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는 아이를 누가 돌보나 첫 ‘영케어러 위크’ 가 던진 질문
새벽 집안일과 가족 돌봄을 준비하는 청소년의 뒷모습
사회 · 돌봄의 사각지대

돌보는 아이를
누가 돌보나
첫 ‘영케어러 위크’가 던진 질문

10월 23일부터 29일까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가족돌봄아동·청년을 위한 집중 주간이 열린다. 올해 3월 법이 시행됐고 9월에는 청년미래센터가 전국 17개 시·도로 확대됐다. 제도의 문은 열렸지만,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문제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돌봄’을 발견하는 일이다.

2026년 10월 8일가족돌봄청년위기아동청년법청년미래센터
15만3044명13~34세 인구 중 가족돌봄 수행 가능성이 큰 집단 추정치
21.6시간2022년 실태조사에서 확인된 주당 평균 가족돌봄 시간
17개 시·도2026년 9월부터 청년미래센터 전국 확대
200만원중위소득 100% 이하 지원대상자 자기돌봄비 1회 지원
돌봄은 사랑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 그러나 아동과 청년의 시간 전체를 삼키기 시작하면 사랑만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약을 챙긴 뒤 학교에 간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남아 공부하는 대신 병원에 동행한다. 집에 돌아오면 빨래와 청소, 식사 준비가 기다리고 있다. 가족의 질환이나 장애, 고령 때문에 이런 하루가 반복되는 아동·청년이 있다. 한국에서는 ‘가족돌봄아동·청년’, 국제적으로는 ‘영케어러(young carer)’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존재가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복지 용어가 생겼기 때문이 아니다. 가족 내부의 사적인 일로만 취급되던 돌봄이 학업, 취업, 소득, 건강, 인간관계와 미래 계획까지 흔드는 사회적 위험이라는 점이 통계와 사례를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나이에 시작된 돌봄은 ‘잠시 가족을 돕는 일’과 ‘생활 전체를 책임지는 일’ 사이의 경계를 빠르게 무너뜨릴 수 있다.

2026년은 이 문제를 둘러싼 제도가 실제로 바뀐 해다. 3월 26일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고, 9월부터는 가족돌봄청년과 고립·은둔청년을 전담하는 청년미래센터가 기존 4개 지역에서 전국 17개 시·도로 확대됐다. 그리고 10월 23~29일에는 국가아동권리보장원과 초록우산 등을 포함한 18개 기관·단체가 참여하는 ‘제1회 대한민국 영케어러 위크’가 열린다. 아시아권에서 처음 추진되는 가족돌봄아동·청년 집중 주간이다.

보이지 않는 규모

‘집안일을 조금 돕는 아이’와 ‘가족의 생존을 떠받치는 아이’는 다르다

영케어러를 이해할 때 가장 먼저 피해야 할 오류는 모든 가사 참여를 문제로 보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이 서로 돕는 경험은 자연스럽고 때로는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돌봄의 강도와 지속 기간, 책임의 비대칭이다.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가족의 세면·식사·이동을 돕고, 약 복용을 관리하며, 병원 예약과 동행을 책임지고, 생계를 보태기 위해 일까지 해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다른 성인 돌봄 제공자가 사실상 없을 때 아동·청년은 자신의 발달 단계에 필요한 시간과 선택권을 잃을 수 있다.

저녁 집안일과 가족 돌봄을 동시에 맡는 청년의 생활 장면
가족돌봄은 청소·식사 준비 같은 가사에서 병원 동행, 약 관리, 신체 수발, 경제적 부양까지 넓게 이어질 수 있다.

국가데이터연구원의 「한국의 사회동향 2024」는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등을 토대로 13~34세 가운데 가족돌봄을 수행할 가능성이 큰 집단을 15만3044명, 해당 연령대의 1.3%로 추정했다. 같은 보고서는 가족돌봄청년의 41.2%가 직접적인 돌봄과 함께 경제적 부양까지 책임지고 있으며, 36.6%가 가족돌봄 때문에 미래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고 봤다. 숫자는 ‘특수한 몇몇 가정의 사연’이 아니라 일정한 규모를 가진 사회 현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이 수치를 곧바로 ‘정확한 전국 가족돌봄청년 수’라고 읽어서는 안 된다. 가족의 건강 상태, 실제 돌봄 책임, 동거 여부, 다른 성인 보호자의 존재처럼 정의와 선별 기준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 정책도 단순 연령이나 가구 형태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상담과 사례관리를 통해 누가 실제로 돌봄을 전담하는지 확인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

21.6h

일주일에 하루 가까운 시간이 ‘돌봄 근무’로 사라진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에서 확인된 주당 평균 돌봄시간이다. 주돌봄자는 평균 32.8시간으로 더 길었다.

희망 돌봄시간14.3시간

실제보다 평균 7.3시간 적은 수준을 희망했다.

평균 돌봄기간46.1개월

잠깐의 위기 대응이 아니라 수년간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우울감61.5%

당시 조사에서 일반청년보다 7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주요 활동가사·동행

가사 68.6%, 병원동행·약 챙기기 52.6% 등 복합적인 돌봄이 확인됐다.

수업이 끝난 뒤 홀로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학생의 뒷모습
가족돌봄청년에게 학교와 대학은 단순한 교육 공간이 아니라 ‘발견’이 가능한 중요한 접점이기도 하다.
2026년의 변화

법이 생겼다는 것의 의미는 ‘선의’가 아니라 ‘책임’이 생겼다는 데 있다

2026년 3월 26일 시행된 위기아동청년법은 가족돌봄 아동·청년과 고립·은둔 아동·청년을 정책의 명시적인 대상으로 다룬다. 핵심은 세 가지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조기에 발굴하고, 전담조직이 상담을 통해 지원대상자를 선정하며, 개인의 상황과 욕구에 따라 사례관리 계획을 세워 여러 서비스를 연결한다. 과거에는 당사자가 스스로 ‘나는 가족돌봄청년’이라고 규정하기 어렵고 담당 공무원도 적용할 제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지만, 이제는 법적 개념과 전달체계가 생겼다.

LAW IN FORCE · 2026.03.26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

법은 상담 과정에서 가구 특성, 사회보장급여 수급 현황, 가족을 돌보는 시간, 가구의 주 소득원 등을 확인하도록 규정한다. 지원 여부를 단순히 ‘효자·효녀인가’ 같은 도덕적 판단에 맡기지 않고 실제 돌봄 부담과 생활 조건을 확인하도록 한 것이다.

병원 복도에서 가족의 휠체어를 밀며 이동하는 청년
병원은 가족의 중증질환이나 수술을 계기로 돌봄 책임이 갑자기 청년에게 넘어가는 순간을 가장 먼저 목격할 수 있는 곳이다.

전국 확대도 중요한 변화다. 2024년 인천·울산·충북·전북 4개 지역에서 시작한 청년미래센터는 2026년 9월부터 17개 시·도로 넓어졌다. 가족돌봄청년은 센터에서 밀착 사례관리를 받을 수 있고, 아픈 가족에게는 장기요양·일상돌봄·의료 등 기존 서비스를 연결하며, 청년 본인에게는 교육·주거·금융·일자리·심리 회복 같은 지원을 함께 설계할 수 있다.

이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가족돌봄 문제가 한 가지 서비스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에게 요양보호가 필요하지만 신청하지 못한 경우, 청년은 매일의 신체 수발을 떠안는다. 소득이 부족하면 돌봄과 아르바이트가 겹친다. 학업이 흔들리면 장기적으로 취업 가능성까지 낮아질 수 있다. 그래서 ‘청년에게 돈을 한 번 주는 정책’보다 가족의 돌봄 공백과 청년의 미래 계획을 동시에 다루는 사례관리가 중심이 돼야 한다.

STEP 1발견

학교·병원·지자체·복지기관·본인 신청을 통해 도움 필요 신호를 포착한다.

STEP 2상담

돌봄시간, 동거, 가족의 건강 상태, 소득원, 기존 지원 여부를 함께 확인한다.

STEP 3사례관리

가족의 돌봄서비스와 청년 본인의 학업·취업·건강 지원을 하나의 계획으로 묶는다.

STEP 4회복

돌봄 부담을 줄이고 청년이 자신의 시간과 미래 계획을 다시 갖도록 돕는다.

자기돌봄비

200만원은 ‘간병의 대가’가 아니라 미뤄둔 자기 삶을 다시 시작하라는 비용이다

올해 하반기 전국 확대와 함께 가장 눈에 띄는 지원은 자기돌봄비다. 정부 안내에 따르면 만 13~34세 가족돌봄청년 가운데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등 요건을 충족하는 지원대상자는 200만원을 1회 지원받을 수 있다. 법 시행령은 지급 방식을 현금이 아니라 신용·직불카드 등에 결제 가능한 이용권 형태로 규정하고, 자기계발·건강관리·신체적·정신적 회복처럼 ‘미래 준비’에 필요한 비용에 쓰도록 하고 있다.

200만원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 지원대상자 1회

돌봄 때문에 미뤄둔 ‘나의 비용’

학업과 진로 준비, 건강관리, 심리 회복, 자기계발처럼 청년 자신에게 필요한 지출을 가능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가족 치료비나 생활비 전체를 대신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학업과 건강 회복 계획을 세우는 청년의 책상
자기돌봄비의 정책적 초점은 ‘가족을 더 잘 돌보는 기술’이 아니라 청년 자신의 학업·진로·건강을 회복하는 데 있다.

이 지원을 ‘돌봄 노동에 대한 급여’로 이해하면 정책의 취지를 놓치기 쉽다. 금액만 놓고 보면 장기간의 간병과 가사, 생계 책임을 보상하기에는 턱없이 작다. 대신 제도는 가족의 돌봄을 장기요양, 장애인활동지원, 일상돌봄 같은 서비스로 분산시키고, 청년에게는 그동안 포기했던 학원 수강, 자격 준비, 운동, 치료, 상담 등 자신의 삶을 회복하는 자원을 제공하려 한다. 즉 ‘돌봄을 계속하되 더 버티라’가 아니라 ‘돌봄 때문에 멈춘 자신의 시간을 다시 움직이라’는 방향이다.

여기에는 중요한 정책적 메시지가 있다. 가족돌봄청년을 단지 취약계층으로 규정하지 않고, 아직 교육과 노동시장 진입, 사회관계 형성이라는 생애 과업을 진행 중인 사람으로 본다는 점이다. 돌봄 위기가 청년의 인생 전체를 결정하지 않도록 개입하는 것이 목표라면, 돈의 액수뿐 아니라 실제로 돌봄시간이 줄었는지, 학업 복귀나 취업 준비가 가능해졌는지, 정신건강이 개선됐는지까지 성과를 살펴야 한다.

돌봄을 덜어내는 방법

청년을 상담실로 부르는 것보다 먼저, 집안의 돌봄시간 자체를 줄여야 한다

가족돌봄청년에게 필요한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해야 할 일의 양’이 줄어드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일상돌봄 서비스는 질병·부상·고립 등으로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청·중장년과 가족돌봄청년을 대상으로 재가 돌봄·가사, 식사·영양관리, 심리지원, 병원 동행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족돌봄청년의 경우 돌봄이 필요한 가족과 동거하며 직접 돌보거나, 돌봄 때문에 경제활동을 하는 상황 등을 확인해 신청할 수 있다.

전문 돌봄 인력이 가족을 돕는 동안 공부하는 청년
외부 돌봄 인력이 들어오는 몇 시간은 청년에게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수업, 과제, 면접, 수면 같은 기본 생활을 되찾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재가 돌봄

몸을 돌보는 시간 분담

세면, 옷 갈아입기, 식사 도움, 체위 변경, 안전관리 등 신체 수발과 건강 지원을 제공한다.

가사 지원

청소·세탁·식사 준비 분담

반복되는 집안일을 외부 서비스와 나눠 청년이 학업과 일에 쓸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특화 서비스

병원 동행과 심리지원

지역에 따라 병원 동행, 식사·영양관리, 심리지원, 휴식, 간병교육, 독립생활 지원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신청 창구

행정복지센터·복지로

주소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신청할 수 있고 온라인 신청이 가능한 경우 복지로를 이용할 수 있다.

일상돌봄의 기본서비스는 이용 유형에 따라 월 24시간, 36시간, 72시간 범위로 설계돼 있다. 모든 가족돌봄청년이 같은 시간을 받는 것은 아니며, 지역에서 제공되는 특화서비스 종류와 본인부담도 다를 수 있다. 소득 제한으로 아예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기준 중위소득 구간에 따라 본인부담률이 달라지고 2026년 3월부터 ‘본인부담 경감이 필요한 가족돌봄청년’에게는 일부 낮은 부담률이 적용된다.

이 대목에서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질문은 단순하다. 상담을 받은 뒤 실제로 청년의 하루가 바뀌었는가. 병원에 혼자 따라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 생겼는가. 새벽까지 빨래와 식사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가. 시험기간에 최소한 몇 시간이라도 방해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가. 가족돌봄 문제는 ‘마음이 힘든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과 노동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서 지원과 동시에 실질적인 돌봄 대체가 작동해야 한다.

가장 어려운 단계

정책이 있어도 당사자가 자신을 ‘지원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면 연결되지 않는다

가족돌봄청년 정책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단어는 ‘발굴’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청년이 자신의 상황을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아픈 부모나 조부모를 돌봐왔다면 그것은 ‘원래 우리 집이 그런 것’일 수 있다. 도움을 요청하면 가족을 버리는 것처럼 느끼거나, 가정 사정을 학교나 외부기관에 알리는 일을 두려워할 수도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기초생활보장 같은 전통적 저소득 기준에 딱 맞지 않아 복지제도와 접촉하지 않은 가구도 있다.

행정복지 상담 공간에서 사회복지사와 대화하는 청년
지원은 ‘어려움을 증명하는 시험’이 아니라 돌봄 부담과 생활 조건을 함께 확인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찾는 과정이어야 한다.
학교

지각·결석, 갑작스러운 성적 변화, 돌봄 때문에 방과 후 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은 신호가 될 수 있다. 교사와 학교사회복지 인력이 비난 없이 상황을 묻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

중증질환 진단, 수술, 퇴원 과정에서 ‘집에서 실제로 누가 돌보는가’를 확인하면 청년에게 책임이 집중되는 가구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지역사회

행정복지센터, 복지관, 청년센터, 사회서비스원 등 기존 접점을 청년미래센터와 연결해야 당사자가 여러 기관을 반복 방문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미성년 영케어러에게는 ‘개인이 신청하라’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성인이 행정기관을 찾아가 서류를 준비하는 일도 쉽지 않은데,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에게 가족의 질병과 소득 상황을 설명하고 지원체계를 탐색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학교와 의료기관, 지자체가 가족돌봄 신호를 알아보고 안전하게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다만 발굴이 사생활 침해나 낙인으로 변해서도 안 된다. ‘가족을 돌보는 아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당사자가 선택권을 되찾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누가 돌봄을 하고 있는지 묻되, 가족을 비난하지 않고, 청년을 영웅화하지 않으며, 필요한 정보가 최소한의 범위에서 안전하게 공유되는 방식이 필요하다.

영케어러를 돕는 첫 문장은 “정말 기특하구나”가 아니라 “네가 혼자 맡지 않아도 되게 무엇을 나눌까”에 가깝다.

돌봄을 미덕으로만 칭찬하면 부담의 구조가 보이지 않는다. 지원의 목표는 돌봄을 더 잘 견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수준으로 나누는 것이다.

청년 지원센터에서 돌봄과 미래 계획을 함께 논의하는 상담 장면
청년미래센터의 사례관리는 가족의 돌봄서비스와 청년 자신의 교육·주거·금융·일자리·건강 지원을 하나의 계획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첫 영케어러 위크

10월 23~29일, ‘존재를 알리는 주간’에서 ‘지원이 실제로 닿는 주간’으로

대한민국영케어러위크추진협의회는 10월 23일부터 29일까지 ‘제1회 대한민국 영케어러 위크’를 연다. 국가아동권리보장원과 초록우산 등 18개 기관·단체가 참여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한다. 추진협의회는 이번 행사를 아시아권에서 처음 추진되는 가족돌봄아동·청년 집중 주간으로 소개했다. 행사의 상징성은 크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기간에 영케어러를 둘러싼 언어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있다.

‘불쌍한 아이’라는 시선은 도움을 주는 듯하면서도 당사자를 수동적인 존재로 만든다. 반대로 ‘가족을 책임지는 대견한 청년’이라는 서사는 과도한 돌봄을 정상화할 위험이 있다. 필요한 것은 문제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언어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과 과도한 돌봄 부담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고, 공공서비스가 가족의 책임을 나눠 갖는다고 해서 가족관계가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속 가능한 돌봄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인식이다.

영케어러 토크콘서트 ‘애프터 스토리’

숭실대학교에서 당사자와 현장이 만나는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온라인 세미나 ‘영케어러,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

지원의 출발점인 발굴과 연결을 주제로 논의가 진행된다.

영케어러 위크 기념행사

연세대학교에서 집중 주간의 의미와 향후 과제를 공유한다.

정책토론회 ‘위기아동·청년법 시행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가’

집중 주간 직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법 시행 이후의 변화를 점검하는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대학 강당에서 가족돌봄 문제를 논의하는 청년 참가자들
집중 주간의 의미는 행사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당사자의 경험을 학교·의료·복지·정책 현장에 번역해 지원 경로를 더 짧게 만드는 데 있다.

올해 영케어러 위크가 특히 중요한 것은 법 시행과 전국 전달체계 확대가 같은 해에 겹쳤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지원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가 주요 의제였다면, 이제는 ‘만든 제도가 실제로 누구에게 닿았는가’를 묻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센터가 17개 시·도에 생겼다고 자동으로 15만명 규모의 잠재적 돌봄청년이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병원·행정복지센터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연결하는지, 신청 과정이 얼마나 쉬운지, 지역별 서비스 공급이 충분한지, 지원이 끝난 뒤 청년의 돌봄시간과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가 다음 평가의 핵심이 된다.

남은 사각지대

‘한 번의 지원’과 ‘오래 지속되는 돌봄’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격이 있다

가족돌봄은 대개 일정표대로 끝나지 않는다. 암 치료가 길어질 수 있고, 치매와 장애는 장기적 지원이 필요하며, 정신질환은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될 수 있다. 평균 돌봄기간 46.1개월이라는 조사 결과는 일시적인 긴급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기돌봄비 200만원과 몇 개월의 서비스가 삶의 전환점이 될 수는 있지만, 가족의 돌봄 욕구가 계속되는 한 청년의 부담이 다시 커질 가능성도 있다.

늦은 밤 가족을 살피며 공부하는 청년의 생활 공간
오래 지속되는 돌봄에서는 ‘한 번의 도움’보다 돌봄 부담이 다시 커질 때 재연결될 수 있는 지속적인 안전망이 중요하다.

또 하나의 과제는 연령과 제도의 경계다. 위기아동청년법의 자기돌봄비 지원 기준은 13~34세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고 병역의무 이행 기간을 가산하도록 규정한다. 일상돌봄 서비스에서 가족돌봄청년의 연령은 39세 이하로 안내되며 지자체 조례와 지역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같은 ‘가족을 돌보는 청년’이라도 제도마다 연령과 요건이 다를 수 있으므로, 당사자에게 제도 이름을 외우게 하기보다 한 번의 상담으로 가능한 지원을 함께 찾아주는 통합 안내가 중요하다.

소득기준도 세심하게 볼 필요가 있다. 자기돌봄비는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가 핵심 요건이지만, 가족돌봄 부담은 소득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의료비 지출이 크거나 부모의 소득이 갑자기 중단된 가구, 돌봄 때문에 청년이 일을 줄인 가구는 통계상 소득과 실제 가처분 여력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현금성 지원의 기준과 별개로 사례관리, 일상돌봄, 심리·교육·고용 연계가 폭넓게 작동해야 한다.

가장 위험한 사각지대는 도움을 요청할 힘조차 없는 경우다. 어린 청소년, 장기간 결석이나 학업중단 위험이 있는 학생, 고립된 가구, 가족 내 갈등이나 폭력이 함께 존재하는 경우에는 자발적 신청만 기다려서는 늦을 수 있다. 반대로 무리한 발굴은 개인정보 침해와 낙인을 낳을 수 있다. 결국 좋은 전달체계는 ‘더 많이 찾아내는 시스템’이면서 동시에 ‘더 안전하게 묻고 연결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전국 지역을 연결하는 청년 돌봄 지원망을 상징하는 이미지
청년미래센터의 전국 확대는 출발점이다. 실제 효과는 지역의 학교·병원·복지기관과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되는지에 달려 있다.
주변인이 할 수 있는 일

“왜 네가 그걸 다 해?”보다 “내가 어떤 일을 나눌 수 있을까?”라고 묻기

가족돌봄청년의 친구나 교사, 친척, 직장 동료라면 거창한 해결책보다 구체적인 질문이 도움이 된다. ‘병원에 같이 갈 사람이 있니’, ‘이번 주에 네가 꼭 해야 하는 돌봄이 몇 시간쯤 되니’, ‘수업이나 근무에 영향을 주고 있니’, ‘행정복지센터나 청년미래센터에 함께 연락해볼까’처럼 부담을 보이는 언어가 필요하다. 반대로 가족을 평가하거나 청년의 헌신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상황을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알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공원 길을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하는 두 청년의 뒷모습
지지는 조언보다 동행에 가깝다.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상담 창구를 함께 찾고, 한 가지 실제 일을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 연결할 수 있는 공공 창구

  • 보건복지상담센터 129 — 가족돌봄청년 지원과 일상돌봄 등 복지서비스 전반을 안내받을 수 있다.
  • 주소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 일상돌봄 서비스 신청과 지역 복지서비스 연계를 상담할 수 있다.
  • 청년미래센터 — 2026년 9월부터 전국 17개 시·도에 확대된 위기청년 전담지원 체계에서 가족돌봄청년 사례관리를 맡는다.
  • 복지로 — 일상돌봄 등 일부 서비스는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으며, 지역별 제공 여부와 세부 요건은 신청 전 확인이 필요하다.

당사자라면 ‘내가 다른 가족보다 힘든가’를 비교할 필요가 없다. 가족의 질병이나 장애 때문에 자신의 수면, 학교생활, 취업 준비, 근무, 건강이 지속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면 상담해볼 이유는 충분하다. 지원대상 여부는 상담과 확인 절차를 통해 판단하면 된다. 특히 법과 서비스의 기준이 서로 다르므로 스스로 자격을 단정해 포기하지 않는 것이 좋다.

지원 신청은 가족을 외면하는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지속 가능한 돌봄을 위해 역할을 나누는 과정에 가깝다. 한 사람이 모든 돌봄을 독점하면 그 사람이 아프거나 시험을 보거나 취업해 집을 비워야 하는 순간 가정 전체가 흔들린다. 공공서비스와 다른 가족, 지역사회가 일부를 나눠 맡을수록 돌봄받는 가족의 안전도 함께 높아진다.

EDITORIAL VIEW

‘돌봄 효자’의 미담보다 중요한 것은 청년이 자기 인생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다

가족돌봄청년 정책은 한국 사회의 오래된 질문과 맞닿아 있다. 가족의 일은 어디까지 가족이 책임져야 하는가. 부모가 아프면 자녀가 돌보는 것이 당연하다는 문화는 오랫동안 복지의 빈칸을 메워왔다. 그러나 가족 규모가 작아지고 맞벌이와 1인가구가 늘고, 장기질환과 고령화가 겹치는 사회에서 그 방식은 점점 유지되기 어렵다. 특히 돌봄의 책임이 아직 교육과 진로를 준비해야 할 아동·청년에게 집중될 때 비용은 개인의 미래로 이전된다.

첫 영케어러 위크는 그래서 축하 행사라기보다 점검의 주간에 가깝다. 법이 만들어졌고 센터가 전국으로 확대됐다는 사실은 중요한 진전이다. 하지만 정책의 완성은 명칭과 조직이 아니라 시간의 변화로 측정돼야 한다. 한 청년이 일주일 32시간 하던 돌봄을 15시간으로 줄일 수 있었는지, 병원 동행 때문에 포기하던 수업을 다시 들을 수 있었는지, 몇 년 미뤘던 취업 준비를 시작했는지, 우울과 수면 문제가 완화됐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 변화는 당사자만의 노력으로 만들 수 없다. 학교는 학생의 결석 뒤에 돌봄이 있는지 볼 수 있어야 하고, 병원은 퇴원 후 누가 실제 간병을 맡는지 물어야 하며, 행정은 여러 제도를 한 번에 연결해야 한다. 가족은 도움을 받는 것을 실패로 여기지 않아야 하고, 사회는 어린 돌봄자의 헌신을 미담으로 소비하지 않아야 한다. ‘가족을 사랑하느냐’는 질문과 ‘돌봄을 혼자 떠맡아야 하느냐’는 질문은 전혀 다르다.

앞으로 볼 지표

센터 숫자보다 중요한 다섯 가지: 발견, 연결, 시간, 미래, 재진입

발견

누가 먼저 알아봤나

학교·병원·지자체·지역기관이 위험 신호를 알아보고 당사자 동의를 바탕으로 상담까지 연결했는지 살펴야 한다.

연결

서비스가 실제로 시작됐나

신청 건수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요양, 일상돌봄, 심리, 교육, 고용지원이 실제 이용으로 이어졌는지다.

시간

돌봄시간이 줄었나

정책의 직접 효과는 청년이 가족돌봄에 쓰는 시간이 줄고 휴식·수면·학업 시간이 늘어나는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래

학업과 취업이 이어졌나

자기돌봄비와 사례관리가 진로 준비, 자격 취득, 학교 복귀, 취업 유지 같은 변화로 이어지는지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재진입

다시 힘들어졌을 때 돌아올 수 있나

가족의 건강이 악화되거나 돌봄 공백이 재발했을 때 초기화된 신청 과정을 다시 밟지 않고 안전망에 재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

격차

지역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지 않나

전국 17개 시·도 확대 이후에도 서비스 공급과 협력망의 밀도에 따라 체감 지원이 달라지지 않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공부와 미래 계획에 집중하는 청년의 아침
지원의 최종 목표는 청년이 가족을 덜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돌봄 때문에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가족 전체를 보는 시선

청년 한 사람만 지원해서는 돌봄의 원인이 사라지지 않는다

가족돌봄청년 정책이 오래 작동하려면 청년 개인과 돌봄 대상 가족을 분리해서 보지 않아야 한다. 청년이 아무리 상담을 받고 자기계발비를 지원받아도 집에 돌아왔을 때 여전히 식사 보조, 약 관리, 이동 지원, 야간 돌봄을 혼자 맡아야 한다면 삶의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반대로 돌봄 대상 가족에게 장기요양이나 장애인활동지원, 재가서비스, 의료·주거 지원이 적절히 연결되면 청년에게 돌아가는 부담도 함께 줄어든다. 그래서 사례관리의 출발점은 ‘청년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와 동시에 ‘가족에게 필요한 공적 돌봄이 무엇인가’를 묻는 데 있어야 한다.

이 관점은 정책 평가에도 필요하다. 지원을 받은 청년이 프로그램에 몇 번 참여했는지, 바우처를 얼마 사용했는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가족의 공식 돌봄서비스 이용이 늘었는지, 돌봄 공백이 줄었는지, 청년에게 비상상황을 대신 맡아줄 사람이 생겼는지까지 봐야 한다. 결국 영케어러 정책의 성공은 청년에게 ‘더 잘 버티는 기술’을 주는 데 있지 않다. 가족 전체의 돌봄 구조를 재배치해 청년이 가족 구성원이면서 동시에 학생, 직장인, 친구, 한 사람의 시민으로 살아갈 여지를 넓히는 데 있다.

가족돌봄청년, 이것부터 확인하세요

가족과 함께 산다고 모두 가족돌봄청년인가요?

아닙니다. 가족에게 고령·장애·질병·중증수술·정신질환 등으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사정이 있고, 청년이 실제로 돌봄을 담당하는지 등을 상담과 기준에 따라 확인합니다. 단순 동거만으로 자동 선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돌봄비 200만원은 누구나 받을 수 있나요?

아닙니다. 위기아동청년법상 지원대상자로 선정된 가족돌봄 아동·청년 가운데 13~34세,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정부의 2026년 하반기 안내는 200만원을 1회 지원한다고 설명합니다.

가족의 병원비나 생활비로 자유롭게 쓸 수 있나요?

자기돌봄비의 목적은 청년 본인의 자기계발, 건강관리, 신체·정신적 회복 등 미래 준비를 지원하는 데 있습니다. 시행령은 카드 등 이용권 방식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합니다. 세부 사용 범위는 실제 지원기관 안내를 확인해야 합니다.

소득이 중위소득 100%를 넘으면 아무 지원도 못 받나요?

자기돌봄비에는 소득 기준이 있지만, 일상돌봄 서비스는 소득 수준만으로 대상자를 제한하지 않고 소득 구간에 따라 본인부담을 달리합니다. 사례관리와 다른 연계지원도 별도 요건이 있을 수 있으므로 상담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디에 먼저 연락하면 되나요?

보건복지상담센터 129, 주소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지역 청년미래센터를 통해 상담할 수 있습니다. 일상돌봄은 복지로 온라인 신청이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취재·검증 자료

  1. 연합뉴스, 「가족돌봄아동 지원…아시아 첫 ‘영케어러 위크’ 23~29일 개최」, 2026년 10월 8일.
  2. 국가법령정보센터,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 2026년 3월 26일 시행.
  3. 국가법령정보센터,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2026년 3월 26일 시행.
  4. 국가법령정보센터, 「자기돌봄비 지원 기준 등에 관한 고시」, 보건복지부고시 제2026-61호.
  5.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6 하반기 이렇게 달라집니다」 관련 가족돌봄·고립은둔청년 지원 안내.
  6. 보건복지부, 「일상돌봄 서비스 사업」, 이용대상·서비스 유형·본인부담·신청 절차 안내.
  7. 국가데이터연구원, 「한국의 사회동향 2024」, 가족돌봄청년 규모와 미래계획 관련 분석.
  8. 보건복지부·KDI 경제교육·정보센터, 「가족돌봄청년, 주당 21.6시간 가족 돌본다」, 2022년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 결과.
가족을 돌보는 일이 한 청년의 미래를 지우지 않도록.
돌봄은 나눌수록 지속 가능하다.

댓글

많이 본 기사

호르무즈 해협 6개월째 불안|미·이란 재충돌과 세계 에너지·해운의 다음 고비

이태원 참사 특조위 1년 연장|오늘 본회의 쟁점과 2027년 조사 과제

WTO 공공포럼 2026 개막, 서비스·디지털 경제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통상 질서

2026년 9월 인사청문회 일정 총정리|6명 장관 후보자와 핵심 쟁점