리량 측정의 기반 장치다. 위성항법시스템은 위성과 수신기 사이의 신호 도달 시간을 이용해 거리를 계산한다. 통신망과 데이터센터, 금융 거래 기록, 전력망 위상 관리도 공통의 시간축을 필요로 한다. 오늘날 최고의 원자시계가 대형 연구시설과 국가표준기관의 장비로 보이더라도, 그 결과는 이미 통신과 항법 인프라 깊숙이 들어와 있다.

NAVIGATION

위성항법과 위치 측정

더 안정적인 주파수 기준은 장기적으로 위성·지상 시스템의 시간 동기화를 개선할 수 있다. 실제 적용에는 우주환경 내구성, 소형화, 전력과 유지관리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NETWORKS

데이터 전송 동기화

광섬유·이동통신·분산 컴퓨팅처럼 수많은 노드가 한 시간축을 공유해야 하는 시스템에서 더 좋은 기준시계는 지연 측정과 동기화의 여유를 넓힌다.

GEODESY

높이와 중력장의 정밀 측정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라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시간이 더 느리게 간다. 초정밀 시계를 서로 비교하면 높이와 중력 퍼텐셜 차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

METROLOGY

정밀계측의 기준 확장

시간과 주파수는 다른 물리량 측정과 얽혀 있다. 핵시계가 성숙하면 전자 전이와 다른 종류의 기준점을 제공해 정밀계측의 비교 축을 하나 더 만들 수 있다.

위성·지상 안테나·도시 데이터 인프라가 정밀 시간 동기화로 연결되는 미래 항법 통신 장면
핵시계의 잠재적 응용은 시간 표시가 아니라 ‘정밀한 공통 시간축’을 필요로 하는 항법·통신·계측 인프라에 있다.

다만 ‘핵시계가 곧 GPS를 혁신한다’는 식의 표현은 시기상조다. 실제 인프라 채택은 실험실 성능보다 훨씬 복잡한 조건을 요구한다. 제조 단가, 신뢰성, 장비 크기, 방사성 동위원소 취급, 장기 유지보수, 국제 표준과의 연결, 기존 시계와의 비교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핵시계가 현장형 장비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상용 시스템에 들어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A sensor for new physics

시계가 너무 정확해지면 ‘시간 측정기’가 아니라 우주를 탐지하는 센서가 된다

초정밀 시계 연구의 또 다른 목적은 실용 인프라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에 있다. 서로 다른 종류의 시계는 자연상수 변화나 새로운 장(field)에 대한 민감도가 서로 다를 수 있다. 만약 암흑물질이 어떤 형태의 매우 가벼운 장으로 존재하면서 전자기 상호작용이나 원자핵의 에너지에 미세한 주기적 변화를 만든다면, 서로 다른 전이를 기준으로 하는 시계들의 주파수 비율에 특이한 흔들림이 나타날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초정밀 핵시계가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성 장의 미세한 변화를 탐색하는 과학 개념 이미지
정밀시계 비교는 암흑물질과 자연상수 변화를 찾는 실험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번 비엔나 실험은 탐지 능력을 시연했지만 암흑물질을 발견한 것은 아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비엔나 팀은 새 핵시계를 정밀 물리 실험에 실제로 투입해 암흑물질 탐색을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암흑물질을 검출하지는 못했지만, 핵시계가 최고의 원자시계들과 경쟁할 수 있는 민감도의 비교 실험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분야에서 ‘미발견’은 실패가 아니라 탐색 가능한 매개변수 공간을 좁히는 데이터다.

핵전이는 전자 전이와 다른 물리적 민감도를 갖기 때문에 비교 실험의 축이 하나 더 생긴다. 예를 들어 한쪽은 전자껍질의 에너지, 다른 한쪽은 원자핵 내부 에너지에 더 민감하다면, 둘의 주파수 비가 시간에 따라 아주 미세하게 달라지는지 장기간 추적할 수 있다. 이는 ‘자연상수는 정말 변하지 않는가’, ‘표준모형 밖의 새로운 상호작용이 있는가’ 같은 질문을 실험 가능한 형태로 바꾸는 방법이다.

가장 좋은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잘 재는 장치가 아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일정하다고 가정했던 자연의 규칙이 정말 일정한지 시험하는 실험실이다.

What it does not mean

핵시계에 붙은 세 가지 오해: 원자로도, 세계기록도, 곧 바뀔 ‘1초’도 아니다

오해 1

“핵시계는 핵분열로 움직인다”

아니다. 이번 장치는 핵분열이나 핵융합에서 에너지를 얻는 시계가 아니다. ‘핵시계’는 원자핵 내부의 특정 에너지 전이를 주파수 기준으로 사용한다는 뜻이다. 동작 에너지는 레이저와 정밀 광학·전자제어 장비에서 공급된다.

오해 2

“원자시계보다 이미 더 정확하다”

아니다. 연구팀 스스로도 현재 프로토타입이 최고의 광학 원자시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핵시계의 현재 성과는 최고 기록이 아니라 새로운 기준 플랫폼의 실제 운전이다.

오해 3

“2030년부터 1초가 토륨으로 바뀐다”

아니다. 국제도량형국(BIPM)은 광학 주파수 표준을 바탕으로 SI 초를 재정의하는 로드맵을 논의 중이며 2030년이 중요한 결정 시점으로 거론된다. 현재 로드맵은 성숙한 광학 원자시계 기준을 중심으로 한다.

오해 4

“작은 결정 하나면 바로 휴대형 시계다”

아니다. 결정은 작아도 이를 읽는 VUV 레이저와 주파수 기준, 광학계, 검출기, 열·자기장 제어가 아직 복잡하다. 소형화는 잠재력이지 현재 제품 규격이 아니다.

특히 SI 초 재정의와 핵시계를 연결할 때는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한다. 현재 SI 초는 세슘-133의 초미세 전이 주파수로 정의된다. 하지만 스트론튬, 이터븀 같은 광학 원자시계가 세슘 분수시계보다 훨씬 낮은 불확도를 보여 주면서 국제 계측학계는 ‘초의 정의’를 광학 주파수 표준에 맞게 갱신하는 로드맵을 진행 중이다. BIPM은 2026년 총회에서 진행 상황을 검토하고, 2028~2029년 평가를 거쳐 조건이 충족될 경우 2030년 총회가 새로운 정의와 시행 시점을 결정하는 구도를 제시한다.

여러 종류의 광학 시계와 광섬유 비교 장비가 함께 운용되는 국제 시간표준 연구실 개념 장면
SI 초 재정의는 국제 비교망·운용 신뢰성·표준 보급까지 포함하는 별도의 장기 프로젝트다. 핵시계의 2026년 성과와 같은 사건으로 볼 수 없다.

핵시계는 이 경쟁에 즉시 뛰어든 ‘후보 교체 선수’라기보다, 앞으로 정밀 시간의 선택지를 넓히는 새 플랫폼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전자 전이를 쓰는 광학 원자시계가 다음 세대 초 정의의 중심에 서는 동안, 핵시계는 고체상태 소형화와 외란 내성, 기본물리 탐색이라는 다른 장점을 발전시킬 수 있다. 몇 년 뒤 성능과 재현성이 크게 개선되면 국제 시간표준 체계의 보조 기준이나 독립 검증 기준으로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The engineering race

다음 승부는 ‘원리 증명’이 아니라 광원·결정·제어의 공학화다

연구팀들이 다음 단계로 꼽는 개선점은 의외로 분명하다. 첫째는 더 강한 VUV 광원이다. 핵전이는 매우 약한 신호이기 때문에 결정에 도달하는 광자 수가 많아질수록 더 짧은 시간에 주파수 오차를 정확히 읽을 수 있다. 중국팀 논문은 강한 연속파 VUV 광원과 고효율 흡수 검출이 성능 향상에 직접 연결된다는 점을 보여줬다. 비엔나 팀도 더 강한 레이저가 향후 성능 개선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둘째는 더 좋은 토륨 결정이다. 토륨 농도를 높이면 신호를 키울 수 있지만, 결정 결함이나 흡수 손실이 커지면 오히려 레이저가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거나 전이선이 넓어질 수 있다. 결정 내부에서 토륨이 어떤 격자 위치를 차지하는지, 주변 전하 보상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온도 변화가 전이 주파수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까지 재료과학 문제가 된다. 핵시계가 원자핵 물리만의 장비가 아니라 레이저 공학·결정 성장·정밀 전자제어가 결합된 종합기술인 이유다.

셋째는 피드백과 기준망의 단순화다. 현재 실험실에서는 주파수빗과 초안정 레이저, 광섬유 링크, 보조 원자시계 같은 인프라가 핵시계의 성능을 측정하고 비교하는 데 사용된다. 장기적으로 ‘핵시계가 스스로 서는 장치’가 되려면 이 외부 의존성을 줄여야 한다. 비엔나 팀이 ‘stand-alone’과 자기 안정화를 강조하는 것도 이 맥락이다. 핵전이를 기준으로 레이저를 붙잡는 핵심 루프가 독립적으로 닫혔다는 의미이지, 전체 실험실이 아직 작은 상자 하나로 줄었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

두 독립 팀이 토륨-229 핵전이에 레이저를 고정하고 실제 핵시계 운전을 입증했다.

단기 과제

VUV 출력 향상, 광원 노이즈 저감, 결정 품질·균일성 개선, 온도·자기장 체계오차 정밀 평가, 검출 효율 향상이 필요하다.

중기 과제

장치 간 재현성 검증을 더 넓히고, 기존 광학 원자시계와 장기간 비교해 핵시계 특유의 체계오차 모델을 확립해야 한다.

장기 가능성

더 작고 견고한 고체상태 정밀시계, 현장형 중력·측량 센서, 기본물리 탐색용 핵 기반 양자센서로 확장될 수 있다.

결정 챔버와 자외선 광학계를 소형 모듈에 통합한 미래형 핵시계 개념 장치
핵시계의 최종 매력은 원자핵의 외란 내성과 고체 결정의 집적 가능성을 한 장치에 묶는 데 있다. 그러나 이 모습은 아직 장기 목표에 가깝다.

The hard part after the headline

방사성 동위원소와 진공자외선, ‘좋은 아이디어’를 산업 기술로 바꾸는 현실의 장벽

핵시계라는 이름이 주는 미래적 인상과 달리, 상용화의 가장 어려운 문제는 오히려 재료와 광원, 계측 인프라 같은 매우 현실적인 공학 문제다. 토륨-229은 방사성 동위원소이므로 시료를 준비하고 결정에 도핑하고 운송·보관하려면 일반 광학 부품과 다른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연구에 사용되는 양은 작지만, 여러 연구실과 산업 현장에서 반복 생산하려면 동위원소 확보와 정제, 결정 성장 공정의 표준화가 병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핵시계가 고체 결정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존 원자시계보다 자동으로 값싸고 간단해지는 것은 아니다.

광원도 만만치 않다. 148.4나노미터는 공기와 많은 일반 광학재료에서 쉽게 흡수되는 진공자외선 영역이다. 레이저를 만들기 위해 여러 단계의 주파수 변환과 비선형 광학 과정이 필요하고, 생성된 빛을 손실 없이 전달하려면 진공 환경과 특수 광학소자가 요구된다. 중국팀이 카드뮴 증기에서의 사파 혼합을 통해 마이크로와트급 연속파 VUV를 얻고, 비엔나팀이 별도의 비선형 광학 경로를 발전시킨 것은 단순한 주변 기술이 아니라 핵시계 성능을 결정하는 중심 기술이다. 향후 통합형 광원이나 더 효율적인 VUV 발생 방식이 등장한다면 장치 크기와 소비전력, 유지보수 난도가 함께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는 ‘정확한 시계를 어떻게 정확하다고 증명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핵시계 하나만 놓고서는 자기 주파수가 정말 올바른지 알 수 없다. 다른 고성능 광학 시계와 비교하고, 주파수빗과 광섬유 링크를 통해 멀리 떨어진 기준을 연결하고, 온도·자기장·결정의 격자 효과를 독립적으로 측정해야 한다. 최고 수준의 시계일수록 시계 본체보다 비교망과 계측 환경이 더 거대한 연구시설이 되는 역설이 생긴다. 핵시계의 실용화는 이 비교 체계를 얼마나 단순하게 줄이면서도 추적성을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이번 독립 구현이 갖는 공학적 가치는 분명하다. 서로 다른 연구팀이 다른 장비 조합으로 같은 핵전이에 잠금 운전을 구현했다는 것은 기술 경로가 하나뿐이 아니라는 뜻이다. 특정 결정 제조법이나 단일 레이저 설계가 실패해도 다른 방식으로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학기술이 연구실에서 산업으로 넘어갈 때 중요한 것은 단 한 번의 최고 기록보다 여러 팀이 반복 가능한 설계를 만드는 일이다. 2026년 핵시계는 바로 그 반복 가능성의 첫 문턱을 넘었다.

How to read the breakthrough

2026년 10월의 성과를 가장 정확하게 읽는 세 문장

첫째, 핵시계는 이제 ‘미래에 만들 수 있는 장치’가 아니라 실제로 폐루프 운전되는 장치가 됐다. 2024년 직접 레이저 여기와 정밀 주파수 측정이 핵전이의 위치를 잡는 결정적 사건이었다면, 2026년은 그 신호를 기준으로 레이저를 자동 보정하고 장시간 운전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이것이 이번 연구의 가장 본질적인 변화다.

둘째, 두 팀의 동시 독립 구현은 우연한 한 번의 성공보다 훨씬 강한 증거다. 결정 제작법과 레이저 기술, 검출 방식의 세부 조합이 달라도 토륨-229 핵전이를 안정적인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플랫폼이 특정 실험실의 한정된 장치에 묶이지 않을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셋째, 핵시계의 미래 가치는 세계기록 숫자보다 ‘새로운 민감도’에 있다. 최고 광학 원자시계가 이미 놀라운 정확도에 도달한 상황에서 핵시계가 의미 있으려면 단순히 소수점 아래 한 자리를 더 줄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고체상태 소형화, 외부장에 대한 다른 민감도, 원자핵이라는 새로운 양자 기준을 활용한 암흑물질·자연상수 검증까지, 기존 시계가 제공하지 못했던 실험적 선택지를 늘려야 한다.

핵시계 핵심 질문

핵시계는 방사능으로 시간을 재는 것인가?

토륨-229은 방사성 동위원소지만, 시계의 ‘틱’은 방사성 붕괴 횟수를 세는 방식이 아니다. 레이저가 원자핵의 두 에너지 상태 사이 전이를 일으킬 때 나타나는 정확한 공명 주파수를 기준으로 삼는다.

왜 하필 토륨-229인가?

대부분의 핵전이는 너무 높은 에너지에 있어 정밀 레이저로 직접 접근하기 어렵다. 토륨-229의 이성질체 전이는 예외적으로 낮은 에너지에 있어 약 148.4나노미터 진공자외선 레이저로 직접 여기할 수 있다.

이번 핵시계가 현재 가장 정확한 시계인가?

아니다. 첫 프로토타입의 성능은 매우 인상적이지만 세계 최고 광학 원자시계보다 아직 낮다. 이번 성과는 핵전이를 기준으로 실제 폐루프 운전이 가능한 시계를 만들었다는 데 있다.

핵시계가 곧 SI 초의 기준이 되는가?

현재 국제도량형국이 검토하는 초 재정의 로드맵은 성숙한 광학 주파수 표준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2030년은 조건이 충족될 경우 중요한 결정 시점으로 거론되지만, 토륨 핵시계가 곧바로 정의를 대체한다고 결정된 것은 아니다.

상용화 가능성은 무엇이 좌우하나?

더 강하고 간단한 VUV 광원, 재현성 높은 결정, 낮은 체계오차, 장기 신뢰성, 장치 소형화와 동위원소 취급 체계가 필요하다. 기술적 잠재력은 크지만 상용 배치 일정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

주요 확인 자료

  1. Nature — A thorium-229 optical nuclear clock with feedback loop, 2026-10-07
  2. Nature — A nuclear clock synchronized to 229Th, 2026-10-07
  3. TU Wien — The First Stand-Alone Nuclear Clock is Ticking in Vienna
  4. 칭화대학교 물리학과 — 토륨-229 핵광시계 구현 연구 발표
  5. Reuters — Scientists in Vienna and Beijing create world's first nuclear clocks
  6. NIST — Major Leap for Nuclear Clock Paves Way for Ultraprecise Timekeeping, 2024
  7. BIPM — Roadmap to the redefinition of the second
  8. BIPM — Frequently Asked Questions concerning the Redefinition of the Second
전자껍질이 지키던 시간의 최전선에 원자핵이라는 새로운 기준점이 들어왔다. 이제 경쟁은 “핵시계를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고 작고 재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가”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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